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 더 떠나도 됩니다 - 구석구석 여행자 전망키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망키 전은재 지음 / 북스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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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여행의 힘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프롤로그)."

9년차 여행작가가 50 곳의 국내여행지를 소개한다. 주제에 따라 마음을 비우는 여행, 동심을 찾는 여행, 모험을 떠나는 여행, 여유를 즐기는 여행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서울부터 제주도까지 우리나라 전역을 커버하는데, 사찰, 둘레길, 산, 마을, 섬, 향교, 축제처럼 다양한 장소를 포함한다.

여행지를 주제별, 지역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분하고 있지만, 어느 계절에 가면 좋은지도 알려주고 있어서 계절에 따라 분류해 보는 것도 좋다. 4계절 언제 가도 좋은 곳으로, 강원도 월정사, 서울야경이 아름다운 매봉산 팔각정, 용양봉저정공원, 하늘공원, 제주 다랑쉬 오름을 비롯한 여러 곳을 꼽고 있는데,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겠다. 각 계절별로 봄에는 전남 매화마을과 산수유마을, 여름에는 전북 군산 대장봉, 가을에는 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겨울에는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봄에 추천하는 장소는 매화, 산수유, 벚꽃, 철쭉처럼 꽃이 피는 장소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겨울의 무거운 옷을 벗고 나들이하기에 좋아보인다. 벚꽃잔치를 벌이는 전남 여수의 용월사는 '바다위 사찰'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용왕전으로 내려가는 108계단은 바다와 벚꽃의 조합이 완벽하다. 글로만 봐서는 절대 이해 못할 것이라니 벚꽃계절에 맞춰 가보고 싶다. 벚꽃이 지기 시작할 때 피는 진달래는 3월말부터 개화하는데, 경기도 부천의 원미산 진달래 동산은 보라색 천지다. 옅은 색과 진한 색, 그 중간색의 보라가 땅을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한가득이어서 인상적이다.

사진을 훑어보면, 빨갛게 물든 나무가 호수물까지 빨갛게 물들인 전남 담양의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길이 압도적이다. 담양에서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라도 곳곳에 메타세쿼이아길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한다. 관방제림은 관방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길이고, 메타세쿼이아길이 이어지는데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로 해가 질 때 포근한 느낌이라니 궁금해진다.

이 책은 여행 안내책이라기 보다 포토에세이에 가깝다. 사진과 에세이가 서로 잘 어울리고 저자의 느낌과 감상이 주관적이다.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추천계절, 사진 찍기 좋은 장소, 코스와 소요시간 정도다. 지도나 교통편, 숙박, 맛집 정보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사진과 글을 읽다가 마음이 동하면 체크해두고 실제로 가서 느껴보면 되겠다.

친구들과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지 고민된다면, 한국인이 가는 여행지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혼자서 훌훌 떠나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쓸모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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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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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필사는 느리게 읽는 가장 확실한 독서법(프롤로그) "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글을 필사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누구의 작품을 필사할까? 글도 아름답지만 독립운동의 정신을 담은 윤동주(1917-1945)의 작품이 제격이다.

책은 총 8장으로 윤동주의 시, 동요, 산문을 실었다. 책장을 펴면 왼쪽에 작품을,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을 마련하였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해설도 작품 끝에 실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나 '별 헤는 밤'처럼 잘 알려진 시 뿐만 아니라 산문 5편과, 미완성이거나 삭제 표시했던 시 8편을 포함해 윤동주의 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28살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체포되었고, 생체 실험 주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에서 수학하다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편입하였다.

청년 윤동주의 시에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가득한 서정적인 것도 많지만, 일제강점기에 비분강개하지만 무력하기도 한 자신을 그린 시도 많다. 고향 만주의 꽁꽁 얼어붙은 모습은 동시 <겨울>(1936)에서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234)"라고 표현한다. 나를 위해 버선본을 뜨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버선본>(1936)에는 그리운 어머니가 보인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며 쓴 <자화상>(1939)에서는 우물에 비친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가엾어지기도 하다. 꿈과 희망이 가득찬 대학생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어쩌지 못하는 젊은이의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있다. <쉽게 씌어진 시>(1942)에는 부모님께 학비를 받아, 친구들도 없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사는 자신을 들여다 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76, 78)"라며 자책하지만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78)"로 끝맺음하면서 현실을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는 윤동주의 결심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독립운동 100주년(2019년)에 윤동주 작품 중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시로 꼽혔고,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니 그 의의가 크다.

