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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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내의 판도라 팔찌의 참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는 생일을 앞둔 남자 아서 페퍼


삶을 함께 했던 배우자의 죽음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한다. 
그래서 대다수는 배우자가 죽은 뒤 얼마 안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아내의 죽음 뒤에 삶의 의지를 잃은 남편들의 이야기는 실은 이미 다른 영화와 소설의 소재로 꽤 많이 사용되었다.


애니메이션 업, 오베라는 남자, 마테호른 등 홀로된 남편들의 이야기는 꽤 많은 소재로 사용되었다.


작품상 홀로된 남편들은 공통점이 있다. 

부인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애처가였지만, 그 부인이 먼저 사라지고 나니 정서적, 감정적으로 소통할 사람. 

즉, 외부 세계와의 연결고리의 갑작스러운 부제로 갑자기 삶의 의지가 확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 전개라면, 결국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서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나가게 된다. 업을 제외하고 오베라는 남자나 마테호른의 경우 북유럽 감성의 작품인지라 결말이 굉장히 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아서 페퍼,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가 기존 작품들과 다른 점이라면 아내가 죽은 뒤, 그녀의 과거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있다는 점이다. 
너무나도 사랑하던 아내가 죽은 뒤 아서 페퍼는 삶의 의욕을 잃고, 자녀들과의 유대도 끊어진 일상은 마치 고장 난 괘종시계 같다. 이웃의 여자는 귀찮게 계속 파이나 음식을 들고 와서 신경 써주지만, 귀찮기만 하다. 
딸의 충고대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부츠 안에서 문뜩 발견하게 된 한 번도 본 적 없는 판도라 팔찌가 아내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각각의 참에 얽힌 아내의 과거를 추적해나간다. 


각기 다른 참에는 다른 의미가 숨겨져있을 것 같고, 여태껏 보지 못했던 아내의 과거는 그가 움직이는 이유가 된다.


그냥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을 살아왔던, 아내와 자식밖에 몰랐던 그에게 아내의 과거는 미지의 세계이고 궁금함의 연속이지만, 때론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평생 알았다고 생각했던 상대의 너무나 다른 면모, 너무나도 색다른 삶을 살던 사람이었는데 자신을 만난 뒤에 초라한 삶을 살게 된 건 아닌 건지에 대한 기억.
때론 나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더 잘나고 유명한 사람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감당하기 힘든 사실에 대한 실망감까지.
평생을 같이 살았어도 그 사람에 대해서 확실히 잘 알기는 힘든 것 같다.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는 하지 않던 충고를 해주기도 한다.


멋지고 충만한 삶을 살았던 아내와 달리 너무나 단조로운 삶을 살았던 아서.
하지만, 아내가 그를 선택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녀가 과거를 그리워했을까?
때론 어쩌면 그리워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아서와의 삶에서 만족하면서 살아갔을 것이다.
멈춰져있던 삶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아서는, 때론 비슷하게 자신과 정체된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에게 충고를 하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나눠주기도 한다.
이웃에 사는 버나뎃과 그의 아들 네이단과 교류는 특히 특별하다.
간섭쟁이라고 생각했던 버나뎃에게는 좀 더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젊은 세대이며, 아버지를 일찍 여읜 네이단에게는 믿을 수 있는 남자 어른 상대가 되기도 한다.


소중한 딸이나 아들의 인생, 더 나가서는 타인의 인생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여행을 하면서, 그는 타인과 세상에 너무나 무관심했음을 느끼게 된다.
더 넓게 바라보게 되고, 다시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 당하기도, 도움도 받고, 주기도 하면서.
자신만이 아닌 주변을 보는 여유도 생기게 된다. 
생일날 철저하게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곁에는 이미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인연들과 소통하게 된 이웃들이 한가득이었다.

아내와 정반대되는 삶을 살았지만, 아내는 그로 인해서 차분하면서도 안정적인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었고, 아서는 생동감 있는 삶을 살게 될 수 있었다.
사랑하던 사람의 삶을 추적하는 때로는 미스터리 소설 같기도, 때로는 낭만적인 느낌과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묻어나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영화 피터팬의 마지막 대사를 던져준다.

삶은 굉장한 모험이야.


아내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그는 모험을 하게 되고, 그것은 삶의 활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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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루티드
나오미 노빅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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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로 유명한 나오미 노빅의 업루티드의 가제본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업루티드를 읽으면 왠지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알폰스 무하의 소박하지만 당당하고 매혹적인 슬라브계 소녀들이 떠오른다.


