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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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인류세 위기는 전적으로 인간의 과오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207)."

4계절이 있었던 우리나라가 어느 순간 여름과 겨울만 남은 느낌이 든지 꽤 오래다. 특히 올해 여름은 매우 더웠고, 그 더운 날이 오래도록 식을 줄을 몰랐다.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바라보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지구의 위기 상황이 어떠한지, 그 극복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책은 4부로 나누어 인류세의 유래와 기후위기, 생물종 다양성 문제와 환경위기의 극복방안을 설명한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질시대를 의미한다. 미국 고생태학자가 1980년대 자신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으나,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1933~)에 의해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이후로 기후가 급변했음을 의미한다. 이후 지구과학자인 윌 스테펀이 핵폭발 실험이 활발했던 1950년대 이후 다양한 지표가 급변하는 것을 '대가속시대'라 하고 인류세의 시작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자연의 힘에 무력했던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며 생태계를 급속하게 위협하였고,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앞으로 다시 자연의 힘에 의해 인류와 자연 모두가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인류세를 상징하는 네 가지 중요한 속성으로 기후 위기, 생태계 위기, 환경오염, 기후 난민을 꼽는다. 모두 부정적인 이 네 가지 속성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강조하는것이 아니라,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가뭄, 홍수, 태풍, 폭염, 산사태, 산불, 해수면 상승, 전염병과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생물종 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기후난민과 같은 환경 문제도 점차 심화된다.

서구 선진국이 산업혁명과 핵폭발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야기한 결과 발생한 기후위기의 피해는 미개발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기후 난민은 남아시아의 방글라데시와 태평양 섬국가와 같은 침수지와 가뭄으로 굶주림에 지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다. 난민들은 좀더 잘 사는 선진국으로 이민을 원하지만,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받아들일지 안보 위기로 간주하고 봉쇄할지, 공존하느냐 공멸하느냐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2009년 지구의 한계를 9가지 부문(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질소.인 순환, 해양산성화, 토지 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 오존층 파괴, 대기오염, 화학물질 오염)으로 나누고, 어떤 부문이 위험한지를 과학적 근거로 논했다. 2023년 이 중 이미 6개부문(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질소.인 순환(비료), 신물질의 양(예: 플라스틱), 토지 시스템 변화, 담수 사용)이 경계를 초과하여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하는데 섬짓하다. 특히 만성적인 물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에 비해, AI수요증가로 데이터센터의 확장은 물 수요를 더욱 필요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류는 공룡이 멸종했던 다섯 번째의 대멸종 이후 이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위기에 있다. 다섯 번의 대멸종으로 전체 종의 70% 이상이 사라졌다. 원인은 화산 폭발로 인한 온실가스의 증가였는데, 온실가스의 증가는 대기 기온 상승과 해양의 산성화를 유도하여 대량멸종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미 열대우림훼손과 산호초 군락의 폐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지구공학적으로 성층권에 황산염 입자로 에어로졸 막을 만들어 온난화를 늦추기는 하지만, 물순환에 이상을 가져오는 부작용이 심하므로 최후 수단으로 이용하여야한다. 그보다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생한다는 생각, 자연을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하고 보존할 대상으로 여겨야한다.

서가명강 시리즈의 39번째 책이다. 작은 크기인데다 250쪽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 내용이 가볍지 않다. 현재 신생대 제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에 살고 있는 우리가 굳이 인류세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신경써야하는 이유는 임계점을 넘지 않고 후손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상태 정도의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인간에게서 비롯된 지구의 위기를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고찰하면서 왜 문제의식을 가져야하는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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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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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을 장식했던 4년간의 작업을 일컬어 "살아있는 지옥에 갇혀 지내는 고문"이었다고 표현했다(9)."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건물의 천장화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종교적인 배경지식이 없다면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상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멀어서 자세히 보기도 어려운 천정화를 모아 책으로 냈다니 반갑다.

