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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평점 :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가이다. 유명한 저서 <월든>을 통해 그의 개인주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성향도 파악할 수 있지만, <시민불복종>으로 그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1849년에 쓴 에세이다. 멕시코 전쟁(1846-1848)에 반대한 소로는 정부에 저항하는 뜻으로 인두세를 내지 않았고 투옥되었다가 하루만에 풀려났다. 인두세란 지금의 주민세처럼 성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노예제를 반대하였던 소로에게 멕시코 전쟁이란 노예제 확대를 의미했다. 따라서 인두세를 내면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에서 피를 흘릴 것이므로 이에 저항한 것이고 투옥된 경험을 기초로 쓴 글이다.
소로는 멕시코 전쟁이 소수의 사람들이 정부를 악용해 벌인 전쟁이라고 보았다. 자세한 내용을 검색해보니, 이 전쟁은 목화재배 확대를 바라는 대농장주들의 요구로 멕시코 정부에 영토 매수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양국의 국경에서 군대간 충돌이 일어나자 미국이 멕시코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전쟁의 승리로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멕시코시티를 얻고, 남부의 발언권이 확대되어 노예제가 강화되었다.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양심에 대한 소로의 생각은 책 초반에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6)"로 시작해서 책 말미에 "정부가 완전하게 정의로워지려면 피통치자의 승인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와 내 재산에 대해 그 어떤 완전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47)"며 단호해진다.
소로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정부가 당장 나아지기를 요구한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웃집 사람이 당신에게 1달러를 사기쳤다면 그 돈을 받기 위해 천천히 행동할 것인가? 생각만 할 것인가? 아니다. 당장 달려가 어떻게 해서든 받아내려 행동할 것이다. 이와같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면 당장 바꾸도록 행동해야한다. 그래야 정의가 서는 것이지 법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월든>에서 만났던 소로는 생각보다 굉장히 행동주의자이고 과격한 편이다. 불의를 행하지 않으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거대한 조직인 정부를 상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군인들이 전쟁에 참가 해야하는 경우, 노예제를 지지하는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는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심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국민이 된다면, 정부 정책은 각 개인의 양심대로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하는데 참으로 이상적인 주장이다.
책을 읽으며 유시민의 항소이유소가 연상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법이 서로 위배될 수 없다. 유시민은 독재정권하에서 천부인권이 인간이 만든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였고, 소로 역시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의 노예제 옹호와 멕시코 전쟁과 같은 잘못된 정책에 시민은 불복종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둘다 명문으로 남겨진 것도 공통점이다.
소로가 주장하는 작은 정부와 양심을 가진 개인이 모인 국민의 개념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원칙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