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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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존 그린의 신작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마리 로랑생의 키스를 떠올리게 한다.


존 그린의 소설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너무나 유명한 영화 "안녕, 헤이즐 (원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실은 신파 멜로물은 좋아하지 않아서 나중에서야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그냥 그런 하이틴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생각보다 깊이 있으면서, 반전 있는 영화여서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오, 좀 신선한데? 그 이후로 존 그린이라는 작가를 주목하게 되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가 얼마나 유명한지, 최근 본 앤트맨 앤 와스프에서도 주인공이 그 책을 읽는 장면이 있을 정도니까.


유명한 vlogger이기도 한 작가 존 그린의 전작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는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화제를 모은 베스트셀러이다.


그 이후로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의 후속작이자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가 확정된 작품인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나오는 한 문구를 따서 만들었다면, 이번엔 스티븐 호킹이 한 말이라고 하는 저 문장을 제목으로 한 작품인데, 그림을 보면 뭔가 좀 심오하게 빨려 들어간다.


존 그린의 소설의 제목은 로맨스 소설 제목이라기엔 뭔가 평범하지 않다. 

문학 작품의 문장 중 하나이거나, 철학적인 문장 중 하나이거나.


이번 작품에서는 불안장애(?명확한 명칭을 잘 모르겠다.)와 강박 증상에 시달리는 16살의 고등학생 에이자가 주인공이다. 현대인의 가장 대표적이면서 커다란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을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소설은 손뼉 쳐 줄만하다.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힘겹게 일상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공감하실 정도로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해놓았다. 어떻게 그 상황과 생각에만 빠져들어서 다른 것을 할 수 없는지.
왜 불안해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상세히 적어놓은 소설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아주 예전에 신입생 시절 날 아끼던 선배가 해줬던 한마디가 떠올랐다.


고민은 하되, 고민 속에 빠지지 말렴.

하루하루가 걱정의 연속이고, 뭘 하던 고민의 연속인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뭐가 진실인지 가치관의 혼란이 한꺼번에 왔던 대학시절은 그야말로 카오스의 연속이었는데, 매번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는 날 보며 선배가 했던 말이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누구의 장단에 맞춰야 할지가 늘 고민이었던 시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주인공 에이자는 때로는 감당하지 못할 불안과 강박 장애에 시달려서, 살아가는 게 버거운 소녀다.
반창고를 붙인 자리를 통해서 바이러스가 감염돼서 죽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상황이 정말 생생하게 느껴진다. 때론 거울 속에 무한대로 보이는 내 모습을 보듯 보이는 상황들은 마치 책표지의 나선 모양처럼 계속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드는데, 그 생각에서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다.
이런 그녀지만, 매사 조금은 쿨한 단짝 친구 데이지와 우연히 어린 시절 잠시 알고 지냈던 데이비스의 아빠가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린 채 쫓기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 에이자의 불안과 강박 증상을 잘 보여주는 대목. 

근데, 실제로 저런 생각 한 번쯤 머릿속으로 한 적 있지 않나요?


그리고 데이지는 엉뚱하게도 데이비스를 만나서 단서를 찾아, 현상금을 타자고 한다. 그럴 의도로 데이지와 에이자는 데이비스에게 접근하게 되고, 이미 그런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어서 인간 불신의 상황에 와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스는 에이자를 관심 있게 쳐다본다. 
그 누구도 믿고 의지할 수 없고,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이 자신을 보는 건지, 그 뒤의 배경을 보는 건지 모르겠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데이비스와 침투적 생각을 하게 되면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에이자는 서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부모 중 한쪽이 없다는 사실.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어릴 적 만났던 사람이라는 점이 주는 안도감(?이라기엔 이미 데이비스가 에이자와 데이지가 가진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 때문인지 몰라도 둘은 계속해서 끌리게 된다.
둘이 주고받는 메시지, 그리고 데이비스가 sns에 올린 글들을 보면 나이보다 너무 성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이 또래의 대화라기엔 너무 철학적인 대화가 오고 간달까.


