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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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의 사전적 의미는 '큰 절에 딸린 작은 절, 또는 승려가 임시로 거처하며 도를 닦는 집'이다. 저자에게는 세상을 잠시 벗어나 가고 싶은 곳이다. 사찰은 잘 알려진 곳도 많고 가본 곳도 꽤 되지만, 암자는 이렇다하게 기억나는 곳도 없는 걸 보니 사찰에 갔을 때 주의 깊게 둘러 보지 않은 듯하다. 사찰에 속한 작고 소박한 건축물인 암자를 찾아 떠나는 답사는 어떨까?

저자는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해파랑길'이 저자가 다녀온 코스를 개발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아하!'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우리나라 최장의 도보길인 해파랑길은 이름만큼 아름다워서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다.

책은 저자가 답사한 전국 21개의 암자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인 파주 고령산 도솔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에 위치한다. 깊은 산 속 사찰에 딸린 작은 암자들은 보통 소박한 한 채의 건물이다. 암자는 모두 산 속에 위치하므로 암자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산에 있는 어느 사찰의 암자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테면, 도솔암은 여러 곳에 있는데, 경기도 파주 고령산 보광사에도 있고, 전북 고창 선운산의 선운사에도 있고, 통영 미륵산 용화사에도 있다.

답사는 암자만 보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산, 계곡, 바다, 명승지, 탑, 흔적만 남은 터, 장승,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상은 물론, 사찰에 도착해서는 대웅전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물과 불상, 불화를 꼼꼼히 살피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암자를 보고 내려오는데, 오히려 암자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짧게 느껴질 정도다. 어디서 부터 걸어 어떻게 가는지 지도를 그려 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사찰 건축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관찰하는 모습도 놀랍다. 지붕의 모양, 공포와 추녀, 단청, 대웅전 외벽벽화, 내소사의 문살만큼 아름다운 산청 율곡사 대웅전의 사분합문, 대들보의 조각, 천장의 구조 모두 아는 만큼 보인다. 용어와 설명이 낯설지만, 사진을 보며, 사전도 찾아 이해해본다. 사찰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들로 처음 몇 장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사찰 내에 있는 '요사채'는 스님들이 머무는 건물이고, '말사'는 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이다. 조계종을 예로 들면 전국을 25교구로 나누고 본사를 둔다. 그 아래에 본사의 관리를 받는 사찰이나 암자를 말사라 한다. 회사로치면 본사와 지사의 개념이다. '도량석'은 새벽 3시에 목탁을 치며 경내를 돌며 찬가를 외는 의식인데, 도량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 외에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운다는 의미가 있다. 불교와 불교 건축물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함을 자각하게 한다.

사찰 내 암자의 위치를 알고 싶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확인해 보면 의외의 정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찰의 주말 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 스님과의 차담 같은 행사는 불교가 좀더 개방적이라는 느낌이다. 가고자 하는 암자나 사찰을 마음 속에 찍어 두었다가 힐링을 하고 싶다면 어느 때라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말이다.

작은 크기의 책으로 화질 좋은 사진이 삽입되어 있지만 번쩍이지 않고 차분하니 얌전한 책이다. 진솔한 저자의 소리를 담은 이 책을 가방 속에 넣고 암자를 향해 떠나고 싶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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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분기점 - 8인의 석학이 예측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
폴 크루그먼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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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미래에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일본인 국제 저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석학 7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이를 책으로 냈다. 이미 다양한 저서를 냈고 세계 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문화인류학자, 사상가, 빅데이터 연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 세계적인 시각을 살펴보자. 마지막 장에서 한국의 최배근 교수는 7인의 인터뷰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고 석학들의 의견에 오류를 집어 내고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한다.

책은 7장과 Special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의 '우리는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2장은 퓰리처상을 세 차례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가 시작되다', 3장은 문화인류학과 교수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직업의 절반이 사라지고 헛된 일자리만 늘어난다', 4장은 체코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학이 세계를 파괴한다', 5장은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의 '테크놀로지가 노동자의 격차를 벌린다', 6장은 젊은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기본소득과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한다', 7장은 빅데이터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데이터 자본주의가 불러올 격변의 미래사회를 준비하라'이고, Special chapter는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의 '근대산업 문명과 경제 체제의 종언을 마주하다'이다.

