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렵단 말이야 맑은아이 5
양은봉 지음 / 맑은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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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5살까지 살았던 청주에 있던 주택은 화장실이 바깥에 있는 구조였다.


서울로 이사 오기 전까지 늘 밤에 혼자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서 엄마와 함께 화장실을 갔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인 지금도 어두운 밤거리는 여전히 무섭다. 그러니, 꼬꼬마에게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밤에 간다는 거 자체가 무서울 수밖에. 서울에 이사온 뒤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당시에 읽는 어린이용 잡지에는 늘 괴담, 무서운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또한 어린이용 추리 소설도 유행이었는데, 삽화로 살인 당한 사람들의 그림은 얼굴을 가리고 보았다. 새벽이나 늦은 밤 공포영화를 혼자 보기 싫으셨던 엄마와 종종 같이 보기도 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노출된 공포, 호러 영화들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아직도 공포영화, 호러 영화를 잘 못 본다. 



그랬던 어린 시절 기억이자 악몽을 끄집어낸 그림책을 오래간만에 보았다.


제목마저 의미심장한 <마렵단 말이야>


아무리 무서워도 마려운데 어쩌라고!


정말 그랬다, 5살의 나는 엄마한테 혼나기 싫어서 종종 먹기 싫은 버터 토스트 빵도 의자 밑에 아무도 못 보겠지 숨겨놨다. 때때로 엄마가 일하러 가실 때, 조금만 더 잡고 싶어서 일부러 우는 척 연기를 하기도 했던 그런 아이였다.



작가님의 책을 맨 처음 읽었을 때, 이때의 무서움과 두려움이 떠올랐다.


삼켜져 버릴 것 같은 어두움과 화장실에 혼자 간다는 무서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참다가 견디지 못하고, 엄마를 깨웠던 그 시절의 나.


하지만, 책의 주인공 랑이는 그러질 못하고 참고 또 참다가 오줌을 싸고 엄마에게 혼나곤 했다.


 

아이의 심리가 잘 나타난 그림들



또다시 오줌을 참다가 혼날 수는 없어서 시작된 랑이의 한밤중 화장실 모험.


한밤중에 보게 된 화장실로 가는 거리는 왜 이렇게 멀고, 분명히 낮에는 안 그럴 텐데, 밤에는 왜 미로처럼 느껴지는가. 어른인 나도 밤에 더욱 길을 헤매게 되니, 어린아이의 심정이 어떨지 더 공감이 간다.


무엇보다, 저렇게 무서운 눈알이 "오줌을 얼마나 잘 누는지 우리가 지켜보겠어!" 하고 협박한다면 안 무섭겠는가. 뛰어도 뛰어도 밤은 길기만 하다.




 

랑이의 한밤중 화장실 찾기 모험이 시작된다.



랑이는 과연 길고 긴 화장실 미로 모험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까?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귀엽지만 아이의 악몽을 시각화한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이 동화책은 아이가 밤에 혼자 일어나서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다면, 혼자 화장실 가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당시에 장사하시느라 몹시 피곤하셨던 엄마, 아빠가 늘 다정하게 손을 꼭 잡고 화장실 앞까지 데려다주셨던 게 기억난다.






참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동화인데 작가님 특유의 호러 사랑이 듬뿍 들어간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공포 호러 영화들이 살짝 연상되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도 함께 보시길. 


아이들에게는 동화책만 읽어주시고, 호러 영화는 어른들만 즐기시길.


 


 


판의 미로, 그것, 폴터가이스트



양은봉 작가님은 부두 인형 ‘Voo’, Tim Burton, B급 호러, 블랙,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권의 아동 괴담 및 호러 장르 책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했으며, 국내 최초의 호러 컬러링 북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작가님이 글과 그림 모두 직접 창작하신 작품이라, 작가님의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구입하신다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가님 일러스트 팬이고, 그림책을 좋아해서 따로 모으고 있어서 읽어보고 많이 만족했다.


