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심리학 관련 책들을 연이어 읽었다. 관련해서 뇌과학 관련책도 읽었다. 많은 책들이 이런저런 조언 끝에는 웃으라고 말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지는 거라고.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개그맨이기도 한 이윤석 박사의 책 <웃음의 과학>에서는 1988년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우리 뇌에 ‘웃음보‘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있다. 왼쪽 전두엽과 변연계가 만나는 부위가 그것인데 A10이라고 하는 이 부분을 자극하면 우습지 않은 상황인데도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뺨의 근육을 움직여 즐거운 생각을 촉발해 웃음 동기를 부여한단다. 먼저 웃은 다음에 웃음의 이유를 만든다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에 불이 켜지고 뇌는 기분이 좋아지고 그 이유를 만들어내고 합리화를 한단다.
<웃음, 뇌에 불을 켠다>는 30년 경력의 간호사가 실제로 15년을 진행해 온 웃음 치료교실에서 실천해본 온몸으로 웃는 비법들을 모은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모두 이론 강의라면 이 책은 워크북이다. 백번 읽어서 웃어야겠다, 마음을 이렇게저렇게 해야겠다 하면 뭐하나, 한번 실천하는 게 낫다. 막상 따라 해 보니 쉽진 않다. 웃기 위해서 책 보고 연습을 하다니. 괜히 쑥스럽고 민망하다.
첫 관문인 ‘입꼬리 올리기‘부터 난항이다. 거울을 들고 ˝자기 우리 자기˝하면서 웃어보는데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영어의 k발음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는 게 떠 올라서 ㅋㅋㅋ도 해 보고 키키키도 해 보고 위스키도 해 봤다. 머릿 속에서 상상하는 싱그러운 웃음이 안 나온다. 눈꺼풀이 많이 쳐져서 눈이 좀 찌그러져 보인다.
어색하지만 포기 할 수는 없다. 우리의 뇌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저항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사람 생체 시계가 교정되는 최소한의 시간이 21일이란다. 21일은 대뇌피질에서 무의식의 뇌인 뇌간까지 내려가는 최소한의 시간이란다. 21일을 반복하면 그 생각이나 행동에 ‘베이비 뉴런‘이 생성되는데 이 아기 뉴런을 잘 돌보고 키워내야 습관으로 자리를 잡는거란다. 21일은 해 봐야 하는거다.
자, 용기를 내자. 이거 재밌네. ‘황제 펭귄 웃음‘ 무릎을 반쯤 구부리고 양쪽 팔을 몸에 딱 붙이고 엉덩이를 마구 흔들면서 손을 흔든다. 구애에 나선 펭귄이라고 상상하면서 우후~~소리를 낸다. 짝이 될 사람이 있으면 서로 춤추듯 다가가 크게 웃으며 손뼉을 마주 치면 좋다는데 나는 미친 척 혼자 해 본다. 하다 보니 내 꼴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온 몸으로 크게 웃는 박장대소는 면역력을 높여주고 소화도 잘 되게 하고 치매도 예방해 준단다.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새해라고 반전이 있을 거 같진 않지만 웃자. 위스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