산문도 시적이다. 간결하고 단정하고 리드미컬하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시절 거리의 풍경을 쓴 '종시'는 종점과 시점을 줄인 말이다. 끝나는 점과 시작되는 점. 내리는 곳이 종점이고 타는 곳이 시점이다. 책장만 뒤적이는 것이 공부가 아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을 보는 것이 공부라는 친구의 친구 말에 자기한테 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리로 나간다. 전차가 지나고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건물을 살핀다. 지금은 없는 총독부 건물을 지나고, 남대문을 보면서 시골사람의 서울 구경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기차를 기다리는 방년의 아가씨들을 유리창을 통해 보며 굴곡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에 속지 않으려면 맨 눈으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아지듯이 암흑시대를 지나 광명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타고 있는 차가 고향을 넘어 세계로 향하길 바란다. 일제강점기가 아니라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글이 독립과 연관되어 이해된다.

책 커버는 양장이고, 하얀 바탕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산뜻하다. 그러나 식민시대에 꿈 많고 힘이 넘치는 젊은이가 바라보는 미래는 그리 희망차지 못하다. 절제된 감정과 단어로 단정하게 쓴 작품들에 애달픔이 스며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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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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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결과를 알고 달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한테 주어진 일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다 보면, 거기서 다른 것으로 연결되고 또 다른 걸로 연결돼서 언젠가 성공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256)."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면서도 따뜻한 말솜씨가 인문학자같은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집이다.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처럼 우리나라와 세계가 직면하는 문제점 사이에서 희망과 해결을 찾으려는 저자의 에세이가 밝고 온화하다.

책은 11개의 Lesson으로 나뉘어져 있다. AI, 통섭형 인재, 진짜 공부, 책 읽기, 글쓰기, 토론 대신 숙론, 방황, 어느 길을 갈 것인가, 한국의 출생률, 공생, 생태적 삶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과학과 인문학을 합친 통섭의 에세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AI에게 일을 맡기고 인간은 좀 놀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단, 우리가 노동을 재정의하고 사회를 재구성해야한다. 소수의 독점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승자독식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있는데, 과연 많은 사람들에게 이득을 고르게 나눌 수 있는 사회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 AI 개발자의 노력으로 얻은 이익을 모든 사람에게 나누기가 쉬울까? 과거 산업혁명 때도 그랬듯이 인간이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믿어본다.

우리나라 제조업에 대한 평가가 따끔하지만 옳다. 우리 제조업은 출제는 못해도 숙제는 잘 하는 학생에 비유한다. 창의적인 개발은 애플이 하고 우리는 뒤따라 하면서 속도나 해상도는 우리가 더 좋다고 '궁시렁'댄다. 영화 <아바타>처럼 창의적인 작품에 한국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가 여럿 참여했다. 이제는 더이상 시키는 것만 잘하기 보다 스티브 잡스나 제임스 카메론과 같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나와줘야한다. 우리는 섞어서 아주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을 만든 것처럼 통섭에 능하므로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특별한 독서법을 소개하는데 설득적이다. 취미삼아 하는 독서와 달리 '기획독서'를 제안한다. "기획독서는 몇 가지 분야를 정해 놓고 계획성있게 공략하는 독서(116-117)"이다. 읽으나마나한 책을 읽느니 읽기 어려운 책을 잡고 소리내어 천천히 읽으며 두세권 확장독서를 통해 지식의 범위를 넓혀간다. 새롭고 낯설고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다보면 내 지식의 수용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그렇게 낯선 분야들이 점차 익숙해진다. 시간을 가치있게 쓰고 싶어진다.