주변에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는 조카나 자식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주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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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속 파괴적 승자들
김광석.설지훈 지음 / 와이즈베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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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기 심정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사진 찍기부터,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공부, 코딩, 각 쇼핑몰별 상품 등록 등등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상품은 어떻게든 등록해야 했고, 사수 없이 그 일을 해내야 했다.

친절하게도 각 쇼핑몰별로 매뉴얼이 있었고, 담당 MD가 있었다. 

많게는 10년 이상의 경력의 담당자들에게 깨지면서 일을 배웠다. 

간신히 적응할만하면, 쇼핑몰과 검색 시스템은 전부 바뀌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스템과 법의 내용에 따라서 변경해야 하는 상품들, 때론 쇼핑몰 솔루션 프로그램을 변경하기도 해야 해서, 늘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현재도 그 일을 하고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처럼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그 업계를 생각해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진다.







그때가 떠오르는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초가속 파괴적 승자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해도, 제목부터 문구까지 읽을수록 무한 경쟁 속에 있었던 시절이 절로 떠오르는 책이다. 뒤처질 것인가, 시대의 흐름을 탈 것인가라는 문장을 늘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들었고, 매해 회사의 가장 큰 위기가 왔다면서 회의를 하곤 했던 때를 회상하게 했다.

하지만 막상 읽게 된 책은 몇 년 전부터 벌어진 변화의 생태계를 설명해놓은 정보서적이었다.

기존의 상태를 어떻게 파괴하고, 새로운 경쟁의 수혜자가 되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차 산업은 코로나를 지나가면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에서 빠른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미 너무나 빠른 변화에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책으로 이런 정보를 접하는 순간, 정보는 지난 정보이다.

정보에 뒤처지지 않고자, 메타버스나 각종 신기술 관련 강연을 온라인으로 듣지만, 듣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다. 관련 서비스가 기술을 직접 접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이제는 혼자서는 뒤처지는 시대라며, 각종 오디오 서비스 플랫폼과 동영상 플랫폼에는 빠르게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만, 개방적인 동시에 카카오 단톡방이나,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커뮤니티끼리 폐쇄적으로 공유된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바이두, 아마존과 월마트, 나이키 등등 스마트 기술과 어떻게 접목해서 변화해가고 있는지를 읽고 있노라면, 신기하고 어지럽다.

이제는 금융 업체의 경쟁자는 스타벅스라는 걸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잘 읽어보시길 바란다.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건 <3. 테크 스타트업, 상식을 파괴하다>였는데, 넷플릭스, 스포티파이가 언급된 부분이었는데, 사실 이 책에 언급된 서비스 외에 다른 업체들의 변화도 몹시 흥미진진하다. 각 플랫폼마다 검색 알고리즘의 변혁에 가깝다고 할 만큼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은 굉장히 정확하게 내 취향의 영상을 집어주기도 한다.  메타버스 관련 서비스 중에서도 여러 서비스가 있는데, 대표가 될만한 서비스만 집어서 이야기한 것인지 몰라도 굉장히 여러 서비스가 코로나 시기에 크게 부상했다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책을 읽으면서 지난 정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예 관련한 서비스나 정보를 접하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 유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섣불리 겁먹기 보다, 이런 변화가 있구나를 읽으면서 이해해나가는 과도기적 부분이 담긴 정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나 공중파 방송에서도 정보에서 뒤질 수 없기에, 최근엔 짧게 10분~20분 영상으로 축약한 정보가 유행이기도 하다. 책의 중요 정보는 아무래도 2, 3장에 있고, 특히 3장의 정보들을 집중해서 읽으시길 추천한다. 






초가속 경제, 어제의 '혁신'은 오늘의 '옛것'이 된다.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초가속 경제의 주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초가속 파괴적 승자들 137P




이미 속도의 경제 속에서 뒤처지기 싫다면, 이런 정보를 책으로 접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보에 뒤처지지 않고 파도를 타려면, 정보의 주체가 자신이 되어야 한다.

요즘은 정보도 빅데이터로 원하는 정보만 큐레이팅 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보는 정보만 보게 되고 그 정보에 지배당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시대를 경고하는 영국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를 보았는데, 속도의 경제 시대에 벌어지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답을 제시하기보단 방향을 제시한다.

