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 춘추전국시대부터 팍스 아메리카나까지
자오타오.류후이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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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이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한 제재를 통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자하는 경제적 제재다. 이러한 무역전쟁은 세계사를 통해 여러번 나타나는데 군사를 동원한 무력전쟁이 아닌 무역전쟁의 관점에서 본다면 흥미롭겠다. 두 중국인이 쓴 이 책의 관점이 궁금하다.

책은 3부로 나누어, 춘추시대부터 현재 미중 무역분쟁에 이르기까지 15번의 세계 무역전쟁의 쟁점과 결과를 정리한다. 1부 왕조의 흥망을 좌우한 무역전쟁(춘추전국부터 대항해 시대까지), 2부 전 세계 패권을 뒤흔든 무역전쟁(대륙봉쇄부터 대공황까지), 3부 바로 오늘의 무역전쟁(제2차 세계대전부터 미중무역전쟁까지)다.

무역전쟁의 원인은 처음에는 서로 보완하며 발전하던 두 나라가 경쟁우위가 같아지면 서로 무역마찰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발전한 나라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덤핑을 시도하고, 개도국은 보호무역으로 대응한다. 그런 무역마찰과 충돌은 역사적으로 해당국이나 관련된 세계 여러나라에 손해를 끼치고 끝이 난다. 나아가 경제적 무역분쟁이 정치적 위기까지 초래하여 왕국이 망하거나 정권이 바뀌기도 한다.

15번에 걸친 무역전쟁 중에서 역사를 바꾼 무역전쟁은 첫째 명나라의 호시무역, 대항해시대를 연 '향료무역', 2차세계 대전을 촉발한 '관세전쟁'이다.

호시무역은 중국 중원을 차지한 왕조와 북방 유목민족간의 변경무역을 말한다. 한나라 때 시작되었고, 중국의 여러왕조를 거치며 잘 조정되었다. 그러나 인삼을 매개로 변방의 누르하치는 명나라를 몰아내고 중원을 차지하게 된다. 무력을 쓰지 않고 중원을 차지한 역사다.

대항해 시대는 서양의 여러나라가 동양의 향료를 차지하기 위한 무역전쟁이다. 세기 별로 독점국이 바뀌어 가며 이어진다. 16세기에는 포르투갈이, 17세기에는 네덜란드가, 18세기에는 영국이 주도권을 차지한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먼저 유럽의 관세전쟁으로 상대국에 손해를 입히며 1차대전이 발발하였고, 2차대전 역시 미국이 수입관세를 올리며 시작되었다. 관세전쟁에 이어 덤핑전쟁도 일어났는데, 1930년대 일본은 전세계에 상품 덤핑을 시행하고, 독일은 석탄과 시멘트 덤핑으로 수출을 늘렸다. 또한, 상대국의 화폐를 위조하여 경제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독일이 영국 파운드를, 일본이 중국 법폐를 위조하여 화폐전쟁을 몰고 왔다.

현대로 오면서 미국의 무역전쟁 범위는 점차 넓어지는 듯하다. 한국전쟁 때 미국의 '중국봉쇄'는 소련을 비롯한 중국봉쇄 비참여국들의 비협조로 실패로 돌아갔다. 미소냉전 시 소련을 붕괴시킨 것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의 유가하락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소련의 안이함 때문이다. 세계 2인자가 되려는 일본의 성장에 미국은 플라자합의와 301조를 동원하여 일본경제를 침체에 빠뜨리게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미국의 대일무역은 여전히 적자다. 중남미의 바나나에 얽힌 EU와의 WTO제소와 철강수출에 대한 WTO제소 역시 미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의 일부였다. 수많은 무역전쟁을 치룬 미국이지만 대부분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패권이 약해진다고 느낀 탓에 공격적이게 된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현재의 미중무역분쟁 역시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 중인 이때, 중국인의 관점에서 세계 무역전쟁사를 훑어보고 내린 결론은 무역전쟁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 패권을 지키고 싶지만 스스로 약해진다고 느낄 때 상대를 제압하는 용으로 무력전쟁 대신 무역전쟁을 시도하는 것이다. 무역전쟁의 실효는 높지 않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무역전쟁으로 명나라가 망하고, 소련이 무너지는 등의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대응에 있어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간결한 문체와 세계무역전쟁사라는 주제에 충실하고 있어서 집중하기 좋은 책이다. 서구 중심의 책을 주로 읽었다면 다른 한 편에 있는 중국 관점의 책으로 읽기 좋겠다. 비교적 객관적인 서술 때문에 저자의 주관적인 스탠스를 찾기 어렵다. 단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무역전쟁이 역사를 바꾸었다고 포함시킨 것이 조금 치우쳤다면 치우쳤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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