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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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광고인이다. 일본 노래가 좋아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였고, 일본 광고카피를 번역하고 감상을 기록하면서 몇천 개의 카피를 모으게 되었다. 직접 번역한 카피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책을 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창의적이고 공감을 주는 완성도 높은 문장들만 모았다고 밝힌다.

책은 5개의 파트로 되어있다. 인생, 일상, 꿈, 일, 관계의 5개 주제로 200개의 광고 카피를 소개한다. 각 파트에는 QR코드가 있어 원어민의 낭독을 들을 수 있다. 각 카피는 우리말 번역과 일본어를 적고, 어떤 광고에서 나온 것인지 연도와 함께 표시한다. 짧은 해설은 광고의 배경과 문장의 이해를 돕는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이 책에 실린 일본 광고카피가 일본광고카피를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명언처럼 교훈적이고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의 힘으로(33)"과 같은 카피는 언뜻 들어서 무엇을 선전하려는지 알 수 없다. 백화점 광고로 '사람의 힘'을 중시하는 기업철학이 담겨있다. "여행의 목적지가 길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27)"는 카피는 오토바이 전문 레드바론의 2009년 인쇄광고이다. 길과 오토바이의 관계를 인생의 여정과 목적지 혹은 결과보다 과정을 잘 살아야한다는 의미로 이어지며 심오하다. "자유는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기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오츠카 이온워터 포스터 2020)(166)"은 심오한 철학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내 자신으로 온전히 있기가 어려운 시대에 나를 돌아보게하는 카피이다.

당연한데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카피를 보며 새삼 맞장구 치며 공감하게 되는 것도 있다. "피부는 내가 보는 것보다 남이 보는 시간이 더 길다 (NOV포스터 2014)(57)"는 기능성 화장품 NOV의 카피인데 내 것이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옷을 사러갈 옷이 없다(소고.세이부 백화점 포스터 2006)(62)"는 여자라면 누구나 '그래, 맞아'라고 감탄하며 웃을 수 있는 카피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벽이 아니라 문일지도 모른다(리쿠르트 브랜드 메시지 광고 2017)(106)"일 듯하다. 시도해 보지 않고 마음을 접었던 일을 후회한다면, 혹은 입사하고 싶었지만 문턱이 높아서 시도 조차 해보지 않았다면 이 문구가 얼마나 용기를 주는지 자주 보이는 곳에 포스트잇에 붙여놓아야할 정도로 좋다. 뚫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열리는 문인 상황이 취업 뿐 아니라 인생을 살며 얼마나 많을지. 뭐든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도전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멋진 카피이다.

일본 회사를 많이 알지 못하고, 일본어의 묘미도 저자가 설명하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다 읽고 나면 행복해진다. 광고카피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것도 신기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좋아 어떤 회사인지도 궁금하다. 몇몇 광고 사진이라도 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일본 광고 카피가 궁금하다면, 일본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면,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작은 핸드북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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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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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찰스 디킨스(1812-1870)가 세 편의 단편을 쓰고, 동시대 다섯 작가들이 각 한 편씩 쓴 단편을 모은 책이다. 디킨스가 처음과 끝을 장식하여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간의 여섯 단편은 닥터 메리골드가 딸에게 줄 책 속에 넣을 이야기들로 처방전 형식으로 되어있다.

닥터 메리골드는 떠돌이 행상인이다. 그의 이름에 닥터가 들어가는 것은 길 위에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도와준 의사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아버지가 지어주었다. 닥터 메리골드는 아버지처럼 수레에서 생활하며 행상을 한다. 결혼을 하고 딸 소피가 태어나지만, 아내가 힘들 때마다 딸 소피에게 폭행을 가하고 아이는 죽고 만다. 아내도 강에 투신해 죽는다. 닥터는 청각과 언어장애가 있는 소녀를 의붓딸로 데리고 있는 밈에게서 멜빵을 주고 데려와 딸 소피처럼 키운다. 글을 가르쳐 주고 16세가 되자 2년간 농아시설에 보내 지적으로 성장한 사람이 되도록한다. 딸아이가 돌아오기 전에 아무도 읽은 적 없는 이야기를 책으로 선물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이어지면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닥터 메리골드와 의붓딸이 행복한 끝을 맺는다.

