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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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년 전 이 책을 읽고 나서 위화라는 작가에 쏙 빠져 <살아간다는 것>까지 읽었다. 이 책은 주인공 허삼관이 인생의 중요한 고비고비마다 생활의 곤궁함을 피를 뽑아 팔아 돈을 얻음으로써 그때그때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인생 이야기이다.

누에고추 공장에서 일하던 허삼관은 어느날 피를 한번 팔면 35원이라는 거금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 돈은 반년을 힘들여 땅을 파도 얻기 힘든 돈이야.'라며 피를 팔기 시작한다. 피를 팔아 얻은 돈으로 결혼할 생각을 하는데 임분방이라는 여성과 허옥란이라는 두 여성을 두고 고심하다가 허옥란 쪽을 선택하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힘쓴다.

그러나 당시 허옥란은 하소용이라는 남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허삼관은 피를 판 돈을 앞세워 돈의 위력으로 허옥란을 차지한다. 허옥란은 5년 동안에 세명의 아들을 낳는데 각각 '일락, 이락, 삼락'이라고 이름짖는다. 그러나 나중에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하소용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라대가리'라는 중국 남자에게 있어 가장 모욕적인 별명까지 듣게 된다.

여기에서 허삼관과 허옥란, 하소용, 일락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갈등과 이해가 반복되면서 독자로 하여금 쓴웃음을 짖게 한다. 허삼관은 일락이와의 화해 뿐만 아니라 허옥란이 문화혁명기에 하소용과의 관계로 인해 공개비판을 받게 되는 장면에서도 자신과 임분방과의 관계를 스스로 밝히면서 아들들에게 허옥란을 용서해 줄 것을 설득하는 인간적인 부분도 엿볼 수 있다.

예순이 된 허삼관이 승리반점 앞을 지나가다가 돼지간볶음을 먹고 싶어졌다. 허삼관은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피를 팔기로 하고 병원을 찾았으나 젊은 혈두는 너무 늙어서 이제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허옥란은 허삼관을 위로할 생각으로 젊은 혈두를 욕하지만 허삼관은 '그걸 가리켜서 좆털이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라고 근엄하게 말한다.

피를 판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지만 그 외에 생존을 위해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허삼관의 인생 전반을 통해 격변기 중국의 사회상과 서민들의 생활상과 심리를 알아볼 수 있다.

이 책은 고난으로 얼룩진 서민생활을 희극적으로 그려낸 뛰어난 중국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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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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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나서 위화라는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작중 화자인 민요를 수집하는 한 젊은이에게 복귀라는 노인이 자신의 살아온 파란만장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서 현명한 아내 가진을 얻었는데 복귀는 노름과 방탕한 생활로 살림 전부를 거덜내 버리면서부터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죽음'이 시작된다.

대변을 누다 죽는 아버지, 위급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의사를 부르러 갔다가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서 2년여 기간을 대포를 끌게 되는데 수많은 국민당 군대들이 전사하는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공산당의 포로가 된 다음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죽은 뒤였고, 현장 부인의 출산 과정에서 헌혈을 하다가 무식한 의사아 피를 남김없이 뽑아버려 아들 유경이 죽고, 어려서 갑자기 말을 못하고 듣지를 못하게 된 봉하는 아들 고근을 낳다가 죽고, 남겨진 아들 고근을 데리고 살던 사위 이희는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틈새에 끼어서 죽고, 그의 외손자 고근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열이 많아 콩을 반근을 삶아주고 들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삶은 콩을 한꺼번에 먹다가 배가 터져서 죽고, 그 외에도 용이, 춘생의 죽음 등등..

이 책은 중국의 문화대혁명기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인데 언뜻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 전반을 통해서 한많고 질긴 우리의 역사를 견주어 보는 듯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격변기 시기라는 시대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손쉬운 '수용'이 느껴지기도 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묵묵히 희생하면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싸고 보살피면서 끈질긴 생활력을 보여준 아내 가진의 인물 됨됨이, 또 젊은날의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 자책하면서 가족을 책임지려 했던 복귀 노인의 인생역정, 특히 죽은 외손자 고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시장에 갔다가 도살장 입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늙은소를 불쌍히 여겨 비싼 값을 치르고 사게 되는 부분, 그 소에게 '복귀'라는 자신의 이름을 똑같이 붙여주어 마치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 등 전반적으로 거칠고 험난한 이야기 가운데서도 참 따뜻함도 같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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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종이괴물 상상력을 키우는 만화그림책 1
루이 트로댕 지음, 김미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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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다 보면 어른 책보다 더 많은 신경이 쓰인다. 특히 그림책은 어른의 시각에서 고르다 보면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경우 단순히 그림만 보고는 책을 쉽게 고르기 어려운 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책을 너무 재미있어 한다. 우선 그림이 아이들 수준에 비춰 거리감이 없다. 그냥 끄적끄적거려본 그림에다 요술가루를 뿌리면 괴물이 된다는 상상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그것으로 끝인 책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재잘재잘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역시 아이들 눈높이에서 잘 기획된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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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지음, 김경온 옮김 / 두레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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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선행을 한번 베풀고 난 뒤로 그런 선행을 계속하지 않고 거기서 멈추어 버린다면 자칫 그 한번의 선행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엘제하르 부피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일을 꾸밈없이, 중단없이 행하고 있다. 부피에가 심은 것은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를 위한 나무였지만 그 나무를 그냥 단순히 '나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황무지'는 우리 인간세상의 각박한 정신세계를 의미할 수도 있고, 부피에가 심은 '나무'는 그런 각박한 현실에 묵묵히 퍼트려 나갈 희망일 것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선한 일, 그것을 쉼없이 해나간 한 선각자의 일생을 기록한 전기문과도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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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유용주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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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표 선정도서로 소개되어 관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다. 저자의 험난하고 굴곡 많은 삶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7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어렵게 살아왔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걸어온 인생 행로에 대해 공감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왠지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뭐랄까, 편집상의 불찰인지, 구조적인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을 이루는 각 단락마다의 개연성도 없고, 특히 후반부에 가서는 저자의 시시껄껄한 넋두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듯한 지루함,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한가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끝까지 한번 읽어보자.'라는 각오가 필요했다.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잔잔하게 남는 게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저자가 너무 많은 '설'을 풀어놓아서인지 별로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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