명언들을 포스팅해놓으면서 sns에 적는대서 

뭔가 남들과 다른 애어른의 감성이 느껴진다.


서로 끌리지만, 좋은 분위기가 되어 서로 함께 있을 때 에이자가 느끼는 불편함과 헤어 나올 수 없는 불안증은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키스를 하건, 몸에 터치가 있을 때마다 머릿속에 저런 생각들로 지배당한다니. 처음엔 책을 읽다가 맥이 확 빠지기도 했지만, 언젠가 이 정도는 아니지만, 첫 키스를 하면서 들었던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해서 공감이 갔다. 
너무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떨어져서 문자나 화상 통화를 통해서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더 가깝게 느끼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현대인들은 대다수가 그러하지 아니한가. 마주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 메시지나 sns 댓글로 소통하는 게 더 편하고, 핸드폰 안에 모든 인간관계와 즐길 거리가 있는 사람들.


이런 달콤한 분위기와 대화로 좋게 흘러가는 것 같다가도, 

상황은 금세 변하기도 한다.


가까워지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두 사람 사이.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언젠가 개봉했던 원더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선천적 장애가 있는 주인공과 함께 하는 가족과 친구들 간의 이야기를 다뤘던 그 이야기와 살짝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여주인공 에이자가 데이비스를 만나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두 사람이 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물론 성장에는 늘 그렇듯이 이별과 아픔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그 후 또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은 슬픔에 잠식되어 버릴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아픔과 함께하는 법을 익히게 된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던 아빠가 죽고 난 뒤, 

엄마와의 관계가 쉽지 않은 주인공 에이자.


영어덜트 소설임에도 이 작품이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애어른 같은 대사들 외에도 각종 문학작품과 명언에서 옮겨온 고급진 문장들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공감 가는 문장이 많았던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은 다음과 같다.
오늘 하루를 살얼음판처럼 걷는 현대인들에게 이만큼이나 위안을 주는 문장들이 있을까? 


나는 불인 동시에 불을 끄는 물이었다.

화자인 동시에 주인공, 조연이었다. 

작가인 동시에 이야기 자체였다. 

누군가의 무엇이었지만 또한 나의 나였다.

나는 왜 데이비스가 천문학에 심취하게 되었는지 
손톱만큼 이해하게 되었다.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적나라하게 밝혀지는 순간에 
일종의 안도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나선은 안쪽으로 따라가면 한없이 작아지지만, 
바깥쪽으로 따라가면 한없이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 데이비스는 진작 알았으리라.


달달한 연애소설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씁쓸함을 미리 느낀 소년과 소녀의 만남과 정신적인 성장을 다룬 소설이라 더 와닿았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당연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도 가득하다.
첫 연애의 불안불안했던 심정을 떠올리며 읽었던 소설. 
추억은 언제나 가슴속에 묻은 채로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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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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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자유를 위해 소련에서 망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문득 떠올랐던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처음 책을 보았을 때 700페이지 가량의 두께에 압도당하고, 소설에서 등장하는 핵심적인 것들을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가득한 번쩍번쩍한 표지에 매료되었다. 
과연 나는 이 책을 얼마 만에 읽을 것인가, 살짝 고민되었지만. 
일단 그런 걱정은 살짝 접어두시기 바란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에이모 토울스의 이 작품은 잘만 집중하면 단 하루 만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페이지 터너이기 때문이다.

케네스 브래너가 TV 드라마로 제작하고 주연한다는 작품이라니 어떤 작품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더군다나 문학에 재능이 있지만,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라니. 
더군다나 처음 보는 작품이었지만, 살짝 읽은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현실감과 스토리텔링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이 작품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러시아의 작가와 지식인들이었는데, 노벨문학상을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작품 닥터 지바고였다. 
격동과 혼란의 시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영국 드라마 다운튼애비도 연상되었다.
타이타닉 침몰부터 시작되는 스토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귀족들의 몰락 및 계층의 붕괴, 새로운 시대에 재빠르게 적응하거나 변화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하인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트로폴 호텔이라는 한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시대상을 다루고 있기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강하게 떠오르기도 했다. 