저출산문제에 대한 해석도 독특하다. 상황이 어려운데 새끼를 낳아 기르는 동물은 선택받지 못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새끼를 먹어치우고 때를 기다리는 뒤쥐나 임신후 상황이 안좋으면 몸 안에서 자동유산 후 흡수하는 진화가 덜 된 동물을 예를 들면서, 치열하게 사는 한국 젊은이들이 치밀한 계산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변호한다.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든가, 있는 인구만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어떻겠느냐는 조언에 공감한다.

저자의 전작 <다윈의 사도들>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저자는 한 번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에 매우 적극적이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윌슨 교수에게 편지를 써서 면담을 잡고, 만나서 15분밖에 내줄수 없다는 면담을 3시간 이야기하고 그의 제자로 받아들여진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과감히 뛰어들어보라고, 행복하게 살라고 하는 조언이 진실돼다.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렇게 물든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 책이 따끔한 비판을 포함하면서도 긍정적인 것은 이야기 마지막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저자 특유의 동물도, 식물도, 바이러스도 의인화하는 말투와 은어에 가까운 말들이 잘 어우러져 코믹하면서도 자유로운 생각에 빠져 들게한다.

저자는 25년간 70권의 책을 냈고, 앞으로 쓸 책 제목도 달아둘 정도로 책에 진심이다. 이 책에서 그 간 책을 쓰게 된 경유나 미국 유학생 시절 이야기,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활동한 이야기,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통찰력있는 조언이 빛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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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붕괴의 시대 - 반도체칩부터 생필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숨겨진 이야기
피터 S.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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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공급망 문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충격을 일으킨 것은 코로나19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단지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어온 취약성의 가면을 벗겨낸 것뿐이었다(28)."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컨테이너 배에 실려 태평양을 건넌다. 미국에 도착하면 하역을 하고 화물차나 열차로 전 지역으로 배송된다. 장난감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거의 모든 것을 만든다. 미국은 1980년대 이래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코로나19에 마스크 하나 만들지 못하고 구할 수 없게 되자 패닉에 빠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뉴욕타임즈>기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과정과 향후 미국이 미래기술과 국가안보와 관련된 제품은 리쇼어링 정책을, 그 외의 제품에 대해서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로 니어쇼어링을 할 것임을 밝힌다.

헨리 포드는 모든 부품을 일정량 생산하고, 이익은 생산시설에 투자하고자 하였으나, 배당을 통해 투자자를 만족시켜야했다. 토요타의 오노는 적정한 재고 이상은 낭비라는 생각에 적기공급생산방식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였다. 이 방식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더욱 각광받았고 급기야 미국에게 가르침을 전수한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은 오노의 방식을 '린생산'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그러나 과도한 적기공급생산방식은 부족한 부품 때문에 제품생산이 지연되고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팬데믹 동안 글로벌공급망의 붕괴로 드러난다. 중국 공장노동자들은 고향에서 돌아오지 않아 생산이 저조하고, 해운사는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고, 선적시간도 무한정 길어진다. 적정재고만을 보유한 기업은 부품 하나가 없어 제품을 출고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 해운사의 횡포,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화물차와 열차 노동자들의 현실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옳은지 재고되었다. 미국이 자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쇼어링 기업에게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한다. 자국 내에서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 또한 선박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를 부축이는 요인이므로, 먼 중국 대신 이웃국에서 물품을 받으면 된다. 이제 중국 중심의 세계화는 지역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유럽은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미국은 중남미 국가에,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 공장을 지어 가까운 곳에서 물품을 공급받는다. 이러한 니어쇼어링으로 적기공급생산방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열악한 운송 노동자에 대한 해결책은 시원하지 않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저임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에서 얻는 이익을 투자자의 배당금과 자신들의 성과급으로 가져가고, 낮은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운송노동자들을 착취한다. 맥킨지가 컨설팅했듯이 노동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작업에 노동자를 쓰는 비정규직으로의 전환해 운송노동자의 일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문제는 향후 AI와 로봇이 긱 노동자들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3D의 일을 기계에게 주고 인간은 재교육을 통해 기계를 통제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비용 효율을 위해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새 업무를 맡게 될지 의문이다.

