뉴 보이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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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 판 오셀로인 뉴 보이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주변에서는 늘 외향적이길 강요당했다. 

아이들과 어울려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보다 책이 좋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기에 늘 처박혀 있었다. 특히 2차 성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면서부터 5학년 이후부터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성격과 외형의 변화로 많이 민감해졌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돼서는 사춘기 초반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늘 사람들 곁에 있기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있었다. 뭔가 주목받는 것도 싫고, 그냥 조용히 자기만의 세상에 있고 싶은 아이였다. 
그래서 늘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했고, 이질감을 느꼈다.

사회 속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질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주제의 작품을 꾸준히 써왔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역사적 사실과 함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화제를 모았다.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 주연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얼마 전 재개봉되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해 본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익숙하고 친숙한 환경에 있다가 새로운 환경으로 갈 때쯤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각 교육과정에서 새 학년 새 학기, 사회 나와서는 첫 직장의 순간은 꽤나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상상, 가슴 두근거림도 있지만, 그거보다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항상 앞섰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새 작품인 뉴 보이는 워싱턴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서 작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호가든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오셀로를 선택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70년대 워싱턴 교외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백인들이 가득한 학교에 전학 오게 된 흑인 소년 오세이는 바로 이런 새롭고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직업이 외교관이라 잦은 전학을 해온 소년은 이미 적응 방법과 요령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첫 시작은 늘 힘겹기만 하다.
긴 시간도 아닌 전학 온 하루를 수업시간 전, 오전 휴식시간, 점심시간, 오후 휴식시간, 방과 후 5개로 나눠서 진행된다. 책을 읽다 보면 하루인데도, 참 길게 느껴진다. 진행되는 사건과 시간은 단순한데, 오고 가는 대화와 시대적 배경은 묵직하다.

왜 지금, 하필이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우선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미국의 상황을 우려하기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는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흑백차별 금지, 흑백 평등을 주장하고 공권력 남용에 무장 방어를 추구하는 블랙 팬서 운동이 활발했을 시기였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역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며 그들을 더욱 배척한다. 현재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어디에서도 소수자들에 대한 갈등과 차별, 혐오의 상황은 심화되고 있기에 선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뉴 보이는 흑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주인공의 성장통 과정을 그린 문 라이트와 오셀로의 현대적 해석 영화인 O를 떠오르게 한다.


흑인이지만, 아버지가 외교관인 엘리트 그룹에 속하지만 백인들 사이에서 겉돌고,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 오세이의 전학 첫날 학교의 퀸카인 디는 첫눈에 그에게 매료당한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오세이를 챙겨주게 된 사려 깊고 매력적인 디는 대화하면서 한층 더 오세이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오세이가 관심과 화제의 중심에 있게 되면서 기존에 백그라운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이언은 계략을 꾸미게 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애정은 작고 사소한 오해로 순식간에 변한다.


영화 O에서의 장면과 꽤나 유사한 듯한 설정이 있지만, 고등학생이 아닌 11살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 뉴 보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공감이 가고 가슴이 아프다.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상황이 돼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미리 결정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래서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도, 약간의 실수나 틈을 보이는 순간을 미리 예상했다는 반응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더 불우한 학생들

얼마나 함축적인 말인가. 그 어떤 부분에서도 딸리지 않는 우수한 학생에게 단지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한계를 결정하는 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흑인은 가난하고 열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오세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디의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오세이는 다른 백인 아이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절대로 자신들의 서클 안쪽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는 백인 아이들.
디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미는 디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느낀 불쾌감을 이야기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 절대 끼워주지 않는 아이들


먼저 살던 뉴욕에서의 기억들과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들 속에서의 기억.
둘 중 어느 기억이 더 소중할까. 소년 오세이와 소녀 디의 힘겨운 오후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원래 살던 동네에서도 오세이는 같은 취급을 받았다.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다는 걸 떠올리는 오세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해를 풀고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아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건 교사들이었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가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오세이의 상황을 공감하기보단, 역차별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펜스를 세우는 모습은 이미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역차별로 몰아가는 상황은 아직도 차별과 혐오에서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하루의 마지막은 이렇게 엉망이 되어간다.


