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
센님(정세영) 지음 / 길벗이지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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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공부가 아니라 뭐다? 이제는 '덕질'이라고 바로 대답하실 수 있겠죠?(184)"

코로나19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애니만 열심히 본 덕에 지금 일본어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저자는 일어를 전공한 것도, 일본에 산 적도 없었다. 그저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다보니 일본어를 잘하게 되었다.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꿈같은 얘기이다.

저자가 즐겨본 애니는 <명탐정 코난>을 비롯한 시리즈물이다. 같은 상황에서 늘 쓰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말해보게 되고 문장이 절로 나오는 순간을 경험한다. 특이한 점은 쉐도잉은 하지 않고 스스로 상황에 맞는 말을 만들어 본다. 길찾기와 같은 간단한 일상부터 면접을 상상하며 오갈수 있는 말을 해보는 연습은 꽤 능동적이다. 또한 유튜브를 준비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일어에 쏟고 자막을 달면서 부쩍 실력이 늘었다고 고백한다. 일반인들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공부방법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회화위주의 방식이다.

자신의 일본어 습득법을 스스로 분석한다. "'한국어(자막)로 이해하고 외국어로 듣기'를 반복한 거죠. 내용이해와 듣기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에서요. 의미를 모른 채 듣기만 하면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들릴 뿐인데 먼저 자막으로 의미를 알고 거기에 조금이나마 들리는 소리를 대입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듣기 몰입의 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요(95)."

친구의 추천으로 일본어 능력시험인 JLPT를 보는데, 준비과정도 흥미롭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자는 시험날을 잡아두고도 책상에 앉아하는 공부는 거의 하지 않고 늘 하던대로 해서 N4에 합격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 N3합격을 위해 처음으로 열심히 어휘 공부를 해서 합격한다. N2는 다시 공부하지 않고 합격하고, 대망의 N1은 처음엔 떨어졌으나 다시 칠 때도 거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놀랍게도 합격한다. N1은 아무래도 유튜브 자막을 다느라 저절로 공부가된 것이 아닌가 스스로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다. 책상에 앉아 단어를 외우며 문제푸는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상당한 시간을 일본어에 쏟고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겠다. 공부한 스타일로 봐서 청해가 가장 강했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구어체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잘 읽힌다. 간간이 넣은 일본 풍경 사진은 일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벚꽃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타워 꼭대기, 피크닉하기에 좋아보이는 잔디밭과 나무들 사이로 호수인지 바다인지가 앞에 펼쳐지는 풍경, 동그란 시계가 걸린 기차역 플랫폼은 바로 일본에 가고 싶어지게 한다.

어떤 외국어든 즐겁게 시작해서 빠져 들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고자 한다면 일독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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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크라이시스 - 돌아온 트럼프, 위기의 중국
오세균 지음 / 파라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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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이 '슈퍼 차이나'로 등극하며 G2로 위상을 구가하다가 코로나를 거치며 '피크 차이나'로 몰락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6)."

책은 13장으로 되어있다. 1 서문: 대척점에 서다, 2 트럼프에 대한 기억: 패배의 징후, 3 격화되는 전선: 군사와 경제, 4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동진, 5 귀환한 항미원조: 반미 캠페인, 6 시진핑 외교: 항미 닮은 항일, 7 국익에 따라 달라지는 중국의 항일, 8 홍콩 보안법: 부메랑으로 돌아온 역풍, 9 양극화 해법: 공동 부유, 10 공동 부유 결말: 침몰, 11 피크차이나: 인구 재앙, 12 통제의 기술: 정점, 13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내부의 적.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에서 장개석을 몰아내고 공산주의 이념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1949년 이후 1976년 죽는 날까지 독재를 했다. 그가 벌인 대약진운동은 대기근으로 많은 사람들을 굶어 죽고서야 실패로 끝이 났고, 문화대혁명은 많은 지식인들을 죽게했다. 현재의 중국을 만든 것은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정책때문이다. 아편전쟁후 '아시아의 병자'에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에 이르게 한 것은 그의 '도광양회(재능을 감추고 인내하며 힘을 기른다)'의 정신이다. 현재의 시진핑은 더 이상 도광양회하지 않는다. 2012년 미국 오바마에게 신형대국관계(미중은 평화공존과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대국관계로 발전해야한다.)를 요청하고, 거절당한다. 법을 바꾸어가며 3연임을 하고 있는 그는 마오쩌둥의 독재를 따라 세계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자신에 차 있어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경제대국인가? 리커창 총리는 단칼에 부정한다. 경제규모가 세계 2위라는 말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에는 아직도 2억의 빈곤층이 있고, 1인당 GDP로는 세계 80위권 아래에 있는 개발도상국이다. 6억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18만원)이다. 이러한 발언 이후 그는 총리직을 갑자기 내려놓고 몇 개월 후 죽음을 맞이한다. 어떠한 추모도 허가하지 않고, 인터넷에는 리커창 총리 관련 검색어까지 없애버린다. 1인자의 눈에 벗어나면 벌어지는 일이다. 옳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곁에 없는 지도자의 끝은 항상 개운하지 않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누추한 현실은 은폐하고 거창한 숫자만을 선전한다.

