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한국의 암자 답사기
신정일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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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의 사전적 의미는 '큰 절에 딸린 작은 절, 또는 승려가 임시로 거처하며 도를 닦는 집'이다. 저자에게는 세상을 잠시 벗어나 가고 싶은 곳이다. 사찰은 잘 알려진 곳도 많고 가본 곳도 꽤 되지만, 암자는 이렇다하게 기억나는 곳도 없는 걸 보니 사찰에 갔을 때 주의 깊게 둘러 보지 않은 듯하다. 사찰에 속한 작고 소박한 건축물인 암자를 찾아 떠나는 답사는 어떨까?

저자는 '우리 땅 걷기' 이사장으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가져온 도보답사의 선구자다. '해파랑길'이 저자가 다녀온 코스를 개발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니 '아하!'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된다.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걷는 우리나라 최장의 도보길인 해파랑길은 이름만큼 아름다워서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다.

책은 저자가 답사한 전국 21개의 암자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인 파주 고령산 도솔암을 제외하고는 모두 충청, 전라, 경상, 강원도에 위치한다. 깊은 산 속 사찰에 딸린 작은 암자들은 보통 소박한 한 채의 건물이다. 암자는 모두 산 속에 위치하므로 암자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산에 있는 어느 사찰의 암자인지 알아야 한다. 이를 테면, 도솔암은 여러 곳에 있는데, 경기도 파주 고령산 보광사에도 있고, 전북 고창 선운산의 선운사에도 있고, 통영 미륵산 용화사에도 있다.

답사는 암자만 보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산, 계곡, 바다, 명승지, 탑, 흔적만 남은 터, 장승,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상은 물론, 사찰에 도착해서는 대웅전을 비롯한 다양한 건축물과 불상, 불화를 꼼꼼히 살피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암자를 보고 내려오는데, 오히려 암자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짧게 느껴질 정도다. 어디서 부터 걸어 어떻게 가는지 지도를 그려 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사찰 건축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관찰하는 모습도 놀랍다. 지붕의 모양, 공포와 추녀, 단청, 대웅전 외벽벽화, 내소사의 문살만큼 아름다운 산청 율곡사 대웅전의 사분합문, 대들보의 조각, 천장의 구조 모두 아는 만큼 보인다. 용어와 설명이 낯설지만, 사진을 보며, 사전도 찾아 이해해본다. 사찰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들로 처음 몇 장은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사찰 내에 있는 '요사채'는 스님들이 머무는 건물이고, '말사'는 본사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이다. 조계종을 예로 들면 전국을 25교구로 나누고 본사를 둔다. 그 아래에 본사의 관리를 받는 사찰이나 암자를 말사라 한다. 회사로치면 본사와 지사의 개념이다. '도량석'은 새벽 3시에 목탁을 치며 경내를 돌며 찬가를 외는 의식인데, 도량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 외에 잠들어 있는 천지만물을 깨운다는 의미가 있다. 불교와 불교 건축물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함을 자각하게 한다.

사찰 내 암자의 위치를 알고 싶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확인해 보면 의외의 정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찰의 주말 프로그램이나 템플스테이, 스님과의 차담 같은 행사는 불교가 좀더 개방적이라는 느낌이다. 가고자 하는 암자나 사찰을 마음 속에 찍어 두었다가 힐링을 하고 싶다면 어느 때라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말이다.

작은 크기의 책으로 화질 좋은 사진이 삽입되어 있지만 번쩍이지 않고 차분하니 얌전한 책이다. 진솔한 저자의 소리를 담은 이 책을 가방 속에 넣고 암자를 향해 떠나고 싶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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