오셀로보다 더 강렬하고, 아프게 다가왔던 소설 뉴 보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호가스 출판사라는 이름답게 파격적인 기획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다른 책들은 어떨지 더 궁금해진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인 앤 타일러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마거릿 애트우드의 템페스트, 요 네스뵈의 맥베스, 길리언 플린의 햄릿이 특히 흥미진진해 보인다.


보라색 표지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때론 신비롭지만, 고독하고 외롭기도 하며, 화합과 치유를 뜻하기도 하는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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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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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낸시에 이은 엘렌 심 작가의 차기작 환생동물학교


엘렌 심 작가의 전작 고양이 낸시는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는 따스함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쥐 마을에 어느 날 버려진 새끼 고양이는 총체적 난국이지만, 너무나 귀여운 낸시의 모습에 쥐 마을의 모든 사람들은 납득해버리고 만다. 자랄수록 쥐와는 확연하게 다른 고양이의 모습으로 자라는 낸시지만, 정작 더 초조해하는 건 쥐 마을 사람들이었다. 자신들과 다르지만, 그 모습을 서서히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또 알려주는 모습은 매우 사려 깊다.
아마도 친구가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엘렌 심 작가의 작품 고양이 낸시.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사람들과의 관계인데, 엘렌 심 작가의 작품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알려준다.
어른조차도 잘 할 수 없고,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실제로는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을 딱 집어서 전달한다. 때로는 글과 함께 한 그림의 위력이 이렇게나 크구나라고 감탄한다. 

앞서 소개했던 반려동물들의 웹툰 극한견주, 뽀쨔툰을 보면서 아마도 궁금해지는 점이라면, 그렇게나 주인을 잘 따르고, 사랑을 받고 주던 반려동물들의 사후세계는 과연 어떨 것인가이다. 
너무나 착하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은 다시 태어나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하는 작품이 바로 환생동물학교다.


반려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환생동물학교, 귀여운 스티커도 함께.


동물이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서 동물의 습성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해주는 환생동물학교. 
환생하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바로 환생동물학교라는 점에서 몇 달전 개봉했던 영화 원더풀 라이프와 비슷하다. 천국으로 가기 전 7일간 어느 공간에 있으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기억을 선택하는 과정이 있는 것처럼, 인간으로 태어나면 기억하지 못할 환생동물학교에서의 기억들.


중간 지대에 잠시 머물러있는다는 점에서 이 두 영화가 묘하게 떠오르는 환생동물학교.


그런 환생동물학교 AH-27반에 새로 부임하게 된 담임 선생님과 7명의 학생들의 하루하루는 좌충우돌이다. 
동물의 습성을 지우고 인간 생활에 익숙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지만, 처음이라서 뭐든 서툴기만 하고, 무엇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다른 동물이어서 그런지 개성과 성품이 다들 제각각인 동물 친구들.
AH-27반 친구들은 사랑하는 주인님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동물의 습성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물일 때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에게 무리하게 인간의 생활습관에 익숙해지도록 교육해야 하는지. 
하지만, 인간으로 환생할 아이의 인생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상황이다. 
늑대소녀처럼 동물일 때의 습성을 제대로 지우지 못한 채 환생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뭐든지 초짜인 선생님의 선택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독이면서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


아직 초짜인 선생님의 선택은 의외로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다독여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받고 싶은 다정한 다독임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저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감동받았다.

아이들은 때론 격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충돌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싸우고 나서, 어른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서로 화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들.
무심한 듯해도 상대가 알게 모르게 배려해주는 모습.
엘렌 심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함축적인 메시지는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배려의 매너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 

혼자 깔때기 상태로 있는 친구가 무안해 할까봐 모두 깔때기를 쓴 모습은 감동이었다.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개에게 친구가 건네는 다정한 한마디.


