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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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순수문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소설가를 꼽으라면 이 책의 저자 김연수가 제일 먼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좋게 말하면 수더분하고 나쁘게 말하면 촌티 날리는 외모와 달리, 김연수는 지극히 세련되고 아름다운, 감수성 넘치는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가입니다.

문장 뿐 아니라 소설의 플롯 또한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낼 수 있지?’ 싶을 정도로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엄청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요즘 보기 드문 소설가이죠.

제 개인적으로는 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이런 작가의 역량이 최고로 발휘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개인의 삶이 마치 그리스 비극처럼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도록 짓뭉개지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1991년, 학생운동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시작해서 광주민주화항쟁, 유신정권을 거쳐 태평양전쟁과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개인과 가족의 질곡어린 역사를 작가는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어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마냥 엮어냅니다. 이걸 따라가다 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결국 남는 건 시대에 짓눌린 자에게 느끼게 되는 묘한 슬픔입니다.

김연수의 작품이 새로 나오면 꼬박꼬박 읽는 편이지만, 저에게 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만큼 울림이 큰 건 아직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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