미국시장을 잃고 싶지 않은 중국기업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의 정책만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아직 인프라와 인적, 물적 자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멕시코에서 중국이 공장을 지으면 물리적 거리만 가까워지고 변한 것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30일간 보류 중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10% 관세부과에 대해 WTO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분쟁절차를 개시했다. 미중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이 소리소문 없이 과격해지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세계가 팬데믹으로 과도한 린생산방식의 문제점을 자각하였고, 기업이 소비자보다 투자자와 월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된 재고와 생산설비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을 꼬집는다. 대차대조표에 자산을 줄이고 이익을 많이 내서 배당을 주는 건전한 회사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은 과연 옳은것인가? 자동화처럼 효율이 높아지면서 관련된 노동자들의 수와 혜택이 줄어드는데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인 이들을 보호할 기업은 없는 것인가? 의문이다.

현재 세계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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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명카피 핸드북 - 家族は、面倒くさい幸せだ。 가족은 귀찮은 행복이다
정규영 지음, 오가타 요시히로 감수 / 길벗이지톡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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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광고인이다. 일본 노래가 좋아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였고, 일본 광고카피를 번역하고 감상을 기록하면서 몇천 개의 카피를 모으게 되었다. 직접 번역한 카피를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책을 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창의적이고 공감을 주는 완성도 높은 문장들만 모았다고 밝힌다.

책은 5개의 파트로 되어있다. 인생, 일상, 꿈, 일, 관계의 5개 주제로 200개의 광고 카피를 소개한다. 각 파트에는 QR코드가 있어 원어민의 낭독을 들을 수 있다. 각 카피는 우리말 번역과 일본어를 적고, 어떤 광고에서 나온 것인지 연도와 함께 표시한다. 짧은 해설은 광고의 배경과 문장의 이해를 돕는다. 깔끔한 구성이 돋보인다.

이 책에 실린 일본 광고카피가 일본광고카피를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겠지만, 마치 명언처럼 교훈적이고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의 힘으로(33)"과 같은 카피는 언뜻 들어서 무엇을 선전하려는지 알 수 없다. 백화점 광고로 '사람의 힘'을 중시하는 기업철학이 담겨있다. "여행의 목적지가 길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27)"는 카피는 오토바이 전문 레드바론의 2009년 인쇄광고이다. 길과 오토바이의 관계를 인생의 여정과 목적지 혹은 결과보다 과정을 잘 살아야한다는 의미로 이어지며 심오하다. "자유는 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기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것(오츠카 이온워터 포스터 2020)(166)"은 심오한 철학이다. 사회생활을 하며 내 자신으로 온전히 있기가 어려운 시대에 나를 돌아보게하는 카피이다.

당연한데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카피를 보며 새삼 맞장구 치며 공감하게 되는 것도 있다. "피부는 내가 보는 것보다 남이 보는 시간이 더 길다 (NOV포스터 2014)(57)"는 기능성 화장품 NOV의 카피인데 내 것이지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옷을 사러갈 옷이 없다(소고.세이부 백화점 포스터 2006)(62)"는 여자라면 누구나 '그래, 맞아'라고 감탄하며 웃을 수 있는 카피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사람에게 힘을 주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벽이 아니라 문일지도 모른다(리쿠르트 브랜드 메시지 광고 2017)(106)"일 듯하다. 시도해 보지 않고 마음을 접었던 일을 후회한다면, 혹은 입사하고 싶었지만 문턱이 높아서 시도 조차 해보지 않았다면 이 문구가 얼마나 용기를 주는지 자주 보이는 곳에 포스트잇에 붙여놓아야할 정도로 좋다. 뚫을 수 없는 벽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열리는 문인 상황이 취업 뿐 아니라 인생을 살며 얼마나 많을지. 뭐든 하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도전하면 길이 열릴 것이다. 멋진 카피이다.

일본 회사를 많이 알지 못하고, 일본어의 묘미도 저자가 설명하는 만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이지만, 다 읽고 나면 행복해진다. 광고카피는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것도 신기하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좋아 어떤 회사인지도 궁금하다. 몇몇 광고 사진이라도 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일본 광고 카피가 궁금하다면, 일본어 공부를 하는 중이라면,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이 작은 핸드북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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