수염이 잘 어울리는 신사인 케네스 브래너가 주연이라니, 

금융맨 에이모 토올스의 두 번째 장편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 지식인들이 생각나는 작품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작품 닥터 지바고, 솔제니친도 연상되기도 한다. 

극중 실제 격동기의 러시아의 상황과 실제 인물들이 나오기에 허구임에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격동의 시대상, 특히 계층의 붕괴를 다룬 영국 드라마 다운튼 애비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른다.


소설은 1922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알렉산드로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인민위원회에서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 종신 연금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2번의 혁명과 전쟁,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상황을 겪은 조국의 상황은 예전 같지 않다. 
메트로폴 호텔에서 늘 기거했던 스위트룸이 아닌 창고로 쓰이는 작은방에서 살게 된 로스토프 백작.
모든 소유물들은 인민의 자산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시대에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처지에 좌절할 만도 한데, 그는 당테스처럼 복수자로 살기 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생존하기를 선택했다.


새로운 시대에 구시대의 악습을 대표하는 인물이 하루아침에 되어 버린 

로스토프 백작.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


그는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에 비관하기보다, 상황을 이용해서 살아남기로 한다. 
처음엔 자신을 중요 인물로 대해주고 친절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점차 잊혀 가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호텔 안의 투명인간이 돼가는 걸 경험하면서 자살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메트로폴의 호텔에 대해서 잘 알고, 중요 만찬을 여러 번 치러본 사교술이 있는 로스토프 백작은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십분 발휘해서 호텔 레스토랑의 웨이터로 활약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새로운 세대를 살아가는 꼬마 숙녀 니나와 만나 호텔의 구석구석을 함께 모험하기도 하고, 유명 여배우인 안 나와 하룻밤 연인이 되기도 한다.


호텔에 있던 꼬마 숙녀 니나는 로스토프 백작과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눈다.


가택연금으로 급변하는 시대에도 호텔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던 그의 운명은 저주일까, 차라리 축복받은 삶이었을까. 소설을 읽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격변과 혼돈의 시기에 좌절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되도록 적응하면서 살아야 할 것인지 말이다. 대다수는 살아남기 위해 후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공산당 간부에게서 프랑스어와 영어, 서구문화에 대한 가정교사를 하기 전에, 간부와 로스토프 백작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역사 학도로서,
그리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상황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 내몰리는 것과 상황을 잘 감수해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급변하는 시기에 살아가는 백작의 머릿속.


생계를 유지하는 삶이 과연 인생의 본질일까? 

책을 읽다 보면 그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앞의 격변기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만큼이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의 삶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실제 사건과 배경 사이에서 잘 짜인 허구는 차라리 현실처럼 다가온다. 
격변기에 좌절해서 자신을 내던지기보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지배하면서 빠르게 적응해나가면서도 기본적인 삶의 태도나 품격은 결코 버리지 않는다. 
신사와 귀족이 품격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니나의 딸 소피아와 함께 하면서, 로스토프 백작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인지, 소설 후반부에 마치 쇼생크 탈출을 방불케 하는 로스토프 백작의 활약상이 더욱 재미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소설을 읽어보시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가택연금과 세월의 흐름으로 의기소침해졌을 만도 한데, 30여 년이란 긴긴 세월 동안 그는 호텔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함께 유기적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 숨 쉬었다. 700페이지 때론 느긋하게, 때론 숨 가쁘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도저히 2번째 장편소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노련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작가의 우아하고 품격 있는 스토리텔링을 마치 앤티크 의자에 앉아서 듣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긴 호흡이지만, 점차 빠져드는 에이모 토올스의 문체에 푹 빠져들 것이다.