나오미 노빅은 테메레르로 유명한 판타지 작가지만 그녀의 소설을 직접 읽어보지는 않았다. 
장편 소설을 읽는 걸 좀 두려워하는 편이라, 멋진 소설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이번이 그녀의 소설 첫 경험이다. 
이 소설에 끌린 이유는, 신화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설화집(정확히는 동화)를 좋아하는 나의 성향이 가장 컸다. 그리고 동유럽 슬라브권 동화는 북유럽권 동화와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가 있다.
그런 호기심에 끌려서 보게 된 업루티드.


예쁜 해외 표지들~ 우드에게 잠식된 마을의 상황을 잘 나타낸 느낌이다.


판타지 소설이 가끔씩 어렵다 생각되는 점은 세계관과 그에 따른 용어들이다. 

업루티드에도 그런 낯선 용어들과 세계관이 등장하긴 하지만, 의외로 간단하긴 한데, 주문이나 기타 용어들이 읽어도 읽어도 낯선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여러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비교적 쉽게 적응하며 읽었다.
동유럽 어딘가의 폴니아 왕국은 인간의 탐욕으로 자라는 우드라는 존재에게 오랫동안 저주받고 있다. 
우드에게 잡히거나 열매를 먹어 오염되면, 우드의 세계로 잡혀가거나 폭주해서 죽일 수밖에 없다. 
우드의 저주를 피하고자 십 년에 한 번씩 강력한 마법사이자 왕의 신하인 드래곤에게 열일곱 살의 소녀를 재물로 바쳐왔고, 그 소녀들은 십 년 후에 다시 마을로 되돌아간다.
드래곤은 소녀들을 손대지 않았다고 하지만, 소녀들은 여인이 되어 마을에 돌아와서 마을에서 다시 적응하지 못하고, 정부가 되거나 도시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산다. 


드래곤은 실은 우드에게서 마을과 왕국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지만,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실은 우드로부터 마을과 왕국을 지키는 드래곤은 고마운 존재기도 하지만, 불사의 존재이기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한 십 년에 한 번씩 17살 소녀를 데려가는 점이 마을 사람들과 소녀들에게는 더욱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붙잡혀가서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말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몰라, 꺼리게 되는 상황. 마을에서는 아예 가장 뛰어난 소녀에게는 드래곤에게 보낼 것을 대비해서 관련 교육까지 하고 있을 정도이다.
마을 제일의 아름답고 영특한 소녀 카시아와 그녀의 친구이자 평범하지만 왈가닥인 아그니에슈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카시아가 선택받으리라 생각했으나,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건 의외로 평범한 아그니에슈카. 


업루티드를 보면서 살짝 떠오른 러시아 영화 드래곤 : 용의 신부.


드래곤의 성에 잡혀간 아그니에슈카와 드래곤의 동고동락의 삶은 마치 미녀와 야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용당하거나, 인간의 권력에 휘둘리는 게 싫어 사람들에게서 고립된 삶을 살아와서 소통하는 면이 현저히 부족한 드래곤.
야생에서 자유롭고, 부담 없이(어차피 드래곤에게 선택받지 않을 테니 안심하고 살았다.) 살아왔던 아그니에슈카는 천방지축이다. 홀로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를 때 여기저기 적혀있는 메모는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이것이 아마 바바 야가(슬라브 지역 설화에 등장하는 마녀)의 도움이 아니었을까 싶다.


슬라브 지방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숲속 마녀. 

아름다운 바실리사(신데렐라와 같은 느낌)라는 러시아 동화에 등장한다고 한다.


전임자인지, 아니면 전설의 마녀 바바 야가가 쓴 메모인지 몰라도 메모는 드래곤에 대한 두려움을 쫓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사람들로부터 오랜 기간 고립되어 세상을 잘 모르는 듯한 드래곤과 일단 해보자 주의인 천방지축 말괄량이 아그니에슈카는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며, 아그니에슈카는 드래곤의 마법 견습생으로 마법을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도 참 우스운 게 아그니에슈카가 본능적, 직감적으로 마법을 응용하는 느낌이라면, 드래곤은 정석대로 따르는 느낌이어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대립이 재미있다. 몇 백 년 동안 해왔는데도, 단번에 해내고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자기 방식대로 마법을 적용하는 걸 보면서 드래곤이 분통 터트리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었다. 마치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르처럼. 


