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2010년에 씌여졌다. 영어로 쓰여진 이 책의 원제는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자유시장주의자들'을 말한다.

책은 Thing1부터 23까지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하는 것들과 그에 대한 반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말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말을 근거를 들어 밝힌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들이 하는 말에 이상하다거나 거부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몇 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들이 하는 말에 몇 가지 오류가 보이고, 드러내 말하지 않는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자유시장주의들이 하는 말 23가지는 상식적인 사실로 보인다. 이를 테면, 기업은 주주를 위해 경영을 잘 해야한다거나, 우리는 탈산업화시대를 살고 있다거나, 교육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거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평등한 사회라는 말들이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왜 이러한 말들이 사실이 아닌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경제학자로서 전문 경제용어를 써가며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쉬운 말로 쓴다. 물론 그의 논리를 따라 가려면 읽으며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그의 반박 하나를 살펴 보자.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가 되어 '신자유주의'를 내세웠고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개도국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수 있으므로 개도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반대한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말이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미국도 한 때 영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당했다. 그 때 미국의 대통령은 "200년 정도 보호무역으로 장점을 다 취한 후 미국도 자유무역을 하겠다"고 영국에 저항하였다. 미국에게 자유무역을 요구한 영국조차도 18세기 중엽 보호무역정책으로 모직산업을 성장시킨 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산업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야 자유무역을 시작했다. 이렇게 선진국들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여 경쟁력을 키운 후에 자유무역을 시작했으나 과거를 잊은 것일까? 왜 개도국이 자신을 따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개도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자신들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이를 도입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문제가 훨씬 많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힘과 권력을 가진 기업, 정부, 기관이 하는 말에 대해 그대로 받아 들이기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들이 옳바르게 결정하는지 판단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서 그들이 하는 말의 이면을 알아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책을 접함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한다.

세계 역사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혜안을 가진 스승에게 세상의 이치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다. 현상을 보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까를 염두에 두고 깊숙히 파헤쳐간다면 그 현상에는 불순한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압도적인 두괄식 글쓰기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경제적 이론을 바탕으로 비판적 세상 보기를 원하는 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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