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 선생과 우주 문지아이들 176
김울림 지음, 소복이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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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꿈인 우주. 그리고 아이가 위인이 되기를 꿈꾸는 부모가 있다. 마을에는 고리타분해서 ‘고타’라고 불리는 굉장한 실력의 분재사가 살고 있다. 우주의 생일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주는 강아지를 선물로 받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생일 선물로 사주신 것은 축구공이었다. 자신의 꿈은 무참히 짓밟혔다 느껴 망할 축구공을 들고 집 밖으로 나간 우주는 화가나는 마음을 담아 공을 뻥 찬다. 그런데 그 공이 맞은 곳은 다름 아닌 고타씨의 소중한 소나무였다.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질서정연한 고타씨의 집에 갑자기 날아든 축구공이라니.
우주는 아찔했다. 그런데 말 많은 고타씨의 집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고타씨의 목소리가 아닌 강아지의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제 고타씨와 우주의 믿기지 않는 만남이 시작된다.

우주는 집에서는 꿈이 짓밟힌 채 부모님의 원함에 맞추어 살아야했지만, 고타씨를 만나러 그 집에 출입할 때마다 행복해졌다.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꼈다. 고타씨와의 만남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우주는 더욱 확고해졌다. 진짜가 되고 싶은 고타씨의 생각을 듣고는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꼭 지키고, 부모님께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로 한다.

우리는 때로 가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이들은 투명하여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 또한 누군가에게 길들여지면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남이 원하는 모습으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절대 행복할 수는 없다. 그저 순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우주도 어린 나이지만 그랬을 것이다. 고타씨도 겉으로는 원리원칙에 맞춘 틀에 맞춘 모습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사람들과 분리했지만,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외로운데도 틀에서 나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님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스승 삼아 홀로 몰래 글을 써 왔다고 한다. 전공자가 아니었기에 자신감없이 그저 홀로 쓰며 지냈지만,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어린이에게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느껴 그만두려고 할 때에 이 책을 출간하는 만남이 이어졌다고 한다. 작가님도 진짜 ‘김울림’으로 살기를 꿈꾸며 얼마나 오랜 시간 가짜로 지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나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나는 진짜이기도 하고 때때로 가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엄마의 자리에서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은, 나는 완변한 진짜로 살지는 못할지라도 우리 아이들은 진짜로 살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게 그 길을 차단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아이가 꿈 꾸는 것에 나의 취향, 나의 경제적 상황 등이 걸림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꿈을 향해 걸어갈수록 아이가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진 어른들 되자고, 내 옆의 어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소복이 작가님의 따뜻한 그림과 어우러져 더욱 따뜻하고 희망적으로 표현 된 「고타 선생과 우주」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고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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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너를 위한 책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75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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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수업을 다니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짜릿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선생님, 오늘 무슨 책 읽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이다. 그 다음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함께 본 책을 다시 찾아보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싫어하기에 놀이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골라서 가져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료를 가져가 만들기를 한다. 처음 얼마간은 아이들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은 뭐 만들어요?”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유초등 시절에 꼭 해야할 것으로 ‘독서’를 꼽는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문해력이 높고, 나중에는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유를 학업에만 국한 시킨다면 너무 절망적이다. 책은 우리 인생의 길을 밝혀주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하며, 무엇보다 이야기 속에서 행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 「딱, 너를 위한 책이야」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너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즐기게 되는 내용의 책이다.

인상적인 것은 원서의 제목이 「I Hate love books」인데, Hate에 줄이 그어져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면지에서 만난 주인공 아이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당연히 테블릿도 보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딱 요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고, 어른들의 모습이다.

아이는 방학을 맞게 된다. 이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도 잠시, 선생님은 방학동안 책 학 권을 읽어오라고 하신다.

숙제를 위해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간 아이는 책만 모여있는 곳에서 한 권을 찾는 게 어렵다고 느껴졌다. 책은 소리도 안 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엄마의 추천으로 책 한 권을 빌려가게 된다.

일단 책을 펼친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한다.
오, 그렇군 하며 점점 빠져든다.
아이는 아예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판타지!

아이는 해야 할 일을 빨리빨리 해치우고 잠 잘 시간에 이불 속에서 몰래 책을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리고 도서관을 다시 찾은 아이.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책들에서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인 모습이다.
자신을 읽어 달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그러니 책 표지를 좀 펼쳐 보라고.

아이가 책을 싫어해서 고민이라면 여기 아이의 엄마처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추천해 보면 어떨까? 학년별 필독도서가 아닌, 많은 홍보로 유명해진 책이 아닌, 이왕이면 아이가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재미있는 책으로 말이다. 그러려면 어른이 먼저 이야기 탐험가가 되어야할 것 같다.

자 한번 해보자.

