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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멋진 일을 하셨소? - 조선의 별별 전문가들
김영숙 지음, 방상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AI를 비서로 두는 시대이다. 4차산업혁명을 얘기하기 시작할 무렵, 미래에 사라질 직업 리스트를 보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찔했다. 우리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일자리가 없을까봐, 그러니 이왕이면 전문가의 자리에 두려고 일단 공부부터 시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자가 들어간 직업, 그리고 요즘 뜨는 직업,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이런 직업들이 조선 시대에도 있었을까? 지금의 이름과는 다르지만, 조선시대에도 전문가들이 참 많았다. 특별히 이런 일까지 하는 사람이 있었나 할 별의별 전문가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조선의 역사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조선 시대에도 억울한 사람은 많았다.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변호사를 그 때에는 외지부라고 불렀다. 이 직업은 법적인 지식이 필요했기에 양반 또는 중인이 그 일을 감당했다. 또한 이 일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였는데, 법을 다루면서 오히려 불법을 자행했기에 불법적인 직업이었다고 한다. 약자들을 이용하여 실리를 취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조선 시대에는 힘든 일, 더러운 일,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신분은 천민이나 평민, 노비 등이었다. 전문가이지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꺼리는 일,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그들이 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 호랑이를 잡는 착호갑사라는 직업이 나오는데, 조선시대에 호랑이가 많았다는 것, 전래동화에 호랑이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이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참 흥미로웠다.
그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직업들도 소개되었다. 곡비는 장례 때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고, 가기 싫은 군대를 대신 가주는 직업도 있었다. 나의 꿈인 전기수가 이 챕터에 나와서 대단히 반갑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기술자 뿐 아니라 예술가들도 많았다. 지금의 오케스트라처럼 나라의 행사 때마다 연주를 해야하는 악생과 악공은 음악실력으로 뽑힌 것이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렇기에 더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했을 것이다.
조선을 책임진 21가지 기상천외한 직업이 기록된 「그런 멋진 일을 하셨소?」는 단순히 조선시대의 직업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나라를 이끌고 유지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진정 좋은 직업은 무엇이고 사람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평범한 백성들의 성실한 태도와 직업의식이 조선이 잘 돌아가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자신의 철학을 담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재정적인 안정감이 뒷받침되는 직업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진로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전문가 김영숙 작가의 맛깔 난 글과 방상호 디자이너의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진 「조선의 별별 전문가들 그런 멋진 일을 하셨소?」를 아이들과 함께 읽고, 재미있는 대화의 시간, 퀴즈내기의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