중국의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다. 상위 1% 인구가 중국 자산의 1/3을, 하위 25%가 1%를 차지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시진핑의 해결법이 '공동 부유'이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인데, 인위적으로 고소득자들의 환원에 개입한다. 텐센트를 비롯한 6대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걷는다. 그리고 금융당국을 비판한 알리바바의 마윈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앤트 그룹 상장 중단을 내린다. 마윈과 연관된 투자자인 배우이자 감독인 자오웨이의 행방도 갑자기 묘연해진다. 한편으로 빈곤퇴치사업에 집중하지만 부정 부패로 제대로된 혜택이 빈곤층까지 내려가지 않는다. 물도 나오지 않는 집 지어주기같은 보여주기식 성과올리기에 급급하다.

중국은 2018년 트럼프의 무역전쟁선포이후 수출이 어려워지고, 코로나 3년간 경제가 약해졌다. 시진핑은 사교육과 부동산 개혁을 통해 민심을 얻고 정권연장의 명분으로 삼으려했으나 헝다 파산과 비밀과외와 같은 편법 성행으로 개혁은 실패한다. 선진국으로 부터 반도체의 핵심기술을 얻을 수 없는 가운데 신세대가 선호하는 빅테크 기업이나, 교육, 부동산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젊은이들은 결혼 기피와 저출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성장이 정상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피크 차이나'를 경험 중이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트럼프가 돌아와 더욱 강력한 대중정책을 펼친다면 중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는 과거 클린턴이 일본에게 잃어버린 30년을 안겨준 것과 같은 상황이 중국에 벌어질 것이라고 역사의 반복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사드 설치로 수년간 경제적 보복을 당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며, 선진기술을 보유한 미국에 더 가까이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시장공백을 기회로 삼아야지, 14억 거대 시장이라는 어설픈 환상을 버리고 교역을 무기화하는 중국에 대해 냉철한 눈을 떠야한다고 결론맺는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중국의 경제 위기를 정치와 떼어 생각할 수 없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떼어 설명할 수 없다. 정치, 경제, 외교 분야의 다양한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분석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중국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 쉽다. 뉴스에서 단편으로 접한 사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서 올바른 중국 이해와 우리나라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할 힘을 키워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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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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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함께 해온 것이다. 우리가 살고 일하는 건물과 우리가 걷는 거리, 아침부터 밤까지 사용하는 물건을 포함하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것의 일부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데에 고도로 훈련되어 있다(52)."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도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저 길에 보이는 건물, 식당, 공원의 모습 자체가 그 도시의 예술이 아닌가 한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다. 15개의 도시와 예술을 연결한 이 책이 궁금하다.

저자는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이 생긴 이래 158년 만의 첫 여성 관장이다. 미술의 대중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강연과 SNS를 통해 미술사의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15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바빌론: 회복 탄력성, 2장 예루살렘: 믿음, 3장 로마: 자기 확신 4장 바그다드: 혁신 5장 교토: 정체성 6장 베이징: 결단력 7장 피렌체: 경쟁 8장 베냉: 공동체 9장 암스테르담: 관용 10장 델리: 시기심 11장 런던: 탐욕 12장 빈: 자유 13장 뉴욕: 반항 14장 브라질리아: 사랑 15장 평양: 통제이다. 각 도시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원제는 <The Power of Art(예술의 힘)>이다.

