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보이는 세계지리 사전
이찬희 지음 / 보누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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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지리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땅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3)."

책은 6개 대륙인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중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극지방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지리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이를 통제할 수 있다. 산유국이 유가를 쥐고 흔들듯, 중국은 요소수를 무기화한다.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에게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줄어들자 밀값 폭등으로 수입국인 유럽이 곤란을 겪는다. 코로나의 근원지를 재조사하자했던 호주에게 중국이 석탄수입금지를 내놓았지만 결국 최대 석탄소비국인 중국이 제 발 찍은 꼴이 되어 석탄부족으로 공장이 돌아가지 않고 전기 공급이 않되자 다시 수입을 허가한다. 자원의 이동은 이제 국제적이고 막강한 자원보유국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건조기후지역의 카스피해와 아랄해에 관한 설명은 흥미롭다. 이 두 호수는 수자원으로서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가 풍부하다. 카스피해를 주변국은 '바다'로 부르며 접해있는 해안선만큼을 소유했다고 주장하거나, '호수'로 부르며 1/n을 하자고 주장한다. 원래 카스피해에 접한 나라는 소련과 이란뿐이었으나, 소련의 붕괴로 여러나라로 분리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 모여 결국 바다로 합의했다. 반면 아랄해는 목화산업으로 엄청난 물을 사용하자 아랄해로 들어가는 물이 줄어들어 있어서 안타깝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 관한 사실을 책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이 내세운 명분은 성지탈환이다. 당시 예루살렘을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세 종교의 성지가 더없이 성스러워야하는데 분쟁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안타깝다. 성지탈환이 명분이지만, 숨겨진 내막에는 향신료 후추가 있었다. 당시 후추는 인도에서 수입했는데 유럽과 인도 중간길목을 이슬람 국가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인도와의 무역로를 확보하려는 숨겨진 목적이 있었다. 십자군 전쟁이 실패로 끝나고, 대서양을 넘어 인도로 가려했으나 결국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다.

미국이 강대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지리적으로 설명된다. 신기조산대가 지나가는 곳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많고, 고기 조산대에는 석탄이 엄청나고, 안정된 평야에는 철광석 등의 광물이 많다.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이 미국이다. 동쪽에 고기조산대 애팔래치아 산맥이, 서쪽에 신기조산대 로키산맥이, 그 사이에 중앙 대평원이 있고, 남서부만 사막지대이다. 사막지대도 1930년대 경제 대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콜로라도강에 후버댐을 만들어 이 지역에 물을 공급하였고, 지금의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한가운데에 화려한 도시가 되었다. 태평양과 대서양이 방패가 되어 외부인들이 쉽게 침입하기 어려웠지만 현대에 미국이 밖으로 나가기에 이롭고, 미국 내 수많은 강을 이용한 물자 이동이 용이해서 미국은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축복받은 나라이다.

북극과 남극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남극이 더 춥다. 북극은 바다이고 남극은 평균 해발 고도가 2,500m인 대륙이다. 모든 대륙 중 평균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지구에서 가장 기온이 낮다. 남극 대륙은 세계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중립지대로 과학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조약을 맺었다. 북극은 지구 온난화로 쇄빙선 없이도 화물선이 이동할 수있게 되었다.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가장 동쪽에 있는 부산이 세계적 해상 요충지가 될 수도 있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하다. 인류가 남극 상공에 오존층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프레온 가스 사용을 줄여 오존층을 회복시킨 것처럼, 지구 온난화도 극복해야할 텐데 말이다.

지리적 요소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다른 문화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면, 지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네팔의 천장혹은 조장이라는 장례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묻지 않고 고원의 들판에 두어 새들이 쪼아먹게 한다. 이는 고원지대에 화장할 목재가 부족하고 매장할 토지도 부족하기 때문이지 야만인의 문화라고 해서는 안된다.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의 쉬운 버전이라고 보면 좋을 책이다. 고등학교 지리 선생님이 쓰신 책이라 차근차근 개념부터 잘 잡아주고 지리가 우리의 생활과 국제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해준다. 사하라 사막의 고운 모래가 무역풍에 날아가 아마존 열대 우림을 만들어 준다는 거시적인 사실을 통해 우리나라에 한정되기보다 지구적으로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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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2 : 맹자 - 난세의 철학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2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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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있었다면, 전국시대에 맹자가 있다. 춘추전국시대는 중국역사에서 혼란의 시대이다. 혼란이 시작되는 시기의 공자는 제후들에게 인의로 다스리기를 주장하며 자신을 등용해주면 잘 보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미 침략 전쟁이 한창이던 전국시대의 맹자는 공자의 인의 왕도정치를 계승하지만, 좀더 과격해진다. 왕이 정치를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한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침략전쟁을 일삼는 제후들에게 공맹의 사상은 너무 이상적이었까? 공자도 맹자도 제대로 관직에 올라 쓰임을 받지 못하고, 후임을 가르치는 일로 일생을 다했다. 공자는 <논어>를 통해, 맹자는 <맹자> 7편을 통해 그 사상을 전하고 있다. 공맹사상으로 묶어부르는 유가에서 맹자의 사상을 만화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갑다.

