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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1948년 영국 햄프셔에서 태어난 사내, 롤런드 베인스.
그의 인생과 함께하는 우리의 이야기.
1985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영국 런던에서의 어느날,
아내, 엘리사가 사라졌다. 갓난아들 로런스와 화자인 롤런드를 놔둔채.
결혼생활에 큰 다툼이나, 갈등이라 할 정도의 것은 없었으며, 아내가 떠나버릴 것에 대한 기미도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아내는 사라졌고 간간히 자신은 잘 지낸다는 엽서를 보내온다. 아니 이런…대체 무슨일. 롤런드는 일단 실종신고를 하고, 갓난아들과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이렇게 시작되는 화자, 롤런드의 이야기.
군인과 결혼했으나 남편이 전사 후, 또 다시 군인과 재혼해 롤런드를 낳은 롤런드의 부모와 그 시절 이야기. 역시나 2차 세계대전, 파시즘, 공산주의 등등의 혼란한 시기, 종국엔 소설가가 되길 원했단 영국여자가 잡지사의 취재 차 갔던 독일에서 만난 전쟁의 흔적을 가진 법대생과의 연애와 결혼의 결실로 태어난 롤런드의 아내, 엘리사와 그녀의 부모의 이야기, 그리고 롤런드의 학창시절 이야기가 아들과 현재를 살고 있는 롤런드 이야기를 이질감 없이 교차시키며 롤런드의 전 생애를 함께하게 한다.
처음엔 이유를 알수없는 아내의 가출로 당황스런 사내의 이야기와 그 사내의 십대시절 이야기가 너무도 건조하고 간간히 심심하다…는 느낌이어서 읽는 속도나 흥미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롤런드의 시간을 묵묵히 따라가다 보면 나름의 도파민이 넘치는 순간, 한없는 씁쓸함을 느끼는 순간, 평온함을 느끼는 순간까지 경험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책을 다 읽어낸 그 순간 찾아오는 울컥함과 감동. 맞지, 작가님의 글들은 늘 이랬지.
성공의 여부, 잘하고 잘못했다는 판단 그런걸 뭐 굳이…라는 생각을 들게했던 이야기다.
2차대전과 광폭한 이념들의 대립, 그리고 다양한 사회의 고민과 사건/사고들과 개인의 안타까운 경험, 실패, 하지만 살아내고만 삶을 통해 무수한 모습을 제시하고 그 어느것도 나무라지 않고 담담하게 서있고, 바라봐주는 사내, 롤런드의 이야기.
그저 너무도 우아하고 멋진 소설이라고 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