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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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를 푸는 일러스트가 상징적으로 느껴지는 책. 

그래서인지, 인터뷰는 친구와 나누는 대화같이 편안하다.


유명한 만화가인 요시나가 후미의 단편집 중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라는 작품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3대 여성 (엄마, 할머니, 본인)과 친구들과의 일상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린 작품은 모든 내용이 가슴깊이 와닿았지만, 특히 4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공감 갔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함께 했던 3명의 친구들이 그 후 각자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중학교 때까지 진취적인 성격으로 높은 이상과 꿈을 가졌던 친구들이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치면서,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웠다.
책 속에서 가장 공감 가는 내용은 친구들에게 결혼식에 참석해달라며 쓴 편지였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일은 그만두지 않고 힘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괴로워서 그만둬 버리고 싶은 직장도 
앞날이 보이지 않는 불안도 순간 모두 다 잊게 해 주는 말이었다.


대학 졸업 전부터 이미 막연히 느끼고 있던 직장 내 차별은 현실로 부딪치게 되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스카우트되어 간 직장의 상사는 사회 초년생에게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알아서 적응하길 바랐다. 하지만, 생전 처음 비서+관리+경리의 멀티 업무를 맡아서 잘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업무의 강도도 높았지만, 무엇보다 적성에 전혀 맞지 않았고, 손님 접대시 차를 타고 커피잔을 설거지하면서 사무실의 모든 업무를 해내기란 무리였다.
가끔씩은 당시 화제가 되는 모 야동을 찾아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업무를 제대로 알기 전부터 장부 조작의 비리를 배우라고 하곤 했다. 때로는 회장의 친인척이 무리한 결제를 요구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해서, 첫 직장에서는 하루에 한 한 번 이상 화장실에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후의 직장에서는 뭔가 좀 달랐을까? 그래도 오픈 마인드의 직장이라고 생각했던 게임회사에서 여자 혼자 입사해서 많이 들었던 소리는 외모와 관련된 이야기였다. 
관리 매니저가 내 엉덩이가 크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당시 회사의 회장은 체조시킨다고 들어와서 내 허리가 뻣뻣하다며, 여자 허리가 저래서 시집은 어찌 갈까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 
때론 술자리에서 여자가 있어야 분위기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회식을 하기도 했다.
몇몇 직장에서는 여자니까 사무실 책상을 닦으라거나, 커피를 타라는 건 그나마 양반이었던 것 같다.
어느 직종에서 일하건 일하는 여성에게 사회이든 사람들이건 관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이전에 늘 여성이라는 플레임이 우선이었고, 그러한 특성으로 색안경 끼고 평가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들. 

프롤로그 자체가 힘이 된다.


책은 평범한 직장인들이라기보다는 문화 예술 각 분야에서 알려진 분들의 인터뷰였다.
영화감독, 기자, 아티스트, 에디터, 출판 업계 등등, 미혼이거나, 비혼이거나, 기혼인 다양한 여자들의 인터뷰.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비슷한 또래 여성들의 일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친구들과 대화하듯 부담감 없이 다가왔다. 업계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한 사람들도 비슷한 나이쯤 같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살짝 위로가 되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하다가 때론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유학을 가기도 하고, 프리랜서로 승부를 내기도 하는 그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길게 바라보면서 일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다.
롤모델이 없어서 직접 새롭게 도전하거나, 직장이나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래서 성공했다는 스토리나, 독하게 버텨야 한다는 류의 흔한 자기계발 서적인 내용이 아니어서다.
오히려 직장에서 그녀들이 겪은 일들이나,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들려주어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힘들었던 부분이나, 한계를 느꼈던 부분. 하고 싶은 일을 했지만 현실적인 충돌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분들과의 인터뷰는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프로필로 시작한다.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는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려는 그녀들.


영화에 관심 있다 보니,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와 이지혜 기자, 윤가은 영화감독의 인터뷰에 더 집중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특히 백은하 기자의 인터뷰에서 그녀와 비슷한 고민들을 많이 했었기에 많이 공감 갔다.
인터뷰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관련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많은 분들에게 현실적인 멘토링이 될 것 같다.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업을 어떻게 발전시켜왔는지, 그 과정에서 했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왔는지. 
앞으로 계속해서 일을 하기 위한 노력들은 무엇인지 먼저 경험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자. 
개인적으로 사회생활 초년생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참 지나서 읽어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여자라는 플레임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현 영화감독과 작가.


공감이 가장 많이 갔던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마지막으로 가장 공감하는 백은하 배우 전문기자의 인터뷰 중 한마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기하고 막 살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는 거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각자가 잘 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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