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열 번의 대화
브루스 D. 페리.오프라 윈프리 지음, 정지인 옮김 / 부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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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 키트와 함께 온 책




코로나와 함께 사람들과 언제 끝날지도 모를 강제적 거리 두기에 들어갔다.

한번 만나면 다시 언제 볼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면서 텀은 더욱 길어졌고, 아무리 인간관계와 활동량이 적었던 내향형 집순이라지만, 많이 힘들었다. 때로는 코로나 블루와 우울함에 푹 빠져서, 그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음성 채팅 기반 커뮤니티나, 온라인 행사나 온라인 영화제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잠시 벗어날 수 있을 뿐 우울함은 여전히 제자리였다. 무엇보다, 정말 마음속 깊은 상처 나 고민까지 다 털어놓을 상대가 주변에 많지 않았다.

타인도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 속에서 쉽게 나의 상황과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기 힘들었다.

푸념처럼 늘어놓는 불평불만이 아닌 정말 마음속 깊은 상처 나 고민에 대해서 정말 상담을 받으러 가야 하는 건 아닐까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나에겐 용기가 없었다.

주변에 털어놓을 용기도, 그렇다고 상담기관을 찾아갈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책 들이었다.

위로와 힐링 메시지들을 전달하는 책들 속에서, 역시 잠깐의 위안은 받았지만 근본적인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점점 무기력해질 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가슴속에 화가 참 많았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 매년 특정 날이 다가오기 전에는 우울함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바쁜 스케줄을 짜서 아무 생각이 안 들게 할 정도였다.

기분 좋으려고 나간 외출에서 좋지 않은 상황을 반복해서 겪거나, 불쾌한 말을 들으면 쿨하게 넘길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말투나 행동은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변해가고, 주변인의 눈치를 보면서 심리적 상태가 좋지 않을 땐 모두와 거리를 두었다.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라면 괜찮은 일들이 점점 괜찮지 않게 느껴지면서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 다시 사람들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대화나 회복력도 심적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책 서문을 읽으면서 나를 위한 책일까 생각하게 했었다.



그럴 때 문득 읽게 된 제목의 책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이 책을 보고, 책 제목만으로도 도움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면 이상하게 들릴까.

벼랑 끝까지 몰린 듯한 마음이 제목을 읽고 사그라들었다.

물론 한동안 우울한 나를 걱정하고 꾸준히 연락해 줬던 지인분들 덕에 간신히 하루를 보내고 하려던 것들을 해내곤 했다. 올해 초에는 너무 우울하거나 몸이 좋지 않아, 침대에서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길었다.

새해엔 뭔가 달라지겠지 생각했던 막연한 희망이 다시 사라진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은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었고, 나만 혼자 제자리인 것만 같았다. 

 



 

오프라 윈프리와 브루스 D. 페리가 함께 쓴 책



책 제목을 보고, 읽어야지 마음을 먹어도 쉽게 페이지를 넘기기 힘든 순간도 많았다. 

그래서인가, 책 속엔 책을 읽다가 힘들면 쉬었다 읽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찬찬히 인생이 힘든 시기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 내용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면의 상처와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는 열 번의 대화라는 부제처럼,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 의학부 정신의학 및 행동과학 교수 브루스 D. 페리와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시청한 <오프라 윈프리 쇼>의 진행자이자 제작자인 오프라 윈프리의 10번의 대화를 다룬 책이다. 

각 챕터마다 오프라 윈프리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과 트라우마를 이야기하고, 교수님이 겪었던 상담 환자와의 경험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마치 영상을 보듯 생생하게 떠올리면서 이야기하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트라우마들을 읽으면서, 공감과 납득도 잘 되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트라우마가 어떻게 뇌에 각인되고, 재설정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현재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한다면,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 벌어지는 일들을 설명하고, 태어나면서부터 각자의 암호 책을 만드는 뇌, 그리고 말보다 먼저 새겨지는 트라우마의 기억에 대해서 차근차근 알려준다.

 





일상생활의 많은 현상이 뇌가 연상과 기억을 만듦으로써 세계를 파악하는 과정과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당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할 때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뇌가 세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과거 아이 시절 어떤 경험과 사랑을 했는지,  어떤 것들이 트라우마가 되는지 알려준다. 어린 시절, 혹은 성인이 된 뒤 트라우마를 겪었다면, 그전과 같은 상태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하고 지속적인 악순환에 빠져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책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처하고 치유해나가야 하는지 차분하게 대화체와 예시로 설명한다.

트라우마의 패턴을 파악하고, 트라우마를 유발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치유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치료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치유하고 위해서는 혼자서 가 아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도움을 줘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 윈프리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울컥한 부분이 있었다.

미혼모로 혼자 4명의 아이를 힘들게 키우면서,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기 힘들었던 환경.

엄격한 할머니의 사랑이 담겼던 학대에 가까운 체벌 상황, 책 속엔 담겨있지 않았지만 어린 오프라 윈프리가 감당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자신의 쇼에서 고백했던 때를 잊지 못한다. 

성공신화라고도 불리었던 그녀가 마음속에 담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상처를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털어놨다.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털어놓은 순간부터 그녀는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순간이었겠지만, 트라우마는 뇌에 각인되어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시 사랑받으면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트라우마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지만, 뇌를 재건축한다는 느낌으로 치료한다는 걸 읽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껏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과 사람들을 회피하면서 살아왔다.

스트레스에 덜 노출되어야 살만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마음과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는 그냥 죽을 때까지 함께 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혼자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처와 함께 공존하는 방법만 익혔을 뿐, 상처는 그대로였다.

마음속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을 때, 주변의 반응이 문득 떠오른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는 반응 보다, 뭐가 문제냐는 반응과 함께 슬픔이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말만 들었었다. 그 이후 타인이 감정적으로 위로를 호소하거나, 나 자신이 그러한 위로가 필요할 때, 제대로 공감할 수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지금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시절, 감정적이고, 예민함과 내향성은 외부적으로 많은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사회는 외향성과 무난함을 일방적으로 요구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었는데, 책 자체도 너무 좋았지만 책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의 영화들을 참고로 추천해 본다. 책의 내용이 담겨있는 오프라 윈프리의 영상을 찾아서 한번 육성으로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만으로도 꽤나 큰 힘을 주지만, 영상과 육성으로 듣는다면 더 많은 힘을 줄 것 같다.


일상이 너무나 힘겹고, 마음이 허하고 힘들 때 한 번씩 보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내시길 바란다.


▶ 어바웃 어 보이 : 인간은 섬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관계여야 한다. 전혀 다른 남자와 소년이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고 확장해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각자 다른 심리적 트라우마를 지닌 두 사람이 목표를 가지고 함께 하면서 서로 사랑에 빠지면서 치유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 (넷플릭스, 왓챠 서비스)


▶ 굿 윌 헌팅 : 불우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마음을 닫은 수학천재 윌이 심리학자 숀과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왓챠 서비스)




 

 어바웃 어 보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굿 윌 헌팅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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