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질 늑대 마음그림책 21
이상미 지음, 조경희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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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주변 사람들을 SNS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들에게 내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점점 안물안궁을 보게 되는 게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는 모습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내 입에서는 도대체 왜 그래? 나와 상식이 다른가? 이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마음으로 지적하기 바빴던 것 같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었는데 나만 옳다고 생각한 편협함이 꽤 오랫동안 바삐 작동되고 있었다. 


이 책의 늑대도 그랬다. 못마땅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엄마 마음으로 지적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쯤은 그럴만 하네 싶기도 하다. 


매사에 지적하기 바빴던 늑대는 여느 때처럼 지적질을 하다가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아이가 자신의 발을 밞아서 사과하라고 했을 뿐인데, 자기가 달려오는 걸 못 봤냐며 도리어 자신에게 사과하라는 말에 늑대는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며칠을 끙끙 앓던 늑대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자신이 혼냈던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적 당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늑대의 안부를 물었다. 


늑대야, 괜찮아? 어디 아프니? 


괜찮냐고 물어봐주는 건 눈물을 찔끔 나게 한다. 

나를 기억해 주었구나. 나의 힘듦을 공감해 주는구나. 하는 감격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말도 안 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 넘쳐나고 있다. 단 한명만 괜찮냐고 물어봐 주어도 우리는 좀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게 된다. 


남에게 겨누던 총과 같은  한 개의 손가락을 이제는 거둬들이자. 그리고 모든 손가락을 펴서 “괜찮으세요?” 하고 손 내밀어 보면 좋겠다.


「우리를 기다려 주세요」를 쓴 이상미 작가가 쓰고,  「엄마 자판기」, 「아빠 자판기」를 쓰고 그린 조경희 작가가 그린 「지적질 늑대」는 자신만의 틀에 갇혀 매사에 지적하기 좋아하는 늑대를 통해 우리 자신이 얼마나 편협하고, 너그러움이 없는 사람인지 돌아보게 한다.


평소에 판단하기 좋아하고 충고나 조언할 게 바로바로 떠오른다면 이 책을 만나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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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 스콜라 어린이문고 43
곽유진 외 지음, 서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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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부터 3학년까지를 초등 저학년, 4학년부터 6학년까지를 초등 고학년으로 나눈다. 1,2학년은 확실히 저학년이지만, 3학년은 저학년도 고학년도 아닌 그 중간쯤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마냥 어리지만도 않고,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것도 꽤 많아지는 학년이 바로 3학년이기 때문이다.
동화집 「나는 빛나는 3학년이야」는 유명 어린이책 작가들의 단편이 실린 책으로 성장하고 싶고 스스로 성공하고 싶은 3학년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곽유진, 최은옥, 김다노, 우미옥 작가의 작품들 중 세 번째 이야기인 김다노 작가의 ‘라도와 해가’가 특별히 마음에 남는다.
전라도에서 서울로 전학을 간 나영이는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봐 걱정이었고, 사투리 쓰는 것으로 놀림거리가 될까봐 걱정이었다. 그런 나영이에게 쉼터 하나가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고양이 전화였다. 고양이 전화 수화기를 들자 수화기 너머로 말 끝마다 ~해가 라고 말하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투리 때문에 웃음거리가 된 두 사람은 쉬는 시간마다 통화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그러던 중 짝꿍, 앞자리 친구들과 조금씩 대화를 하게 되면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던 친구들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그 이후로부터 고양이 전화의 수화기에서는 해가의 목소리가 두둑 두둑 끊겨 들리더니 급기야 이름만 말해주고 영영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해가는 누구였을까? 상상 못한, 너무나 참신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김다노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렇지 3학년은 이런 나이지. 스스로 엎치락뒤치락 해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나이. 아이도 어른도 아닌 길목에서 때론 유치한 것은 못 참는 척 거드름을 피우지만, 아직 엄마의 품이 좋고 더 아이로 머물고도 싶은 그런 나이지.

엄마의 입장에서 여전히 해결사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이의 성장을 가로막는 안 좋은 모습일 뿐이다. 아이가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참 좋은 어른인 것 같다. 성장통을 겪어가며 꿈을 펼쳐가는 빛나는 3학년들에게 응원의 파이팅을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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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뿌는 어디에나 있어! 달고나 만화방
박윤선 지음 / 사계절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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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 보려고 하는 아이들 때문에 골머리 썩는 양육자들이 많다. 나 역시 우리 아이가 유행하는 캐릭터를 앞세운 만화는 안 봤으면 하지만, 이 만화라면 몇 번이고 보라고 눈 앞에 가져다 주고 싶은 작품이 있으니 바로 「뿌뿌는 어디에나 있어」이다.

박윤선 작가님은 프랑스에서 아이들과 고양이를 키우며 만화를 그리는 분이다. 전작 「뿌뿌는 준비됐어」도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보다 한층 더 재미와 실용적인 면을 더해서 출간했다.

