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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달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한테 주어진 일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다 보면, 거기서 다른 것으로 연결되고 또 다른 걸로 연결돼서 언젠가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256)."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면서도 따뜻한 말솜씨가 인문학자같은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처럼 우리나라와 세계가 직면하는 문제점 사이에서 희망과 해결을 찾으려는 저자의 에세이가 밝고 온화하다.
책은 11개의 Lesson으로 나뉘어져 있다. AI, 통섭형 인재, 진짜 공부, 책 읽기, 글쓰기, 토론 대신 숙론, 방황,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한국의 출생률, 공생, 생태적 삶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과학과 인문학을 합친 통섭의 에세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AI에게 일을 맡기고 인간은 좀 놀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단, 우리가 노동을 재정의하고 사회를 재구성해야한다. 소수의 독점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승자독식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있는데, 과연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을 고르게 나눌 수 있는 사회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 AI 개발자의 노력으로 얻은 이익을 모든 사람에게 나누기가 쉬울까? 과거 산업혁명 때도 그랬듯이 인간이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어본다.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평가가 따끔하지만 옳다. 우리 제조업은 출제는 못해도 숙제는 잘 하는 학생에 비유한다. 창의적인 개발은 애플이 하고 우리는 뒤따라 하면서 속도나 해상도는 우리가 더 좋다고 '궁시렁'댄다. 영화 <아바타>처럼 창의적인 작품에 한국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여럿 참여했다. 이제는 더이상 시키는 것만 잘하기 보다 스티브 잡스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나와줘야한다. 우리는 섞어서 아주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을 만든 것처럼 통섭에 능하므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특별한 독서법을 소개하는데 설득적이다. 취미삼아 하는 독서와 달리 '기획독서'를 제안한다. "기획독서는 몇 가지 분야를 정해 놓고 계획성있게 공략하는 독서(116-117)"이다. 읽으나마나한 책을 읽느니 읽기 어려운 책을 잡고 소리내어 천천히 읽으며 두세권 확장독서를 통해 지식의 범위를 넓혀간다. 새롭고 낯설고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다보면 내 지식의 수용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그렇게 낯선 분야들이 점차 익숙해진다. 시간을 가치있게 쓰고 싶어진다.
저출산문제에 대한 해석도 독특하다. 상황이 어려운데 새끼를 낳아 기르는 동물은 선택받지 못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새끼를 먹어치우고 때를 기다리는 뒤쥐나 임신후 상황이 안좋으면 몸 안에서 자동유산 후 흡수하는 진화가 덜 된 동물을 예를 들면서, 치열하게 사는 한국 젊은이들이 치밀한 계산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변호한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든가, 있는 인구만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에 공감한다.
저자의 전작 <다윈의 사도들>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저자는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에 매우 적극적이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게 편지를 써서 면담을 잡고, 만나서 15분밖에 내줄수 없다는 면담을 3시간 이야기하고 그의 제자로 받아들여진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어보라고, 행복하게 살라고 하는 조언이 진실돼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렇게 물든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따끔한 비판을 포함하면서도 긍정적인 것은 이야기 마지막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저자 특유의 동물도, 식물도, 바이러스도 의인화하는 말투와 은어에 가까운 말들이 잘 어우러져 코믹하면서도 자유로운 생각에 빠져 들게한다.
저자는 25년간 70권의 책을 냈고, 앞으로 쓸 책 제목도 달아둘 정도로 책에 진심이다. 이 책에서 그 간 책을 쓰게 된 경유나 미국 유학생 시절 이야기,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활동한 이야기,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통찰력있는 조언이 빛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