중간에 실린 여섯 가지 이야기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원수가 된 집의 딸을 얻고자 사랑의 묘약을 잘 못 쓴 이야기, 모임에서 시선을 끌기 위한 신사들을 위해 수수께끼를 만들어 파는 남자의 이야기, 리어왕과 세 딸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 금괴를 옮기는 업무를 맡은 은행원과 이를 뺏으려는 사람의 이야기, 재판에 나타나 살인자를 유죄판결하려는 살해당한 유령의 이야기, 돈으로 사랑을 사려는 자와 진정한 사랑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신화나 전설처럼 믿기 어려운 환상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추리소설처럼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스릴과 박진감이 넘치는 현대물도 있다.

슬픈 유머가 곳곳에 있다. 주인공 이름이 닥터이지만 닥터와는 거리가 먼 잡상인 메리골드의 가난한 삶이 애잔하다. 닥터가 행상으로 물건을 팔 때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며 강매를 하고, 그나마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면 말이 청산유수로 많아지면서 가격을 계속 내리며 요란하게 선전할 때 왠지 서글프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멜빵 하나만 주면 데리고 가도 된다는 밈에게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인 아이를 입양하는 대목도 슬프다.

짧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짧은 양에 응축된 이야기가 흠잡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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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산 20 - 감성과 정보를 한 권에 담은
신준범 지음, 주민욱 사진 / 조선뉴스프레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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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섬에 있는 산을 오를 때는 바다를 느낄 수 있어 특별하다. 녹음이 짙고 나무가 빽빽한 여름에는 바다의 내음을 느끼다가, 산 정산에 이르러 확 트인 바다를 보는 시원함이 있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는 바다를 보면서 산을 오르면 육지와는 다른 풍경의 즐거움이 있다. 아름다운 해변가를 만나는 것은 덤이다.

책은 20개의 인천 섬산을 소개한다. 구성은 섬 이름을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치했지만, 섬의 특성에 따라 차로 갈 수 있는 섬, 북한조망이 가능한 섬, 모래해변이 아름다운 섬, 백패킹을 위한 섬, 산행이 즐거운 섬으로 나누었다. 또한, 숙박여부에 따라 당일치기, 1박2일, 2박3일 섬,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섬으로 제시해서 일정을 짜기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각 장마다 첫 장에는 교통편은 물론, 산의 높이와 매력, 주의사항, 산행 난이도를 별점으로 표시하여 한 눈에 섬을 파악하도록 했다. 각 장의 뒷편에는 일정 설명과 등산지도는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이다.

저자는 월간 산의 취재팀장으로 등산기자라는 독특한 직함과 종주 내역이 인상적이다. 사진기자들의 이력 또한 전문 산악인 수준이다.

세 명의 사진기자가 촬영한 사진이 인상적인데, 사진만 보아도 섬의 분위기를 바로 알수 있다. 갓파른 돌산인지, 완만하게 바다를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모래사장을 밟으며 걸을 수 있는 산인지, 데크가 잘 갖춰져 있는 산인지,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산인지, 산보다 해안의 풍경이 더 아름다운지, 인적드문 산인지를 보여준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섬산의 공통점은 바다에 둘러싸인 풍경으로 어느 계절이든 푸르다.

사진을 먼저 훑어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굴업도의 첫장 사진이다. 가을 억새가 빼곡한 길을 세 명의 백패커가 걸어가는 풍경이 가슴 설렌다.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게 하는 '개머리언덕'은 바람과 바다향기와 풀냄새가 황량하면서 아름답다고 표현하는데 꽤나 문학적이어서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등산지도를 보니 동서로 길어서 서쪽 끝에 백패킹 명소인 개머리언덕이 있고, 동북쪽 끝에 연평산과 덕물산이 있다. 덕물산은 높이가 137m밖에 안되지만, 가파른 흙길과 바윗길을 올라야해서 산행 난이도가 별2개이다. 인천항에서 70km 떨어진 굴업도는 배를 타고 3시간 혹은 4시간을 가야하는 이 섬이 한때 핵폐기장이 될 뻔했다거나, 대기업의 골프장과 리조트가 세워질 뻔 했으나 무산되어서 현재의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진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직접 대면하면 어떠할지 두근거린다.