서로 거칠게 싸우는 것 같아도, 서로 충돌하면서 다시 사과를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배려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환생동물학교.
마음을 나눈다는 건, 상대방의 아픈 과거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는 큰 이야기를 해준다.
있는 그대로 현재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게 상대방을 위한 것이라는 건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진리.
언젠가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해 동물의 습성을 지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힘들고 슬픈 일들도 분명 있겠지만 인간이 되어서 다시 만났을 때 서로 다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화 원더풀 라이프에서의 한 장면처럼 동물이었던 과거의 기록을 볼 수 있다.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으면서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질 웹툰 환생동물학교.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의 추위를 봄처럼 녹여줄 아름다운 이야기를 꼭 읽어보시길.
아직도 겨울인가 한껏 움츠러들었던 상처 입은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줄 스토리로 가득하다.


환생동물학교의 아이들이 인간으로 환생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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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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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를 푸는 일러스트가 상징적으로 느껴지는 책. 

그래서인지, 인터뷰는 친구와 나누는 대화같이 편안하다.


유명한 만화가인 요시나가 후미의 단편집 중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3대 여성 (엄마, 할머니, 본인)과 친구들과의 일상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린 작품은 모든 내용이 가슴깊이 와닿았지만, 특히 4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공감 갔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함께 했던 3명의 친구들이 그 후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 진취적인 성격으로 높은 이상과 꿈을 가졌던 친구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치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웠다.
책 속에서 가장 공감 가는 내용은 친구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며 쓴 편지였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은 그만두지 않고 힘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괴로워서 그만둬 버리고 싶은 직장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안도 순간 모두 다 잊게 해 주는 말이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이미 막연히 느끼고 있던 직장 내 차별은 현실로 부딪치게 되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스카우트되어 간 직장의 상사는 사회 초년생에게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알아서 적응하길 바랐다. 하지만, 생전 처음 비서+관리+경리의 멀티 업무를 맡아서 잘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업무의 강도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고, 손님 접대시 차를 타고 커피잔을 설거지하면서 사무실의 모든 업무를 해내기란 무리였다.
가끔씩은 당시 화제가 되는 모 야동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알기 전부터 장부 조작의 비리를 배우라고 하곤 했다. 때로는 회장의 친인척이 무리한 결제를 요구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첫 직장에서는 하루에 한 한 번 이상 화장실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의 직장에서는 뭔가 좀 달랐을까? 그래도 오픈 마인드의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게임회사에서 여자 혼자 입사해서 많이 들었던 소리는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관리 매니저가 내 엉덩이가 크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당시 회사의 회장은 체조시킨다고 들어와서 내 허리가 뻣뻣하다며, 여자 허리가 저래서 시집은 어찌 갈까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 
때론 술자리에서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회식을 하기도 했다.
몇몇 직장에서는 여자니까 사무실 책상을 닦으라거나, 커피를 타라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던 것 같다.
어느 직종에서 일하건 일하는 여성에게 사회이든 사람들이건 관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이전에 늘 여성이라는 플레임이 우선이었고, 그러한 특성으로 색안경 끼고 평가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들. 

프롤로그 자체가 힘이 된다.


책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 각 분야에서 알려진 분들의 인터뷰였다.
영화감독, 기자, 아티스트, 에디터, 출판 업계 등등, 미혼이거나, 비혼이거나, 기혼인 다양한 여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일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친구들과 대화하듯 부담감 없이 다가왔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사람들도 비슷한 나이쯤 같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살짝 위로가 되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하다가 때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유학을 가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승부를 내기도 하는 그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길게 바라보면서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
롤모델이 없어서 직접 새롭게 도전하거나, 직장이나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래서 성공했다는 스토리나, 독하게 버텨야 한다는 류의 흔한 자기계발 서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다.
오히려 직장에서 그녀들이 겪은 일들이나,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들려주어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힘들었던 부분이나, 한계를 느꼈던 부분.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현실적인 충돌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들과의 인터뷰는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프로필로 시작한다.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그녀들.


