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나가사키의 인공섬인 데지마를 통하여 네덜란드와300년 가까이 꾸준히 거래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17~18세기 일본의지식 계층 사이에는 네덜란드어를 구사하고 유럽의 천문학과 지리학, 의학에 능통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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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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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가이다. 유명한 저서 <월든>을 통해 그의 개인주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성향도 파악할 수 있지만, <시민불복종>으로 그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1849년에 쓴 에세이다. 멕시코 전쟁(1846-1848)에 반대한 소로는 정부에 저항하는 뜻으로 인두세를 내지 않았고 투옥되었다가 하루만에 풀려났다. 인두세란 지금의 주민세처럼 성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노예제를 반대하였던 소로에게 멕시코 전쟁이란 노예제 확대를 의미했다. 따라서 인두세를 내면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에서 피를 흘릴 것이므로 이에 저항한 것이고 투옥된 경험을 기초로 쓴 글이다.

소로는 멕시코 전쟁이 소수의 사람들이 정부를 악용해 벌인 전쟁이라고 보았다. 자세한 내용을 검색해보니, 이 전쟁은 목화재배 확대를 바라는 대농장주들의 요구로 멕시코 정부에 영토 매수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양국의 국경에서 군대간 충돌이 일어나자 미국이 멕시코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전쟁의 승리로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멕시코시티를 얻고, 남부의 발언권이 확대되어 노예제가 강화되었다.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양심에 대한 소로의 생각은 책 초반에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6)"로 시작해서 책 말미에 "정부가 완전하게 정의로워지려면 피통치자의 승인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와 내 재산에 대해 그 어떤 완전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47)"며 단호해진다.

소로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정부가 당장 나아지기를 요구한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웃집 사람이 당신에게 1달러를 사기쳤다면 그 돈을 받기 위해 천천히 행동할 것인가? 생각만 할 것인가? 아니다. 당장 달려가 어떻게 해서든 받아내려 행동할 것이다. 이와같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면 당장 바꾸도록 행동해야한다. 그래야 정의가 서는 것이지 법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월든>에서 만났던 소로는 생각보다 굉장히 행동주의자이고 과격한 편이다. 불의를 행하지 않으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거대한 조직인 정부를 상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군인들이 전쟁에 참가 해야하는 경우, 노예제를 지지하는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는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심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국민이 된다면, 정부 정책은 각 개인의 양심대로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하는데 참으로 이상적인 주장이다.

책을 읽으며 유시민의 항소이유소가 연상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법이 서로 위배될 수 없다. 유시민은 독재정권하에서 천부인권이 인간이 만든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였고, 소로 역시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의 노예제 옹호와 멕시코 전쟁과 같은 잘못된 정책에 시민은 불복종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둘다 명문으로 남겨진 것도 공통점이다.

소로가 주장하는 작은 정부와 양심을 가진 개인이 모인 국민의 개념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원칙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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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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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과 그 엄마가 '딸 아이에게 모든 걸 바쳐 키운 이유'를 신부님에게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행복하기만 했던 엄마의 삶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은 태풍으로 함께 자고 있던 외할머니가 숨지고 어린 딸만 간신히 구출해나온 이후다. 집이 불타버려 시부모댁으로 들어가 살게되면서, 아빠는 방관자가 되어버리고, 엄마는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하느라 고되기만 한데도 시어머니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친할머니의 구박으로부터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딸은 애를 쓰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는 딸에게 냉정하게 군다.

외할머니, 엄마, 딸의 이야기다. 외할머니는 언제나 온화하고 매사에 딸을 세심히 살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누가 봐도 모성애가 가득한 인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엄마는 결혼해 아이가 있는데도 아직 미숙하고 정서적으로 외할머니에게 많이 의지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딸은 엄마보다 외할머니에게 더 의지하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된 삶을 맞이한 엄마를 위해 일을 도우며 엄마의 사랑과 칭찬을 갈구하지만 늘 실패한다.

모정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외할머니와 어린 딸 중에서 선택해야하는 순간에 젊은 엄마는 아이는 또 낳아도 되므로 외할머니를 선택한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혀를 깨물고 죽자 하는 수 없이 딸을 구해내지만, 두고두고 외할머니를 잃은 것에 마음 아파하며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더 냉랭해 지다가 아이의 자살시도로 정신을 차리게 되는 엄마를 보니 모성은 원래부터 넘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가족의 문제는 서로의 아픔을 품어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입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그 상처는 아내와 딸 아이에게 전도된다. 아빠가 자신의 얘기를 엄마와 공유하며 조금씩 아픔을 치유했다면, 엄마 역시 돌아가신 외할머니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받은 사랑을 딸아이에게 온전히 쏟을 수 있었다면, 오해로 점철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점차 서로를 이해하면서 좋아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속을 모르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지레짐작하며 참아내야하는 관계가 안타깝다.

이야기가 후반에서 급격한 반전과 결말을 짓고 있어 당황스럽다. 분명 모녀의 이야기와 고등학교 선생들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후반에 선생들의 이야기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끝난다. 어찌된 일인가? 구성이 미흡한 것인가? 또한, 초반에 타도코로와의 결혼을 말린 히토미가 막판에 아빠가 바람피는 상대임이 밝혀지는 것은 좀 놀라운 구성인데, 딸아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외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불륜녀에게 들어야하는 상황이 잔인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살시도를 하는 일련의 상황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아니면 그만큼 가족간의 유대가 약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딸아이가 살아나면서 독립하며 꾸릴 가정은 과연 모성애 넘치는 가족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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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팽팽한 긴장 속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개정판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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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라는 나라가 기본적으로 왕권과 신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면서 정치가 이루어졌고, 참모의 적절한 발탁과 활용은 그 시대의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6)."