책은 맹자의 일생과 양혜왕편, 공손추편, 등문공편, 이루편, 만장편, 고자편, 진심편으로 되어있다. 저자 채지충(1948-)은 대만의 만화가이다. 15세에 전문 만화가가 되어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동양사상, 중국 설화와 기담을 재창작한 작품들이 45개국에 번역되었다.

'맹모삼천지교'를 통해 맹자의 어머니가 세번 이사하면서 맹자의 교육에 힘썼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공동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학교로 세 번 이사를 하며 맹자의 일생을 소개한다.

역성혁명에 관한 주장은 양혜왕편에서 찾을 수 있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신하인 탕과 무는 폭정을 하는 걸과 주를 죽였는데 신하가 임금을 죽여도 되느냐고 묻는다. 맹자는 백성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임금은 죽여도 된다고 말한다. "저는 무왕이 독부인 주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가 임금을 살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백성에게 폭정을 일삼던 주왕은 임금이 아니라 그저 지아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이 인의로 정치를 하지 못하면 쫓아낼 수 있다는 맹자의 정치철학이 현대에도 살아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가능하지만, 중국인들이 독재를 시작한 시진핑을 끌어내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루편 하 제 8장에서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아야 비로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반인은 물론이고, 특히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할 말이다. 정치권에 있으면서 사리사욕을 챙기다 스스로 망가질 뿐 아니라 나라마저 위태롭게하는 인물들이 있기때문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의는 무엇일까? 고자편에 보면 "인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마음이요, 의는 사람이 나아갈 큰 길이다." 사람이 닭과 개를 잃으면 찾을 줄 알면서 본심을 놓치고는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을 통해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다.

진심편에서 군자의 세가지 즐거움을 이야기하는데 부모 건재하고 형제 우애로움이 첫 번째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요,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가르치는 것이 세 번째이다. 왕노릇하는 것은 들어가 있지 않다. 부귀와 영화는 자기 본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맹자 자신의 모습을 군자에 빗대어 한 말이 아닐까한다. 정치에 욕심이 있었을 텐데 이루어지지 않으니 후학을 키우는 것에 만족한 것이 아닐까한다.

맹자를 공부하기 위해 어려운 한자를 찾아 뜻을 이해하고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식으로 풀어나가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좋은 책이다. 만화로 맹자시대의 집이나 옷차림, 마을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며 상상할 수 있어서 좋다. 글밥이 많은 것도 아니고 대사나 지문이 빽빽한 것도 아닌데 <맹자> 한 권을 120쪽의 만화로 표현해내는 저자의 저력이 대단할 뿐이다. 가끔씩 터지는 유머는 기본이다. 핵심적인 이야기만 담고 있어서 알차다.

깊이있게 <맹자>를 공부하기 전에 읽으면 좋을 입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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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
센님(정세영) 지음 / 길벗이지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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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뭐다? 이제는 '덕질'이라고 바로 대답하실 수 있겠죠?(184)"

코로나19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애니만 열심히 본 덕에 지금 일본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저자는 일어를 전공한 것도, 일본에 산 적도 없었다. 그저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다보니 일본어를 잘하게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꿈같은 얘기이다.

저자가 즐겨본 애니는 <명탐정 코난>을 비롯한 시리즈물이다. 같은 상황에서 늘 쓰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말해보게 되고 문장이 절로 나오는 순간을 경험한다. 특이한 점은 쉐도잉은 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에 맞는 말을 만들어 본다. 길찾기와 같은 간단한 일상부터 면접을 상상하며 오갈수 있는 말을 해보는 연습은 꽤 능동적이다. 또한 유튜브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어에 쏟고 자막을 달면서 부쩍 실력이 늘었다고 고백한다. 일반인들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공부방법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회화위주의 방식이다.

자신의 일본어 습득법을 스스로 분석한다. "'한국어(자막)로 이해하고 외국어로 듣기'를 반복한 거죠. 내용이해와 듣기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요. 의미를 모른 채 듣기만 하면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들릴 뿐인데 먼저 자막으로 의미를 알고 거기에 조금이나마 들리는 소리를 대입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듣기 몰입의 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요(95)."