각 석학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뺏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모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AI로 많이 넘어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Bullshit Jobs>에서 주장했듯이, 현재 '쓸데 없는 일(bullshit jobs)'을 하는 관리직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케인스 시대는 25%였던 관리직이 현재 75%까지 늘어난 나라도 있다고 하는데, 그가 언급한 '쓸데없는 일'을 하는 유형 중 하나는 '중간관리자'다. 그는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직원들은 그가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본연의 업무에 추가적인 업무를 부과받게 되어 생산성이 저하된다. 중간관리자들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없어져도 조직은 굴러간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젊은 사상가 브레흐만이 제시한 사례는 설득력이 있다. 네덜란드의 한 헬스케어 회사는 모든 매니저를 없애고 대신 간호사로 구성된 셀프 디렉션팀을 구성해서 활동하였는데 경쟁사보다 더 저렴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질문은 부의 분배에 관한 '기본소득 지급'에 관한 질문이다. 미래에 로봇이나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 상위층은 부유하지만 대부분은 근근히 살아가는 격차사회가 올 것이다. 이에 따라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해야하는가?라는 문제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 부분은 석학들에 따라 서로 이견을 보인다. 찬성하는 석학도 있고, 반대하는 석학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정치로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최 배근 교수의 비판 포인트다. 이에 반해 브레히만은 기본소득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시간에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밑받침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배근 교수가 동의하는 포인트다. 공짜로 돈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고 우려하는 소리에 그는 TV시청이 긴 나라는 미국,터키,일본처럼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지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자원봉사, 고령자돌보기, 예술활동을 한다고 근거를 댄다. 인간은 빈곤선을 넘으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최배근 교수는 일본 아베노믹스의 기반이 되는 이론을 제공한 폴 크루그먼의 오류를 집어내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 노동생산성에 대한 오류다. 폴 크루그먼이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G7보다 좋다고 했으나, 실제로 2017년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4%로 G7국가 중 최하위다. 타일러 코웬 역시 일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비판하고, 오히려 토머스 프리드먼이 일본이 기술혁신에서 뒤떨어지는 원인이 교육시스템이나 인프라, 사람들의 재능에서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직관이 더 옳바르다고 지적한다.

미래에 기술진보로 인간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 여유로운 시간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모두가 꿈꾸는 풍요로운 인생이지 않을까한다.

이 책의 장점은 배려 깊은 구성이다.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두명 정도 밖에 모르는데, 각 장마다 미리 석학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그들이 저술한 책과 주장하는 이론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본격적인 인터뷰로 들어가기 전 석학들의 배경을 알면 익숙해져서 내용이해가 더 쉽다. 석학들이 자신의 저서를 기반으로 대답을 했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들의 저서를 찾아 읽으면 되겠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향해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라면 미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석학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참고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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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관계에서 비워야 할 것들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유미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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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는 젊지 않다. 젊어서 쌓아 놓은 많은 인간 관계 속에서 조금씩 정리할 것은 하고, 비울 게 있다면 비워야 하는 나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일본 대인관계요법의 최고 권위자인 저자는 인생 후반전의 행복을 위해 인간관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200여 쪽의 얇고 작은 책이다.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부부, 부모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2장은 자녀, 형제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3장은 친구,직장동료와의 관계를 위한 처방전, 4장은 불안과 고독을 위한 처방전이다. 그리고, 각 장 마지막 쪽에는 설명한 내용을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해 두어 기억하기 쉽게 해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배우자와 부모, 자녀와 내 형제, 친구와 직장동료를 비롯한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처방해주고, 나이 들어 가는 나 자신의 불안과 고독을 다스릴 방법도 모색해 준다.

50대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있다. '시댁이나 처가와의 관계에서 거북한 말이나 감정이 상할 만한 말은 친자식이 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우고 지킨다'는 말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의 이야기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듣지 않기 때문에 며느리나 사위가 이야기하기 보다 자식이 부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를 상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합리적이다.