518년간의 조선은 절대왕권의 시대가 아니라, 왕권과 신권의 균형을 유지하고, 백성을 중히 여기는 민본사상을 기본으로 한다. 이 기본은 조선 건국을 진두지휘한 정도전에게서 나왔는데, 핏줄로 이어지는 왕의 재량은 고르지 못할 수 있으나, 과거제를 통해 뽑은 엘리트들은 일정의 능력으로 왕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조선왕조는 왕권과 신권의 균형이 무너지기도 하고 유지되기도 하면서 이어졌다. 이 책은 왕 중심이 아니라 42명의 참모 중심으로 조선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신하라는 이름보다 참모라고 정한 것은 좀더 왕 가까이서 적극적으로 국정을 이끌어내 낸 인물이라는 의미겠다. 결정은 왕이 내리지만 그 결정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로 좁혀진 개념이다. 참모들은 대부분 과거를 통해 벼슬에 오른 수재들이었고, 혹은 어린 왕보다 국정 경험이 많은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조선의 정치, 경제, 외교, 학문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왕만큼 중요한 집단이었을 것이다. 종묘에는 왕들의 신주를 모신 정전뿐아니라 훌륭한 신하의 위패를 모신 공신당을 두었다는 것은 조선의 왕이 참모를 존중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모들을 소개하자면, 개국공신 정도전, 세종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세종이 아꼈던 황희, 천민출신의 과학자 장영실을 비롯한 조선 초기의 참모들부터 수양대군을 왕으로 세운 한명회와 신숙주, 폭군 연산군과 광해군을 쥐고 흔들었던 장녹수와 김개시, 16세기 성리학 학문수준을 끌어올린 호남의 김인후, 성리학의 근본원리를 파헤치는데 힘쓴 이황과 실천을 중시하는 라이벌 조식, <맹자>를 읽으며 개혁과 실천을 중시한 이이가 있다. 양란 시대에 유성룡은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지나치다 생각한 것을 반성하고 전쟁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징비록>을 남겼고, 조헌은 실천하는 참모 의병장으로, 이덕형은 외교적 능력으로 풀어나갔고, 일본인이지만 예의의 조선을 흠모해 귀화한 김충선은 조총과 화포 제작을 알려주며 여러 전쟁에서 활약했다. 문무를 겸비한 장만은 국방전문가로서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최명길은 실리를 내세워 병자호란의 희생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였다. 치열한 당쟁시기의 남인 송시열과 맞수 허목, 실물경제에서 성과를 보인 김육, 정조의 대표 참모 정약용이 인상에 남는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인물로 신숙주와 황희가 있다. 신숙주는 변절자로 알고 있었지만, 집현전 학자로 누구보다 뛰어났고, 단종 보다 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 수양대군을 옹립하며 성공시킨 참모다. 단종 입장에서는 천하의 나쁜 인물이지만, 세조 입장에서는 둘도 없는 참모인 것이다. 신숙주는 중국과 일본과의 외교에도 능했으며, 저서 <해동제국기>에서 일찌기 일본의 호전성을 간파하였고 이후 이 책이 통신사의 필독서가 되었다. 또한, 의외로 황희가 젊은 시절에는 매관매직에 청렴하지도 않았으나, 왕의 신임을 받고 오랫동안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서 부드럽지만 할 말 다하는 인물로 성장하였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실록에서 참모에 대한 평가는 후기 집권세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 예로 서거정은 나라에서 펴내는 거의 모든 책의 서문을 쓸 정도로 문장이 뛰어났지만 후대 반대파인 사림파의 평가에서는 그가 젊은이를 우습게 여기고 후생을 장려하지 않은 속좁은 사람이라니 새겨들을 일이다. 또한, 서인의 영수로 추종되는 율곡 이이에 대한 광해군 시대 동인의 평가에서 십만양병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이다. 다른 자료를 통해서만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서로 반대 의견을 고수하는 참모들도 많다. 이황은 왜에 대해 교린정책을, 조식은 토벌정책을 주장하였다. 재야에서 백성들과 가까이 생활한 조식의 판단이 더 옳지 않았을까한다. 또한, 중국이 명에서 청으로 바뀌는 시기에 명에 대한 의리로 척화론을 주장한 김상헌과 실리외교로 주화론을 주장한 최명길도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않는 대결상대였다. 지금에 와서는 시대흐름에 맞았던 최명길의 결정에 손을 들지만 당시 그의 용단으로 왕은 삼전도의 굴욕을 견데야했다.

조선의 분위기를 조금 알 수 있어서 흥미롭다. 조식이 살던 16세기에는 남녀구분 없이 고르게 나누는 균분상속이 엄격하게 지켜져서 부유한 외가나 처가의 경제적 도움을 받은 선비들이 많았다. 또한 재야의 조식은 명종에게 정치를 잘못해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상소문을 올려 문제가 되지만 조정의 관리들이 그를 변호하였다는 것이 당시 언론이 보호되었음을 증명한다.

조선시대의 엘리트 계층의 활약에 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서민들에 대해서도 이렇게 좋은 책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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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노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문명은 과학의 문명이다. 그것은 지식과 지식의 보전이 우리 문명의 존재 기반이라는 말이다. 과학은 단지 지식을 의미하는 라틴 어일 뿐이다. 지식은 우리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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