사실 현재 생태에서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걸 불가능한 시대이다.

미래가 흘러가는 방향과 트렌드를 빠르게 읽고 즉시 반응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기술보다 사람이 더 중요한 시대, 플랫폼을 장악해야 하는 시대

블록체인과 NFT로 더욱 중요해진 사이버 보안 문제, 노동의 시대는 가고 이제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각 플랫폼 안에 크리에이터와 유저가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어떤 공간이든 이제 단순히 물건을 공급하고 팔던 시대는 지났다.

그 공간도 가상공간으로 변화하고 있고, 뭔가를 사기보단 경험과 취향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해지게 되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가속화된 시대의 변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변화에 겁먹고 두려워하기 보다, 흐름에 맡겨보자. 

일단 흐름에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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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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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식덕 꿀팁이 한가득한 마일로 작가의 극한 식물키우기. 식태기 극복하는 휴덕은 허락해도 탈덕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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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2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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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덕이신 아빠가 키우는 다육이



전작 <극한견주>에서는 거대 견주에 대한 환상을 와장창 깨부수더니, 크레이지 가드너에서는 식물 키우는 것에 대한 환상을 깨부신 작가 마일로. 동물이든, 식물이든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진심을 다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고, 묘하게 뽐뿌 받아 대형견과 식물을 키우는 독자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는 식덕이 아니고, 매번 사무실에서 식물을 죽이곤 하던 소위 식물 똥 손이고, 도서관에서 100여 개의 화분에 물시중 들다가 질려버려서 식물을 키우지 않는다.


이런 내 주변에도 식물 키우기 고수들이 있었으니, 오랜 단짝 친구, 할머니, 우리 아빠였다. 


그중 할머니는 정말 오랫동안 예쁜 정원과 화분들을 키우셨으니, 가드닝의 달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빠는 관련 학과를 전공하셔서인지 모르겠지만,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신다. 


한동안 난 키우는데, 온갖 정성을 들이셨고, 식물에 진심이셨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와 나에게는 관심이 없어도, 식물에게는 꼬박꼬박 시간을 투자해서 키우셨다.


세심한 물시중과 비료 고르기를 보며, 늘 시큰둥했던 나였지만, 크레이지 가드너 2권을 읽고 나니 작가님이 공유하는 지식을 아빠께 전수해 드리고 싶다. 


아빠가 겨울 동안 얼어 죽은 화초들을 보면서 얼마나 기운 없어 하셨는지, 식태기가 오신 줄 알았다. 


죽은 식물은 살릴 수가 없는데, 한동안 화초들을 두고 버리지도 않고 바라보셨었다.


지금은 언제그랬냐는 듯이 죽은 화초들을 버리고, 새롭게 구입하신 식물들로 제2의 가드닝을 시작하셨다.



이번엔 식물의 시중을 들어주는 작가, 보너스 스티커도 너무 귀엽다.



1권에서 가드닝에 대한 환상을 깨줬다면, 이번엔 본격 가드닝에 진심인 정보를 알려준다. 


사실 봐도 가드닝 못알인 사람이라서인가, 자꾸만 단짝 친구가 떠올랐다.


단짝 친구는 인테리어, 공예, 가드닝, 베이킹 등등 그때 트렌드가 되는 아이템에는 모두 도전했었다.


뭐 하나를 해도 전문가 수준으로 몰입하는 친구였다. 


코로나 전까지는 친구에게 뽐뿌를 받으면서 공예와 가드닝, 인테리어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실증을 잘 내고 꾸준과는 거리가 먼 나는 덕쿠 수준까지는 갈 수 없었다. 


도중에 포기하거나 모르겠다며, 친구에게 다시 가르쳐달라고 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뭐에 빠져있을지 궁금하다.


각종 인테리어 전시에 갔을 때, 나름 가드닝을 하는 친구는 화분을 보러 간다거나, 유행하는 핫한 식물들을 구입하러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친구가 즐겁게 설명을 해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던 때가 떠올렸던 작가님의 에피소드들.



가드닝을 한지 오래되어도 식물의 물시중은 여전히 고달프다.


