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2010년에 씌여졌다. 영어로 쓰여진 이 책의 원제는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자유시장주의자들'을 말한다.

책은 Thing1부터 23까지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하는 것들과 그에 대한 반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말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말을 근거를 들어 밝힌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들이 하는 말에 이상하다거나 거부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몇 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들이 하는 말에 몇 가지 오류가 보이고, 드러내 말하지 않는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자유시장주의들이 하는 말 23가지는 상식적인 사실로 보인다. 이를 테면, 기업은 주주를 위해 경영을 잘 해야한다거나, 우리는 탈산업화시대를 살고 있다거나, 교육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거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평등한 사회라는 말들이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왜 이러한 말들이 사실이 아닌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경제학자로서 전문 경제용어를 써가며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쉬운 말로 쓴다. 물론 그의 논리를 따라 가려면 읽으며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그의 반박 하나를 살펴 보자.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가 되어 '신자유주의'를 내세웠고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개도국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수 있으므로 개도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반대한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말이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미국도 한 때 영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당했다. 그 때 미국의 대통령은 "200년 정도 보호무역으로 장점을 다 취한 후 미국도 자유무역을 하겠다"고 영국에 저항하였다. 미국에게 자유무역을 요구한 영국조차도 18세기 중엽 보호무역정책으로 모직산업을 성장시킨 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산업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야 자유무역을 시작했다. 이렇게 선진국들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여 경쟁력을 키운 후에 자유무역을 시작했으나 과거를 잊은 것일까? 왜 개도국이 자신을 따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개도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자신들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이를 도입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문제가 훨씬 많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힘과 권력을 가진 기업, 정부, 기관이 하는 말에 대해 그대로 받아 들이기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들이 옳바르게 결정하는지 판단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서 그들이 하는 말의 이면을 알아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책을 접함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한다.

세계 역사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혜안을 가진 스승에게 세상의 이치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다. 현상을 보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까를 염두에 두고 깊숙히 파헤쳐간다면 그 현상에는 불순한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압도적인 두괄식 글쓰기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경제적 이론을 바탕으로 비판적 세상 보기를 원하는 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60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한다.

서문은 우연히 자신이 경계 사이코패스임을 알게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특정부분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도덕적 추론과 충동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뇌 스캔 사진도 그들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렉터와 윌 그레이엄이 그렇고, <덱스터>의 주인공이 그렇다. 사이코패스는 대인공감능력이 없어 상황에 맞는 표정을 연습해야하기도 하고, 말재주가 상당히 좋고, 매력적인 거짓말쟁이다. 철저하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냉담하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이러한 인격장애를 사이코패시(psychopathy)라 하는데, 주로 다음 7개 중 3개 이상이면 해당한다: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한다. 사기성이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쉽게 흥분하며 공격적이다.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무책임하다. 자책할 줄 모른다.

저자는 뇌 구조와 유전정보, 가족력, 주변인들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음을 확인한다. 먼저, PET 촬영한 뇌의 번연피질, 전전두피질, 측두피질의 복합체 전체에 걸쳐 기능이 저하되는 패턴은 사이코패스의 뇌가 유일한데,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것과 일치한다. 가족력에는 저자의 먼 조상들 중에 살인자와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조상들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MAOA라는 전사 유전자가 사이코패스의 뇌에 존재하는데, 이는 X염색체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XY조합을 가진 남성에게 많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적인 이유 중 하나다. 가까운 친지들의 피드백에 의하면, 저자는 멋지고 재미있지만 '소시오패스'이거나 '사이코패스의 아류', '친사회적사이코패스'다.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진탕먹고 마시고 놀기와 도박과 인터넷 서핑과 TV보기와 같은 쾌락을 즐기며, 하루 네 시간만 자고도 깨어있는 시간에 많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세 가지 요인으로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변이 유전자 여러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학대(143)'가 있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형성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저자는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PCL-R기준으로 네가지 요인 중 세가지( 대인관계가 피상적, 정서적으로 냉담, 행동은 무책임)가 있고, 반사회적 성향이 없다. 이는 평소 저자가 인격과 행동은 DNA에 의해 80%정도 결정된다고 믿는 것과 상반되게 성장환경의 중요성(후성유전학)을 인정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뇌는 계속 성숙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만시점에 가까울수록 아이의 뇌에 해롭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직후 몇 개월 동안은 분만 전에 끝났어야하는 뇌 발달이 연장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양육의 초기 환경과 스트레스가 성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한두 살 때 겪은 학대나 유기는 여섯살이나 열살 때 겪은 것보다 훨씬 해롭다. 따라서, 산모가 출산일에 가까울수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써야하고, 출산 후 3년은 정성스레 양육해야하는 이유이겠다. 10대 전후반과 20대에 전전두피질이 발달하는 시기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조현병, 양극성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등이 발생한다. 10대 전후를 통해 흔히 사춘기에 급변하는 성격은 뇌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공인 중에 사이코패스를 구별해 내는 것도 흥미롭다. 사이코패스는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과 매력을 이용할 줄 안다. 남을 공감하는 것처럼 가장할 줄 안다. '빌 클린턴'의 고난도 연기를 보면서 저자는 그가 자기와 같은 사이코패스라고 단언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인도주의자들이 개인차원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언급한다. '간디'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잔인했고, '테레사 수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차가웠던 것으로 전한다. 수 천을 구하는 공감이지만 개개인에게는 무관심이거나 학대로 귀결되는 비정한 공감이다.