차로 갈 수 있는 섬 중에 무의도는 서울에서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겠다. 2019년에 영종도와 무의도 사이에 무의대교가 생기면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의도는 '춤추는 옷 섬'이라는 뜻인데, 안개 낀 날 배에서 보면 아름다운 춤사위인 듯하다하여 붙여졌다. 호룡곡산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산이 있고, 북파공작원 훈련장소인 실미도, 산책하기 좋은 소무의도, 모래해변과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한 데크길로 유명한 하나개해변, 백패킹 성지인 세렝게티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다. 하산하고나서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회를 먹거나 카페에서 즐길 수도 있겠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좋을 세 개의 섬은 인천항에서 100km 떨어져 2시간 배를 타야하는 연평도, 200km 떨어져 4시간 정도 배를 타야하는 백령도와 대청도이다. 연평도와 백령도는 걸어서 둘러보기에 넓고, 출입통제구역이 많아 차량으로 둘러보는 것이 효율적이다. 대청도역시 걸어서 둘러보기 어렵다. 여행사를 통하면, 배편, 숙소, 식당 예약과 차량이동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조언은 실속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지만, 먼저 사진을 훑어본 다음 마음에 드는 섬산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도 좋고, 테마별로 추천하는 섬산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찍어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각 장마다 맨 뒤에 배치한 등산지도를 함께 보며 본문을 읽으면, 저자가 이 섬의 어디를 설명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천에 있는 섬산 20개를 모은 것도 참신한 시도인데다가 섬과 산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의외로 육지와 연결된 섬이 많아 진입 장벽이 어렵지 않지만, 가끔은 배를 타고 두세시간 달려 도착한 곳의 산을 올라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겠다.

섬산을 설명하는 저자의 설명이 구태의연하지 않다. 문학적인 표현뿐 아니라 지면에 좁은데도 중요한 정보를 다 배치하고 설명한다. 각 섬산에 찍힌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이야기도 전해주는 식이 독특하다. 무엇보다 섬산을 방문할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주민들이 잠든 밤에 시끄럽지 않도록 당부하는 말을 앞에 배치하여서 저자가 섬산을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글과 사진이 상당한 수준인데다 내용도 알차게 잘 만든 책이다. 곁에 두고 섬산 여행에 참고할 필수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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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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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1902-1968)은 미국의 사실주의 작가이다. 1920년 스탠퍼드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생활고로 중퇴하였고, 뉴욕에서 기자를 하다가 그의 기사가 개관적인 사실보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고된 후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1929년 첫 소설 <황금배>를 시작으로, <생쥐와 인간>(1937)이 연극으로 상연되고 인기를 얻었다. <분노의 포도>(1939)로 퓰리처상을 받으며 사실주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다. 1952년 <에덴의 동쪽>이 영화화 되고, 1961년 <불만의 겨울>을 발표한 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이 책 <진주>(1947)는 멕시코 민담을 소재로 하였다.

바닷가 마을 움막집에 사는 키노와 후아나에게는 아기 코요티토가 있다. 어느 날 아침 아들이 전갈에 물리자 후아나는 입으로 상처의 독을 빨아내고 치료를 위해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는 400년간 키노의 종족을 지배했던 종족이다. 키노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한다. 다음 날 크고 아름다운 진주를 발견한 키노는 아이와 가족의 미래를 꿈꾼다. 이웃 사람들도 각자 그 진주가 자신들에게 어떤 혜택을 줄지 상상한다. 그러나 상황은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추격자들에 의해 아들이 죽자 키노는 돌아와 진주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진주를 팔아 자신과 가족의 꿈을 이루려는 키노와 불행한 일을 가져오는 진주를 제거하려는 아내의 갈등은 키노가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에서 고조된다. 이후 이야기는 아내의 불길한 예감대로 진행되면서 진주를 지키기 위해 키노가 살인을 하고, 도망을 치며 아들까지 잃게 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갈에 물린 아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던 키노보다 곧바로 입으로 독을 빨아 아이를 진정시킨 현명한 아내의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돈을 쫓는 사람들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조용한 마을이었지만 노골적으로 키노의 진주를 노리는 침입자나 습격자들이 생겨나고, 사람 대접도 하지 않았던 의사가 태도를 180도 바꾸어 직접 방문하기까지 한다. 최고의 진주임을 알면서도 감정사들이 거짓말을 하며 가격을 후려치는 비열한 모습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키노 자신도 진주에 대한 집착에 눈이 멀어 진주를 돌려놓으려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만다.