부모의 간병에 관한 조언도 현실적이다. 의사로서 '간병은 가능한 사회적으로 타인의 힘을 빌리고, 정신적으로 부모를 돌보라'고 조언한다. 좀 냉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현실적이지 싶다. 아내든 남편이든 스스로의 가정을 희생하면서까지 부모님의 간병에 매이는 것은 부모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성인이 된 자녀들에 대한 태도도 달라져야한다. '성인이 된 자녀는 성인으로 대한다'고 간단명료하게 조언한다.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와 다른 가치관과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 마음대로 조종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자녀가 좌절하거나 고민에 빠지면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와 같은 자세를 보여주며, 필요하다면 적극 도와 준다. 자녀가 뭔가 실패하거나 어려운 일에 빠져도 스스로 생각해서 살아남을 선택을 결정하는 능력은 아이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성인이 된 자녀를 늘 아이 대하듯 간섭하지 않을 일이다.

주위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고독감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남에게 베풀라고 조언한다. '얻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면 상대가 조금만 부족하게 해 줘도 불만이 생기지만, 베푼다면 관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얼굴을 내밀어보고 '여기는 나랑 맞는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다양하게 인생을 즐기며 자유를 즐기라고 조언한다 .

일본인 저자의 조언이 한국 상황과 크게 맞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놀랍게도 고민상담의 내용이 한국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고민거리여서 그 답변을 듣고 생각해 보는 시간이 좋다. 큰 일이 닥쳤을 때 남의 눈치를 보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고 감내할 수 없다면 자기 중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 들어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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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성적표를 보지 않는다 - 상위 1% 기업에 입사한 14인의 생생한 취업 성공담
큐리아서티 프로젝트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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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은 매 년 정기적으로 공채를 통해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기업은 비정규적으로, 필요할 때 주로 헤드헌터를 통해 인원을 보충한다. 따라서 국내에 있는 해외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사람은 국내 기업 공채와는 다른 준비를 해야한다. 해외기업에 입사하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하고, 입사하게 되면 국내기업과는 어떻게 다른 직장생활을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설명을 들어보자.

책은 3개의 파트와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1 취업은 확률의 법칙이 적용되는 현질적 게임, Part2 취업왕, 현직자가 귀뜸해주는 '취업비기', Part3 당장 입사하고 싶은 외국계 취업 Q&A다. Part1은 글로벌기업을 노려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나머지 파트 2,3은 저자가 글로벌기업 취업을 도와주기 위해 운영하는 큐리아서티 프로젝트팀(Curiosity Project Team: CP Team)의 현직자로 구성된 멘토들의 구직과 직장경험 조언들이다. 부록에는 5개 외국기업에 취직한 멘티들의 성공 이야기를 짧게 담았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수는 무려 1만2천개가 넘는다. 생각보다 많다. 그들이 사원을 뽑을 때는 학벌이나 성적,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본다. '직무'란 쉽게 말해 영업, 마케팅, 회계, 인사 등과 같은 회사의 부서를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직무능력'은 각 회사가 직무에 따라 요구하는 job description에 자세히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가서 그 내용을 숙지하고 나의 어떤 능력이 원하는 직무와 맞는지를 연결하면 된다. 직무능력 외에 해외기업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컬처핏, 리더십,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다.

국내 기업은 신입 직원에게 다양한 직무교육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주지만, 글로벌 기업은 바로 직무를 수행할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대졸 신입사원보다는 짧게는 2-3년 정도 경력이 있는 이직자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으로 입사를 하고 싶다면 대학을 다니면서 자신이 원하는 커리어에 맞는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준비해야한다. 이 경험을 이력서에 적고, 자기소개서에서 직무능력을 밑받침할 에피소드로 활용하면 된다.

2장에 소개된 다양한 직군에 입사한 취업 성공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듯이 해외기업에 취업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에서 토익 점수 1점 더 따려고 매달리기 보다 방학을 이용해 직접 일을 배우라고 한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면, 취업 박람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를 알아 두는 것도 좋고, CP Team처럼 글로벌 기업 취업을 도와주는 재능기부 단체를 통해 현직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도움 받기를 추천한다. 이력서, 자소서, 면접에 관한 조언뿐 아니라 어떤 인턴을 하면 좋은지 나아가 해외기업 취업 정보까지 도와준다.