영화에 관심 있다 보니,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와 이지혜 기자, 윤가은 영화감독의 인터뷰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백은하 기자의 인터뷰에서 그녀와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했었기에 많이 공감 갔다.
인터뷰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관련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현실적인 멘토링이 될 것 같다.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그 과정에서 했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앞으로 계속해서 일을 하기 위한 노력들은 무엇인지 먼저 경험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사회생활 초년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참 지나서 읽어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여자라는 플레임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현 영화감독과 작가.


공감이 가장 많이 갔던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가장 공감하는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중 한마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막 살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각자가 잘 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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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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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만나면 맨날 하는 이야기, 앞으로 뭐 해 먹고 사냐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언젠가 자주 보던 웹툰(제목이 생각 안 남)에서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자에게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자, 손자는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가 하시던 유언,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눈물을 흘리며, 그때부터 직업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어느 직장에 다닌다는 건, 젊은 시절엔 자신이 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착각을 갖게 한다.
처음 직장에서의 가졌던 초심의 마음가짐과 긴장감은 서서히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순간부터 태만하게 만든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얼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이직 준비 없이 막막하게 번아웃 상태에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직장을 떠나면, 일단 막막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보면 딱 좋을 책, 빅 커리어.


 빅 커리어의 단계. 

나이별로 단계가 있는데, 물론 그대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늘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가 있다.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
이 문제는 친구들을 만난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이야기해온 주제인데, 생각해보면 과연 진지하게 앞으로의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던가.
그냥 하루하루, 적응하기 바빴고, 살아가기 바빴다.
본인의 인생인데도 남의 인생처럼, 그렇게 보내온 시간들.
IMF 이후 평생직장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면서 일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는 건 아마 요즘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일에 익숙해져서 이제 좀 할만하다고 생각되었을 시점이면 현역이 아닌 관리직으로 대체되면서 서서히 정리해고가 앞당겨진다. 설상가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점에서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시점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기회조차 잘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빅 커리어라니, 그런 게 가당키나 할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구체적인 사례의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직장인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우선순위의 법칙을 요렇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줄어드는 만큼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의 준비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책은 크게 빅 커리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한 뒤, 업을 발견, 실행, 완성할 것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딱히 모르는 내용은 아니다. 
이미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꾸준히 해왔고, 직업인으로의 스킬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하지만, 아직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좀 막막한 사회 초년생이나, 직장인으로만 살다가 인생의 제2 막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책을 읽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 속에 정답은 없다.
책을 보고 본인의 커리어를 찾아서 방황하고 설계해나가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니까.
요즘은 책 속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분들이 많다. 시대가 불안하고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그런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정답을 알려주는 뉘앙스의 자기 계발서도 많이 등장하고(하지만 결코 정답이나 핵심 노하우는 책에서 빠져있다.), 사람들은 문학작품보다 그런 종류의 책을 많이 보고 있다.
어떤 책이건, 읽으면 도움이 된다. 
읽어봐야,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고,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다음번엔 비슷한 종류의 책은 피해서 읽지 않으면 된다.

이 책은 텍스트만 읽어보기보다는 커리어 코칭 강연회를 가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다양한 분들과 함께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도서관이라고 경험하고 분야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커리어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책에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책을 읽고 정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인생 선배에게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받는 조언, 빅 커리어.


책 속에서 공감 갔던 부분. 

아무리 사소한 업무를 하더라도 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며 임하면 쌓여서 업무 스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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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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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고, 책에 그려진 탐스러운 복숭아는 영화 아가씨의 하정우를 떠올리게 한다. 아니면 말고.


학창시절 국어와 문학 시간을 가장 좋아했지만, 고전 문장을 다루는 시간 혹은 시조를 읊는 시간만 되면 견딜 수 없는 따분함과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언어의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분명 국어시간임에도, 왜 따분하게만 들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문을 읽는 방법, 예전 표기법을 외우는 방법 등등에서 느껴지는 답답함과 막막함이 그렇게 만들었다.
오로지 재미나게 들었던 것들은 야사였다.