운좋게 발견한 진주가 키노와 가족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키노는 한 여름 밤의 꿈에서 깨어난 수준이 아니라 악몽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가장 소중한 아들을 잃었고,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었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편으로 남았다. 진주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듯 키노의 가족도 자신의 집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지만 상황은 전혀 달라졌고 과거는 돌이킬 수 없어지고 말았다.

140여 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인데 주인공들과 함께 고난을 겪은 듯 힘들다. 조용한 가족에게 진주라는 파문이 일며 일파만파로 일이 커지고 상황은 악화일로를 치달으며 비극의 결말을 맺는 게 안타깝다. 묵직한 이야기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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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 5,000년 시간을 뛰어 넘는 인생 고수들의 대화 전략
린이 지음, 송은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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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 박사이다. 중국 팟캐스트에서 고전 속 말과 글에서 대화법의 정수를 소개한 것이 높은 청취율을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 책은 그 중 50편을 소개한 것이다.

책은 10장의 주제 아래 각 5가지씩 총 50가지의 말하는 법을 설명한다. 1장 말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 2장 어떻게 해야 말의 내공을 키울 기를 수 있을까, 3장 틈이 있고 유연해야 말이 단단해진다, 4장 상대에 맞춰 다듬어져야 말다운 말이다, 5장 보통의 말로 비범하게 말하는 것이 화술이다, 6장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서 시작한다, 7장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라, 8장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9장 원칙이 있어야 말이 휘청대지 않는다, 10장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결정했다. 각 장의 제목으로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인용하는 고전은 사기, 춘추, 좌전, 전국책, 진서, 신당서, 송사, 자치통감과 같은 역사서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과거의 상황을 빌어 현대의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화법을 소개하는 것이 흥미롭다.

진심을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한 말의 기술일까? 상대에 맞춰야 한다. 진시황이 초를 치기 위해 이신과 왕전에게 얼마의 군대가 필요한지를 각각 물었다. 이신은 20만이면 충분하다하고, 왕전은 60만이라했다. 진시황은 늙은 왕전이 겁쟁이가 되었다며 이신에게 적을 치도록 한다. 그러나 패배하고 돌아온 후 왕전에게 부탁한다. 왕전은 자신이 전쟁에 나가는 댓가로 비옥한 땅과 좋은 집, 연못과 정원이 있는 저택을 달라고 여러 번 요청한다. 이는 진시황이 의심이 많아 모든 군을 지휘하는 왕전이 배신할 지도 모른다고 오해할까봐 진나라에서 자손대대로 오래 살겠다는의지를 보인 것이다. 의심이 많은 상대에게는 진심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가 의심을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말을 해야한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경우에 상대의 논리를 그대로 돌려주는 화법은 <사기>의 '골계열전'에서 배운다. 서문표가 업성이라는 곳의 집정관으로 파견되자 관리들이 아닌 마을의 장로들에게 고충을 묻는다. 해마다 '하백의 신부를 바치는 일'이 고통스러운데, 무당과 관리들이 백성의 재물을 착취하고, 아름다운 딸을 바치게 한다. 서문표는 강의 신부를 바치는 날에 신부가 될 여인이 충분히 아름답지 않으니 하백에게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전하도록 무당을 강으로 보낸다. 다음 제자들을 보내고, 삼로를 보내고, 다음으로 정연과 관리들을 보내려하자 모두 용서를 빌었고,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서문표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 풍습을 존중하면서 위트를 내서 다시는 무당과 관리가 미신을 앞세워 백성을 해치고 사리사욕을 일삼지 못하도록 했다. 자신들이 당해봐야 정신차리게 되니 서문표의 해결이 현명하다.

이야기에 몰두해서 읽다보면 하고자 하는 말이 뭐였는지 잠시 헤맬 즈음 저자가 간단히 하고자하는 말을 반복해서 마무리한다. 중국 고전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말을 해서 성공하고 실패하게 되는지 깨닫게 하는 책이다. 서양의 자기계발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어떤 논리로 말을 해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반면, 이 책은 고전의 이야기를 통해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야하는 점이 다르다.

한 번 읽어서는 잘 알 수 없고, 몇 번 더 읽어야 고전의 이야기와 현대인이 알아야할 말의 기술을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라기 보다 중국 고전의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는데 더 빠지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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