몰락한 귀족의 이야기를 잘 다루기도 했던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일까 생각했다가, 완전히 다른 느낌에 감동받았다. 
시대에서 잊힌 유물이 되기보다,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귀족 신사의 삶의 방식.
케네스 브래너의 TV 드라마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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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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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40살 정도지만, 실은 400살 넘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시간을 멈추는 법


이 소설을 읽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무래도 요즘 가장 바쁜 배우 중에 하나인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 영화화가 확정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이 멋진 배우가 출연을 확정한 소설이라니! 
어떤 소설인지 궁금한 게 사실이다.
작가 매트 헤이그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 국내에 벌써 8편이나 소개된 작가이고 20대의 우울증에 대한 경험을 쓴 "살아야 할 이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소설가였다. 또한 영국의 판타지 동화작가로도 유명한 분인데,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신 경험이 작품 대다수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주로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이 다루는 듯한데, 이번 작품인 시간을 멈추는 법에서도 그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잘생김을 연기하는 컴버배치가 주연 확정되었다는 이번 작품. 

작가 매트 헤이그는 우울증을 글쓰기와 독서로 극복했다고 한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겉보기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지만, 실은 439살이나 먹었다고 주장한다. 
평범한 인간보다 15배나 노화의 속도가 느려서, 남들보다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남자가 있다. 
그가 다시 미국에서 런던으로 새로운 삶을 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생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꾸준히 여러 작품 속에서 등장한 주제이다. 
즉, 새로울 것이 없는 스토리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주로 집중한 포인트는 너무나 흔한 주제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해냈을까였다.
그리고 작품은 기존 작품들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비교적 덤덤하게 한 남자의 인생사를 풀어놓는다.


영생에 대한 부분을 다룬 건 영화 아델라인 : 멈쳐진 시간, 터크 에버래스팅과 유사한 스토리지만,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도 살짝 유사한 스토리라인이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과 영생을 사는 남자 주인공과 수사물과의 만남이 있는 미드 뉴 암스테르담과 포에버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지켜야 할 법칙일까? 400년 전 프랑스에서 태어난 어느 한 남자의 이야기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주인공이 겪어온 험난한 인생사를 보여준다. 
중세 시대에 프랑스에서 태어나 종교전쟁으로 런던 쪽으로 넘어와 마녀사냥 시대에, 나이를 먹지 않는 아들과 함께 살아서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온갖 질병이 팽배하던 시대에 사람들이 쉽게 죽어나가는 게 일상이던 어둡던 시대에 만났던 영원한 첫사랑 로즈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상세히 그려져 있다. 운명처럼 그녀와 마주쳤던 순간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진 못했지만, 로즈와 그녀의 동생 그레이스와 함께 했던 그 순간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이었으리라.
몇 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외모는 눈에 띌 수밖에 없고, 정착을 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을 떠나서 살게 되고, 그의 영원한 사랑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첫사랑 로즈가 죽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던 주인공 톰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서 살아간다.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죽던 시대에 결혼해서 낳은 아기는 건강했지만, 로즈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돌며 살던 톰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오마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영원히 사는 자신의 상황이 궁금해져서 당대 유명한 의사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프리메이슨처럼 비밀결사단 같은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라는 조직의 수장 헨드릭과 아그네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조직의 일원이 되게 된다. 바로 자신의 체질을 물려받은 딸 매리언을 쉽게 찾기 위해서. 조직의 일원이 되면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데, 8년을 주기로 다른 곳에서 새 출발해야 한다는 것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정착하지 못한 채로 유령같이 떠도는 삶을 사는 톰은 런던에서 역사 선생님으로 새 출발하면서 마주치게 된 프랑스어 선생인 카미유에게 다시 끌리게 된다. 하지만,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의 규칙과 과거에 떠나보낸 첫사랑에 대한 죄책감으로 쉽게 사랑을 시작할 수가 없다.

