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나서 위화라는 작가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작중 화자인 민요를 수집하는 한 젊은이에게 복귀라는 노인이 자신의 살아온 파란만장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서 현명한 아내 가진을 얻었는데 복귀는 노름과 방탕한 생활로 살림 전부를 거덜내 버리면서부터 이 책 전체를 지배하는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죽음'이 시작된다.

대변을 누다 죽는 아버지, 위급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의사를 부르러 갔다가 국민당 군대에 끌려가서 2년여 기간을 대포를 끌게 되는데 수많은 국민당 군대들이 전사하는 가운데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공산당의 포로가 된 다음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죽은 뒤였고, 현장 부인의 출산 과정에서 헌혈을 하다가 무식한 의사아 피를 남김없이 뽑아버려 아들 유경이 죽고, 어려서 갑자기 말을 못하고 듣지를 못하게 된 봉하는 아들 고근을 낳다가 죽고, 남겨진 아들 고근을 데리고 살던 사위 이희는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틈새에 끼어서 죽고, 그의 외손자 고근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열이 많아 콩을 반근을 삶아주고 들일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삶은 콩을 한꺼번에 먹다가 배가 터져서 죽고, 그 외에도 용이, 춘생의 죽음 등등..

이 책은 중국의 문화대혁명기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격변기에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인데 언뜻 우리 정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한 인간의 인생 전반을 통해서 한많고 질긴 우리의 역사를 견주어 보는 듯한 동질감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격변기 시기라는 시대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죽음'에 대한 손쉬운 '수용'이 느껴지기도 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묵묵히 희생하면서 말보다는 행동으로 감싸고 보살피면서 끈질긴 생활력을 보여준 아내 가진의 인물 됨됨이, 또 젊은날의 방탕한 생활을 반성하고 자책하면서 가족을 책임지려 했던 복귀 노인의 인생역정, 특히 죽은 외손자 고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시장에 갔다가 도살장 입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늙은소를 불쌍히 여겨 비싼 값을 치르고 사게 되는 부분, 그 소에게 '복귀'라는 자신의 이름을 똑같이 붙여주어 마치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 등 전반적으로 거칠고 험난한 이야기 가운데서도 참 따뜻함도 같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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