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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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서류더미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발견되고, 그 이야기 서류더미는 ‘엘리스데어 그레이’의 손에 들어와 편집과 출간의 기회를 맞는다. 편집자, 엘리스데어 그레이에 의해 정리된 이 이야기는 간략한 사실정리를 예고편으로 알려주고 시작한다. 


찾아낸 이야기는 크게 두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코틀랜드 공중보건담당관 아치볼드 맥캔들리스 박사의 젊은 시절의 일화들’ 그리고 ‘빅토리아 맥캔들리스가 손주 혹은 증손주에게 보내는 이 책에 관한 편지’. 부연 설명하자면, 남편(아치볼드)가 자신의 일화라 기술한 내용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은 아내(빅토리아)가 자신이 알고있는 남편의 일화들에 대한 진실(?) 혹은 부연설명들을 후손에게 편지로 남긴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다. 


19세기 중반, 스코틀랜드.

의학도 아치볼드가 신분, 재산, 외모(?)등 모든 측면에서 아우라를 지닌 ‘고드윈 백스터’를 알게되고 그와 친구가 되면서 그의 인생에 얽히게 된 이야기다. 고드윈이 여차저차해서 죽은 여자 시체와 태아의 뇌로 만들어낸 여인, ‘벨라 벡스터’. 이 여인을 사랑하는 두 남자 고드윈과 아치볼드, 하지만 이 두 남자만 좋아할 수 없는 여인 벨라. 이들의 대환장 소동이 한바탕 벌어지고, 좀 안정을 찾게되나 싶을 때 쯤 드러나는 벨라의 과거 그리고 그 후 이야기. 그래 이제 잘 끝나는군… 싶었는데 다시한번 드러나는 같은 이야기의 다른 모습. 


아치볼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블랙코미디인가…싶더니 벨라의 이야기까지 읽고나니, 사랑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적인 시대로 내게 여겨졌던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영국, 스코틀랜드 여성의 비참한 사회적 위치와 그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버리는 통쾌함을 벨라 인생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가 진실인가를 선택하는 건 독자의 마음. 아치볼드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지만, 난, 벨라와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라보기를 선택했다. 독특한 구성, 간혹 보이는 남자들의 찌질함이 피식 웃음을 나게도 했으며, 고드윈과 벨라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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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ㅣ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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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소설이 추구해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다.”  -하퍼 리-

하퍼 리 였다. 물론 다른 작품들에도 많은 찬사를 보냈을 수 있지만, 그녀의 이름과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던 순간, 어차피 읽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하숙집, 이 하숙집에 새로 이사온 40대 노처녀 주디스 헌, 그녀는 어떤 식구도 없는 혼자다. 몇년 전 같이 살던 이모가 죽은 뒤, 피아노와 자수를 가르치며 적은 수입으로 아끼고 아끼며 살고 있다. 주디스가 새로 이사온 하숙집엔 하숙집 주인 모자, 하숙집 주인의 오빠인 미국에서 돌아온 매든씨, 그리고 하숙생 레너한씨와 프리엘 양이 있다. 이 하숙집에서 주디스는 하숙집 주인의 오빠인 매든씨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가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여기게 되고, 매든씨 역시 그 나름의 착각으로 인해 주디스가 데이트라고 여길만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돈도 외모도 가진 것 없는 40대 노처녀의 삶이란, 하루하루가 초조하고 절박할 뿐이었던 주디스에게 봄날 같았던 시간은 너무나 짧게 끝나고, 그 오해의 시간이 야기한 파국은 너무나 혹독했다. 지금의 주디스가 있게 한 그녀의 안타까운 과거도, 그리고 어찌하지 못하는 그녀의 현재와 희망을 가늠 할 수 없을 것 같은 미래도 모두 안타깝기만 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충실히 살아왔을 뿐인데 세상은 그녀에게 무심하고, 냉정했다. 이 소외되고 마는 여인의 두려움과 고통, 외로움은 그냥 그 뿐이지 누구에게도 온전히 이해되고 공감받지 못한다. 오해가 부서지면서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주디스의 인생은 너무나 극단적이지 않은가..도 싶었지만, 그녀가 새 하숙집으로 이사올 수 밖에 없었던가와 연결되면서 그녀의 고단하고 외로운 삶이 더욱 힘겹게 느껴졌다.  소외된 자의 외로움과 공포, 소외된 자를 더욱 소외시키는 세상. 그 끝없는 공포를 이겨낼 수 없었던 주디스 헌. 그녀의 외롭고 부질없었던 열정. 

천천히 아주 느리게 들어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새 훌쩍 빠져들어 읽었던 책. 읽는 내내 계속 쓸쓸함이 느껴져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조금 더 주디스를 생각하게 되었던 이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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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 리 ㅣ 팡세 클래식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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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컬러풀해진 해저2만리. 


쥘베른의 대표작은 대표작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재미난 작품들이 많다. 물론 이 작품도 그 중 하나. 이번엔 바닷속 여행. 


파리 자연사 박물관 교수, 아로낙스 박사는 여행 동반자인 하인 콩세유와 갑작스레 출연한 미지의 거대 수수께기 바다 생물을 잡기 위해 원정을 나서는 배에 미국 정부의 초청으로 동반한다. 거기서 작살을 잘 던지는 선원, 네드를 만나고 그들은 거대 바다괴물을 잡으러 다닌다. 그러나 a마침내 조우한 바다괴물을 잘못건드려 그들이 탄 배는 파손되고 아로낙스 박사, 콩세유 그리도 네드는 바다에 표류하다 철판가죽으로 싸인 그 괴물을 접하게 된다. 이미 예상하겠지만, 그 정체는 엄청난 크기의 잠수함. 