사이코패스는 세계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며 문화권에서 약 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들은 냉정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로서 활동할 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주변에 있다면 엮이지 말고 지나치라고 조언한다. 엮이면 당신을 조종하고 사기를 칠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보복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가 설명하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소개하는 과학서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부터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로서 어린시절부터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압도적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주위사람들이 이미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대놓고 불러도 본인이 타인의 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전혀 귀담아 듣지 않다가 뇌 스캔사진으로 크게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책 초반에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설명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영화를 보면서 자기와 같은 캐릭터를 찾아내는 저자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뇌의 구조, 유전자, 호르몬 관련 지식이 무수히 등장해서 책 중간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책 말미에 제공하고 있는 참고할 만한 동영상 리스트에서 몇 개를 뽑아 보는 것도 좋겠다. 책 전체가 유머러스하고 생기발랄함이 있어 무서운 주제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한 문장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2년 정치학 박사과정에 있던 저자는 경험삼아 노무현 대통령 선거과정에 연설비서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결국 5년을 함께 하며 대통령 퇴임과 함께 퇴직한다. 이렇게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충남도청과 인천시에서 '늘 공무원(늘공)'처럼 별정직 공무원 생활을 이어간다. 이 책은 일산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며 도시의 일상을 글로 남기고자 매일 한편 한편 쓴 100편을 모은 것이다. 완성된 책을 봉하마을 대통령 묘소에 놓아드리고 싶다고 서문에서 밝히는데, 100편을 쓰고자 한 이유가 노무현 대통령 꿈을 꾸고 나서라고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뭉클하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생활의 풍경 생각의 발견, 2부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글쓰기 생각쓰기, 3부 사람을 만나는 건 세상을 만나는 것, 4부 어쩌다 공무원의 좌충우돌 공직 수첩, 5부 나는 여전히 잘 살고 싶다. 1부가 늘 반복되는 일상을 낯설게 보는 단상의 모음이라면, 2부는 글쓰는 법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3부에서 5부까지는 공무원으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이야기를 적는다.

정제되고 단정한 표현이 운율까지 맞는 듯 리듬이 느껴진다. 군더더기 말이 없으니 호흡으로 조절하며 글을 읽는다. 생각의 흐름도 딱딱 아귀가 맞는다. 아래 '글과 넋두리 사이(54쪽)'를 보자. 마치 광고 문구나 래퍼들의 랩과 같다.

출근길엔 생각이 많고

퇴근길에 고민이 많다.

생각을 표현하면 글이 되지만,

고민을 표현하면 넋두리가 된다.

글을 쓰면 마음이 정리되지만,

넋두리를 하면 마음이 곤궁해진다.

글은 쌓이면 책이 되나,

넋두리는 쌓이면 자책이 된다.

그래서일까...

출근길엔 일이 당기는데,

퇴근길엔 술이 당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는 지 무척 궁금했는데, 2부에서 소상히 알려준다. 사실 위의 인용문을 보면 저자의 글쓰는 스타일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겠다. 짧은 문장으로 쓴다. 작가 김훈의 글쓰기 스타일처럼 말이다. 단문으로 쓰고, 부사어와 접속어를 절제한다.

