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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저자는 하버드대 인간진화 생물학과 교수다. 인류학과, 심리학과, 경제학과 교수를 맡으며 이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밝힌다. 과거 변두리의 낙후된 서유럽 국가가 어떻게 현대 서구문명을 주도하며 세계화를 일으키게 되었는지를 심리적, 문화적, 생물학적, 경제학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10년간의 연구결과를 아우르고 있어 매우 방대하다. 본문이 600페이지에 주석과 참고문헌리스트가 150페이지가 넘어간다. 다양한 실험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실험을 하게된 이유, 구체적인 연구 과정, 데이터와 이에 대한 해석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보통 서둘러 결론만을 말하는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은 크게는 4개의 파트, 작게는 14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1부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진화론, 2부 WEIRD,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3부 WEIRD, 새로운 심리와 제도를 형성하다, 4부 WEIRD, 근대세계의 문을 열다.
위어드(WEIRD)는 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ic의 준말로, 서구의 교육수준이 높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적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인류의 역사와 뇌구조를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을 이 5가지 키워드로 축약하였다. 고대 4대 인류문명의 발상지의 국가들이 맥을 못추리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와 미국과 같은 영국계의 위어드들이 어떻게 1200년 이후 급발전하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인류는 친족기반의 수렵채집 사회에서 씨족 중심의 종교를 믿는 농경사회로 나아가고 다시 엘리트계층이 부를 차지하는 전근대국가인 왕국을 지나 법률을 기반으로하는 근대국가로 발전해왔다. 근대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을 이룬 중간계급에 의해 발전하는데 그 중심에 위어드가 있다. 위어드는 중세 카톨릭교에 반대한 루터의 종교개혁과 긴밀한 관계가있는데 'ONLY 성경'을 강조하는 개신교는 개개인이 성경을 읽고 이해해야한다. 이에따라 개인의 문해율이 높아지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대거 완성되며, 후에 산업혁명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속한 경제 성장과 2차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다. 여러 비위어드 국가들은 이 위어드의 제도와 사상을 받아 들이며 자체 제도의 붕괴와 혼란을 겪는다.
책을 관통하는 것은 교회가 위어드에게 미친 심리적 문화적 변화이다. 유럽국가들이 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 교회다. 교회는 전통사회의 특징인 친족기반제도를 해체하는데, 농업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관계를 맺고 있던 조직이 느슨해지며 개인주의적으로 바뀐다. 도시로 모인 핵가족 중심의 개인들은 새로운 사회 속에서 비개인적 신뢰증대, 순응저하, 문해력 확대, 독립성 증대와 같은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또한 기독교의 근친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와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핵가족화하는 등의 문화적 변화를 겪으며 혁신과 과학의 발달을 가속시키며 급부상한다.
저자는 위어드가 이상한 집단이라고 말하면서도 유전적으로, 문화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유럽의 모습이 인류가 지향해야할 목표지점인지는 의아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은 인정하지만 각 민족과 국가의 특성을 무너뜨리며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좋은 것을 모방하고 받아들인다며 중국의 경우 아주 오랫동안 전통사회를 유지하다가, 1950년 공산당 정부가 중세교회의 결혼가족강령에 맞먹는 일부다처, 중매결혼, 축첩, 약혼, 수혼, 혼인지참금 등을 폐지하며 변화했다고 한다. 교회가 중세유럽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달성한 과정을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행했다고 언급한다. 비위어드인 중국이 제도적으로 위어드화한 것이 진화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오래된 미래>를 읽으며 반드시 산업화하고 개발해야만 인간이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가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하며 겪는 구성원간의 갈등과 자연훼손과 획일화하는 과정은 저자도 안타까워한 점이다.
위어드의 특징은 개인주의이고, 독립적이며, 분석적이며, 비위어드의 특징은 이와 반대로 관계와 역할을 중시한다. 책을 읽으며 문화적으로 위어드가 비위어드보다 진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문화의 다양성이 배제되고 있다. 미국 중심적인 연구자료와 인맥이 좀 아쉽다. 다양한 종족이나 문화를 가진 연구원이나 자료를 참고했다면 어땠을까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감사의 말'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학자들과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지적대화를 나누며 서로 자극을 주고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부럽다. 지적 대화를 위한 모임에서 나눈 것을 바탕으로 서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연구를 보태 논문과 책을 내고, 또 그 결과물을 참고해서 이 책에 녹여냈다.
쪼개 읽으며 이해하려고 애쓴 책이다. 서구 유럽이 급부상하게 된 원인이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