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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리움 - 자전거 타고 대한민국 멀리 던지기
이종환 지음 / 하늘아래 / 2010년 7월
평점 :
여행을 떠난다. 일상의 규칙과, 행동, 내가 해야할 일들에게도 잠시 휴식을
쥐어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 무엇도 아닌 또 다른 삶의 다양한 발자국을
만날 수 있는 기분좋은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한편으로는 늘 떠나고 싶은 마음을 굴뚝처럼 쌓아도 늘 현실앞에 놓여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핑계 아닌 이유들로 붙잡히고 마는 아쉬움에 대한 갈증은
늘 가시지 않는 기분으로 남겨지게 된다.
삶이란 무엇이라고 물을 때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풍경은 나의 기억과 의식과 삶의
호흡에서 다양한 표정을 띄고있다.
늘 여유를 갈구하는 자신에게 그래서 사방으로 열려져 있는 삶의 길 위로
떠나가는 자전거 여행은 몸은 떠나지 못하도 마음은 맘껏 그 발자취와 생각,
느낌을 그대로 살려 담아내고 싶은 꿈에 사로잡힌다.
늘 자신이 몸담았던 속세에서 멀어진다는 것의 의미, 자전거로 온 몸을
움직여 나가는 여행을 통해서 평소에 접하지 못한 삶의 긴장과 이완, 휴식과
수고로움을 새삼스럽게 느껴볼 수 있으니 그 어떤 쾌감보다
유쾌해지는 거 같다. 예상치 못한 자연의 호흡과 조화로움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과의 동행은 딱딱해진 의식속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따뜻한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주기도 한다.
곳곳의 여행을 통해서 한없이 펼쳐진 강의 자연스런 경치에 가만히 서서
마음을 열어놓아보기도 하고 산이 들려주는 소리와 시골에서 만나보는
넉넉한 인심과 정,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물음에 대한
답을 들어볼 수 있어 그동안 나밖에 모르고 있던 자신을 조금 따끔하게
일깨워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여행이란 것을 통해 생각하며 움직이고 그 움직이는 것을 통해 내 작은
자리 하나에서 느껴졌던 불안과 불신들을 조금씩 털어내 볼 수도 있고
치기와 오해들이 혼재해있던 마음의 생각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생의 자유를 만져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과연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황금들녘의 풍요를 바라보며
느낄 수 쾌감이란 무엇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직접 만져보고 숨쉬어보지 않았다면 닿을 수 없는 인생에서 몇 번 가져보기
힘든 행운을 만나는 기분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황폐하고 사람없는 적막한 고요속에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생명을 통해
심란함 속에 쾌적감을 느낄 수 있고 그 어느 곳보다 달콤한 휴식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그 따뜻한 세계의 조화로운 질서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도 알고 싶어진다.
때론 세상의 각박함도 묻어 있을 때도 있고, 아름답고 빼어난 경치를
덮어버린 현실의 안타까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개발이란
이름하에 몸살을 앓고 있는 자연의 땅에 진동하는 탐욕의 냄새는 누구의 손에
이끌 려 남겨진 것인지 우리의 모습을 한 번 쯤 되돌려 생각해 보아야겠다.
아마도 인간이란 이기심의 몽둥이에 돈 냄새로 포장되어가는 우리 고유의
생태, 그 미래의 얼굴이 이대로 다쳐나가서는 안되겠다는
세상을 향한 쓴소리와 거친 외침일 것이다.
속진의 때를 조금씩 벗겨가는 일, 느리게 천천히 세상을 좀 더 꼼꼼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관찰의 차이를 주는 것, 여행을 통한 밟아갈 수 있는
싱싱한 활력들은 무엇일지 또 살펴보게 된다.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가면서도 결국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
방향없이 거쳐온 자신의 시간들에 대한 여유도 찾아올 수 있었고
빠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에 쫓기어 녹초가 된 자신의 육체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거 같다.
홀로 남겨진 것이든 누구와 함께할 수 있든 결국 내가 생활하는 그 터전이
주는 인공의 빛 속에서 내가 걸어가야할 길과 운명, 그리고 찾아오는 삶의
그리움을 맞이할 수 있어야 겠다.
나를 가볍게 던져놓고 일상의 이름에 휴식의 단비를 줄 수 있는 여행,
나로부터 가까워지고 멀어질 수 있는 사색의 시간, 내 인생의 뒷 자리에
무엇을 새로이 남겨볼 수 있을지 나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정지되어있는
페달을 밟아 나아가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