저자는 독립 큐레이터로 런던의 소더비 아트 인스티튜드에서 강의하고 있다. 미술사와 현대 미술에 관한 글을 썼다.

책은 종교, 문화, 권력, 정치의 4개 파트로 나누어 천장화를 설명한다. 천장화는 성당이나 모스크, 사찰과 같은 종교시설이나, 궁전이나 의회의사당과 같은 권력과 정치가 이루어지는 건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장이나 박물관, 도서관, 지하철역과 같은 문화 생활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소개된 천장화는 대부분 유럽의 것이지만, 이란, 튀르키예, 러시아, 미국, 일본과 인도의 건물도 포함한다.

아직도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천장화는 여느 성당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성당 천장화가 성경 이야기를 가져와 묘사하면서 천사와 성경 속 인물을 그리는 반면,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에게 헌정된 속죄의 성당을 짓는 프로젝트였다는데, 시각적으로도 뾰족한 첨탑이 천장을 향해 찌르듯 서있고 기하학적 문양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수학, 철학, 신학적 상징주의의 학문을 기반으로 하였다는데, 평가는 갈린다. 자연의 암석을 가져와 자연의 법칙을 구현했다고 감탄하는 반면, 조지 오웰은 끔찍하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우상숭배를 피하기 위해 기하학적 무늬의 반복을 사용한다. 이슬람교의 모스크나 궁전을 보면, 천장은 물론 벽까지 기하학적 무늬가 가득 메워져 있다. 이맘 모스크의 천장화는 파란 바탕에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고 그 안에 노란 꽃과 초록 덩굴이 가득하다. 기하학적인 무늬 안에 쏟아질 듯 가득 그려져있는 덩굴과 꽃무늬는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질서정연하고 무한히 팽창하는 무늬 속에서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일본 도쿄 센소지의 천장에는 기독교의 천사와 같은 인물인 텐뇨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불교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센소지의 본당 천장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연꽃과 함께 온화한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육중한 여인의 몸에 온화한 표정과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배치한 용은 일본 불교에서 깨달음을 상징하고, 물의 신이자 천황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밝고 온화한 텐뇨의 그림과 어두운 배경에 역동적인 용이 언뜻 보아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20세기 거대한 세계화 흐름에 직면한 일본 전통예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중국과 한국 사찰의 천장화를 더 연구하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샤갈의 그림을 팔레 가르니에 천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팔레 가르니에는 파리의 발레와 오페라를 공연하는 장소이다. 1962년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가 샤갈을 추천하여 천장화를 바꾸도록 하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꽃 모양으로, 5개의 꽃잎은 흰색, 노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구분하였고, 각각 파리 오페라단의 공연에 등장하는 작곡가들에게 헌정되었다. 에펠탑과 개선문을 비롯한 프랑스를 상징하는 건물도 보인다. 저자의 설명이 없다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역동적이고 압도적인 천장화는 이탈리아 만토바에 위치한 테 궁전의 '거인들의 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인 기간테스가 신들의 고향인 올림포스 산을 지상으로 옮기고 신들을 정복하려하자 제우스가 이들을 죽이고 올림포스 산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는 그림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이를 소토-인-수 기법이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뭉게구름 위에서 전쟁을 하는 거인들의 모습과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기둥과 아치가 무너지고 이를 바라보는 거인들의 놀란 표정이 천장에서 벽을 타고 아래로 쏟아져 내려와 압도적이다. 3D 영화를 보는 듯하다. 꼭 한번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천장화이다.

