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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로 처음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을 만났다. 많은 독자들이 그랬겠지만. 그 속편이라고 할 <브릿마리 여기 있다>로 홀딱 반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세 번째로 읽은 소설이다. 프레드릭 배크만이 쓰는 소설에는 절대 악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다 각자의 입장에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궁지에 몰렸을 때 은행이라도 털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 소설 속 은행 강도는 그걸 실행했다.별 준비도 없이 시작하는 충동적으로 벌이는 일들이 대개 그렇듯 어설프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나고. 황당하고 웃긴 인질극에 휘말린 사람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위기가 있었다.
위기란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뭔가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한 기분을 느끼는 그 때. 어떤 일이 벌어질 듯한 기분을 느끼는 그 때가 위기다.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고 상대방과의 관계가 이해인지 오해인지 불안한 때.
프레드릭 배크만은 15년 전에 실제로 강도 사건 현장에서 다리에 총을 맞은 뒤로 심리 치료를 받았는데 2017년 가을의 어느 날 바닥을 찍었을 때 불안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옮긴 이의 말) 그렇게 엄청난 일을 겪고 이렇게 사람에 대한 신뢰와 긍정의 마음으로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소설을 써 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진실, 세상에 진실은 없다. 우리가 우주의 경계에 대해 어찌어찌 알아낸 게 있다면 우주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뿐이고, 신에대해 아는 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따라서 목사였던 어머니가 가족들에게 요구한 것은 간단했다. 최선을 다하라는 것.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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