드래곤 용의 신부에서는 용이 되고 싶지 않은 용과 신부로 바쳐진 소녀 간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에서도 드래곤은 인간에게 휘둘리기 싫어 스스로를 고립시킨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날 우드는 카시아를 납치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서 무모하게 뛰어드는 아그니에슈카와 어쩔 수 없이 말려드는 드래곤. 평화롭던 드베르닉 계곡 마을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여기에 아주 예전에 우드에게 납치된 폴니아 왕국의 여왕을 찾으려는 마렉 왕자와 왕실 마법사 간의 정치적 다툼과 음모까지. 나오미 노빅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쓰고 대체 역사소설이라고 읽는다.)답게 단순한 동화의 느낌이 아니었다. 
과연 폴니아 왕국은 우드의 저주로부터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우드의 저주에 묶인 카시아와 왕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적지 않은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는 마력을 지닌 소설이고, 그렇기에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영화사들이 판권 경쟁을 했다고 한다.

어서 빨리 영화화되길 바라며, 슬라브 지역의 이국적인 설화를 좋아하신다면 실망하지 않으실 것이다. 작가 또한 어린 시절 읽었던 폴란드 동화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 자신이 폴란드계여서 그런지 소설 제목부터 작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느낌이 낯설지 않고 매우 친숙하다.
엄마가 어린 시절 읽어주던 동화책의 이야기와도 같은 업루티드.

평범하고 콤플렉스투성이의 말괄량이 소녀가 자신의 운명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은 아쉬운 대로 이 작품을 살짝 모티브로 삼은 것 같은 느낌(혹은 같은 슬라브 지역에 떠도는 이야기로 만든 느낌) 이지만, 업루티드보다 로맨스에 많이 치중한 느낌의 러시아 영화 드래곤 용의 신부도 한 번 감상해보시길.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운명을 용기 있게 개척하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업루티드의 느낌이 살짝 풍기는 이 작품을 보면서 원작이 영상화되면 얼마나 멋질지 상상해봅시다.(개인적으로 2% 아쉬웠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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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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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보면 볼수록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드라우닝 풀.


영화화가 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전작 걸 온 더 트레인에 이은 폴라 호킨스의 신작 인투 더 워터.
전작이 스릴러라기보다는 히치콕의 고전 영화를 연상시키는 심리 스릴러물에 가까웠다면, 이번 소설은 스릴러물에 더 근접한 소설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결말이 궁금해져서 페이지 터너(숨 막힐 듯이 재미있는 책)라고도 불리는 소설을 쓰는 그녀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독자를 놀라게 할까.


물속에 빠져서 익사한 햄릿의 오필리아처럼 소설 속 마을에는 드라우닝 풀이라 불리는 강에서도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과거의 어떤 사건 이후로 고향을 떠나있었던 주인공 줄스는 언니 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시 고향에 오게 된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고향과 가족을 격리시킨 채 홀로 조용히 살아왔던 줄스이기에 다시 고향으로 가는 자체를 굉장히 두려워한다. 그녀의 과거에 대체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하지만 소설은 궁금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줄스와 언니 넬의 죽음을 둘러싼 온갖 주변 인물들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전작은 많아봐야 3~4인물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 주인공의 상황으로 변주를 주었다면 이번엔 그보다 3배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당연히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 의외로 소설은 전작만큼 혼란스럽지 않다.
또한 드라우닝 풀이라는 불길한 명칭의 마을의 강에 얽힌 과거 사건 사고들에 대한 언니의 기록들도 간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에 대한 기록은 때론 결말에 대한 암시를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서는 결국 이 부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소설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니의 메모와 원고들을 발견한 줄스. 벡퍼드 드라우닝 풀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은 뭔가 공통점이 있다.


중세 시대부터 마녀를 강에 빠뜨리고 물에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물에 뜨면 마녀라고 판정받는 장소였던 드라우닝 풀. 
백퍼드에 있는 그 강에서 아주 예전부터 여성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건 현재 줄스의 언니 넬이 죽는 사건까지 이어진다. 성공한 사진작가이자 작가인 넬은 그 강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출간하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 별다른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채 변사체로 떠오른다.
그녀는 과연 자살을 한 것일까? 자살을 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처음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다짜고짜 엄마는 자살을 선택한 거라고 이야기하는 딸인 리나. 
넬이 죽기 전 같은 장소에서 먼저 죽은 리나의 친구 케이티를 둘러싼 사건까지, 사건은 점차 과거 드라우닝 풀에서 죽은 여자들에 대해서까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심지어 주인공인 줄스의 마을에서의 과거 사건까지.