얼마나 물을 줘야 하는지, 식물마다 다르기에 검색을 해서 찾아본다.


커뮤니티와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접하지만, 유저들마다 의견이 다른 경우엔 답이 없는 웃픈 현실. 


그러는 사이 귀하게 영입한 식물은 죽어간다. 


알로카시아라는 식물의 물 주기 방법 아시는 분들, 작가님이 제보를 원하니 알려주시길.


식물에 문외한인 나도 물 주기를 하면 할수록 죽어가는 식물들이 늘어날 때 슬퍼졌었다.


열심히 물 주는데, 왜 죽어가는가.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그때, 그 시절의 나. 







과습으로 뿌리가 썩어가는 식물의 경우, 흙을 모두 털어내고 물에 수경재배하면 다시 살릴 수 있다.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아서, 슬픈 마일로 작가님의 깊은 한탄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더불어 문송합니다의 문과인지라 덩달아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같이 슬펐다.


초록이들은 왜 이렇게 키우기가 까다로운 것일까? 안 키워서 다행이라고 안심했던 사람.


가끔씩 식물과 텔레파시로 대화화는 듯한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복잡해지는 심정이 느껴졌다. 


정말 식물의 마음은 정말 모르겠다.






이번 편은 식덕이 되면서 알게 된 꿀팁들을 소개한다. 


적절한 비료의 사용이 실은 식물을 더 잘 성장하게 한다는 팁을 알려준다.


무기질 비료와 유기질 비료의 장단점을 꼼꼼하게 비교해 주고, 선입견을 갖기보단 다양한 비료를 섞어 이용하면서 테스트와 실험을 거듭한다.


비료의 종류가 정말 많은 걸 알게 되었고, 유기질은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대신 벌레가 잘 생기는 단점이 있다는 점. 무기질은 화학 비료는 단시간 내에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자주 사용하면 토양질이 좋지 않다는 점을 자세히 알려줘서 좋았다. 가드닝 알못은 이번 책에서 작가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비료가 벌레 아닌 동물의 것에 가까울수록 냄새와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한참 웃었다. 아빠가 비료 구입하셔서 꼽을 때마다 식물에 과연 좋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작가는 적극 사용하고 실험하면서 가드닝을 즐기자고 한다. 


식물이 잘 자라는 건 좋지만, 못 자랄 때는 우울해지면서 식태기가 올 수도 있으니까.


흙 관련해서도, 아무 곳에서나 퍼 온 흙은 온갖 벌레들과 균이 가득할 수 있으니, 구입해서 가드닝 하는 게 좋다고 한다. 때때로 흙을 제조해서 키우기도 하지만, 만사 귀찮으니 만든 흙을 편하게 구입하자고 하는 작가.


가드닝 자체가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기에 최대한 자신에게 맞는 편한 방법을 잘 찾아야 한다.







덕질을 하면서도 사실 탈덕하고 싶을 정도로 정체기가 올 때가 많은데, 식덕인 작가도 식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왜 식태기를 느끼는가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고찰해놓았는데, 아빠가 겨울에 죽은 화초를 보면서 느끼셨을 심정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많이 속상하셨겠구나.


단지 식태기가 왜 올까에 대해서만 써놓지 않았고, 식태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법도 써놨으니 가드닝 하다가 현타 오신 분들은 적극적으로 참고하시길 바란다. 


겨우내 죽은 식물들 정리하고, 화분을 새로 구입하시고 열심히 키우는 아빠에게 이 책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며 즐겁게 가드닝 함께 하자는 작가.


탈덕하고 휴덕 하기엔 너무나 많은 식물을 키우고 있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종종 집 앞에 유기 동물도 아닌, 유기 식물을 보고 마음이 착잡해지는 상황도 그려놨다.


식물은 너무 잘 커도 고민, 안 커도 고민이다. 


너무 잘 자라서 희소성도 없고, 때론 버려지기도 하는 웃픈 현실. 


동물에 비해서 식물 키우기를 쉽게 생각했던 나 자신을 다시 보게 했던 이번 책.


