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주로 몸으로 부딪히는 걸 좋아하는 실천가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역사책이라도 찾아 읽더니 노안이 온 뒤로는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 나는 뭐든지 책부터 찾아본다. 요리를 할 때도 남편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내 몸이 아팠을 때도 부모님이 편찮았을 때도 책을 읽었다. 내 앞에 나타나는 끝없는 일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냥 막 살고싶지는 않았다.
살다보면 마디를 만난다. 나를 둘러싼 기운이 바뀌는 때. 지금이 그런 때인 거 같다. 이런저런 궁리로 어수선한 때에 딱 맞는 책을 만나 기뻤다.
조혜경 작가는 본래도 책을 읽고 고전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주부로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다가 큰 아이의 ‘번역가‘라는 한 마디에 꽂혀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번역가라는 목표를 세우고 글쓰기와 관련한 카페에 가입하여 서평을 쓰기 시작했고 온라인 서점에서 블로그를 개설하여 거의 일주일에 두권씩 서평을 써서 파워블로거가 되었다. 그리고 서평이 300편을 넘어갈즈음 독서를 주제로 한 출판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서평을 많이 쓰기도 했겠지만 성실하게 책을 읽고 잘 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사람이라고들 한다. 읽다보니 책을 쓴 이가주어진 삶을 하루도 헛되이 하지않고 치열하게 살아 온 발자취가 보인다. 그의 꾸준함과 근성, 목표 의식을 배워야 할 거 같다.
다시 한번 목차를 읽어본다. 300편, 책이 나올 즈음에는 500편의 서평을 쓰면서 얻게 된 독서 비법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하나하나가 다 반짝반짝해서 꼭 따라하고 싶다. 특히, 2부 꿈을 찾아주는 독서 습관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라 매우 도움이 되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독서 목록을 만들 것. 별표하고 밑줄 쫙. 외국어를 공부할 때 확고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실천해 본 경험은 비슷한 세대로서 따라해 볼만한 비법인 거 같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한 말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 편지 같다. 소중하고 감사하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일이 있는가?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는가? 인생의 변화를 꿈꾸고 있는가? 혹시 무언가를시작하고 싶은데 늦었다며 망설이고 있는가? 그런 독자들이 있다면 내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 처음부터 거창한 꿈을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 혹은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는일이 있는지 떠올려보자. 집중적으로 하지 못했더라도오랫동안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당신이 좋아하는 일이다. 그냥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무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습관 같은 것 말이다. 나에게는 공부하고 책 읽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일이고 가장 나답게 해주는 일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가 작가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하나의꿈을 이루고 또 다른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답게 살아가는 최고의 방법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늦게나마 꿈을 이룬 나처럼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늦었다는 것은 없다.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ㅡ에필로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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