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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의 신이 떠먹여 주는 인류 명저 70권
히비노 아츠시 지음, 민윤주.김유 옮김, 아토다 다카시 감수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6월
평점 :
동서양 고전을 망라해서 70권을 요약해 준다는 이 책의 제목이 매우 매력적이다. 학창시절에는 수업시간에 고전의 제목과 지은이에 대해 공부하기 바빠서 그 심오한 진리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전에서 언급한 말들이 인용되고,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찾아 읽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몇 번을 시도하지만, 끝까지 읽어낸 것은 손에 꼽는다. 누군가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그래서 고전을 읽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다시 고전을 읽기 수월할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 줄것으로 보인다.
책은 동서양의 고전 70권을 요약한다. 서양 고전은 시대순으로 57권을 소개하는데 반해, 동양 고전은 인도와 중국의 고전과 이슬람교의 코란을 포함해 13권 밖에 되지 않는다. 중간중간 '쉬어가는 글'에는 앞서 언급한 고전이 출판된 시대의 상황을 이야기하거나 좀더 에피소드 중심의 흥미로운 사실을 서술한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고전이 일본에 미친 영향도 각 고전 말미에 언급한다.
서양고전은 시대순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각 시대 상황과 변화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철학 사조의 흐름과 문학사조의 흐름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양고전은 인도와 중국의 고전 몇 권만을 다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도의 고전을 알게 되어 반갑다. 인도철학의 정수인 <우파니샤드>, 붓타의 말씀을 전하는 불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 <숫타니파타>, 인도의 2대 서사시인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번역되어 있어서 찾아 읽어보면 좋겠다.
서양 고전에서는 현재 사용하는 어원이 되는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미중 갈등으로 자주 언급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투키디데스(BC460년경~395년경)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유래했는데, '새로운 강국이 나타나면 기존 강국이 견제하다 큰 충돌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당시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장군이었는데 아테네의 식민지인 암피폴리스를 스파르타가 점령하는 것을 막지 못해 책임을 추궁당했고, 망명해서 이 전쟁에 대해 쓴 것이다. 상호 협조하지 않고, 패권전쟁으로 1등을 가리는 이 전쟁에서 스파르타가 승리했지만, 결국은 그리스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현대의 두 강국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해당 종교인이 아니고서는 성경이나 코란을 다 읽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중간중간 유명한 어귀나 늘 인용되는 에피소드 몇 개를 기억할 뿐이다.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구약'을 주된 내용에 따라 5개(모세 오경, 역사서, 지혜서, 예언서, 소예언서)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구약이 또한 외설스러운 부분이 많아 성당의 신부들은 이런 부분을 빼고 설교했다는데 외설스러운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다. 코란을 설명할 때는 우리가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을 바로 잡아 주는데, 이를 테면, 무슬림은 다른 종교 신자와 결혼할 수 없지만, 기독교나 유대교와는 결혼할 수 있다. 같은 '성전을 모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놀랍다.
고전을 읽겠다고 계획한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는 책이다. 간단한 저자와 책 소개를 읽어 보고 관심있는 고전을 선택해서 원본을 찾아 읽기에 좋은 책이다. 어떤 고전을 읽고 싶은지, 어떤 분야가 흥미로운지 이 책을 통해 발견하기에도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