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붕괴의 시대 - 반도체칩부터 생필품까지, 글로벌 공급망의 숨겨진 이야기
피터 S. 굿맨 지음, 장용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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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공급망 문제의 직접적 원인이 된 충격을 일으킨 것은 코로나19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단지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되어온 취약성의 가면을 벗겨낸 것뿐이었다(28)."

중국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컨테이너 배에 실려 태평양을 건넌다. 미국에 도착하면 하역을 하고 화물차나 열차로 전 지역으로 배송된다. 장난감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거의 모든 것을 만든다. 미국은 1980년대 이래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고 코로나19에 마스크 하나 만들지 못하고 구할 수 없게 되자 패닉에 빠진다. 무엇이 문제일까?

<뉴욕타임즈>기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과정과 향후 미국이 미래기술과 국가안보와 관련된 제품은 리쇼어링 정책을, 그 외의 제품에 대해서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로 니어쇼어링을 할 것임을 밝힌다.

헨리 포드는 모든 부품을 일정량 생산하고, 이익은 생산시설에 투자하고자 하였으나, 배당을 통해 투자자를 만족시켜야했다. 토요타의 오노는 적정한 재고 이상은 낭비라는 생각에 적기공급생산방식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수익을 높였다. 이 방식은 1970년대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더욱 각광받았고 급기야 미국에게 가르침을 전수한다.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은 오노의 방식을 '린생산'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그러나 과도한 적기공급생산방식은 부족한 부품 때문에 제품생산이 지연되고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은 팬데믹 동안 글로벌공급망의 붕괴로 드러난다. 중국 공장노동자들은 고향에서 돌아오지 않아 생산이 저조하고, 해운사는 엄청난 비용을 요구하고, 선적시간도 무한정 길어진다. 적정재고만을 보유한 기업은 부품 하나가 없어 제품을 출고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지나치게 높은 중국 의존도, 해운사의 횡포,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화물차와 열차 노동자들의 현실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옳은지 재고되었다. 미국이 자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리쇼어링 기업에게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한다. 자국 내에서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유리하다. 또한 선박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를 부축이는 요인이므로, 먼 중국 대신 이웃국에서 물품을 받으면 된다. 이제 중국 중심의 세계화는 지역 허브로 변화하고 있다. 유럽은 동유럽과 아프리카에, 미국은 중남미 국가에,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 공장을 지어 가까운 곳에서 물품을 공급받는다. 이러한 니어쇼어링으로 적기공급생산방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다.

열악한 운송 노동자에 대한 해결책은 시원하지 않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저임금으로 만들어진 제품에서 얻는 이익을 투자자의 배당금과 자신들의 성과급으로 가져가고, 낮은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운송노동자들을 착취한다. 맥킨지가 컨설팅했듯이 노동유연화를 위해 필요한 작업에 노동자를 쓰는 비정규직으로의 전환해 운송노동자의 일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문제는 향후 AI와 로봇이 긱 노동자들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3D의 일을 기계에게 주고 인간은 재교육을 통해 기계를 통제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비용 효율을 위해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새 업무를 맡게 될지 의문이다.

미국시장을 잃고 싶지 않은 중국기업들은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의 정책만큼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아직 인프라와 인적, 물적 자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멕시코에서 중국이 공장을 지으면 물리적 거리만 가까워지고 변한 것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30일간 보류 중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의 10% 관세부과에 대해 WTO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분쟁절차를 개시했다. 미중무역전쟁과 관세전쟁이 소리소문 없이 과격해지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세계가 팬데믹으로 과도한 린생산방식의 문제점을 자각하였고, 기업이 소비자보다 투자자와 월가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된 재고와 생산설비투자를 하지 못하는 것을 꼬집는다. 대차대조표에 자산을 줄이고 이익을 많이 내서 배당을 주는 건전한 회사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은 과연 옳은것인가? 자동화처럼 효율이 높아지면서 관련된 노동자들의 수와 혜택이 줄어드는데 노동자이면서 소비자인 이들을 보호할 기업은 없는 것인가? 의문이다.

현재 세계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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