그리고 세월 지나 국립 중앙 박물관이나 덕수궁 미술관에서 당대 선비들의 그림과 글을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했을 때, 친구들과 구경하면서 든 생각은 선비들도 덕질을 하는구나. 
선비들도 매란국죽만 그린 게 아니었구나. 
오늘날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도 버금갈 정도의 아기자기한 그림이나, 문장의 내용들을 보면서,
조선을 사는 선비들의 일상이 늘 근엄하지만은 않았겠구나 싶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인증샷처럼 보이는 화려한 개인 물품들의 그림들, 화구나 진귀한 과일들을 그린 그림을 보면서 우리네 일상생활과 그들의 일상생활도 별다를 게 없었구나를 느꼈었던 전시회였다.


선비의 덕질 클래스를 잘 보여줬던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인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실은 그 이외에도 여러모로 멋진 전시)


조선시대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이 없는지라, 그나마 열심히 읽었던 건 몇몇 손꼽히는 사람들의 책들뿐. 이덕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물론 기억하고 있을 리도 없고, 알고 있지도 못했다.
알아낸 사실이라곤,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라는 것과 유명한 책덕후에다가 단 음식을 좋아했다는 점이었다. 그의 호가 오죽하면 선귤당이겠는가. 단 귤을 좋아하는 선비라니, 왠지 공감 간다. 
(그래서 책표지가 탐스러운 복숭아인 것인가 수긍이 간다.)

문장의 온도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 아닐까 하고 착각을 했지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자고로 최고의 글쓰기의 스승은 많이 쓰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좋은 문장을 많이 접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은 늘 좋은 문장의 책을 읽는 것을 권장하셨고, 통신체와 줄임말 등이 만연한 유행 소설들을 읽는 걸 좋지 않게 생각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의 온도는 간결한 문장과 담백한 표현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일상을 표현한 그의 문장들은 참 아름답다.


어찌 보면 이 책은 책 덕후인 조선의 실학자 이덕무의 마니아인 한정주 고전연구가의 애정 어린 책이다.
책덕후를 책덕후가 소개하는 책이라니, 참으로 흥미롭지 아니한가.
수능세대라 원문으로 이덕무 문장의 아름다움을 직접 해석하고 공부하는 흥분을 함께 느낄 수 없는 아쉬움이 크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정화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얼마나 복잡하면서도 뜻이 잘 전달되지 않는 문장에 오염되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몇 번을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쫓기듯 이 책을 읽지는 마시라 권하고 싶다.
정말 고요한 어느 날 밤,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이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책은 이덕무의 소품문인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의 문장들로 이목구심서의 문장들은 대부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선귤당농소의 문장들은 표현을 참 맛깔스럽게 잘했다. 
후자의 문장들을 읽으면 이덕무가 이 글을 작성할 때 당이 몹시 당겼나 보다 싶을 정도로 배가 고파진다. 
그만큼 문장의 표현력이 선명해서 그린 풍경이 눈에 확 떠오른다.

가장 공감 가는 문장들, 혹은 다정하게 토닥이는 문장들은 4장 '세상에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않겠다'에 가득했다. 그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체가 있어서 글은 귀중한 법이고, 

그런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는 문장.


조선의 선비가 전하는 셀프 위로의 방법 책. 무언가 우아함이 느껴진다.


요즘 시대에 살았으면, 너무나 잘 살았을 시대의 선구자 이덕무. 

이미 최근 트렌드인 나 홀로 놀기의 달인이 아니던가.


독서와 가난, 웃음에도 등급과 품격이 있다니 역시 선비의 글답다.


인생을 이미 먼저 산 선배의 느낌이 드는 문장들.


유난히 춥고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 잠들기 전 한 문장씩 아껴서 정독하거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읽어도 좋은 문장들이 가득한 책이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귤차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 선귤당농소가 더 읽고 싶어진다. 이유는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 그렇지만, 표지의 먹음직스러운 복숭아를 보면서, 아가씨의 하정우를 떠올리는 나는 틀렸다. 


잘 익은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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