톰이 매리언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은 살짝 흥미롭다.
마치 영국 드라마 닥터 후처럼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그 시대의 중요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가장이지만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그냥 평범한 러브스토리이기보다는 시대극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어딘가에도 속하지 못한 채 떠돌면서 앨버트로스 소사이어티 속에서 단순한 재미와 쾌락에 집착하며 살아가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톰은 소설 후반부, 한때 친구였던 오마이와 마주치면서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된다.


런던에서는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함께 일하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그 유명한 스콧 피츠제럴드와 마주치기도 한다.


작가는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쓴다.
결국 소설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톰이 자신에게 저주처럼 주어진 인생을 다시 새롭게 자유를 찾아가면서 끝맺음을 한다. 과거에 묶이기보단, 현재에 충만한 삶이 자유로운 삶이라고.


세상에는 오직 현재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제는 분명해졌다. 현재는 매 순간 속에서 영원히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살아야 할 현재가 많이 남아있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간의 지배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면 비로소 시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나는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거고. 왜?
내가 바로 미래니까.

중세와 격변기의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등 시공간을 넘어선 다양한 배경이 많아서, 영상화되었을 때 어떨지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애절한 사랑을 하는 고독한 남자로 나온다니, 어서 빨리 마무리되어 개봉되었으면 좋겠다. (현대극, 시대극 코스프레 몹시 기대된다.)
새로울 것이 없을 스토리 라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소설이다.


첫 사랑 로즈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는 자꾸만 영국드라마 닥터후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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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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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이케아 링곤베리 원액. 폐장 시간 후 동물원이라는 밀실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인간 사냥을 그린 작품


아주 예전에 미국 드라마에 푹 빠졌을 때, 한번 중독되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드라마에 푹 빠졌었다. 그 드라마를 보기 위해 모 커뮤니티에도 가입하고, 며칠 밤을 새워서 꽤 적지 않은 편수인 그 드라마를 한 번에 감상하기도 했다. 
그 드라마는 24였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주인공이 24시간 동안 겪는 일을 1시간 단위로 끊어서 방영해줬던 드라마다. 대통령 암살을 둘러싼 잭 바우어 요원의 고군분투기인데, 테러리스트에게 아내와 딸을 함께 납치당하고 그 와중에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강요까지 받는다. 
대통령 암살을 막음과 동시에 사랑하는 가족까지 구해야 하는 잭 바우어의 고생바가지 행진의 스토리지만, 당시엔 처음 보는 드라마여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으로 한편씩 감상했다. 
지금이야 아류작들도 많고 24도 시즌을 거듭해가면서 시시해지긴 했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상황과 말을 너무나 듣지 않는 트러블 메이커 딸이었다.
아무리 말을 안 듣는 시기라도 고구마 100개가 체한 듯한 느낌의 반항기의 딸내미가 압권이었달까?
특수요원들의 딸내미들은 왜 그렇게 납치를 잘 당하는 건지. 테이큰 시리즈만 봐도 그렇고.
부성애를 앞세운 전직 요원들이 딸을 구하는 일도 이렇게나 힘겹다.


드라마 24가 신선했던 느낌은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1시간 단위의 실시간 드라마였다는 사실이다.


잭 바우어도 브라이언도 특수요원인데, 항상 딸내미가 이유 없이(물론 이유가 있다.) 납치당한다.


작품상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구절.


오늘 소개할 책은 평범한 한 아이의 엄마인 조앤이 어린 아들인 링컨과 폐장 시간에 가까운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완벽하게 고립되어 약 3시간 동안 추격당하며 생존하는 내용이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공간인 동물원.
아이와 함께 있다가, 폐장 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동물원을 나가려던 조앤은 우연히 총소리와 함께 그곳에 총을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그리고 동물원 바깥에 있는 남편에게 문자를 넣어서, 남편을 안심시킴과 동시에 동물원 안의 상황을 알려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폐장한 동물원에 남아, 로비와 마크 패거리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다. 정확하게는 묻지 마 살인의 희생양이 되어 추격당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추격자들에게 쫓기게 되는 상황에서 마치 폭탄같이 언제 울거나 칭얼거릴지도 모를 아이를 달래고, 지키면서 그녀는 이동한다.