잠수함의 이름은 ‘노틸러스 호’이며 그 배의 선장 네모는 박사와 콩세유 그리고 네로를 포로이자 손님으로 받아들이고, 이렇게 그들의 바닷속 세계일주가 시작된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인도양, 홍해, 지중해, 사르가소 바다, 대서양을 지나 남극에 도달하고. 그 이후 다시 대서양을 다시거쳐 북쪽으로 올라가던 중 엄청난 소용돌이와 마주해 배에서 튕겨나오게 된 셋은 노르웨이 인근에서 발견되어 목숨을 구하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노틸러스 호와 네모선장의 안위는 알수없게 된다. 하지만 아로낙스 박사는 ‘경이로운 여행’을 경험하게 해준것에 마음속으로 감사하며, 네모선장이 계속 평화로운 해저탐험을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야기는 끝. 


호기심 많은 주 탐험자와 그의 조력자들이 모험에 뛰어들고 그 여정 속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충분히 한 후 다시 그들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단순한 듯 한 이야기 구조 속에 구체적인 상상력이 가미되어 전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면서 독자를 하염없이 끌어당긴다. 사실, 세계최초 원자력 잠수함이 ‘노틸러스 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19세기 노틸러스의 동력은 석탄이었고, 20세기 노틸러스의 동력은 원자력이었지만 어찌됬는 여전히 우리는 전기의 노예가 여전하다는 묘한 동질감을 들게했었다.


게다가, 세상을 등진 노틸러스 호의 네모 선장 그 나름의 세상에 대한 증오를 분출하기도, 때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응원과 지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 대한 서사가 조금 더 가미되었으면…싶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네모선장은 바다목장 가꾸고, 진주키우는 조개 돌보면서 바다 속 어디엔가서 노틸러스호와 함께 잘 살았을 거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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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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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의도하지 않은 행동에 타인이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작되는 괴롭힘. 그 괴롭힘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던 여중생 선이와 미주. 괴롭힘의 상처는 끝끝내 피해자의 몫인 것을 벗어나기 위해 체육교사 박무경에게 도움의 손을 요청한다. 


p.14,


“얘들아.”

  “네?”

  “너희촉이 좋은 애들이구나.”

  “ ……?”

   “잘 찾아왔어. 제대로 찾아왔어.”


이렇게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 


축구선수를 꿈꾸었던 무경의 열여섯, 그 곁을 함께했던 친구 지선. 하지만 그들에게 닥쳤던 괴로움과 그에 대항하기엔 무력했던 무경과 지선.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라도 곧게 현실을 마주보며 대응하고자 했던 무경의 곁엔 자연스레 도움을 바라는 또는 그 과정에서 힘이 되기도 하는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그들의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하며, 맞서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교사가 된 무경은 도움을 요청한 선이와 미주에게 자신의 방식으로 응원과 지지를 한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된 방향과 방법으로 싸우는 것으로. 그리고 선이와 미주는 받은 상처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든든한 선생님 무경과 그들의 현재를 같이 한다. 


학교폭력, 사회폭력 등 여러 집단, 무리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계속 일어나고 있고, 특히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 후 조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한 다름을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무수한 폭력 앞에 무기력할 수 있는 대다수의 우리는 조금 다를 수 있었다. ‘우리’가 되면 서로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이 사랑스러운 무경과 그녀의 친구들의 세상이 물론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겠지만, 그들은 올곧게 그들의 세상을 점차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만으로도 마음이 기뻤던 이야기.  


P.270,


“인사해. 내 친구들이야.”


나도 슬그머니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싶은 친구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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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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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주에 있는 작은 마을, 소월베이. 그곳의 아쿠아리움에서 일하고 있는 70대 청소부, 토바. 대학입학을 앞두고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18살 외아들 에릭은 자살을 하였고, 몇년 전 남편은 암으로 죽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들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토바는 밤에 아쿠아리움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캐머런. 밴드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주요한 일은 되지 못하고, 직장은 다니려 하고 있지만, 나름 자신의 핑계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자주 실업신세가 되고 있다. 아빠는 누구인지 모르며, 엄마는 9살 때 자신을 이모에게 맡기고 연락이 끊겨 이모의 손에 자란 캐머런. 여친과도 헤어져 오갈데 없는 상황이 되어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장으로 인해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소월베이를 방문한다. 


소월베이에 있는 아쿠아리움에 살고 있는 문어, 마셀러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사물에 대한 관찰을 통한 통찰력이 뛰어나다. 야간의 아쿠아리움에서 벌이는 모험 중 목숨을 잃을 뻔한 그 때, 청소부 토바에게 발견되어 도움을 받는다. 그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되는 토바와 마셀러스. 


주요 등장인물 2명과 문어 한마리의 이야기가 매끄럽게 교차되면서 점차 그들의 접점으로 다가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화해, 평온을 찾게되는 이야기다. 상실했고, 결핍된 사람들이 문어의 소중한 조력으로 인해 서로의 온기를 나누게 되는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삶을 보여주며 마친다. 


p. 548, 


‘… 어두컴컴한 바다를 향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말을 속삭였다.

  “보고 싶어. 너희 둘 다.”

   토바는 가슴께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


더 이상 괴롭고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은 토바의 마음을 느낄 수 있던 마지막. 

너무 건조한 현실에서, 이 정도 판타지는 품고 살아도 되겠다…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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