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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예술 - 15개 도시의 운명을 바꾼 예술의 힘
캐럴라인 캠벨 지음, 황성연 옮김, 전원경 감수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술은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함께 해온 것이다. 우리가 살고 일하는 건물과 우리가 걷는 거리, 아침부터 밤까지 사용하는 물건을 포함하는, 우리 삶을 구성하는 것의 일부이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데에 고도로 훈련되어 있다(52)."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여러 도시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저 길에 보이는 건물, 식당, 공원의 모습 자체가 그 도시의 예술이 아닌가 한다. 도시 자체가 예술이다. 15개의 도시와 예술을 연결한 이 책이 궁금하다.
저자는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이 생긴 이래 158년 만의 첫 여성 관장이다. 미술의 대중 참여를 위해 노력하고, 강연과 SNS를 통해 미술사의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15장으로 되어 있다. 1장 바빌론: 회복 탄력성, 2장 예루살렘: 믿음, 3장 로마: 자기 확신 4장 바그다드: 혁신 5장 교토: 정체성 6장 베이징: 결단력 7장 피렌체: 경쟁 8장 베냉: 공동체 9장 암스테르담: 관용 10장 델리: 시기심 11장 런던: 탐욕 12장 빈: 자유 13장 뉴욕: 반항 14장 브라질리아: 사랑 15장 평양: 통제이다. 각 도시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한다. 원제는 <The Power of Art(예술의 힘)>이다.
책 앞부분에는 제목도 없이 여러 장의 사진과 간단한 해설이 있다. 사진은 각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이나 그림, 유물, 인물을 찍은 것이다. 사진을 넘기며 분위기가 달라지는데 이 책이 담을 내용에 기대감이 오른다. 본문에 언급하는 자료를 한군데 그 것도 앞에 모아 두어서 한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예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도시가 메디치 가문의 이탈리아 피렌체다. 저자가 1430년에서 1500년까지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묘사하는 단어는 '경쟁'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라이벌은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다. 1400년 피렌체 세례당 청동문을 만들 사람으로 기베르티가 결정되자,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떠난다. 20년 후 브루넬레스키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의 돔 프로젝트를 맡으며 로마의 벽돌 사용법을 사용한다. 피렌체는 금융업으로 부가 축적되었지만,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15세기 초 메디치 가문이 권력을 쥐고 예술적 후원으로 권위를 확고히 하고자했다. 메디치 궁 안에 도나텔로의 조각상 <다비드>와 <유디트>와 같은 작품이 있을 정도로 피렌체는 예술가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보티첼리의 <봄>, 마사초의 <삼위일체>의 작품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화가를 정치, 외교적으로 이용한다. 파치 가문의 음모로 교황청과 나폴리에 대립각을 세우게 된 메디치 가문은 화가를 보내 그림을 그려 화를 풀게하고, 로렌초의 아들 조반니를 추기경으로 만들기도 한다. 미켈란젤로가 원치 않았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려야했던 것이나, 레오나르도가 보르자의 수석기술자로 '외교적 볼모'로 쓰였다. 충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의 경쟁으로 피어난 작품들이 현재까지 피렌체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가장 가보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도시는 평양이다. 저자는 1953년에서 2000년까지의 평양을 '통제'라고 표현한다. 첫 사진에는 김일성 광장과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이 보이는데, 낯설지가 않다. 미국의 링컨기념관 앞에서 바라보이는 워싱턴 기념탑과 같은 느낌이다. 평양을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묘사한 빅브라더가 통제하는 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기념비와 광장, 공공건물들이 '김씨 왕조'를 숭배하기 위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건축은 강압과 통제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된다. 하지만 이 비뚤어지고 부패한 국가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평양의 사회주의 낙원은 운이 좋은 소수만을 위하는 북한 버전의 <트루먼 쇼>로, 엘리트들을 김씨 일가에 충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495)." 뭔가 자유롭지 않고 건축물에 인간이 위압감을 느끼게하는 도시 평양을 보고 저자가 느낀 점이 조금은 야박하다. 남한의 서울을 보고 무어라 말할지 궁금하다.
도시와 예술을 구경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의 한 시기를 툭 잘라내 그 당시 그 도시의 예술적 특징을 이야기한다. 사회 상황이나 정치, 경제에 관한 배경 설명은 기본이다. 베냉처럼 낯선 곳에 대한 설명은 한 번 읽어도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한 도시를 전방위적으로 이해하고 단 하나의 단어로 뭉뜨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어느 도시가 특별하게 다가올 때, 역사를 거슬러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