생명체를 제대로 키우려면 먼저 공부부터 하고 열심히 키워야 한다. 


온라인 경매, 오프라인 구입을 하면서 오는 식물 뽐뿌질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예쁜 화분과 브랜드, 디테일에 점차 집착하게 되는 덕질의 심화 과정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알려준다.


식덕하는 사람은 물 생활한다며,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면서 수중 식물을 키우는 것까지, 식덕 생활의 확장. 


이사하다가 식물들이 망가져서 속상했었던 상황, 어설픈 지식으로 멀쩡한 식물에 애먼 짓을 해서 식물 망나니 짓까지 경험들을 재미나게 엮어낸다.






현실 식덕까지 모자라서, 게임 속 가상공간 속에서 극한 귀농 체험을 하게 되었던 작가.


비실비실한 식물들에게 보약이 된다는 빗물을 주기 위해 필사적인 모습, 빗물을 모으기 위한 팁까지 이번 편을 보시면서, 가드닝을 위한 꿀팁을 많이 참고하시길 바란다.


식물 키우는 게 너무 좋아서 빨리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되어 가드닝만 하고 살고 싶다는 작가님 소망을 꼭 이루시길 바란다. 한때 타샤 튜터의 책을 보면서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었지만,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생각이 변했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정말 쉼 없이 하루 종일 움직여야겠구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식덕은 정말 무리고, 부지런한 사람만이 식덕 생활도 한다. 


아빠와 단짝 친구와 함께 보고 싶은 책, 혹시라도 겨우내 식태기 오셨던 분들, 푸르른 초록의 세상을 보면서 함께 벗어나 보자.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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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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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로 읽어본 피터 스완슨 소설




<나이브스 아웃>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새로울 것 없는 추리 소설의 클리셰들을 오마주하고, 패러디해서 더욱 신선했던 작품이었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아가사 크리스티의 <비뚤어진 집>이 연상된다. 


추리소설은 장르 상의 특성 때문인가, 새로운 트릭과 반전을 창조해 내기 힘들기도 하다.


최근엔 새로운 스토리를 지어내기 보다, 익숙한 스토리를 엮어서 재창조하거나 재해석하는 책이나 영화가 많아졌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도 그런 추리소설 중 하나이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아가사 크리스티, 알프레드 히치콕적 요소가 보이는 피터 스완슨의 작품 세계




피터 스완슨 소설은 <죽여마땅한 사람들>, <아낌없이 뺏는 사랑> 이후로 다시 접하게 되었다. 


벌써 5번째 신작이 국내에 출간된 그의 소설의 특징은 심리적 서스펜스적 요소가 강하고, 고전 추리소설이나 고전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내용이라기보다 정통 추리 소설로 기본에 충실하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드는 건, 다음 장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 페이지 터너로 끌고 가는 그만의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이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촘촘한 심리 서스펜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기 전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지 못했었다.


피터 스완슨 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는 추리소설 작가이기 이전에 느껴지는 마니아의 향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들보다도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넷플릭스, 왓챠 등 OTT만 보면서 긴 호흡의 소설 읽기가 참 쉽지 않았는데, 지하철 왕복하면서 시간 순삭으로 읽어버린 이 소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벌써 국내에 5번째 작품을 선보이는 피터 스완슨. 그의 작품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추리소설과 서스펜스 스릴러물 영화를 사랑한다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로 시작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연상케 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고서적과 추리소설 마니아다.


첫 시작부터 찾아온 FBI 수사관의 존재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게 한다.


무엇보다, 수사관이 찾아온 이유는 주인공이 오래전에 블로그에 작성한 추리소설 추천 리스트 때문이었다.


서점 블로그에 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리스트 안의 소설 속 살인 사건과 비슷한 살인들이 벌어지고 있다.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을 저지른 작품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3권을 제외하고 국내에 출판된 작품들. 이 작품들 중 대다수가 영상화되었거나 최고의 추리소설 리스트 중 하나이다.