일단 책을 펼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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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 - 고민하는 10대를 위한 내 몸 긍정 키워드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 지음, 앙케 쿨 그림, 전은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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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춘기 시절에는 자기의 얼굴이나 몸매가 맘에 드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에 외모 콤플렉스가 심해서 사람들과 직접 만나기보다 채팅을 즐기고, 전화 통화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겼지? 저사람은 저렇게 예쁜데. 저 사람 피부는 저렇게 빛이 나는데.’
‘나는 못 생겨서 사랑받지 못하는 거야. 나를 보면 실망할 거야.’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던 나에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수용하고, 나의 몸을 긍정할 수 있을까? 바른 지식과 수용하는 태도를 가진다면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우리의 몸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 「난 왜 이렇게 생겼지?」의 저자인 독일 작가 카타리나 폰 데어 가텐은 대학에서 특수 교육학을 전공한 성교육 전문가이다. 그녀가 가르쳐주는 우리 몸의 세세한 부분과 평소 궁금하던 내용들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몸에 대한 이야기와 사춘기에 나타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하니 성교육 지침서인가 싶다가도, 시대마다 달랐던 미의 기준과 현대의 문화를 이야기하니 사회문화 서적 같기도 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이점은 나 자신, 내 몸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성교육은 생물시간, 보건시간에만 배우는 학문이 아닌, 나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 남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을 바르게 교정해주는 철학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몸에 대해, 사랑에 다해, 차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세계관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글이 구어체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친절한 어른이 궁금한 게 많은 아이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초등 중학년 정도부터는 흥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3학년이 되는 아들이 2학기를 맞이할 즈음, 직접 읽어줄 생각이다.

그림도 사실적이면서 유머러스해서 쉽고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난 왜 이렇게 생겼지?」.

이 책을 보며 정돈되지 않은 내 몸도 다시 사랑하게 되고, 다른 이들의 몸에 대해서 편견 갖지 않을 성숙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토론하며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성교육서로 추!추!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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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 생각을 생각하는 철학 그림책, 2023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 선정작 마음그림책 18
자연 지음 / 옐로스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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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퀸즈대 조던 포팽크 박사팀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6200개의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다고 한다. 자는 시간을 8시간으로 잡고 그 외의 시간에 뇌파 검사를 하니 1분에 6.5번의 생각 전환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수많은 생각을 한다. 아니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은 자는 시간 외에는 없다. 생각은 곧 인간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연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 「생각」은 우리가 매일 하고 사는 생각에 대해 깊이 사유할 수 있는 철학적인 그림책이다.
어느 날 샤워장에서 사람의 모습이 똑같아 보이는 걸 발견하고,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해하다가 구상하게 된 그림책이라고 한다.

누구나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은 크기와 깊이, 내용에 차이가 있다. 생각에서 말이 나오고 행동이 나온다. 그렇기에 생각은 곧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생각은 불편함을 편리함을 바꾼다.
생각은 불행을 행복으로 바꾼다.
생각은 폭력을 끌어내기도 하고, 전쟁도 일으킨다.

좋은 생각이 좋은 인생을 만들고,
나쁜 생각이 끔찍한 인생을 만드는 거라면,
작가의 말처럼 우리도 우리의 생각을 관리함으로써 좀 더 멋진 나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철학 그림책이지만, 어려운 책이 아닌 여러 세대에서 그 수준에 맞게 다양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을 관리하는 것의 유익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전공자의 깊은 그림과 그림 못지않게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이 많은 이들의 생각의 질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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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씨와 내일이 마음그림책 16
안나 파슈키에비츠 지음, 카시아 발렌티노비츠 그림, 최성은 옮김 / 옐로스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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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과거에, 어떤 사람은 오늘에, 어떤 사람은 내일에 마음을 둔다.
그 가치관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고, 삶의 방향성이 된다.
우리는 무수한 동기부여가의 영상이나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 오늘을 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과거에 얽매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달리기만 하면 오늘의 행복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그림책 「어제씨와 내일이」는 전작 「아무씨와 무엇이」를 함께 만든 글 작가 안나 파슈키에비츠와 그림 작가 카시아 발렌티노비츠가 두 번째로 만든 작품이다. 전작은 2020년 IBBY 폴란드 부문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폴란드 그래픽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화이트 레이븐 목록에 수록되기도 했다. 「어제씨와 내일이」는 2021년 IBBY 폴란드 부문에서 최고의 책 후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철학적이고, 깊이 생각하게 하는 주제와 비비드한 칼라를 사용하여 세밀한 표현을 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내용은 이렇다.
시계공의 작업실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누가 중요한가에 대해서 말이다.
나이가 든 어제, 그리고 아직 어린 내일,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오늘 이 셋이 그 대화의 주인공이다. 서로 자기가 더 중요하다며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그 주장이 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다. 어제는 경험이 많은 것을 자랑하고, 내일은 더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자랑한다.
오늘은 어떨까?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고,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말이 정말 맞지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말을 한다. 내일은 예측할 수 없고, 과거는 고칠 수가 없으니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라고 말하는 오늘이다.

생각해 보면, 지난 날의 실수를 발판 삼아 발전하기도 했지만, 과거를 후회하며 괴로웠던 시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앞서가는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어, 내가 더 노력하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곧 번아웃 되고 말았던 일도 있었다.
그렇게 놓치고 보내버린 오늘들이 결국 어제가 되어버렸고, 또 후회를 남기기도 했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고 있나 돌아보게 된다.
혹 지난날을 후회하며 거기에만 머물러 있다면, 아니면 미래를 향해 달리느라 주변 한번 돌아볼 틈 조차 없다면 잠시 멈춰서 오늘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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