친구의 추천으로 일본어 능력시험인 JLPT를 보는데, 준비과정도 흥미롭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자는 시험날을 잡아두고도 책상에 앉아하는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늘 하던대로 해서 N4에 합격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 N3합격을 위해 처음으로 열심히 어휘 공부를 해서 합격한다. N2는 다시 공부하지 않고 합격하고, 대망의 N1은 처음엔 떨어졌으나 다시 칠 때도 거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놀랍게도 합격한다. N1은 아무래도 유튜브 자막을 다느라 저절로 공부가된 것이 아닌가 스스로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다. 책상에 앉아 단어를 외우며 문제푸는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상당한 시간을 일본어에 쏟고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겠다. 공부한 스타일로 봐서 청해가 가장 강했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구어체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 간간이 넣은 일본 풍경 사진은 일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벚꽃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타워 꼭대기, 피크닉하기에 좋아보이는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호수인지 바다인지가 앞에 펼쳐지는 풍경, 동그란 시계가 걸린 기차역 플랫폼은 바로 일본에 가고 싶어지게 한다.

어떤 외국어든 즐겁게 시작해서 빠져 들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고자 한다면 일독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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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크라이시스 - 돌아온 트럼프, 위기의 중국
오세균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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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이 '슈퍼 차이나'로 등극하며 G2로 위상을 구가하다가 코로나를 거치며 '피크 차이나'로 몰락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6)."

책은 13장으로 되어있다. 1 서문: 대척점에 서다, 2 트럼프에 대한 기억: 패배의 징후, 3 격화되는 전선: 군사와 경제, 4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동진, 5 귀환한 항미원조: 반미 캠페인, 6 시진핑 외교: 항미 닮은 항일, 7 국익에 따라 달라지는 중국의 항일, 8 홍콩 보안법: 부메랑으로 돌아온 역풍, 9 양극화 해법: 공동 부유, 10 공동 부유 결말: 침몰, 11 피크차이나: 인구 재앙, 12 통제의 기술: 정점, 13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내부의 적.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에서 장개석을 몰아내고 공산주의 이념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1949년 이후 1976년 죽는 날까지 독재를 했다. 그가 벌인 대약진운동은 대기근으로 많은 사람들을 굶어 죽고서야 실패로 끝이 났고, 문화대혁명은 많은 지식인들을 죽게했다. 현재의 중국을 만든 것은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때문이다. 아편전쟁후 '아시아의 병자'에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에 이르게 한 것은 그의 '도광양회(재능을 감추고 인내하며 힘을 기른다)'의 정신이다. 현재의 시진핑은 더 이상 도광양회하지 않는다. 2012년 미국 오바마에게 신형대국관계(미중은 평화공존과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대국관계로 발전해야한다.)를 요청하고, 거절당한다. 법을 바꾸어가며 3연임을 하고 있는 그는 마오쩌둥의 독재를 따라 세계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자신에 차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경제대국인가? 리커창 총리는 단칼에 부정한다. 경제규모가 세계 2위라는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에는 아직도 2억의 빈곤층이 있고, 1인당 GDP로는 세계 80위권 아래에 있는 개발도상국이다.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18만원)이다. 이러한 발언 이후 그는 총리직을 갑자기 내려놓고 몇 개월 후 죽음을 맞이한다. 어떠한 추모도 허가하지 않고, 인터넷에는 리커창 총리 관련 검색어까지 없애버린다. 1인자의 눈에 벗어나면 벌어지는 일이다.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곁에 없는 지도자의 끝은 항상 개운하지 않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누추한 현실은 은폐하고 거창한 숫자만을 선전한다.

중국의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다. 상위 1% 인구가 중국 자산의 1/3을, 하위 25%가 1%를 차지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시진핑의 해결법이 '공동 부유'이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인데, 인위적으로 고소득자들의 환원에 개입한다. 텐센트를 비롯한 6대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걷는다. 그리고 금융당국을 비판한 알리바바의 마윈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앤트 그룹 상장 중단을 내린다. 마윈과 연관된 투자자인 배우이자 감독인 자오웨이의 행방도 갑자기 묘연해진다. 한편으로 빈곤퇴치사업에 집중하지만 부정 부패로 제대로된 혜택이 빈곤층까지 내려가지 않는다. 물도 나오지 않는 집 지어주기같은 보여주기식 성과올리기에 급급하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의 무역전쟁선포이후 수출이 어려워지고, 코로나 3년간 경제가 약해졌다. 시진핑은 사교육과 부동산 개혁을 통해 민심을 얻고 정권연장의 명분으로 삼으려했으나 헝다 파산과 비밀과외와 같은 편법 성행으로 개혁은 실패한다. 선진국으로 부터 반도체의 핵심기술을 얻을 수 없는 가운데 신세대가 선호하는 빅테크 기업이나, 교육, 부동산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젊은이들은 결혼 기피와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성장이 정상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피크 차이나'를 경험 중이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트럼프가 돌아와 더욱 강력한 대중정책을 펼친다면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과거 클린턴이 일본에게 잃어버린 30년을 안겨준 것과 같은 상황이 중국에 벌어질 것이라고 역사의 반복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사드 설치로 수년간 경제적 보복을 당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며, 선진기술을 보유한 미국에 더 가까이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시장공백을 기회로 삼아야지, 14억 거대 시장이라는 어설픈 환상을 버리고 교역을 무기화하는 중국에 대해 냉철한 눈을 떠야한다고 결론맺는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중국의 경제 위기를 정치와 떼어 생각할 수 없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떼어 설명할 수 없다. 정치, 경제, 외교 분야의 다양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분석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중국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쉽다. 뉴스에서 단편으로 접한 사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서 올바른 중국 이해와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할 힘을 키워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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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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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술은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함께 해온 것이다. 우리가 살고 일하는 건물과 우리가 걷는 거리, 아침부터 밤까지 사용하는 물건을 포함하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것의 일부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데에 고도로 훈련되어 있다(52)."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도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저 길에 보이는 건물, 식당, 공원의 모습 자체가 그 도시의 예술이 아닌가 한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다. 15개의 도시와 예술을 연결한 이 책이 궁금하다.