조용했던 마을이 연속되는 여성의 사체 발견으로 발칵 뒤집힌다.


조용한 시골 마을 속에 있는 드라우닝 풀은 바라보고 있노라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심연, 누구도 알지 못할 깊숙한 비밀을 숨겨놓은 장소 같다. 
추리소설이나 현실 세계에서 고요할 것만 같은 시골 동네에서 의외로 엄청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건 고립되어서 그런 것일까. 마을 사람들끼리 단합해서 일까.
그리고 인간의 상식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들은 왜 벌어지는 걸까.
이 소설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기도 한다. 


소설 보는 내내 궁금했다. 주인공 줄스는 왜 언니를 그렇게나 싫어한 것일까. 

그리고 조카인 리나 또한 이모를 멀리한다.


인물 저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모두 다른 견해와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기억에 따른 결론을 저마다 내리고, 오해를 한다.
그 오해가 처음으로 충돌하는 순간은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모이면서인데, 작고 조용한 마을에서 심연 속에 조용히 묻혀있던 사건들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줄스는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과거 자신의 끔찍했던 기억 속의 남자와 마주치게 된다.


조용한 마을 속에서 사건은 꼬리를 물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


이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못해서 생기는 오해로부터 모든 문제는 발생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여성 혐오란 같은 여성에게서도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은 문제 될만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지 못해서 오는 오해와 기억의 변조로 인한 증오로 인해 더 큰 불씨가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올해 개봉했던 영화 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처럼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한다. 왜곡된 기억을 과연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모두 자신에게 있어서는 선이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방어하지만, 그것이 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들.
폭력의 기억은 유산처럼 물려받게 되어 있고, 어릴 적 트라우마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기억은 너무도 쉽게 왜곡될 수 있어서, 결말 부분까지 과연 어떤 동기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쉽게 예측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색다르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처럼 강력한 반전과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결말까지도 팽팽하게 긴장감을 조여줬던 작품이었다.

요즘 같은 계절에 읽으면 가슴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소설.
전작보다 더 흥미진진해져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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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견주 1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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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회한정 솜이 포스트잇이 너무 귀여운 극한견주


지난번에 소개했던 뽀자툰이 고양이와의 일상을 그린 잔잔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여탕 보고서로 유명한 웹툰 작가 마일로의 웃픈 개그툰이다. 
흔히 대형견 하면 떠오르는 건 시베리아허스키, 그레이트 피레니즈, 콜리나 골든 레트리버 정도고, 대형견에게 쫓겨서 집에 왔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강아지와 아이들은 늘 좋은 친구다.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강아지 키우는 꿈을 키우기도 했던 시절.


하지만 영화나 책에서 너무나 충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들의 모습 때문에 대형견 말고 그냥 강아지가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꾸준히 해왔었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 집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개털 알레르기.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풍기는 개의 냄새. 치즈 먹고 토했는데, 하필이면 헹구지 않은 입으로 나를 핥아서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개털 알레르기만 아니라면, 진지하게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갈 때마다 엄청나게 반겨주는(단 1초 정도로 주인에게 바로 가버리지만) 녀석들과 겨울에 가면 냄새나는 발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자신들의 배에 넣고 품어줘서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영화 베토벤을 보면서 대형견 키운다는 건 어마어마한 인내심과 참을성을 시험하는 일이라고 느꼈다. 아무리 정들어도 정말 큰 마당이 없는 곳에서 키운다는 것조차 무리이고, 저런 강아지를 운동시키려면 보통 체력이어서는 힘들겠구나 싶었다.
아이에게도 미운 5살, 7살, 사춘기 등등의 시절이 있든, 고양이에게는 캣초딩 시기, 강아지에게는 개춘기 시절이 있다. 그 시절엔 정말 잠도 못 자고, 말 안 통하는 짐승의 행동이 예측이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 시기를 무던히 넘길 수 없다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미리 경고해주는 웹툰 극한견주.

성격도 좋고, 미소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천사견일 것만 같은 사모예드.
속지 마세요, 미소에. (작가의 씁쓸한 표정이 떠오른다.)
작가 또한 아마도 환상에 빠져서 키우게 된 사모예드. 마침 살게 된 집도 마당이 있는 넓은 집이었고, 그에 걸맞은 대형견을 키우고 싶어 하시던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듯, 함께하게 된 솜이.
새끼 시절까지는 뭘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살인적인 털갈이 시기 때문에, 빠지는 털을 모으면 솜뭉치가 될 정도고 달리는 차 안에서 문 열였다간 날리는 털보라에 휘말리면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 올 정도.