뿌뿌는 안또낭이 키우는 반려견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보다 보면 안또낭만 뿌뿌를 키우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뿌뿌가 안또낭을 키워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영리하고 재치있는 강아지 뿌뿌.
방학을 맞아 할머니댁에 가게 된 안또낭은 친구 조에에게 뿌뿌를 맡기고 떠나게 된다. 조에와 함께 하며 엄청난 장난과 기발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뿌뿌. 그리고 떠나있는 안또낭에게 요구르트 전화기를 던져주어 요구르트 전화로 놀이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라울네 집에서 놀게 된 조에와 뿌뿌. 라울의 집은 놀이공원 같다. 밤이 되도록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는 나도 라울네 집에 놀러가고 싶어졌다.

이번 책의 실용적인 면은 아이들이 노는 놀이의 자료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복사해서 비행기를 만들 수도 있고, 보드판을 이용해 독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만 게임으로 아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착한 만화이다.

작품 속의 아이들은 놀기만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끝없이 논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내 아이가 그렇게 놀기만 한다면 그 모습도 사랑스러울까? 놀 때의 행복한 얼굴을 본다면 분명 사랑스럽게 보일 것 같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한다. 놀고 놀고 또 놀아야 한다. 노는 가운데 몸도 쓰고 머리도 쓰고 마음도 쓴다.
유행어나 신조어가 난무하지 않고, 양보와 협력의 언어가 담긴 「뿌뿌는 어디에나 있어!」.

어른이 보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만화이니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책 속의 게임도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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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여는 복덕방 생각을 여는 문 2
정은수 지음, 더드로잉핸드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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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집이 있다. 큰 집도 있고 작은 집도 있지만 집의 지어진 목적은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다. 집은 추위를 막아주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이러한 집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다 보니 가족의 행복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잠시 잊고 크기나 편리함에만 집중될 때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가족들과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 새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집은 그런 곳이다. 집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함께 사는 사람들의 추억이 쌓이고, 사랑이 더해지며 안정감을 준다.

‘밤에만 여는 복덕방’은 제목부터 부동산이나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더 익숙한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어른들에게는 동네 큰 길가에 있던 복덕방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그 이름을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해질 녘, 현실 세상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만 문을 여는 다람쥐 복덕방.

이혼하기 전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아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딸, 아무도 찾지 않아 외로운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마음의 집을 지어주는 산신 아저씨가 등장한다.

다람쥐 복덕방이 계속해서 운영되는 이유는 마음의 집을 얻은 사람들은 현실 세상으로 돌아와 그때 얻은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 세상과 가상의 세상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판타지 동화이다.
작가의 상상을 통해 우리는 그리워하던 지난 날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려웠던 시간들로, 꿈꾸던 시간들로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서 말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다른 곳에서 지구별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구별이 사람이 살 수 없게 폐허가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너무 오염되고, 너무 삭막해져서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설정 역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좁은 집에 살 때가 많았는데, 좁은 집이었기에 가족들이 더 많이 붙어있고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자녀들이 우리 집이 참 행복한 집이라고 말하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 집은 크기로 결정되지 않으며 함께 하는 그 시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무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는 사람들, 행복의 이유를 재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지난 날을 원망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삶을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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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스텅 - 거짓을 이기는 말 큰곰자리 고학년 3
샘 톰슨 지음, 안나 트로모프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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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러스는 말하는 게 어려운 아이였다. 혼자 있는 게 좋았고 그런 연유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자기만의 길로 하교를 하곤 했다. 그곳에서 아이센그림을 만났다. 그리고 레이너드를 만났다.

늑대 아이센그림과 허센트는 마지막 남은 늑대였다.
여우 레이너드는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는 신비한 여우였고, 그는 힘이 있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힘 때문에 늑대들은 여우에게 꼼작 못했다. 그대로 억압하는 힘에 짓눌렸다. 여우의 말은 상당히 날카롭고, 속을 긁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힘이 아닌, 말로 가둬버리는 인간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사일러스는 그의 언어 장애 때문에 학급의 거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말 때문에 놀림을 받던 사일러스가 동물들과 있을 때는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쏟아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사일러스는 실망했다. 학교로 돌아가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압하고 강요하는 말을 들으면 본인이 힘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 말 아래 굴복하게 된다. 이것은 말이 가진 힘을 악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책 초반에는 여우와 늑대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노련한 거짓말은 듣는 사람의 판단을 흐린다. 나를 위해주는는 것 같지만, 살살 꼬드겨 나를 이용하곤 한다.

어쨌든 인간을 따라 하는 여우들의 공동체와 여우의 거짓말로 인해 힘을 잃은 늑대, 그리고 그 늑대를 대신하여 해야 할 말을 전하는 인간 아이. 이 조합은 참 신비롭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여겼는데, 책 말미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작가 샘 톰슨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는데, 한 아이가 5살 무렵에 언어 장애를 조금 겪었다고 한다. 그는 늑대에 관한 이야기 짓기를 좋아했는데, 종종 “나는 착한 늑대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정하는 재료가 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의 추천사와 같이 동물의 세계 이야기를 통해 인간 세계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지적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여우일까? 늑대일까? 말을 하지 못하는 사일러스일까? 누군가는 해야 하고, 우리 모두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말로써 상처 받은 사람도 어느 순간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똑같이 말로 상처를 준다. 손가락질 하던 상대의 모습이 곧 나였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은 거짓을 이기는 말에 대해 말하기도 하지만, 한 소년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장면의 묘사도 사실적이서 마치 동물의 왕국을 화면으로 시청하는 느낌을 받는다. 2편이 기다려지고, 영화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푹 빠져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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