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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너를 위한 책이야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75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 지음, 김지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그림책 수업을 다니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짜릿한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선생님, 오늘 무슨 책 읽어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이다. 그 다음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함께 본 책을 다시 찾아보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싫어하기에 놀이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골라서 가져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재료를 가져가 만들기를 한다. 처음 얼마간은 아이들이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은 뭐 만들어요?”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유초등 시절에 꼭 해야할 것으로 ‘독서’를 꼽는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문해력이 높고, 나중에는 학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이유를 학업에만 국한 시킨다면 너무 절망적이다. 책은 우리 인생의 길을 밝혀주기도 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하며, 무엇보다 이야기 속에서 행복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리아호 일러스트라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 「딱, 너를 위한 책이야」는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책을 읽는 것을 너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즐기게 되는 내용의 책이다.
인상적인 것은 원서의 제목이 「I Hate love books」인데, Hate에 줄이 그어져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면지에서 만난 주인공 아이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당연히 테블릿도 보고, 게임을 즐기는 것은 더더욱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책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딱 요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고, 어른들의 모습이다.
아이는 방학을 맞게 된다. 이제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즐거운 마음도 잠시, 선생님은 방학동안 책 학 권을 읽어오라고 하신다.
숙제를 위해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간 아이는 책만 모여있는 곳에서 한 권을 찾는 게 어렵다고 느껴졌다. 책은 소리도 안 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던 중 엄마의 추천으로 책 한 권을 빌려가게 된다.
일단 책을 펼친다.
첫 장을 읽기 시작한다.
오, 그렇군 하며 점점 빠져든다.
아이는 아예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판타지!
아이는 해야 할 일을 빨리빨리 해치우고 잠 잘 시간에 이불 속에서 몰래 책을 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리고 도서관을 다시 찾은 아이.
이상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책들에서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오고 싶어 안달인 모습이다.
자신을 읽어 달라고, 내가 여기 있다고. 그러니 책 표지를 좀 펼쳐 보라고.
아이가 책을 싫어해서 고민이라면 여기 아이의 엄마처럼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추천해 보면 어떨까? 학년별 필독도서가 아닌, 많은 홍보로 유명해진 책이 아닌, 이왕이면 아이가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재미있는 책으로 말이다. 그러려면 어른이 먼저 이야기 탐험가가 되어야할 것 같다.
자 한번 해보자.
일단 책을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