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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여는 복덕방 ㅣ 생각을 여는 문 2
정은수 지음, 더드로잉핸드 그림 / 옐로스톤 / 2025년 3월
평점 :
세상에는 많은 집이 있다. 큰 집도 있고 작은 집도 있지만 집의 지어진 목적은 누군가가 살기 위해서다. 집은 추위를 막아주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이러한 집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가다 보니 가족의 행복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잠시 잊고 크기나 편리함에만 집중될 때가 많은 것을 보게 된다.
곧 이사를 앞두고 있다.
가족들과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또 새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집은 그런 곳이다. 집의 기본적인 기능 외에도 함께 사는 사람들의 추억이 쌓이고, 사랑이 더해지며 안정감을 준다.
‘밤에만 여는 복덕방’은 제목부터 부동산이나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더 익숙한 우리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어른들에게는 동네 큰 길가에 있던 복덕방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그 이름을 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해질 녘, 현실 세상이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만 문을 여는 다람쥐 복덕방.
이혼하기 전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 싶은 아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딸, 아무도 찾지 않아 외로운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마음의 집을 지어주는 산신 아저씨가 등장한다.
다람쥐 복덕방이 계속해서 운영되는 이유는 마음의 집을 얻은 사람들은 현실 세상으로 돌아와 그때 얻은 힘으로 열심히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현실 세상과 가상의 세상이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판타지 동화이다.
작가의 상상을 통해 우리는 그리워하던 지난 날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려웠던 시간들로, 꿈꾸던 시간들로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서 말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다른 곳에서 지구별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지구별이 사람이 살 수 없게 폐허가 되어서 그런 건 아닐까? 너무 오염되고, 너무 삭막해져서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설정 역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나는 좁은 집에 살 때가 많았는데, 좁은 집이었기에 가족들이 더 많이 붙어있고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자녀들이 우리 집이 참 행복한 집이라고 말하는 것만 보아도 행복한 집은 크기로 결정되지 않으며 함께 하는 그 시간 속에서 결정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너무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있는 사람들, 행복의 이유를 재발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지난 날을 원망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의 삶을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