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아이, 저 건너 아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65
척 흐루닝크 지음, 신수진 옮김 / 비룡소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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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저 꼭대기에 있는 네안데르탈인 아이는 무엇을 하며 놀았을까?
여기 대 자연을 내 집 마당처럼 여기며 마음껏 즐기고 탐험하는 네안데르탈인 아이가 있다. 아이의 가족은 동굴에서 살았고, 불을 피우며 지냈다. 아이는 저 너머 계곡을 바라보며 가보지 못한 곳을 상상했다. 숲을 탐험하며 동물들과도 스스럼없이 마주쳤고 함께 뒹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저 건너에 있는 다른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호모 사피엔스, 현생 인류와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여기 아이와 저 건너 아이는 참 닮아 있었다.

이 책은 네안데르탈인 아이의 삶을 보여주며 역사 속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 시대를 향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인간의 시작에 대해서 탐구하게 만든다.

단순히 아름답게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네안데르탈인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이 그림마다, 글마다 키워드처럼 담겨져 있는 똑똑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 속에 동물의 뼈와 깃털이 등장하고, 지혜를 발휘하여 살아낸 그들의 생활상이 눈에 띈다.

또한 여기, 저기, 커다란, 조그마한과 같이 대구법, 대조법을 사용한 글은 상당히 시적이다.
응용하여 언어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여기 아이가 남긴 발자국, 동굴 벽에 그을음을 묻혀 찍어놓은 손자국 등은 후대가 발견한 그들의 존재를 확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은 이들을 탐구하는 후세의 우리 모습을 닮았다.

작가 척 흐루닝크는 스무권이 넘는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을 모두 맡은 첫 그림책이다. 이 한 권의 책을 위해 자문을 얻고 무수히 자료 조사를 해 가며 만들어낸 이야기. 혹여 남아 있는 부정확함이나 오류가 있다면 작가의 예술적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그래서 오래도록 고집스럽게 쓰고 그렸을 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나는, 여기에, 지금 어떻게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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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랄드 집에 놀러 간 날 ㅣ 로빈의 그림책장
우예 브란델리우스 지음, 클라라 다켄베리 그림 / 안녕로빈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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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동네에 세 동 짜리 아파트가 들어왔다.
그 덕에 돌산 밑에 있던 우리 동네에 마을버스가 생겼고, 산 밑 공터 옆에 살던 나는 마을버스를 타고 시장에 갈 수 있었다.

새 아파트에 이사를 온 아이들이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다. 부자 동네에서 왔다고 했다. 그 애들은 예쁜 원피스를 많이 입었고, 아직 코 질질 흘리던 우리랑은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반장이던 나는 깨끗하고 공부 잘하는 그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친구네 집에 놀러 간 어느 날, 티비에 연결하여 크게 볼 수 있는 슈퍼마리오 게임에 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꾸만 그 집에 놀러 가고 싶었다.

「하랄드 집에 놀러 간 날」을 보는데 그 때 생각이 났다.
내가 가난한지도 몰랐고, 그게 불편하지도 않았던 때, 그런데 돌아보니 다른 아이들과 사는 게 달랐던 나의 어린 날들이 떠올랐다.

하랄드 집은 숨바꼭질하기 좋은 집이었다. 숨을 곳이 백만 군데쯤 있었다. 방에서 키우는 펠릭스라는 강아지도 있었다. 그 강아지를 쫓아다니며 놀 수도 있었다. 강아지를 따라 들어간 어느 방에서 멋진 트랜스포머 로봇도 볼 수 있었다. 아이가 너무나 갖고 싶었던 그 로봇. 아이는 그 로봇에 손을 대고 만다.

엄마는 그 문제 앞에 상식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왜지? 하며 다시 처음부터 책을 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의 내용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갖고 싶던 로봇에 손대게 되는 이야기인데, 다시 보니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랄드의 집과 비교되는 아이의 집이 보인다. 친구의 집인데 아이의 엄마가 청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단출한 아이의 장난감 통이 보인다.

