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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 한국의 문화 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9월
평점 :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걸 바로 잡으려는 운동 또는 그 철학을 가리키는 말이다." 9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는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들이 있겠고 이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PC다. 정부는 아동보호, 장애인 우대, 성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치경제적 시스템을 갖추고, 사람들에게 약자에 대해 완곡어법으로 표현하며 예의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친PC, 보수주의자들은 반PC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PC의 쟁점을 자유, 위선, 계급으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우파는 PC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말과 행동의 괴리를 보이는 위선이라고 비난한다. 좌파는 PC가 인종, 성, 종교 등의 집단의 권리를 주장하는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 빈부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계급정치'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PC는 내용 상으로는 올바르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과 태도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싸이의 '흠뻑쇼' 논쟁이다. 배우 이엘은 싸이의 워터밤 콘서트에 쓰이는 300톤의 물을 차라리 소양강에 뿌려 봄가뭄에 허덕이는 농가를 돕는 것이 낫다고 SNS에 올렸다. 이에 작가 이선옥은 행동은 없고 말로만 하는 것은 도덕적 우월감 과시일뿐이라며 이엘의 PC를 슬랙티비즘(게으른 행동주의)이라고 비판했다.
이엘의 편을 들자면, 이엘이 SNS에서 도덕적 허세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의식있는 연예인이라는 여론을 얻고자함일까? 이선옥작가가 비판한 슬랙티비즘이 후에 행동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될 수는 없을까? 반대로 이선옥 작가의 편에 서자면, 도덕적으로 옳기만 해서야 세상의 모든 규제 안에서 안전할 수는 있지만, 다양성이 생겨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쪽에서 농사에 들어갈 물을 걱정하지만, 워터밤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기대하는 많은 팬들이 있을 것이다. 둘 다 옳은 말인데, 둘다 행동보다 글로만 싸우는 꼴이다. 이엘을 비판하자면 굳이 싸이의 흠뻑쇼와 농부의 가뭄해결을 연결할 필요가 있었을까.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해결법을 제안하거나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이선옥 작가를 비판하자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아닐까.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용인되는 것인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아닐까. 말 한마디로 이렇게 세상이 시끄럽도록 욕을 먹어야하는 걸까 싶다.
이 책은 첫 장만 잘 넘기면 나머지는 쉽게 읽힌다. 첫 장에서 PC의 정의와 논쟁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상당히 어렵다.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겠거니하며 생소한 용어를 개념정리 수준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내게는 추가 공부가 필요했다. 공적담론(public discourse), 팬덤정치, PC피로증, 가치 일원론, 교조주의, 언더도그마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와 예시가 등장한다. 그러나 2장에서 6장까지는 수능 논술에 제시될 만한 논쟁거리를 제시하고 저자의 주장을 내고 있어서 흥미롭게 빨리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용어에 대한 개념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나 뉴스를 접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개념정리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는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든다.
마지막에 정치 인물들에 대한 비판은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기도 하고 하나의 관점에서 비평하기에 적당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