 



아마도 추리소설과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시는 마니아분들이라면 이 리스트를 보고 두근두근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작년 가을에서야 처음으로 히치콕 감독의 영화이자,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봤었기에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ABC 살인사건>을 따라 한 듯한 살인사건에 대해서 FBI 수사요원과 주인공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모방 범죄는 실은 흔한 소재임에도 왜 다음 페이지로 바로 눈이 가는가. 그만큼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혹은 독자에게 은근슬쩍 도전장을 내미는 피터 스완슨의 필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저 작품들은 다 읽어보았다면, 어느 소설 속 장면을 연상케하는지 찾는 재미가 정말 쏠쏠할 것 같다.


이중 영상화된 작품들도 몇몇 있어서, 영화 속 장면들이 저절로 떠오르면서 몹시 흥미롭게 읽었다.





 

궁금증을 더욱 유발하는 고지 사항




소설은 사실 노골적으로 처음부터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진짜 범인이 누구인가 추적해가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리스트에 언급된 소설들과 이어지는 부분들이 생기면서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석연치 않은 부인의 죽음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르는 용의자의 죽음.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주인공의 상황들을 보면서, 범죄에 연관되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린다. 





 




독자는 당연히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언급했기에, 결국 범죄에 연관되어 있겠구나 미리 추리하고 이야기를 읽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정보를 완벽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범죄에 연루되어 있지만, 소설 추천 리스트에서 저지른 범죄자를 FBI에 협조해서 잡아야 한다.


주인공은 어떤 범죄에 어디까지 연루되었는지도 궁금하고, 다른 범죄자의 존재도 누구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FBI 요원에게 숨기고 있는 이유는, 소설과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교환 살인 트릭 때문이다.



아내와 이혼하기를 원하는 건축가 가이 헤인즈는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찰스 브루노라는 이름의 청년을 만난다. 가이는 찰스에게 자신의 이혼 요구에 응해주지 않는 아내 미리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찰스는 그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그것은 찰스가 가이의 아내를 죽이고, 가이가 찰스의 아버지를 죽인다는- 이른바 "교환 살인"을 하자는 제의였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 위키백과



주인공이 왜 교환 살인을 하게 되었는지, 교환 살인한 찰스를 찾기 위해 교묘히 숨기고 조사하고 의심하는 부분들.


과거 회상 장면들과 섞여서 보고 있노라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메멘토가 떠오르기도 했다.


과연 주인공 주변 인물들 중 누구일까? 


독자는 주인공과 함께 추적해나간다.





 




과연 찰스는 누구일까?


그리고 주인공은 얼마큼 범죄에 연관되어 있는 것인지, 마지막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다.


로알드 달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작가답게, 이야기는 잘 흘러가다가 알 수 없는 미궁으로 흘러가다가 갑자기 뒤집어진다.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들을 읽어보면 반전 스토리가 싸늘하게 와닿는다.


앞서 이야기한 8개의 소설 리스트 속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스토리로 엮어놓았다.


모든 걸 알아도 재미없겠지만, 소설을 읽기 전에 적어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이자, 히치콕 감독의 영화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한 번쯤 보고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소설과 영화의 결말과 다른 부분을 비교했을 만큼 작가가 애정을 드러낸 작품이다.


리스트의 8권을 모두 읽고 보신다면 아마도 다른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 


저 소설을 다 읽고 책을 읽으시는 분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난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은 독자와 저자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이벤트를 기획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극중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는데, 살짝 소름 끼쳤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정통 고전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소설 시작부터 푹 빠져서 책장을 바삐 넘기게 될 것이다. 


마지막까지 추리소설 마니아를 위한 엔딩이었던 소설의 전개라니, 여전히 독자들은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스토리를 사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리미널 마인드도 떠올랐고, 무엇보다 엔딩의 결말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이어서 너무 좋았던 작품.


끝을 볼 때까지 끝이 아니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봄이 아닌 이른 여름 더위 불면증에 읽기 너무 좋고, 한 번 잡으면 끝날 때까지 놓을 수가 없다.




소설 읽고 보고 싶어지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ABC 살인사건>, <살의>, <죽음의 덫>, <이중배상>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영화 속 장면들.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죽음의 덫, 살의)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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