뭔가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친구 집에서 보낸 하루는 매우 신나는 하루였는데, 그것을 보는 3자인 나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나는 우리 집이 이상하지 않았다. 창피하지도 않았다.
순수해서 뭘 몰라도 한참 몰랐다.

지금도 이렇게 반대의 상황 속의 환경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는 곳의 환경 때문에 각자의 존엄성이 건드려질 수 없다. 몸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는 있지만 차별로 마음의 불편함을 버티라고 할 수는 없다.

우예 브란델리우스는 어린들의 우정 이면에 존재하는 계층을 작품에 녹여냈다. 지금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자라가며 좀 더 높은 계층의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원하며 그런 환경 속으로 아이를 밀어넣곤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우정은 아직 투명하다. 아이들이 투명한 마음을 회색빛으로 물들이지 않기를, 모든 존엄한 인간들의 마음에 날마다 밝은 빛을 비추는 서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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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클라이밍 ㅣ 초등 읽기대장
김환희 지음, 오삼이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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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절대 오를 수 없는 벽은?

바로 ‘완벽’이다. 

모든 분야에서 상을 받는 여리나.

리나는 실수해도 괜찮다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갸우뚱하며 만약 완벽이라는 벽이 눈 앞에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르고야 말겠다 하는 대단한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이다. 


지금은 허당 기가 다분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가 딱 여리나 같았다. 상 받지 못할 바에야 작품을 안 내고 마는. 그런데 내 딸이 지금 그러고 있으니 유전자란 참 무섭다. 


그리기 대회 건으로 심난한 리나는 하교 길에 높은 학교 담장 위에 올라가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다. 발톱이 끼어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높은 벽을 능숙하게 타고 올라가 고양이를 내려준 아이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남도현. 


둘 만의 비밀이 생겼다. 벽을 탄 건 절대로 비밀로 해야만 한다. 

리나의 시선이 자꾸만 도현이에게 갔다. 급기야 도현이가 다닌다는 클라이밍장에 등록하게 된다. 클라이밍을 배우러 갔지만 사심 가득 담은 운동이 시작되었다. 


처음 하는 운동이니 잘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사심으로 갔으니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는 중에도 리나는 조금씩 실력이 늘어가고 있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된 관계 속에서 마음도 자라고 있었다. 


클라이밍 장에서 진행된 페스티벌에서 리나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경쟁심이 불타는 아이이니 안 되면 되게 하려는 마음이 컸던 이유일 것이다. 또 학교에서는 티격태격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성향으로 그저 운동을 즐기는 강바람을 통해 실패의 유익과 어떤 일을 대하는 자신과 다른 마음 가짐도 배우게 된다. 


그것 뿐일까? 

짝사랑하는 건 남도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물처럼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는 강바람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고 엄마 미소로 바라보게 된다. 


실패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는 초등학생들의 이야기. 

그 가운데서 몸도 마음도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시작 앞에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1등을 못해도 그저 즐기면 되는 게 아니겠냐고 등을 밀어주는 이야기. 


바로 ‘두근두근 클라이밍’이다. 

말랑말랑하고도 귀여운 이야기 속에 어린이들도 푹 빠져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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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와 살구 - 학교 가는 날 ㅣ 또박또박 첫 읽기
이반디 지음, 심보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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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있는 1학년 코딱지가 입학한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학교에 가서 잘 앉아있기나 할까 싶었는데, 방과후 교실에도 가고, 학교에 다녀와서 가방 던져놓고 태권도에도 가는 걸 보면, 아이들도 환경에 맞춰 잘 자라가는구나 싶다.

일하는 엄마인지라 지난 3월에 있던 참관수업에 참석하지 못했다. 요즘은 일하는 엄마들이 많으니 몇 명은 못 오시겠지 했는데, 딱 우리 딸만 부모님이 안 오셨다고 하니 더 미안했다. 이번주는 방과후 교실 공개수업인데 역시나 갈 수 없으니 이번엔 친정 엄마께 부탁을 드려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반디 작가가 글을 쓰고, 심보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설기와 살구」의 표지에는 강아지 설기와 고양이 살구가 귀엽게 웃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설기와 살구는 학교에 간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소미의 학교 공개수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하시는 할머니는 가실 수 없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씩씩하게 학교에 간 소미를 놀래켜주기로 한 거다.