사모예드의 털정리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자. 

양털처럼 수확되는 양은 대낮부터 해가 지도록 해야 하는 징글징글한 작업.


실제로 이런 털로 실을 만들어서 옷으로 만들기도 하는 사업도 시작되었다고 하더라.


작은 강아지나, 새끼의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몸집이 커지면 반갑다는 표현도 과격해진다.
만화는 생각했던 우아한 상황과 현실을 비교하는데, 너무 차이나는 상황과 현실적인 표현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남이 당하니 웃음이 나오지 본인이 당한다고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지만은 않아서 웃프다.


크기가 큰 대형견은 반가움의 표시도 남다르다. 그리고 만약 화장하고 있을 때 저런 상황이라면....


산책을 할 때도 강아지의 힘이 넘쳐흐르니 끌려가거나, 산책용 끈 하나도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몰라 쩔쩔 매는 모습. 간신히 알맞은 산책 끈으로 바꾼 뒤 별 무리 없을 거라 생각했더니 이번엔 길가에 보이는 걸 아무거나 집어먹거나 물어서 문제. 
문제 하나가 해결된 것 같아도, 갈수록 첩첩산중인 상황.


아마도 푸른 풀밭과 눈밭에서 신나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생각했던 꿈꾸던 일상.


안되겠다 싶어서 교육을 하고 싶어도 주인이 이해가 안 가고, 마음이 약해서 그만 실패.ㅋ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새삼 서럽게 울면서 쳐다보니까 참지 못하고 안아주면서 달래고, 나름 책을 참고해도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반려동물을 위한 프로그램과 교육소가 많아서 참고할만하겠지만, 그전에는 맨땅에 헤딩하듯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은 좀 많이 처절해 보인다.

애완견이 침대에서 함께 자고 싶어 하는 건 참 사랑스럽지만, 대형견이 그런다면 또 다른 문제. 
그리고 추운 지방에 최적화된 몸을 지닌 만큼 더운 곳에서는 또 오래 못 자서, 함께 자기 위해서는 한 겨울에도 에어컨을 틀어놓고 주인은 떨면서 자야 하는 현실이 너무 웃프다. 
솜이에 대한 주인의 애정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긴 하지만.


대형견이 침대 위에 올라가면 주인의 자리가 없어진다. 

함께 계속 잘 자려면 기온을 서늘하게 유지해줘야 한다.


대형견이라서 용맹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에서 제일 겁 많은 솜이. 
낯선 소형견들의 견제에 움직이지도, 싸우지도 못해서 주인이 안아줘서 옮겨야 한다.
(소형견들이 원래 좀 사납기도 하다. )
목욕이라도 시키고 털이라도 말리려면 하루 종일이 걸리는 사투. 
기껏 목욕시켜놨는데, 더러운 게 더 맘에 드는지 바로 뒹굴고 와서 냄새를 풍기는 솜이.


소심하고 겁 많은 대형견, 그대 이름 솜이.


열심히 다 씻겨놨더니, 다시 씻겨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 작가는 말없이 운다. 

그래도 솜이가 저렇게 미소 지으면 어쩔 수 없지.


대형견에 대한 로망이 있으신 분들의 꿈을 산산이 깨부숴 줄 이 만화. 
이미 대형견과 함께 하는 분들께는 위로의 말씀을, 아직 고민 중이시라면 이 만화를 보면서 심사숙고 하시길 바란다. 
키우더라도 혼자서는 절대로 키울 수 없고, 마당 없는 집에서는 꿈조차 꾸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사모예드지만, 너무나 순한 얼굴로 혀를 내밀고 있는 저 천사 같은 미소에 안 넘어갈 강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는 웃기는 상황만은 아닌 것 같은데, 웃음으로 승화시킨 작가님의 센스에 박수를 보내며, 
힘내세요~솜이를 위해서 열심히 체력을 기르셔야 하겠네요.
만화 보면서 빵빵 터져서 전기장판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추운 겨울날 전기장판에서 귤 까먹으면서 혼자 조용한 방에서 볼 것.
(예고 없이 빵빵 터지는 연속되는 웃음에 나도 모르게 바보 되는 상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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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두 소녀가 함께 나무에 앉아있는데, 다리가 두 개입니다. 