책 앞부분에는 제목도 없이 여러 장의 사진과 간단한 해설이 있다. 사진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이나 그림, 유물, 인물을 찍은 것이다. 사진을 넘기며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이 책이 담을 내용에 기대감이 오른다. 본문에 언급하는 자료를 한군데 그 것도 앞에 모아 두어서 한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예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메디치 가문의 이탈리아 피렌체다. 저자가 1430년에서 1500년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묘사하는 단어는 '경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라이벌은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다. 1400년 피렌체 세례당 청동문을 만들 사람으로 기베르티가 결정되자,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떠난다. 20년 후 브루넬레스키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프로젝트를 맡으며 로마의 벽돌 사용법을 사용한다. 피렌체는 금융업으로 부가 축적되었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15세기 초 메디치 가문이 권력을 쥐고 예술적 후원으로 권위를 확고히 하고자했다. 메디치 궁 안에 도나텔로의 조각상 <다비드>와 <유디트>와 같은 작품이 있을 정도로 피렌체는 예술가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보티첼리의 <봄>, 마사초의 <삼위일체>의 작품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화가를 정치, 외교적으로 이용한다. 파치 가문의 음모로 교황청과 나폴리에 대립각을 세우게 된 메디치 가문은 화가를 보내 그림을 그려 화를 풀게하고, 로렌초의 아들 조반니를 추기경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켈란젤로가 원치 않았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려야했던 것이나, 레오나르도가 보르자의 수석기술자로 '외교적 볼모'로 쓰였다.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의 경쟁으로 피어난 작품들이 현재까지 피렌체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가장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도시는 평양이다. 저자는 1953년에서 2000년까지의 평양을 '통제'라고 표현한다. 첫 사진에는 김일성 광장과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이 보이는데, 낯설지가 않다. 미국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라보이는 워싱턴 기념탑과 같은 느낌이다. 평양을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묘사한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기념비와 광장, 공공건물들이 '김씨 왕조'를 숭배하기 위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건축은 강압과 통제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 비뚤어지고 부패한 국가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평양의 사회주의 낙원은 운이 좋은 소수만을 위하는 북한 버전의 <트루먼 쇼>로, 엘리트들을 김씨 일가에 충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495)." 뭔가 자유롭지 않고 건축물에 인간이 위압감을 느끼게하는 도시 평양을 보고 저자가 느낀 점이 조금은 야박하다. 남한의 서울을 보고 무어라 말할지 궁금하다.

도시와 예술을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의 한 시기를 툭 잘라내 그 당시 그 도시의 예술적 특징을 이야기한다. 사회 상황이나 정치, 경제에 관한 배경 설명은 기본이다. 베냉처럼 낯선 곳에 대한 설명은 한 번 읽어도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 도시를 전방위적으로 이해하고 단 하나의 단어로 뭉뜨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어느 도시가 특별하게 다가올 때, 역사를 거슬러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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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마음공부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정보현 옮김, 미야사카 유코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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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은 종파를 초월해 누구에게나 친숙한 경전이다. 불교에는 모든 종파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경전은 없지만 모든 승려가 알고 있는 경전은 반야심경이 유일할 것이다(서문)."

<서유기>에 나오는 삼장법사 현장이 인도에 구하러간 불경이 반야심경이다. 삼장법사는 불경을 번역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반야심경은 현장이 평생 번역에 몰두한 600권에 달하는 <대반야경>에서 발췌한 것이다. 총 292자로 되어있다. 짧은 경전이지만 방대한 내용을 품고 있어 '작은 대경전'이라 불린다.

책은 2장으로 되어있다. 1장에서는 반야심경의 역사를, 2장에서는 반야심경의 번역과 그 의미를 설명한다. 부록으로 독송과 사경을 위한 원문과 독송시 예절을 실었다. 저자는 일본 진언종 지산파 쇼코지의 주지이며 지산전법원의 원장이다.

반야심경은 반야바라밀다의 만트라(진언)를 설하는 경전이다. '반야'는 지혜, '바라밀다'는 완성을 의미한다. 지혜가 완성된 진언을 관자재(관세음, 관음) 보살이 설법하는 내용으로 경전 전체가 기도문이다. 소승불교가 출가한 승려들만을 가르치지만, 대승불교는 승려뿐 아니라 일반 신도도 가르치면서 누구든 성불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불교의 성취를 보면 1층에 유아수준, 2층에 세속 수준, 3층에 소승수준, 4층에 대승수준이 있다. 4층의 대승수준이 도달해야할 경지이다.

괴로움(고)은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근본적인 괴로움이다. 애별리고(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 원증회고(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하는 괴로움), 구부득고(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괴로움), 오취온고(육체와 정신이 뜻대로 되지 않는 괴로움)는 살면서 겪는 정신적 괴로움이다.

공불이색, 색불이공. 공은 색이고, 색은 공이다. 여기서 '공'은 공성(空性)으로 반야심경과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공은 비어있다는 의미로 없다는 의미와 구분한다. 컵이 비어있다면, 컵은 '물의 무'의 장소이다. '무의 장소'가 공이다. 공성은 공간이다. '색'은 모든 물질을 의미한다. 컵에 공성이 있기에 그 안에 물질을 담을 수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컵에 공간이 없으면, 그 안에 물은 존재할 수 없고, 반대로 물을 담지 않는다면 공간의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형체있는 모든 것은 공성(공간)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색은 공성이라는 말이다. 틀안에서만 사물을 바라보다가 비누방울이 터지듯 공이 확장되면 이것이 공의 진짜 의미다.