설기와 살구는 할머니의 옷과 소미의 옷을 빌려 입고 학교에 간다. 가는 길에 들르는 곳들은 소미가 평소 들르던 곳이며 소미를 예쁘게 보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다. 소미를 좋아하는 설기와 살구는 자녀의 좋은 얘기를 들은 부모처럼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공개수업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가는 길에 악당 개들을 만나게 된다. 여차저차 악당들을 따돌리고 학교로 향하게 되는데, 구름새를 만나 새를 타고 학교에 가기도 하는 등, 설기와 살구의 모험은 아슬아슬하고도 흥미롭다.

반려동물이 주인의 공개수업에 간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은 낯설고, 엉뚱하지만, 이제 반려견은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또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환경도 이제는 우리 주변에 있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 중의 하나이기에 더 이상 소설이나 영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설기와 살구가 학교에서 마주한 소미는 대단히 당차고 거침이 없었다. 부모님이 안 계셔도 위축되지 않는 어린이의 힘을 보여주었다. 매일매일 자라나는 힘, 매일 신나게 노는 힘을 보여주었다. 어린이는 작지만 작지 않다. 아직은 여러모로 도움이 필요한 나이인데도 오히려 그 밝음이 어른을 돕는다.

어린이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도 많아 보인다.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면 좋겠다. 그 세상은 분명 어른도 행복할 것이다. 서로를 찌르고 총 쏘는 세상이 아닌, 등 쓸어주고 다독여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마침 이번주에 공개수업이 한창인 딸이 이 책을 가방에 넣었다. 참관수업에 “우리 엄마만 안 왔어.”했던 딸이다.

더듬더듬 읽던 한글인데 조금 속도가 붙자 공감되는 주제의 책에 손을 댄다. 아이가 아는 주제가 나오는 책이 아이에게 독서흥미를 준다.

이 책은 1학년 아이들의 첫 문고판 책으로 제격이다. 내용도 착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1학년 딸 표현으로 그림도 깔끔하다.
그림책을 읽어주던 엄마라면, 이 정도 길이의 책은 여전히 읽어줄만 하다.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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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단지와 블루베리 나무와 사탕 화산 ㅣ 문지아이들 그림책
울리카 케스테레 지음, 이상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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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너저분한 거실 배경에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보였다.
그리고 나서 보게 된 문구.
‘이제는 청소를 더 미룰 수 없었어요.’

마치 내 마음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더 미룰 수 없는 청소 앞에 놓인 나에게 찾아온 그림책,
「쿠키 단지와 블루베리 나무와 사탕 화산」.

멍멍이 펠레와 야옹이 롤로는 청소를 해야 했다.
그러기 전, 에너지를 얻기 위한 달달한 것들이 필요했다. 사탕도 쿠키도 없었다.
쿠키를 구워보려 했지만,
재료마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바로 쿠키를 구울 수도 없었다.
가까스로 쿠키를 구웠지만,
그 쿠키마저 오븐이 냠냠냠 먹어버렸다.

청소를 해야 했던 펠레와 롤로.
그러나 이미 청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귀여운 두 친구의 모습이 참 익살맞고,
해야 할 일을 어떻게든 미룬채
하고 싶은 것에 몰입하는 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았다.

결국 청소를 시작한 두 친구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쿠키를 발견하는데, 쿠키는 결국…….

두 친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욕심을 냈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좌절을 겪고 만다.

그나저나 펠레와 롤로는 청소를 마무리 했을까?

울리카 케스테레는 스웨덴 룬드에 거주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우리 나라에는 「마음 약한 고슴도치」, 「오토의 털 스웨터」, 「생일」이 번역 출간되어 있다.

그의 그림책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서로 다른 동물들끼리 배려하고
우정을 나누는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또한 우리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지만,
표현 방식이 재치있고 유머러스해서 몰입도가 높은 작품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구석구석 이야기거리가 많은
「쿠키 단지와 블루베리 나무와 사탕 화산」을
꼭 수업에서 다루고 싶다.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볼 때에도
대화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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