저자는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이 생긴 이래 158년 만의 첫 여성 관장이다. 미술의 대중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강연과 SNS를 통해 미술사의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15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바빌론: 회복 탄력성, 2장 예루살렘: 믿음, 3장 로마: 자기 확신 4장 바그다드: 혁신 5장 교토: 정체성 6장 베이징: 결단력 7장 피렌체: 경쟁 8장 베냉: 공동체 9장 암스테르담: 관용 10장 델리: 시기심 11장 런던: 탐욕 12장 빈: 자유 13장 뉴욕: 반항 14장 브라질리아: 사랑 15장 평양: 통제이다. 각 도시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원제는 <The Power of Art(예술의 힘)>이다.

책 앞부분에는 제목도 없이 여러 장의 사진과 간단한 해설이 있다. 사진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이나 그림, 유물, 인물을 찍은 것이다. 사진을 넘기며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이 책이 담을 내용에 기대감이 오른다. 본문에 언급하는 자료를 한군데 그 것도 앞에 모아 두어서 한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예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메디치 가문의 이탈리아 피렌체다. 저자가 1430년에서 1500년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묘사하는 단어는 '경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라이벌은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다. 1400년 피렌체 세례당 청동문을 만들 사람으로 기베르티가 결정되자,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떠난다. 20년 후 브루넬레스키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프로젝트를 맡으며 로마의 벽돌 사용법을 사용한다. 피렌체는 금융업으로 부가 축적되었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15세기 초 메디치 가문이 권력을 쥐고 예술적 후원으로 권위를 확고히 하고자했다. 메디치 궁 안에 도나텔로의 조각상 <다비드>와 <유디트>와 같은 작품이 있을 정도로 피렌체는 예술가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보티첼리의 <봄>, 마사초의 <삼위일체>의 작품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화가를 정치, 외교적으로 이용한다. 파치 가문의 음모로 교황청과 나폴리에 대립각을 세우게 된 메디치 가문은 화가를 보내 그림을 그려 화를 풀게하고, 로렌초의 아들 조반니를 추기경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켈란젤로가 원치 않았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려야했던 것이나, 레오나르도가 보르자의 수석기술자로 '외교적 볼모'로 쓰였다.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의 경쟁으로 피어난 작품들이 현재까지 피렌체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가장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도시는 평양이다. 저자는 1953년에서 2000년까지의 평양을 '통제'라고 표현한다. 첫 사진에는 김일성 광장과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이 보이는데, 낯설지가 않다. 미국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라보이는 워싱턴 기념탑과 같은 느낌이다. 평양을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묘사한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기념비와 광장, 공공건물들이 '김씨 왕조'를 숭배하기 위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건축은 강압과 통제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 비뚤어지고 부패한 국가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평양의 사회주의 낙원은 운이 좋은 소수만을 위하는 북한 버전의 <트루먼 쇼>로, 엘리트들을 김씨 일가에 충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495)." 뭔가 자유롭지 않고 건축물에 인간이 위압감을 느끼게하는 도시 평양을 보고 저자가 느낀 점이 조금은 야박하다. 남한의 서울을 보고 무어라 말할지 궁금하다.

도시와 예술을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의 한 시기를 툭 잘라내 그 당시 그 도시의 예술적 특징을 이야기한다. 사회 상황이나 정치, 경제에 관한 배경 설명은 기본이다. 베냉처럼 낯선 곳에 대한 설명은 한 번 읽어도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 도시를 전방위적으로 이해하고 단 하나의 단어로 뭉뜨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어느 도시가 특별하게 다가올 때, 역사를 거슬러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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