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고이즈미 야쿠모 작품집
고이즈미 야쿠모 지음, 김민화 옮김 / 보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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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고이즈미 야쿠모(1850-1904)는 그리스인으로 일본에 귀화했다. 본명은 라프카디오 헌이다. 왼쪽 눈을 실명하고 미국에서 어렵게 생활하다가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했다. 뉴올리언스 만국박람회에서 일본 문화를 알게 되었고, 일본에 건너와 도쿄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무사 집안의 딸과 결혼한다. 도쿄대 영문학과 자리를 나스메 소세키에게 내주고, 와세다대학으로 옮긴다. 일본 각지에서 괴담, 전설, 유령 이야기를 모아 자신의 작품으로 다시 쓰며, 서양에 일본을 알리는 작가로 활동했다.

책은 저자의 작품 <괴담(1904)>과 <골동(1902)>에서 13편을 골라 실었다. '괴담'은 괴이하거나 무서운 이야기이고, '골동'은 전하여 고리타분하고 케케묵은 말을 의미한다. '괴담'에는 설녀, 너구리, 귀없는 호이치 이야기, 로쿠로쿠비, 식인귀, 묻혀버린 비밀, 유모 벚나무, 바보 리키가 실려있고, '골동'에는 유령폭포의 전설, 찻잔 속, 오카메 이야기, 파리 이야기, 꿩이야기가 있다.

가장 일본적인 이야기는 <로쿠로쿠비>이다. 로쿠로쿠비는 일본 요괴 중 하나로 목이 늘어나는 것과 목이 빠져 머리만 날아다니는 두 종류가 있다. 가신 이소가이는 모시던 가문이 멸망하자 행각승이 된다. 어느날 산에서 잠을 자려는데, 나무꾼이 다가와 이곳은 요괴가 출몰하는 곳이므로 위험하다며 초가집으로 안내한다. 그 집에는 4명의 로쿠로쿠비들의 소굴이었다. 로쿠로쿠비들은 독경을 하던 행각승을 건드리지 못했는데, 행각승이 대장의 몸통을 굴뚝에 숨기자 대장이 행각승의 팔뚝을 문채로 다니게 되었다. 길을 가다 도둑에게 옷을 뺏기고 도둑은 후한이 두려워 로쿠로쿠비를 묻어주었다. 삽화로 그려넣은 로쿠로쿠비의 모습이 섬뜩하다. 가신은 그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도둑은 복을 받았는지, 이야기의 끝이 애매하다.

불교적 색채가 강한 이야기들이 많다. <오카메 이야기>는 주지스님이 문제를 해결한다. 남편 하치에몬을 너무 사랑한 오카메는 죽어서 귀신이 되어 남편 곁으로 돌아온다. 하치에몬은 젊은데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메말라가자 이를 눈치챈 어머니가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오카메의 무덤을 파보자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생한 것을 보고, 스님은 시신의 이마와 손발에 공덕의 범자를 새기고 망령을 위로한다. 이후로 하치에몬은 건강을 회복한다. '환생'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바보가 부자집에 환생한 <바보 리키>와 하녀가 죽은 후 자신의 돈을 시주해 주기 원해 파리로 환생한 <파리 이야기>와 시아버지가 꿩으로 환생했는데 무참히 죽여버린 남편은 벌을 받고 며느리는 복을 받는다는 <꿩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에 전해내려오는 무섭고 이상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사람으로 둔갑한 요괴라든가,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 귀신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다든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해를 입는다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익숙하다. 그러나 일본 색채를 띠고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비교하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일본의 괴담에 관심이 있다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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