가장 최근 만들어진 것은 2008년에 완성된 유엔 제네바 사무국 천장화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푸르스름한 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탕에 노랗고 붉은 종유석들이 거꾸로 메달려 봉우리와 산등성이를 이룬다. 이 작품은 지구를 의미하는데,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흙과 암석을 이용해 만든 페인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가 조화로운 국제관계를 만들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기금을 사용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건물에 들어서서 천장을 올려다 보려면 고개도 아프고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해상도 좋은 천장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좋은 책이다. 길지 않은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처음 본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게된다. 더 구체적이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펼치는 장마다 화려한 천장화가 '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다음 장에는 어떤 그림이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 꼭 읽고 가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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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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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사전적 의미는 예를 갖춰 의미 있는 곳을 돌아보는 행위를 총칭한다. (중략) 이 말에는 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주의를 둘러본다는 순행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순례라 하면 종교 성지를 돌아보는 성지순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성지는 종교라는 틀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4)."

책은 4부로 되어있다. 녹색 순례길, 마을 순례길, 역사 탐방 순례길, 종교 성지 순례길이다. 자연과 사람과 역사와 종교의 주제를 가지고 50개의 순례길을 소개한다.

자연 순례길에서 인상적인 곳은 주상절리와 람사르 습지이다. 겨울 한철에만 공개되는 한탄강 물윗길의 주상절리는 사진만으로도 이미 장엄하다. 화산이 남기고 간 돌기둥 모양의 석주가 다발을 이루는 장관은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한탄강을 따라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 폭포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루는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대하는 듯하다. 임꺽정이 숨어들었다는 고석정부터는 현무암에서 화강암 계곡으로 전환해서 또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주변 5개의 습지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호수를 따라 한바퀴 돌아보는 트레일(8.4km)에서 텃새, 철새, 갈대와 억새, 사초와 같은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다는 세계적인 희귀조 따오기 역시 볼 수 있다니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부산의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는 피난민이 만들어낸 마을로 인상적이다. 일제시대 조선중공업회사가 생기자 전국의 노동자가 이 섬에 모여 살았고, 6.25전쟁에는 피난민이, 제주 4.3사건에는 제주도 사람들이 들어와서 지금도 해녀촌이 있다. 현재는 관광객으로 상업시설만 있고,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은 좀 쓸쓸하다. 마을을 내려와 바다를 보며 걷다가 해녀촌에서 석양을 보면 좋을 코스이다.

도전적인 코스인 봉정암 순례길은 고행의 길이다. 하루 42,997보로 책에 수록된 코스 중 가장 많이 걸어야하는 이 길은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 중 2시간은 최고 난이도 코스이다. 내설악 백담사에서 해발 1,242m에 있는 봉정암까지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순례길 중 하나인데, 봉정암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사리탑이 있기 때문이다. 봉정암 순례길은 두 개의 코스가 있는데, 비교적 쉬운 수렴동계곡코스와 아주 험한 오세암 코스이다. 오세암에는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한용운의 자취가 남아있다. 저자는 수렴동계곡 코스로 가서 오세암 코스로 내려왔는데, 체력에 따라 1박2일 혹은 수렴동계곡 코스 왕복을 권한다.

책의 구성이 가보고 싶도록 만든다. 먼저 해상도 좋은 사진들이 4계절의 장관을 보여준다. 주로 푸릇한 여름 사진이 많지만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도 감탄스럽다. 무엇보다 각 순례길의 첫 페이지에 소요시간과 몇 보를 걸으며, 고강도 운동이 포함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서 각 순례길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뒷 부분에는 서울에서 가는 법과 갈만한 식당 안내는 물론, 출발에서 도착까지의 경로 지도까지 모두 유익하다. 특히 '탐방가이드'에서 해설사나 투어버스와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데, 그 지역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꼭 참고할 부분이다. 추가적인 자료를 검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정성스럽게 잘 만든 책이다. 국내 걷기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제공한다.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도록 코스 설명과 주의사항, 참고사항을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 한 권이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자연과 역사, 종교에 관한 서사가 있는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참고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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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학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오치 케이타 지음, 이영란 옮김 / 성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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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나오는 잔혹한 범죄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의외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 더욱 두렵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인데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책이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범죄 심리학의 기초, 2장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심리, 3장 성범죄 심리, 4장 DV(가정폭력), 학대의 심리, 5장 다양한 범죄 심리이다. 총 56개의 질문과 답으로 되어있는데, 왼편은 글씨이고 오른 편은 그림이다. 분량이 127쪽밖에 안되는 얇은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범죄심리학은 범죄자의 행동이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왜 범죄자가 되는지 연구하는 '범죄원인론', 심리학을 응용해 범인을 체포하는 '수사심리학', 재판에서 응용하는 '재판심리학', 범죄자의 갱생을 연구하는 '교정심리학', 효과적인 범죄예방대책을 세우는 '범죄예방심리학'과 같이 분야가 다양하다. 범죄의 원인을 파악- 수사-재판-갱생-예방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이 책에서 다룬다.

