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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위한 윤동주 전 시집 필사 북 - 써보면 기억되는 어휘와 문장 그리고 시어들
윤동주 지음, 민윤기 해설 / 스타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필사는 느리게 읽는 가장 확실한 독서법(프롤로그) "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좋은 글을 필사하는 방법이 추천된다. 누구의 작품을 필사할까? 글도 아름답지만 독립운동의 정신을 담은 윤동주(1917-1945)의 작품이 제격이다.
책은 총 8장으로 윤동주의 시, 동요, 산문을 실었다. 책장을 펴면 왼쪽에 작품을, 오른쪽에 필사할 공간을 마련하였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해설도 작품 끝에 실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나 '별 헤는 밤'처럼 잘 알려진 시 뿐만 아니라 산문 5편과, 미완성이거나 삭제 표시했던 시 8편을 포함해 윤동주의 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동주는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28살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3년 독립운동을 모의한 사상범으로 체포되었고, 생체 실험 주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5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하였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릿쿄대학에서 수학하다 교토 도시샤 대학으로 편입하였다.
청년 윤동주의 시에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가득한 서정적인 것도 많지만, 일제강점기에 비분강개하지만 무력하기도 한 자신을 그린 시도 많다. 고향 만주의 꽁꽁 얼어붙은 모습은 동시 <겨울>(1936)에서 "말똥 동그램이 달랑달랑 얼어요(234)"라고 표현한다. 나를 위해 버선본을 뜨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버선본>(1936)에는 그리운 어머니가 보인다. 연희전문학교를 다니며 쓴 <자화상>(1939)에서는 우물에 비친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가엾어지기도 하다. 꿈과 희망이 가득찬 대학생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의 어쩌지 못하는 젊은이의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이 있다. <쉽게 씌어진 시>(1942)에는 부모님께 학비를 받아, 친구들도 없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사는 자신을 들여다 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76, 78)"라며 자책하지만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78)"로 끝맺음하면서 현실을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는 윤동주의 결심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독립운동 100주년(2019년)에 윤동주 작품 중 독립운동을 대표하는 시로 꼽혔고, 일본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다니 그 의의가 크다.
산문도 시적이다. 간결하고 단정하고 리드미컬하다.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 시절 거리의 풍경을 쓴 '종시'는 종점과 시점을 줄인 말이다. 끝나는 점과 시작되는 점. 내리는 곳이 종점이고 타는 곳이 시점이다. 책장만 뒤적이는 것이 공부가 아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을 보는 것이 공부라는 친구의 친구 말에 자기한테 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거리로 나간다. 전차가 지나고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고 건물을 살핀다. 지금은 없는 총독부 건물을 지나고, 남대문을 보면서 시골사람의 서울 구경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기차를 기다리는 방년의 아가씨들을 유리창을 통해 보며 굴곡에 의해 왜곡되는 모습에 속지 않으려면 맨 눈으로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밝아지듯이 암흑시대를 지나 광명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타고 있는 차가 고향을 넘어 세계로 향하길 바란다. 일제강점기가 아니라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글이 독립과 연관되어 이해된다.
책 커버는 양장이고, 하얀 바탕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산뜻하다. 그러나 식민시대에 꿈 많고 힘이 넘치는 젊은이가 바라보는 미래는 그리 희망차지 못하다. 절제된 감정과 단어로 단정하게 쓴 작품들에 애달픔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