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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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60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한다.

서문은 우연히 자신이 경계 사이코패스임을 알게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특정부분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도덕적 추론과 충동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뇌 스캔 사진도 그들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렉터와 윌 그레이엄이 그렇고, <덱스터>의 주인공이 그렇다. 사이코패스는 대인공감능력이 없어 상황에 맞는 표정을 연습해야하기도 하고, 말재주가 상당히 좋고, 매력적인 거짓말쟁이다. 철저하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냉담하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이러한 인격장애를 사이코패시(psychopathy)라 하는데, 주로 다음 7개 중 3개 이상이면 해당한다: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한다. 사기성이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쉽게 흥분하며 공격적이다.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무책임하다. 자책할 줄 모른다.

저자는 뇌 구조와 유전정보, 가족력, 주변인들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음을 확인한다. 먼저, PET 촬영한 뇌의 번연피질, 전전두피질, 측두피질의 복합체 전체에 걸쳐 기능이 저하되는 패턴은 사이코패스의 뇌가 유일한데,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것과 일치한다. 가족력에는 저자의 먼 조상들 중에 살인자와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조상들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MAOA라는 전사 유전자가 사이코패스의 뇌에 존재하는데, 이는 X염색체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XY조합을 가진 남성에게 많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적인 이유 중 하나다. 가까운 친지들의 피드백에 의하면, 저자는 멋지고 재미있지만 '소시오패스'이거나 '사이코패스의 아류', '친사회적사이코패스'다.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진탕먹고 마시고 놀기와 도박과 인터넷 서핑과 TV보기와 같은 쾌락을 즐기며, 하루 네 시간만 자고도 깨어있는 시간에 많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세 가지 요인으로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변이 유전자 여러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학대(143)'가 있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형성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저자는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PCL-R기준으로 네가지 요인 중 세가지( 대인관계가 피상적, 정서적으로 냉담, 행동은 무책임)가 있고, 반사회적 성향이 없다. 이는 평소 저자가 인격과 행동은 DNA에 의해 80%정도 결정된다고 믿는 것과 상반되게 성장환경의 중요성(후성유전학)을 인정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뇌는 계속 성숙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만시점에 가까울수록 아이의 뇌에 해롭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직후 몇 개월 동안은 분만 전에 끝났어야하는 뇌 발달이 연장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양육의 초기 환경과 스트레스가 성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한두 살 때 겪은 학대나 유기는 여섯살이나 열살 때 겪은 것보다 훨씬 해롭다. 따라서, 산모가 출산일에 가까울수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써야하고, 출산 후 3년은 정성스레 양육해야하는 이유이겠다. 10대 전후반과 20대에 전전두피질이 발달하는 시기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조현병, 양극성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등이 발생한다. 10대 전후를 통해 흔히 사춘기에 급변하는 성격은 뇌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공인 중에 사이코패스를 구별해 내는 것도 흥미롭다. 사이코패스는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과 매력을 이용할 줄 안다. 남을 공감하는 것처럼 가장할 줄 안다. '빌 클린턴'의 고난도 연기를 보면서 저자는 그가 자기와 같은 사이코패스라고 단언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인도주의자들이 개인차원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언급한다. '간디'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잔인했고, '테레사 수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차가웠던 것으로 전한다. 수 천을 구하는 공감이지만 개개인에게는 무관심이거나 학대로 귀결되는 비정한 공감이다.

사이코패스는 세계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며 문화권에서 약 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들은 냉정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로서 활동할 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주변에 있다면 엮이지 말고 지나치라고 조언한다. 엮이면 당신을 조종하고 사기를 칠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보복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가 설명하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소개하는 과학서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부터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로서 어린시절부터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압도적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주위사람들이 이미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대놓고 불러도 본인이 타인의 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전혀 귀담아 듣지 않다가 뇌 스캔사진으로 크게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책 초반에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설명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영화를 보면서 자기와 같은 캐릭터를 찾아내는 저자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뇌의 구조, 유전자, 호르몬 관련 지식이 무수히 등장해서 책 중간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책 말미에 제공하고 있는 참고할 만한 동영상 리스트에서 몇 개를 뽑아 보는 것도 좋겠다. 책 전체가 유머러스하고 생기발랄함이 있어 무서운 주제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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