소설은 시간과 사건이 길게는 30분가량 짧게는 10분가량으로 진행된다.
조앤과 링컨, 케일리라는 10대 소녀, 마거릿이라는 할머니, 그리고 이들을 쫓는 로비와 마크의 시점으로 바뀌는데, 쫓기는 사람들과 쫓는 사람들의 시점으로 나눠서 읽으면 좀 편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폐장시간 후 동물원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 사람들을 마치 사냥하듯 쫓는 사회 부적응자 혹은 사이코패스들을 다루는 스토리로 점차 진행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엄마가 아들과 함께 묻지마 범죄자들에게 쫓기면서, 철모르는 아들을 달래기도, 소리 내지 말라며 인내심의 한계를 참으면서 이동해 가는 과정은 참 눈물 난다. 


폐쇄된 공간인 동물원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기면서 아이를 홀로 지키는 그녀에겐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기 싫어도, 그들과 함께 잠시 스쳐갔던 사람들의 최후나, 갓난아기와 함께 추격당하는 엄마나 그 후의 상황들을 보면서 조앤은 점차 아이와 함께 생존을 목표로 하다가 점차 아이를 지키기 위한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또한 갓난아기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엄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녀가 처한 상황을 비슷하게 겪게 되자 그 선택도 이해하게 된다. 자신 또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결국 같은 선택을 해야 했기에.


쓰레기통에 방치된 아이를 보고 기겁했던 조앤은, 갓난아기의 엄마가 겪은 상황을 곧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중간에 잠시 마주치는 케일리와 마거릿이라는 타인도 처음엔 쉽게 믿지 못하고, 이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그나마 통제 가능한 아들 외에 타인들과 함께 한다는 게 버겁고, 생존하기 위해 흩어지는 걸 선택하기도 한다. 
목숨에 위협받는 상황일 때 인간이 얼마나 초인적인 힘과 머리를 써서 상황을 파악하고 냉정해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이기도 하다. 살기 위해 때론 다른 생명이나 상황을 그냥 지나쳐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엄마와 아들 간에 보이지 않는 연결점을 다룬 상황을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언젠가 엄마에게 사고가 났을 때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이들이 일탈하면서 결국 무시무시한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을 다루기도 했다. 
잠시 옛 스승과의 조우에서 갱생의 기회를 마다하기도 한 로비가 한순간에 잘못된 선택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상황은 어쩌면, 이들을 외면한 사회의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사회의 외면을 받은 이들은 결국 모여서 현실과 가상을 구분 못하는 일탈을 꿈꾼다.


추격에 쫓기면 쫓길수록 그녀는 상황에 필요한 것들을 냉정하게 파악하면서 사태를 해결한다.


그 어느 곳도 테러나 묻지마 살인에서 안전할 수 없는 현실과 일상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동물원이라는 가족의 일상을 보내는 장소가 폐쇄된 상황에서 얼마나 무서운 장소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평범한 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생존을 위해 냉정하게 변모해가는 과정을 다루기도 했기에,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실은 일상생활 속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는 누군가 중 하나이고, 사회와 부모에게 외면당한 어느 누군가의 한순간 일탈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멋진 작품이다.
드라마 24시간 만큼이나 심장이 쫄깃해지지는 않지만, 급박한 상황과 실처럼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인 상황이 매력적인 밤의 동물원.
동물원이든 어디든 폐장 시간 되기 전에 여유롭게 나가자는 깨알 같은 교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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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유정아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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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부터 타인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 

부모나 친구의 관심과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혼자가 더 편했지만 늘 외향적인 성격으로 살기를 강요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런 건 진짜 내 모습이 아닌데, 괴리감에 괴로워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상대와 상황에 따라 가면을 쓰고 사는 게 편해서,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참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타인에게 맞춰 살다 보니,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는 늦은 나이의 방황이었다.