어려운 말을 많이 사용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구어체로 써 보라고 조언한다. 얼마 전에 읽은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문장편)>에서 계속 강조한 '소리내어 읽으면서 교정'하는 것과 같은 조언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분모인가 보다. 이를 테면, 저자는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 소리 내어 읽어 보라고 조언한다. 이해가 안되거나 과장이거나 비약이거나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고쳐 쓴다. 괜히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려 하지 말고, 보고를 받는 사람과 대화하듯 작성해보라고 조언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떻게 쓰는지보다 무엇을 쓸 것인지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사실 저자의 팔딱팔딱 뛰는 표현과 솔직한 생각이 함께 시너지를 낸다. 아무리 내용이 중요해도 표현이 진부하면 와닿지 않는 법이다. 표현이 독창적이고 생각이 논리적이다.

홍보맨은 PR전문가다.

P할 것은 피하고, R릴 것은 알려야 한다.

기자는 취재원이 피할 것을 알아내고

알리고 싶은 것을 의심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199)

나도 어느덧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되었다.

꼰대란 말을 싫어하지만 꼰대가 되었고,

아재로서 웃기고 싶지 않지만 아재개그를 한다.

젊은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 물을 흐리고,

눈치 없는 부지런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도 한다.

내면 아이; 282

이 책은 짧은 글 속에서 여백을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제된 글쓰기 스타일 뿐 아니라 선후배의 따뜻한 추천사만큼 따뜻하고 통찰력이 있는 작가의 생각도 좋다.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하철 여행 중국어 : 베이징편 - 몰라도 간다
리시쩐.권미령 지음 / PUB.365(삼육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하철을 타고 베이징을 여행하면 어떨까?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여행방법이다. 외국인이 북경 지하철을 타고 자유여행을 하려면,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어디에 뭐가 있고, 그 근처에서 무엇을 먹을지를 알려주는 정보와 더불어 약간의 중국어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이 두 요건을 만족시켜줄 교재다. 베이징 지하철을 타고 현지인들을 구경하며 낯설지만 흥분된 여행자의 기분으로 이 책을 살펴보자.

책 커버를 분리해서 펼쳐보면 베이징 지하철 노선도가 크게 그려져 있다. 베이징 지하철은 23개의 노선이 운행 중이고 중심지에서 교외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수많은 역 중에서 주요 '포토 스폿'을 지하철 노선 위에 표시하였는데, 친절하게도 낮에 가면 좋을 곳과 밤에 가면 좋을 곳을 각각 열 군데씩 표시하였다. 또한 추천 음식을 메뉴판처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책은 20개의 역과 중국어 표현을 소개한다. 중국어 표현은 여행 회화 위주로 주제를 잡아 다양하게 소개한다. 가장 어려울 수 있는 호텔 체크인 시 예약 확인하기부터 자기 소개하기, 음식 주문하기, 교통수단 이용하기, 날짜와 시간 묻기, 물건사기, 흥정하기, 휴대전화 사용하기, 은행업무보기, 사진찍기, 우체국 업무보기, 기분표현하기, 병원가기, 경험 말하기, 중국어로 인터넷 검색하기, 날씨표현하기, 공항 이용하기에 관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중국어 발음과 품사 정리'를 미리 간략하게 정리해주지만, 이 책의 수준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에 크게 필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각 장의 구성은 먼저 역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한다. 그리고 '공부하기'에서 단어와 중요한 문장, 회화를 소개하고, '실전여행'에서는 더 많은 표현과 여행 팁을 제시한다. '기억하기'에서는 테스트를 통해 공부한 것을 점검할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SIM카드 사기, 웨이보로 맛집을 검색해서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기, 핸드폰, 셀카봉, 보조 배터리, 건전지, 비행기 탑승구와 같은 현실 여행에서 바로바로 쓸 수 있는 단어와 표현들을 예문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기존의 일반 회화책과는 다르게 트렌디하다. 또한, 책과 함께 QR코드를 통해 동영상 강의를 이용하거나,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원어민 음성을 다운 받아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다.

여타의 책처럼 앞부분이 쉽고, 뒤가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처음 호텔 체크인을 위한 표현이 낯설어서 어려울 수 있고, 뒤에 나오는 시간 표현과 같은 것은 기초 회화에서 배우기 때문에 쉬울 수 있다. 책 전체로 보아 난이도는 초급을 마친 수준이면 되겠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중국어를 배우는 흥미로운 책이다. 어려워 보이는 문장을 완벽하게 말하지 못하더라도, 단어만이라도 올바르게 사용해서, 음식도 주문하고, 가고자 하는 장소도 물어보며 베이징 시를 여행해 보고 싶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이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통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자하는 경제적 제재다. 이러한 무역전쟁은 세계사를 통해 여러번 나타나는데 군사를 동원한 무력전쟁이 아닌 무역전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흥미롭겠다. 두 중국인이 쓴 이 책의 관점이 궁금하다.

