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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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공간은 기록이 전하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역사 현장에서 만난 시공간이 전해준 이야기를 책에 담고자 했습니다"(책 앞 날개)

저자는 현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울역사박물관, 민주화운동기념관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천과 서울의 근현대사 현장을 설명한다.

근현대사는 1863년 흥선대원군의 집권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개항의 현장인 강화도와 인천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 현장과 광복 후 혼란스러운 정치의 현장,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 동상을 거쳐 2016년 촛불집회로 대통령 탄핵을 외친 광화문 광장까지 한국의 근현대사의 현장을 걸으며 설명한다. 답사코스에 현재의 지하철 역은 표기하되, 건물은 과거의 건물명으로 표기했다.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몰려 살았던 인천과 서울의 모습이 유사하다. 외국인들은 안전을 위해 몰려 살며 기독교와 교육을 위한 건물을 세웠다.인천에는 청조계지, 일본 조계지를 비롯해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서양인들의 각국 조계지가 있었다. 서울에도 청계천 이남 남촌에 일본인과 중국인들이, 덕수궁 근처 정동에 서양의 각국 공사관이 몰려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시설인 인천의 대불호텔과 서울의 손탁호텔이 있었던 것도 유사하다.

놀랍게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그대로 사용중이거나, 이름과 쓰임을 달리해서 사용중인 것이 있다. 일본인 직원 숙소로 지은 미쿠니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로 아직도 건재하다. 또한 현재의 서울시립미술관터에는 독일 공사관이, 지금의 창덕여자중학교 자리에는 프랑스 공사관이,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자리에 이탈리아공사관이 있었다. 영화를 상영했던 명치좌는 현재 명동예술극장으로 이후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 많은 극장과 다방, 술집이 들어서 예술인들의 중심지가 되었다. 광복이 되고 나서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들이 귀국하면서 친일세력의 집에 머물렀는데 규모가 커서 이름에 '장'이 붙는다. 이승만의 숙소인 이화장, 김구 선생이 묵었던 경교장, 임시정부 부주석인 김규식의 숙소인 삼청장은 해방 후 정치활동의 3대요람이다.

저자의 역사 비판은 날카롭다. 저자는 일본 낭인에게 살해된 민비에 대해 동정하지 않는다. 민비가 살해된 경복궁의 옥호루에 앉아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청을 끌어들이고 러시아와 밀착하려한 민비에게 조선은 없다'고 비판한다. 또한 고종은 그렇게 아내를 죽인 일본이 두려워 아관파천하며 여러 이권을 러시아에 넘길 뿐 아니라 "황제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사치를 부리는 동안 조선의 근대화, 산업화를 위한 시간들은 계속 무의미하게 흘러갔다(80)"고 비판한다. 흥미롭게, 미국이 플라자합의로 일본 경제를 무너뜨렸듯이 일본은 100여년 전 남대문로를 식민지 조선의 금융허브로 만들어 대한제국의 경제를 무너뜨렸다고 비유하는데 적절하다.

글로 배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학교 교육에서 답사 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 걸으며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른들과 한국의 역사를 좀 아는 외국인에게 좀더 구체적인 역사를 소개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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