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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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어느날, 

스웨덴 남부의 한 도시, 말뫼에 있는 한 특급호텔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는 한 남자가 총을 맞고 쓰러지고, 총을 쏜 남자는 유유히 창문을 넘어 사라진다. 총을 맞은 사내는 현장에선 다행히 목숨을 잃지 않았지만, 결국 죽는다. 죽은 자는 누구며, 대체 살인자는 누구인건가. 


이 사건에 말뫼의 경찰과 스톡홀름의 경찰이 함께 수사에 나선다. 사망한 피해자는 다양한(?)사업을 진행하던 사업가. 덕분에 적을 만들지 않는게 더 어려운 상황인 피해자에 대한 범인 찾기는 역시나 막연하다. 게다가 살인현장에 있었던 모두가, 제대로 살인범을 기억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하지만, 우리의 스웨덴 경찰들은 그들이 해내었던 수사들 처럼, 차근차근 한발씩 나아간다. 주변인을 조사하고, 피해자의 죽음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들을 세어가고, 아주 소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자 노력한다. 다행히 큰 폭력사태나 추격없이 범인은 잡히고, 살인을 한 자의 변까지 들을 수 있다. 


불운한 일들을 연이어 맞게 되고, 그 불운함 속에 매몰되는 과정 속에 생겨나는 증오. 하지만, 그 증오의 대상이 사라져서 나 역시 불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걸까. 그냥, 죽은 사람만 아쉬울 뿐.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굴러간다. 한계에 몰린 자의 우발적 행동. 하지만, 뭔가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사회. 


게다가, 이렇게 열심히 범인을 검거하는 마르틴 베크, 개인의 삶도 역시 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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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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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도시대. 

부모 형제가 살해당한 원한을 갚는 것은 관에서 무사에게만 허락해주는 관습. 그러나, 함부로 살생하는 것은 금하기 위해 사전에 허가장을 받고, 복수를 마친 후에도 관에 보고해야한다. 물론, 번복은 없으며, 원수를 죽이지 못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 즉, 자신이 살아온 신분과 인생을 버릴 수 밖에 없다. 


 눈 내리는 정월 그믐 밤, 고비키초의 극장 뒤편에서 아버지의 원수와 승부를 겨루고 마침내 원수의 머리를 잘라 한 사내가 사라지고, 이 사건은 목격한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고비키초의 복수’라고 불려진다. 

고비키초의 복수가 벌어진 지 2년후, 복수를 실행했던 사내의 지인이 그 현장에 나타나 그날의 목격자들에게 목격한 사실을 묻는다. 극장 앞에서 호객을 하는 자, 단역과 의상을 담당하는 자, 무술연기를 지도하는 자, 소품과 무대를 만드는 자, 그리고 극작가까지 총 다섯명의 목격자 각각 자신들이 목격한 것과 더불어 각자의 인생이야기를 한다. 


이미 벌어진 사건, 그 안에 어떤 진실이 담겨있는가. 그리고, 복수를 한 사내는 자신의 지인이 그 당시 사건의 목격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가. 


사건은 하나. 고비키초의 복수. 그러나 그 복수와 연결된 목격자, 자신들의 이야기 속엔 다양한 신분과 다양한 시련이 있지만, 역시나 그 모든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알고보니 진짜 범인이 따로 있는 건 아닌 이야기지만, 끝에가선,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복수를 한 사내의 친구와 같은 감정이 되어 코끝이 찡해지는 매력이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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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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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디킨스의 작품,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미국버전.

 책의 제목과 같이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 데몬 코퍼헤드의 성장기. 태어나는 것에서 시작하여 어느 순간까지 데몬이라는 남자의 연대기적 이야기다. 트레일러에 살고 있느 10대 약물중독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소년은 그럭저럭한 유년기를 보내다 엄마의 재혼으로 만난 남자와 갈등을 겪는다. 이후 위탁가정에 맡겨져 이런저런 초년 고생을 하다가 엄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진짜 아버지 혈육을 찾아나서고~ 이런식으로 청년이 된 데몬의 이야기까지 진행된다. 

 

작가가 디킨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한 소설이라고 한다. 물론, 그 덕분에 흥미가 생겨 읽어보게 된 책이기도 하다. 


