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보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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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 판 오셀로인 뉴 보이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주변에서는 늘 외향적이길 강요당했다. 

아이들과 어울려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것보다 책이 좋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기에 늘 처박혀 있었다. 특히 2차 성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면서부터 5학년 이후부터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성격과 외형의 변화로 많이 민감해졌었다. 초등학교 6학년쯤 돼서는 사춘기 초반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늘 사람들 곁에 있기보다는 한 발자국 뒤에서 있었다. 뭔가 주목받는 것도 싫고, 그냥 조용히 자기만의 세상에 있고 싶은 아이였다. 
그래서 늘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했고, 이질감을 느꼈다.

사회 속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질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주제의 작품을 꾸준히 써왔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섬세한 심리묘사와 역사적 사실과 함께 뛰어난 상상력에 감탄했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화제를 모았다.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 주연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얼마 전 재개봉되기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 왕따를 경험해 본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익숙하고 친숙한 환경에 있다가 새로운 환경으로 갈 때쯤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각 교육과정에서 새 학년 새 학기, 사회 나와서는 첫 직장의 순간은 꽤나 많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상상, 가슴 두근거림도 있지만, 그거보다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항상 앞섰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새 작품인 뉴 보이는 워싱턴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더듬어서 작성했다고 한다.
그리고 호가든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오셀로를 선택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1970년대 워싱턴 교외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백인들이 가득한 학교에 전학 오게 된 흑인 소년 오세이는 바로 이런 새롭고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직업이 외교관이라 잦은 전학을 해온 소년은 이미 적응 방법과 요령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첫 시작은 늘 힘겹기만 하다.
긴 시간도 아닌 전학 온 하루를 수업시간 전, 오전 휴식시간, 점심시간, 오후 휴식시간, 방과 후 5개로 나눠서 진행된다. 책을 읽다 보면 하루인데도, 참 길게 느껴진다. 진행되는 사건과 시간은 단순한데, 오고 가는 대화와 시대적 배경은 묵직하다.

왜 지금, 하필이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우선이기도 하겠지만, 요즘의 미국의 상황을 우려하기에 그 시대를 배경으로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0년대는 체제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흑백차별 금지, 흑백 평등을 주장하고 공권력 남용에 무장 방어를 추구하는 블랙 팬서 운동이 활발했을 시기였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백인들은 흑인들에게 역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며 그들을 더욱 배척한다. 현재 미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어디에서도 소수자들에 대한 갈등과 차별, 혐오의 상황은 심화되고 있기에 선택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뉴 보이는 흑인이면서 성소수자인 주인공의 성장통 과정을 그린 문 라이트와 오셀로의 현대적 해석 영화인 O를 떠오르게 한다.


흑인이지만, 아버지가 외교관인 엘리트 그룹에 속하지만 백인들 사이에서 겉돌고, 차별 대우는 여전하다. 오세이의 전학 첫날 학교의 퀸카인 디는 첫눈에 그에게 매료당한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오세이를 챙겨주게 된 사려 깊고 매력적인 디는 대화하면서 한층 더 오세이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오세이가 관심과 화제의 중심에 있게 되면서 기존에 백그라운드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이언은 계략을 꾸미게 되고 실행에 옮기게 된다.
인종을 뛰어넘은 우정과 애정은 작고 사소한 오해로 순식간에 변한다.


영화 O에서의 장면과 꽤나 유사한 듯한 설정이 있지만, 고등학생이 아닌 11살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인 뉴 보이.


소설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 공감이 가고 가슴이 아프다. 
단 한 번이라도 이런 상황이 돼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미리 결정된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래서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도, 약간의 실수나 틈을 보이는 순간을 미리 예상했다는 반응은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더 불우한 학생들

얼마나 함축적인 말인가. 그 어떤 부분에서도 딸리지 않는 우수한 학생에게 단지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한계를 결정하는 이 말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흑인은 가난하고 열등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교사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오세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디의 관심을 받는 것만으로도 오세이는 다른 백인 아이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절대로 자신들의 서클 안쪽으로 들여보내지 않으려 하는 백인 아이들.
디의 가장 친한 친구인 미미는 디에게 노골적으로 자신이 느낀 불쾌감을 이야기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에 절대 끼워주지 않는 아이들


먼저 살던 뉴욕에서의 기억들과 자신과 피부색이 같은 사람들 속에서의 기억.
둘 중 어느 기억이 더 소중할까. 소년 오세이와 소녀 디의 힘겨운 오후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원래 살던 동네에서도 오세이는 같은 취급을 받았다. 

같은 피부색의 사람들 속에서 자연스럽다는 걸 떠올리는 오세이.


아이들보다, 어른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해를 풀고 서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아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건 교사들이었다.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가 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오세이의 상황을 공감하기보단, 역차별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펜스를 세우는 모습은 이미 어디선가 많이 본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역차별로 몰아가는 상황은 아직도 차별과 혐오에서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하루의 마지막은 이렇게 엉망이 되어간다.


오셀로보다 더 강렬하고, 아프게 다가왔던 소설 뉴 보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꼭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호가스 출판사라는 이름답게 파격적인 기획 셰익스피어 시리즈 중 다른 책들은 어떨지 더 궁금해진다. 잘 알고 있는 작가인 앤 타일러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마거릿 애트우드의 템페스트, 요 네스뵈의 맥베스, 길리언 플린의 햄릿이 특히 흥미진진해 보인다.


보라색 표지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때론 신비롭지만, 고독하고 외롭기도 하며, 화합과 치유를 뜻하기도 하는 보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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