영어를 어느 정도해야하는지에 대답은 Q&A에 잘 나와 있는데 사실상 지원하는 부서에 따라 다르다. 해외영업이나 마케팅 같은 경우는 원어민이나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수준 높은 실력을 요하지만, 구매, 영업, 물류, 생산직은 그리 높은 실력을 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승진을 하려면 높은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보통 토익 850 이상이면 서류통과, 오픽은 IH, IM3정도, 토익스피킹은 6,7레벨 정도가 현직자들이 추천하는 점수지만 참고만 하고,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따른 지원자격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사실상, 가능하다면 이러한 점수보다는 해외인턴십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해보기를 권한다. 해외에서 일을 하였다는 경험은 언어나 직무능력을 어느 정도 보증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하고자 하는 말로 들어가서 궁금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다. 또한, 취업 성공담은 실질적으로 글로벌 기업에 신입으로 입사를 했거나 이직을 통해 입사를 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이어서 유익하다. 아쉬운 점은 좀 더 입사 이전에 어떻게 준비했고, 어떠한 면접 질문이 오갔는지에 대한 비중이 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준비했던 잘 완성된 영문 이력서나 자소서 샘플도 궁금하다.

업무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해외출장을 자주 가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남녀차별이 비교적 적고, 잡무를 시키지 않는 수평구조에다 자기선택으로 직무이동이 가능한 직장을 원한다면, 해외기업에 눈을 돌려 볼 일이다. 그에 대한 조언은 이 책이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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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지음, 민윤주.김유 옮김, 아토다 다카시 감수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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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을 망라해서 70권을 요약해 준다는 이 책의 제목이 매우 매력적이다. 학창시절에는 수업시간에 고전의 제목과 지은이에 대해 공부하기 바빠서 그 심오한 진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전에서 언급한 말들이 인용되고,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찾아 읽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몇 번을 시도하지만, 끝까지 읽어낸 것은 손에 꼽는다. 누군가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그래서 고전을 읽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다시 고전을 읽기 수월할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 줄것으로 보인다.

책은 동서양의 고전 70권을 요약한다. 서양 고전은 시대순으로 57권을 소개하는데 반해, 동양 고전은 인도와 중국의 고전과 이슬람교의 코란을 포함해 13권 밖에 되지 않는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글'에는 앞서 언급한 고전이 출판된 시대의 상황을 이야기하거나 좀더 에피소드 중심의 흥미로운 사실을 서술한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고전이 일본에 미친 영향도 각 고전 말미에 언급한다.

서양고전은 시대순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각 시대 상황과 변화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철학 사조의 흐름과 문학사조의 흐름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양고전은 인도와 중국의 고전 몇 권만을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도의 고전을 알게 되어 반갑다. 인도철학의 정수인 <우파니샤드>, 붓타의 말씀을 전하는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 <숫타니파타>,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번역되어 있어서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서양 고전에서는 현재 사용하는 어원이 되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미중 갈등으로 자주 언급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투키디데스(BC460년경~395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유래했는데, '새로운 강국이 나타나면 기존 강국이 견제하다 큰 충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당시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장군이었는데 아테네의 식민지인 암피폴리스를 스파르타가 점령하는 것을 막지 못해 책임을 추궁당했고, 망명해서 이 전쟁에 대해 쓴 것이다. 상호 협조하지 않고, 패권전쟁으로 1등을 가리는 이 전쟁에서 스파르타가 승리했지만, 결국은 그리스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현대의 두 강국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당 종교인이 아니고서는 성경이나 코란을 다 읽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중간중간 유명한 어귀나 늘 인용되는 에피소드 몇 개를 기억할 뿐이다.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구약'을 주된 내용에 따라 5개(모세 오경, 역사서, 지혜서, 예언서, 소예언서)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구약이 또한 외설스러운 부분이 많아 성당의 신부들은 이런 부분을 빼고 설교했다는데 외설스러운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다. 코란을 설명할 때는 우리가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 주는데, 이를 테면, 무슬림은 다른 종교 신자와 결혼할 수 없지만, 기독교나 유대교와는 결혼할 수 있다. 같은 '성전을 모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놀랍다.

고전을 읽겠다고 계획한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다. 간단한 저자와 책 소개를 읽어 보고 관심있는 고전을 선택해서 원본을 찾아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떤 고전을 읽고 싶은지, 어떤 분야가 흥미로운지 이 책을 통해 발견하기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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