범죄와 관련이 큰 것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이 호르몬은 공격성과 관련이 있는데, 여성과 남성 공히 농도가 높을수록 폭력적이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소방관의 용감함과도 관련있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농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범죄의 원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양한 요인이 합쳐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살인의 3대 동기를 금전, 연애, 원한으로 본다. 드라마나 추리소설의 형사들이 범인의 주위 인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이 세가지 질문인 이유이다. 일본의 경우 가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 아쉽다.

의외의 사실도 많이 알게된다. 보통 목격자의 증언을 듣고 범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몽타주로 완성하는 것보다 정확하다. 몽타주는 다양한 인물의 얼굴 부위를 조합하여 범인의 얼굴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러 얼굴을 보게 되므로 본래 얼굴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 학대받은 아이가 커서 아이를 학대하는 '학대의 연쇄'는 사실이 아니다. 학대가 일어나더라도 그 원인은 과거의 학습에서라기 보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크다. 그리고, 도둑은 부자집보다 쉽게 잡히지 않을 집을 고른다. 주민끼리 서로 잘 알고 이웃과 사이가 좋은 지역은 범행을 저지르기 쉽지 않은 장소이다. 외부 창문에 철창이나 보조 자물쇠를 다는 것이 빈집털이 대책에 효과적이다.

범죄심리학을 깊이 있게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다. 질문에 대한 간결한 답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볍게 읽기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 심리에 대해 일반인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되는 사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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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엘레나 아르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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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빨간색 하이힐과 원피스의 여인과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춤을 추고 있는 책 커버는 도발적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로맨스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광한 소설일지 벌써 궁금하다.

뉴욕에서 일하는 리나는 고향 스페인에서 하는 언니의 결혼식에 함께 갈 남자친구가 필요하다. 전남친이자 첫사랑인 다니엘이 신랑의 형으로 들러리를 서는데, 상처입은 리나에 반해 그는 이미 약혼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는 듯하다. 그러한 그 앞에 애인도 없이 나타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당장 애인을 구해야하는데, 평소 앙숙처럼 지내는 에런이 그 역할을 해주겠다고 자처하며 나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줄곧 리나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런이 리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는 초반부터 여러 번 등장하는데, 리나는 눈치채지 못한다. 리나가 가는 곳에 에런이 불쑥 나타나고, 리나가 서류를 볼 때는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읽는다며 이메일을 굳이 프린트 해서 가져다주기도 한다. 리나가 정말 무딘 사람이거나, 에런을 정말 싫어해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에런의 매력이 넘쳐 난다. 스페인 가족들의 시끌벅적하고 지나친 관심에도 점잖게 잘 맞추는 태도가 신사답다. 리나의 첫사랑 다니엘에 대한 리나의 상처를 이해하고 분해하는 모습도 따뜻하다. 표현하지 않지만 뒤에서 리나를 엄청 챙기고 눈을 떼지 않는 진지한 남자이다. 슈퍼맨과 같이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모도 한 몫한다.

사랑의 세포를 깨우는 로맨스 소설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남자,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회사에서는 로봇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냉혈인간처럼 차갑지만, 마음을 열면 그 자상함과 따뜻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미 시작된 에런의 사랑을 리나가 깨달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서로에게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스페인 사랑 사기극은 진심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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