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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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입니다.

저자가 신화학 박사이며 꿈 분석가인 만큼, 이 책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들(심청전, 콩쥐팥쥐, 해님달님 등)에서 보여지는 상징과 이미지를 신화적/심리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옛이야기들에 숨어 있는 태곳적 여성성을 회복하려고 시도합니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여성성이라고 해서 여성들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남성성을 아니무스, 여성성을 아니마라고 하는데,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의 내적 인격은 아니무스와 아니마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남자든 여자든 아니무스와 아니마를 전부 갖고 있죠. 어느 정도의 비율이냐가 문제지만요.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아와 외면을 동일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한국과 같은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사람들은 더욱 더 남성적인 남성이 되려고, 남성적인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이로 인해 내적 인격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는 개인의 심리상태나 대인관계에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남성적인 것만 인정하는 사회에서 우리의 여성성은 상처받고 내면에 꼭꼭 숨어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여성성의 복원을 통해 우리의 내면 심리를 건강하게 복원하고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옛날 이야기를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는 책입니다.

직장 생활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남성성을 투사받고 있는 여성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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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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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행기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는 아니죠.

저자는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대만, 일본 등 아시아를 여행하며 각국의 2차대전 이후 그늘진 현대사를 조명합니다.

때문에 이 책은 여행기인 동시에 역사서이기도 하지요.

사회운동 단체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인지, 저자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각국의 군부독재에 굉장히 강력한 비판을 가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묻혀 있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아시아의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 내죠.

저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각국의 역사적 진실을 우리의 역사와 연결합니다.

대만의 2.28 학살에 6.25 양민학살을, 태국의 군부 쿠데타에 박정희, 전두환의 쿠데타를, 일본 좌파의 몰락에 한국 진보의 위기를 대입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로 치환하여 같은 아시아권에서 동일한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를 찾고자 합니다.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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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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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했던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드라마를 보면, 유준상이 정∙재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로펌의 대표로 나옵니다.

아마 김앤장을 모델로 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다들 김앤장이 대형 로펌 1위라는 사실만 알고 있지, 이들의 정체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들이 갖고 있는 권력이 얼마나 엄청난지(조금 과장하면 삼성과 맞먹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얼마나 파렴치한 집단인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지금의 한국이 과연 법치국가와 민주주의 국가인지에 대한 좋은 해답이 될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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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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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는 빌 브라이슨의 대표작입니다.

과학에 문외한인 저자가 과학사를 쉽게 저술하고 싶은 욕망에 3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과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쓴 책이구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거의 모든” 과학에 대한 역사를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너무 얕지도 깊지도 않은 적절한 깊이와 뛰어난 글솜씨로 우주의 140억년 역사를 책 한권으로 탁월하게 기술해낸 저자의 능력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과학을 접할 일이 전혀 없는 우리 같은 직장인도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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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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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순수문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를 꼽으라면 이 책의 저자 김연수가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좋게 말하면 수더분하고 나쁘게 말하면 촌티 날리는 외모와 달리, 김연수는 지극히 세련되고 아름다운, 감수성 넘치는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가입니다.

문장 뿐 아니라 소설의 플롯 또한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낼 수 있지?’ 싶을 정도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엄청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요즘 보기 드문 소설가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런 작가의 역량이 최고로 발휘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개인의 삶이 마치 그리스 비극처럼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도록 짓뭉개지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1991년, 학생운동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시작해서 광주민주화항쟁, 유신정권을 거쳐 태평양전쟁과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개인과 가족의 질곡어린 역사를 작가는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어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마냥 엮어냅니다. 이걸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결국 남는 건 시대에 짓눌린 자에게 느끼게 되는 묘한 슬픔입니다.

김연수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꼬박꼬박 읽는 편이지만, 저에게 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만큼 울림이 큰 건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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