책은 3부로 나누어, 춘추시대부터 현재 미중 무역분쟁에 이르기까지 15번의 세계 무역전쟁의 쟁점과 결과를 정리한다. 1부 왕조의 흥망을 좌우한 무역전쟁(춘추전국부터 대항해 시대까지), 2부 전 세계 패권을 뒤흔든 무역전쟁(대륙봉쇄부터 대공황까지), 3부 바로 오늘의 무역전쟁(제2차 세계대전부터 미중무역전쟁까지)다.

무역전쟁의 원인은 처음에는 서로 보완하며 발전하던 두 나라가 경쟁우위가 같아지면 서로 무역마찰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발전한 나라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덤핑을 시도하고, 개도국은 보호무역으로 대응한다. 그런 무역마찰과 충돌은 역사적으로 해당국이나 관련된 세계 여러나라에 손해를 끼치고 끝이 난다. 나아가 경제적 무역분쟁이 정치적 위기까지 초래하여 왕국이 망하거나 정권이 바뀌기도 한다.

15번에 걸친 무역전쟁 중에서 역사를 바꾼 무역전쟁은 첫째 명나라의 호시무역, 대항해시대를 연 '향료무역', 2차세계 대전을 촉발한 '관세전쟁'이다.

호시무역은 중국 중원을 차지한 왕조와 북방 유목민족간의 변경무역을 말한다. 한나라 때 시작되었고, 중국의 여러왕조를 거치며 잘 조정되었다. 그러나 인삼을 매개로 변방의 누르하치는 명나라를 몰아내고 중원을 차지하게 된다. 무력을 쓰지 않고 중원을 차지한 역사다.

대항해 시대는 서양의 여러나라가 동양의 향료를 차지하기 위한 무역전쟁이다. 세기 별로 독점국이 바뀌어 가며 이어진다. 16세기에는 포르투갈이,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18세기에는 영국이 주도권을 차지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먼저 유럽의 관세전쟁으로 상대국에 손해를 입히며 1차대전이 발발하였고, 2차대전 역시 미국이 수입관세를 올리며 시작되었다. 관세전쟁에 이어 덤핑전쟁도 일어났는데, 1930년대 일본은 전세계에 상품 덤핑을 시행하고, 독일은 석탄과 시멘트 덤핑으로 수출을 늘렸다. 또한, 상대국의 화폐를 위조하여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독일이 영국 파운드를, 일본이 중국 법폐를 위조하여 화폐전쟁을 몰고 왔다.

현대로 오면서 미국의 무역전쟁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듯하다. 한국전쟁 때 미국의 '중국봉쇄'는 소련을 비롯한 중국봉쇄 비참여국들의 비협조로 실패로 돌아갔다. 미소냉전 시 소련을 붕괴시킨 것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의 유가하락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소련의 안이함 때문이다. 세계 2인자가 되려는 일본의 성장에 미국은 플라자합의와 301조를 동원하여 일본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게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의 대일무역은 여전히 적자다. 중남미의 바나나에 얽힌 EU와의 WTO제소와 철강수출에 대한 WTO제소 역시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일부였다. 수많은 무역전쟁을 치룬 미국이지만 대부분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패권이 약해진다고 느낀 탓에 공격적이게 된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현재의 미중무역분쟁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이때, 중국인의 관점에서 세계 무역전쟁사를 훑어보고 내린 결론은 무역전쟁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패권을 지키고 싶지만 스스로 약해진다고 느낄 때 상대를 제압하는 용으로 무력전쟁 대신 무역전쟁을 시도하는 것이다. 무역전쟁의 실효는 높지 않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무역전쟁으로 명나라가 망하고, 소련이 무너지는 등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대응에 있어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간결한 문체와 세계무역전쟁사라는 주제에 충실하고 있어서 집중하기 좋은 책이다. 서구 중심의 책을 주로 읽었다면 다른 한 편에 있는 중국 관점의 책으로 읽기 좋겠다.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 때문에 저자의 주관적인 스탠스를 찾기 어렵다. 단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무역전쟁이 역사를 바꾸었다고 포함시킨 것이 조금 치우쳤다면 치우쳤다고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