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분기점 - 8인의 석학이 예측한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
폴 크루그먼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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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가 지배하는 미래에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일본인 국제 저널리스트는 세계적인 석학 7명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이를 책으로 냈다. 이미 다양한 저서를 냈고 세계 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경제학자, 저널리스트, 문화인류학자, 사상가, 빅데이터 연구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 세계적인 시각을 살펴보자. 마지막 장에서 한국의 최배근 교수는 7인의 인터뷰 내용을 비판적으로 읽고 석학들의 의견에 오류를 집어 내고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한다.

책은 7장과 Special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의 '우리는 중대한 분기점 앞에 서 있다', 2장은 퓰리처상을 세 차례 수상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가 시작되다', 3장은 문화인류학과 교수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직업의 절반이 사라지고 헛된 일자리만 늘어난다', 4장은 체코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의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학이 세계를 파괴한다', 5장은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의 '테크놀로지가 노동자의 격차를 벌린다', 6장은 젊은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기본소득과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한다', 7장은 빅데이터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데이터 자본주의가 불러올 격변의 미래사회를 준비하라'이고, Special chapter는 경제학과 교수 최배근의 '근대산업 문명과 경제 체제의 종언을 마주하다'이다.

각 석학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뺏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모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AI로 많이 넘어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Bullshit Jobs>에서 주장했듯이, 현재 '쓸데 없는 일(bullshit jobs)'을 하는 관리직이 증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케인스 시대는 25%였던 관리직이 현재 75%까지 늘어난 나라도 있다고 하는데, 그가 언급한 '쓸데없는 일'을 하는 유형 중 하나는 '중간관리자'다. 그는 직원들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직원들은 그가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본연의 업무에 추가적인 업무를 부과받게 되어 생산성이 저하된다. 중간관리자들은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없어져도 조직은 굴러간다. 일례로 네덜란드의 젊은 사상가 브레흐만이 제시한 사례는 설득력이 있다. 네덜란드의 한 헬스케어 회사는 모든 매니저를 없애고 대신 간호사로 구성된 셀프 디렉션팀을 구성해서 활동하였는데 경쟁사보다 더 저렴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흥미로운 관점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질문은 부의 분배에 관한 '기본소득 지급'에 관한 질문이다. 미래에 로봇이나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 상위층은 부유하지만 대부분은 근근히 살아가는 격차사회가 올 것이다. 이에 따라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불해야하는가?라는 문제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이 부분은 석학들에 따라 서로 이견을 보인다. 찬성하는 석학도 있고, 반대하는 석학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보편적 기본소득 지급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을 정치로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최 배근 교수의 비판 포인트다. 이에 반해 브레히만은 기본소득의 목적은 모든 사람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시간에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밑받침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배근 교수가 동의하는 포인트다. 공짜로 돈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진다고 우려하는 소리에 그는 TV시청이 긴 나라는 미국,터키,일본처럼 노동시간이 긴 나라이지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자원봉사, 고령자돌보기, 예술활동을 한다고 근거를 댄다. 인간은 빈곤선을 넘으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다.

최배근 교수는 일본 아베노믹스의 기반이 되는 이론을 제공한 폴 크루그먼의 오류를 집어내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 노동생산성에 대한 오류다. 폴 크루그먼이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G7보다 좋다고 했으나, 실제로 2017년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4%로 G7국가 중 최하위다. 타일러 코웬 역시 일본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비판하고, 오히려 토머스 프리드먼이 일본이 기술혁신에서 뒤떨어지는 원인이 교육시스템이나 인프라, 사람들의 재능에서 뭔가 결여되어 있다는 직관이 더 옳바르다고 지적한다.

미래에 기술진보로 인간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그 여유로운 시간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모두가 꿈꾸는 풍요로운 인생이지 않을까한다.

이 책의 장점은 배려 깊은 구성이다.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 두명 정도 밖에 모르는데, 각 장마다 미리 석학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더불어 그들이 저술한 책과 주장하는 이론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준다. 본격적인 인터뷰로 들어가기 전 석학들의 배경을 알면 익숙해져서 내용이해가 더 쉽다. 석학들이 자신의 저서를 기반으로 대답을 했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들의 저서를 찾아 읽으면 되겠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향해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라면 미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석학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참고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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