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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스텅 - 거짓을 이기는 말 ㅣ 큰곰자리 고학년 3
샘 톰슨 지음, 안나 트로모프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3월
평점 :
사일러스는 말하는 게 어려운 아이였다. 혼자 있는 게 좋았고 그런 연유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자기만의 길로 하교를 하곤 했다. 그곳에서 아이센그림을 만났다. 그리고 레이너드를 만났다.
늑대 아이센그림과 허센트는 마지막 남은 늑대였다.
여우 레이너드는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는 신비한 여우였고, 그는 힘이 있었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힘 때문에 늑대들은 여우에게 꼼작 못했다. 그대로 억압하는 힘에 짓눌렸다. 여우의 말은 상당히 날카롭고, 속을 긁는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힘이 아닌, 말로 가둬버리는 인간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사일러스는 그의 언어 장애 때문에 학급의 거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말 때문에 놀림을 받던 사일러스가 동물들과 있을 때는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쏟아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사일러스는 실망했다. 학교로 돌아가자 이전과 마찬가지로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압하고 강요하는 말을 들으면 본인이 힘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 말 아래 굴복하게 된다. 이것은 말이 가진 힘을 악용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책 초반에는 여우와 늑대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만큼 노련한 거짓말은 듣는 사람의 판단을 흐린다. 나를 위해주는는 것 같지만, 살살 꼬드겨 나를 이용하곤 한다.
어쨌든 인간을 따라 하는 여우들의 공동체와 여우의 거짓말로 인해 힘을 잃은 늑대, 그리고 그 늑대를 대신하여 해야 할 말을 전하는 인간 아이. 이 조합은 참 신비롭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여겼는데, 책 말미에 실린 작가 인터뷰에서 아이디어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작가 샘 톰슨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는데, 한 아이가 5살 무렵에 언어 장애를 조금 겪었다고 한다. 그는 늑대에 관한 이야기 짓기를 좋아했는데, 종종 “나는 착한 늑대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정하는 재료가 되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의 추천사와 같이 동물의 세계 이야기를 통해 인간 세계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지적은 누가 할 수 있을까? 여우일까? 늑대일까? 말을 하지 못하는 사일러스일까? 누군가는 해야 하고, 우리 모두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말로써 상처 받은 사람도 어느 순간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 똑같이 말로 상처를 준다. 손가락질 하던 상대의 모습이 곧 나였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은 거짓을 이기는 말에 대해 말하기도 하지만, 한 소년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폭넓게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장면의 묘사도 사실적이서 마치 동물의 왕국을 화면으로 시청하는 느낌을 받는다. 2편이 기다려지고, 영화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푹 빠져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