이 책은 반야심경의 독송을 위해 뜻을 풀이한 책이다. 산스크리트어 음역과 훈역이 있어서 혼자의 힘으로 불경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깔끔한 구성과 알기 쉬운 삽화를 넣어서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그러나 불교 신자가 아니라면 처음 보는 용어와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불교의 철학을 한 번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좀더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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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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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책표지를 보면, 헨젤과 그레텔의 집같아 보이는 건물 앞 길에 성냥팔이 소녀가 태우다 죽어갔을 성냥개비가 하나 떨어져있다. 뭔가 동화이면서 실마리를 던져주는 추리 소설같다. 전직 판사이자 현직 변호사이자 추리소설가인 저자의 법 설명을 익히 아는 동화와 영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풀어내는데, 그 해석이 궁금하다. 이 책은 2013년 작품의 개정판이다.

500년간 지옥을 지키던 염라대왕은 하데스와 자리를 바꾸며 연옥에서 죄를 판결하는 판사가 된다. 법률지식이 없는 염라는 변호사로 소크라테스를 선임하고, 법과 논리에 뛰어난 변호사 소크라테스는 22건의 사건을 변호한다. 법에 대한 무지했던 염라 판사는 처음에 불쌍하다는 이유로 장발장을 풀어주고 사람들의 항의를 받기도 하고, 나쁜 짓인지 아닌지를 투표로 결정하자는 엉뚱한 말을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점차 법을 알아가고, 증거재판주의를 내세워 춘향이를 무죄판결내리게 하는 폭풍 성장을 하면서 재판의 어려움과 신중함을 깨닫는다.

설정이 흥미롭다. 법을 모르는 염라 판사와 이를 살짝 무시하는 검사와 변호사 소크라테스가 연옥계의 법정에서 재판을 한다. 피고는 동화, 영화, 실재 사건의 주인공들이다. 저자는 재판을 통해 법의 범위, 죄가 되는 행위, 죄와 무죄 사이, 형사 재판의 원칙, 민사 재판의 원칙, 형사와 민사의 차이를 설명한다.

나라마다 다른 법체계로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는 곳에서는 성냥팔이 소녀를 보고 지나치면 유죄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해당 법이 없으므로 무죄이다. 민사와 형사의 구분은 의외로 쉬운데, 돈 문제에 관한 다툼이면 민사이고, 죄 지은자를 처벌하는 것이 형사라는 말은 명쾌하다. 형사는 민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결과도 같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형사재판이 한 사람의 운명이 걸린 것이므로 매우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지만, 민사는 상대보다 많은 증거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간혹 결과가 다를 수 있다. O.J 심슨 사건처럼, 심슨은 형사에서 무죄, 민사에서는 유죄를 받았다.

재판의 기본이 되는 원칙만 소개한 것인데도 판단이 쉬워보이지 않고, 절차까지 합법이어야하는 것이 꽤 까다롭다. '고의와 과실'은 일부러 그런 것 인지, 실수로 그런 것인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로인해 검사와 변호사의 논쟁이 치열해지는 것이겠다. 형사재판에서 절차의 중요성은 다 잡은 범인도 무죄로 풀려나는 안타까운 상황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여아를 납치한 미란다를 체포할 때 경찰이 '묵비권과 변호사 선임권'에 관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판결이 났다. 이후로 이 절차를 엄격히 지키게 되었다.

실재 발생했던 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의 두 용의자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진 이유가 '합리적 의심없는 증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서로를 범인이라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둘 중 한 명이 반드시 범인이지만, 억울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둘 다 무죄가 된 것이다. 사건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판결을 이해할 수 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이 피를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는 1파운드의 살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패배하지만, 이는 문학적 결말이다. 저자는 변호사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빌어 '살을 1파운드 가져간다'는 계약이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법적인 원칙을 들어 변호한다. 현대에 신체포기각서를 받고 돈을 빌리거나, 불법인 도박으로 진 빚은 같은 법적 원칙에 따라 무효이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

대화체라 술술 잘 읽힐 뿐 아니라 유머와 반전이 있어서 흥미롭다. 재판장에서 염라 판사와 소크라테스 변호사, 검사 간의 대화가 캐주얼하면서 톡톡 튀는 재미가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내용은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있어서 핵심을 놓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이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기는 쉽지 않겠다. 재미와 지식을 함께 잡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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