뭘 해야 좋은지 모르겠는 어른의 사춘기란, 참 우울하다.
질풍노도처럼 감정이 몰아치던 유년기 시절 사춘기와 달리 그냥 마냥 우울하다.
나이 들면, 누군가에게 나 우울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주변에 모두들 우울한 사연이 있고, 어릴 때처럼 선뜻 날 위해 시간을 내줄 누군가도 서서히 사라져가는 시기이다.
누구나, 훗날 자신이 이런 모습이 되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 어떡하지라고 막연히 걱정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우울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나날 중 제목이 마음에 와닿아서 읽게 된 <시시한 사람이면 어때서>.
언젠가, 브런치에서 읽었던 <소비에 실패할 여유>라는 글 한 편에 울컥했던 기억이 나는데, 바로 그 작가분이 낸 책이라는 사실은 읽다가 알게 되었다.


아주 예전부터 이렇게 살아왔기에 청춘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공감 가는 내용의 책.


책은 네 개의 챕터로 되어 있으며, 

첫 번째와 두 번째 챕터가 가장 맘에 많이 와닿았다.


아마도 20대에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책이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멘토 따윈 존재하지 않았고, 대학 졸업 후 쉽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건 나의 탓으로 돌리는 주변 어른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교수님들은 매사에 너무 비관적이라고 말씀하셨고, 선배들은 너는 젊은이의 패기가 좀 부족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이 될 수 있는지, 젊은이의 패기란 게 있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현상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왜 부정적인 관점이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소심한 나는 그렇게 묻지 못했다.


너에겐 젊은이다운 패기가 부족해라는 말을 선배에게 들었을 때 묻고 싶었다. 

그게 뭔데요?


무슨 일을 할 때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상황을 둘 다 염두에 두고 일하게 되는 게 왜 태클을 거는 게 되는 건지. 직장 상사들에게도 물어보고 싶었다.
언제나 실패는 존재하는데, 그 실패에 대해서 뒷수습을 해주는 선배나 상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이에나처럼 기회를 엿보며, 내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다가 비난하고 밀어낼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었다.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선택의 결과가 최선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 적 없던 20대의 시절에 봤으면 좋았을 책.


아마도 어떤 사정으로든 꿈을 하나둘씩 포기하면서, 우리는 서서히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란 어렵다.
주변과의 비교와 남들에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나만 멈춰 서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만 마음이 불안해지고, 자신을 몰아붙이게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긴 문장은 아니지만 이건 바로 내 머리 속인가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최소한의 비용이 있어야 여유가 생긴 다는 것, 

빚을 청산하고 그제서야 퇴사할 여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또 얼마나 공감 가는가.


나를 내려놓는다는 과정은 참 어렵다. 
아마도 대다수가 그걸 경험하게 된다면 편안하게 알게 되기보단,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너무 무리해서 번아웃에 빠지거나, 힘든 상황 속에서 자포자기로 놓아버리게 된다.
과정이 쉽지 않아도 놓아 버리게 되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도 함께 찾아온다.


시시해지면 좀 어떠한가. 그만큼 내가 누구인지는 선명해질 텐데.


아주 가끔씩은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며 뭐라도 될 줄 알았어라는 푸념을 듣기도 하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누군가는 의미 있는 무엇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냥 그런 존재가 되기도 한다. 
사는 게 뭐 이러냐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그냥 막 속 답답해질 때 한 번 읽어보시라. 시시한 존재이면 어떠리.
시시한 삶도 모여서 지나고 나면 소중한 순간이 되어 있고,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인 것을.
절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속에서 당신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책이다.


작가가 가진 삶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구절.


더운 날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선풍기 앞에서 수박이나 먹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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