디킨스의 작품을 읽었기에 그 작품의 주인공이 어떠한 서사로 시작하여 마무리 되는가를 알고 있었기에, 역시 그 서사와 데몬의 서사의 흐름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종종 디킨스의 작품을 떠올려 연결 시키며 읽었다. 18세기 영국남자 데이비드와 21세기를 살고 있는 미국남자 데몬. 


굳이 비교하자면, 데몬의 인생이 좀 더 잔인하지 않은가 싶다. 무방비하고 자연스레 노출되어 있던 약물들을 별다른 저항없이 오남용하면서 겪는 비극적 경험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고, 무언가 개진할 수 있다는 희망의 예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주변의 삶들 속에 자신 역시 그저 그렇게 슬픈인생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러나, 디킨스 작품의 매력은 해피엔딩 이듯, 이 책 역시 가늠할 수 없던 인생의 바닥을 디딘 주인공에게 아주 작은 희망과 기쁨의 씨앗을 선사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한없는 불행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행복으로도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건 결국 나 자신, 그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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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현대지성 클래식 5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에드먼드 조지프 설리번 외 그림, 서창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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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선집. 

여러모로 많이 유명한 작품,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시작으로 병속의 악마, 시체도둑, 마크하임까지 총 4개의 작품이 담겨있는 책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좀 더 나은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키워졌던 선함, 그에 비해 크기는 작을 수 있었으나 강력했던 악함. 결국 악에 더욱 빠져들어 파멸을 선택하는 지킬박사의 이야기. 이건 너무 유명한 이야기지만 간결하면서 강렬한 이야기의 힘 덕에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에 더해 담겨 있던 알라딘의 약간 매운맛 버전 같았던 병속의 악마, 인간의 잔혹성을 돌아보게 되는 시체도둑, 그리고 결국은 악을 이겨내는 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크하임. 이 모든 이야기들이 흥미롭고 신선했다. 현실에 기반을 둔 소설 같으면서도 환상 속에서 거닐게 하고, 결국은 스스로의 내면을 한번 쯤은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  


보물섬은 이제 기억이 희미하고, 그래도 나름 최근에 읽은 스티븐슨의 작품은 밸런트레이의 귀공자 뿐이었는데, 보물섬과 하이드씨를 기억하며 읽었으나, 그냥 복수의 복수 얘기에 질려했던 귀공자이야기에서 약간 실망했던 마음을 다시 흥미로움으로 돌아서게 해주었던 멋진 중단편소설들. 게다가, 적당한 삽화들 그리고 왠지 유쾌할 것 같은 모습 작가의 사진은 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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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집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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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평 좁은 집에 월세로 살면서도 집문서는 몇 개씩 턱턱 사 모으는 은주.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집값은 쉽게 오를 것 같지 않은데……. 평범한 가정주부 은주의 한국 부동산 지옥 탈출기!’ - 새들의 집, 책 표지 뒷면 인용


앞서 인용한 소설의 마지막 문장,  한국 부동산 지옥 탈출기. 이 지옥에서 엄청난 기회를 잡고, 운이 더해졌으면, 경제서적 분야로 진출해 이미 흔해 빠져버린 다 아는 방법이 되었겠지만 그 시절엔 통했었다..라면서 성공수기와 부자되는 법이라는 식의 유명세를 날렸을 테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 우리가 계속 겪어온 한국의 부동산, 특히 7-8년전 부터 얼마전까지 진행되었었던 소위, ‘불장’이라 불리던 그 시기의 부동산 그리고 우리를 반추하게 한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논리는 여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하면 투자, 남이하면 투기. 돈을 추구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을 천박하게 여기는 저열한 심리.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규명하고, 구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이 과해져 자신만의 지옥을 만들게 된 사람들. 그러나, 본질은 돈, 그리고  다른이보다 무엇이든 더 많이 갖고 싶은 그 마음. 새들의 이름으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중 하나인, 공작아파트에서 월세를 시작하게 된 초등학생 딸을 둔 가정주부 은주의 시선에서 시작된 세태묘사. 


스릴러 비스무리도 엮어 약간은 좀 더 이야기의 진전에 궁금증을 더해가기도 하지만, 어찌됬든 잘못된 방향인것 같은 진행의 폭주를 중단시키는 건 바로 본인. 어떠한 탈출에 옳고 그림이 있을까… 단지, 탈출에 대한 과감한 결정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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