예쁘고 앙증맞지만, 표지 일러스트만으로 아련한 느낌을 주는 책.


결합 쌍둥이, 샴쌍둥이에 대해서 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언론 매체에서 꽤 많이 보여주기에 익숙하기는 했지만, 실제 그들의 삶에 대해서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그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곤 했다.
대부분의 결합 쌍둥이는 성인이 되기 전에 분리 수술을 하곤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슬퍼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리곤 했다. 

영화 빅 피쉬에서 봤던 중국의 샴쌍둥이를 보면서, (실은 영화 빅 피쉬에서는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더 감동적이기도 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저렇게 살아있다니 기적 같다는 생각을 했다.


빅 피쉬에서 나오는 아빠는 선입견 없이 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지만, 사라 크로산은 꽤 많은 작품을 출간하기도 했고, 국내에는 물의 무게라는 책도 이미 출간한 청소년 소설 쪽으로는 잘 알려진 모양이다. 


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표지가 있었다. 각각의 표지에 매력이 있다.

아일랜드의 작가 사라 크로산.


소설은 8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의 샴쌍둥이 티피와 그레이스의 삶을 그레이스가 내레이션 하듯 짧은 시 같은 산문으로 적은 기록이다. 
읽다 보면 개인 일기장이나 SNS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짧지만 때론 여운도 남고 강렬한 문장들이 가슴에 와닿는다. 읽다 보면, 2차 성징이 있는 예민한 10대 중반의 나이에 이런 글들을 짧은 시처럼 적곤 했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 달 단위로 기록되던 일상들은 점차 초, 중순, 말, 아주 나중에는 날짜 단위로 기록되었다가 다시 월 단위로 돌아간다. 그만큼 소중한 시간과 일상을 조금이라도 잡아두고 싶어 했던 느낌이 전해져서 슬프기도 하지만,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가슴속에 누군가를 깊이 기억하면서.


남들 앞에서 평범해 보이고 싶고, 예민한 시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매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정말 실화인 건가 싶을 정도의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가족들에게 때론 경제적 부담감이 되고 부모님뿐만이 아니라 여동생에게까지 아르바이트를 시켜야 하는 자매들의 심정. 
자신들을 가족으로 둬서 혹여라도 동생이 힘들어하는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
경제적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홈 스쿨이 아닌 공립학교에 보내져야 했을 때 동생이 언니들에게 하는 충고 등,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생활에 부분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그려져있다.
불경기 때문에 실업자 신세로 사는 아빠는 알코올에 의존하고 있고, 외벌이를 해야 하는 엄마는 삶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간 학교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움츠러들다가도 또래 친구와 나누는 우정, 그리고 몰래 좋은 감정을 품게 되는 남자친구까지. 평범하지 않지만, 그 나이 또래 소녀들의 기록들이 소소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말 한마디와 눈빛 하나에 씁쓸함을 느끼는 동시에 다른 감정도 함께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은 소중해 보였다. 


존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는 그레이스에게 티피가 하는 말.


점차 기울어져가는 집안 사정에 자매들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방송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다. 돈의 여유가 생기자 여동생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기 위해 러시아로 여행을 보내고, 나머지 가족들도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뿔뿔이 흩어진다. 
자신들에게는 일상인 모습이 곁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때론 일어나서 걷는 일이, 작은 감기에도 그 후가 두려울 때가 있는 그들의 일상은 마치 떨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잎새 같은 느낌이다.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티피와 그레이스 자매를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때때로 혼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어느 순간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때 서로를 강하게 느끼게 되는 두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슬펐다.
티피는 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레이스는 늘 참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은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해주던 상대다. 샴쌍둥이의 경우에 다른 쌍둥이에 비해서 결속력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 결국 분리 수술을 앞두게 되었을 때, 짧았지만 즐거웠던 학교에서의 추억, 이들이 하고 싶어 했던 정말 소소한 버킷리스트는 삶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한 번이라도 평범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기에,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소중했는지.
때론 밉기도 했지만 그만큼 더욱 사랑했던 자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다.


언제나 함께였지만, 서로 떨어져야 할 시간에 두 자매는 두려워한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너무나 우울해질 때가 있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삶이란 아무리 씁쓸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저마다의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고 있고, 살아있는데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매우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끝도 없는 우울함에서 빠져나오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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