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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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으며 그녀의 이국적인 유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었다. 그러면서 귀국 후 책까지 출판하다니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남들이 보기에 늘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이기에 이 낯선 제목의 책 내용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서문을 읽으며 전해오는 아픔이 느껴진다. "열심히 살아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열심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늘 긴장된 생활을 하며 살아온 저자의 삶에 내 모습도 투영되어 몰입하게 된다.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안될까봐 조바심을 내고, 자유로운 영혼과는 거리가 먼 자기 관리로 단련된 사람. 해내야만 하는 일들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기는 나 자신이 되고 싶다는 저자는 어떤 해결책을 찾았을까?

책은 4부로 되어 있다. 1부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2부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되 돼, 3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4부 지금 이순간을 사랑하는 연습.

모처럼 쉬러간 태국 리조트에서 예상치 못한 우울감과 무기력을 맞닥드린 저자는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 구루를 만난다. 그를 통해 자신의 정신이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히고 있음을 자각한다. 내 안의 정신을 잠재우고, 대신 마음과 몸을 사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버킷 리스트에 써 두었던 쿠바에서 살사 춤을 배우며 한 달을 살고, 코스타리카 히피 마을에서 두 달을 살며 요가를 통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또 다시 이탈리아에서 한 달을 살며 다른 사람과 천천히 관계 맺기를 연습한다. 여행 끝에, 다시 구루에게 돌아와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일 수 있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코스타리카의 히피 마을이라니. 생각만 해도 자유가 느껴진다. 서핑 강사의 "널 가로막는 네 안의 두려움에 굴복하지 마"라는 철학적인 말은 얼마나 멋진가. 마음과 몸과 정신이 모두 한 곳에 있어야 하는데, 정신 혼자 저만치 앞서 가서 마음과 몸을 힘들게 한 지난 시절을 요가를 하며 위로 받고, '행복함'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문득 <Eat, Pray, Love>의 주인공의 마음상태와 그녀의 마음이 비슷하고, 그 해결법으로 여행을 떠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직장인들이 일에 쫓기듯 살며 마음과 몸을 챙기지 못하는 듯하다. 너무 열심히 살다보면 저자와 같은 번 아웃 상태가 오는데, 이를 방지하려면 잠시 눈을 감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마음과 몸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저자와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현재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말이다.

100일 간 태국, 쿠바, 코스타리카, 이탈리아에서 자신을 위로하며 보내 시간을 담담히 쓴 에세이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몰입해 읽을 수 있다. 마음과 몸이 힘든 사람이라면 한 번 읽으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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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가치투자의 진화
장흥국 지음 / 처음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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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코로나19와 더불어 3월의 주식시장에서는 엄청난 주가 폭락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전고점을 회복하고 우상향 중이다. 특이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관련주는 급상승하며 코로나19이후에도 지속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급격히 오른 주가에 대한 불안감과 저금리 상황하에서 장기적으로 보유해야할 주식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어떻게 투자했을까?

책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주식투자는 소수만이 성공하는 어려운 게임이다, 2장 투자원칙과 심리, 3장 워런 버핏이 부자가 된 방법, 4장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하나? 5장 투자기업을 고르는 방법, 6장 투자기업을 직접 고르지 않고 투자하는 방법, 7장 금융위기 이후 워런 버핏, 8장 실제 기업분석사례.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투자가 버핏의 성공 기법을 알고 싶다면, 이미 성공해서 버크셔 해서웨이를 경영하고 있는 현재의 버핏이 아닌 초기 개인 투자자이자 펀드매니저 시절의 그의 가치투자 방법을 배우는 것이 유용하다. 물론 변함없는 버핏의 가치투자법은 기업의 가치와 가격을 구분해서 제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다.

버핏은 어린 나이부터 종잣돈을 모으고, 늘 읽고 배우고 공부하며, 집중투자로 복리로 재산을 늘리고,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의 방식과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독창적인 투자법을 찾아냈다. 특히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워야 폭락하는 장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여 일정 목표율에 도달할 때까지 보유할 수 있다. 아래는 버핏이 좋은 기업을 고르는 기준 중 널리 알려진 여섯 가지 조건들이다.

경쟁력: 5년평균 15%이상 ROE와 ROIC, 산업평균 80%이하 부채비율, 5년 평균 20% 이상 순이익 마진,

과대평가 걸러내는 기준: 과거 10년 평균보다 낮은 PER, PBR, 낮은 PCR

저자 또한 자신의 가치투자 방식을 소개하는데, 기업의 4개 지표(OPM(영업이익률), EBIT/EV, ROIC, NCAV)를 전부 더한 값이 100을 넘는지 확인 후 정성적인 기업분석을 한 후 투자한다.

저자는 충분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개별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굳이 투자를 하겠다면, 책 말미에 가치투자를 위해 공부해야할 서적을 읽고 자신만의 투자법을 세우라고 한다. 그리고 회계의 언어인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가치투자에 필요한 10가지 지표(PER, PBR, PSR, PCR, ROE, ROIC, EBIT/EV, FCF, GP/A, DY)를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개별 기업에 투자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없다면, 투자기업을 직접 고르지 않고 인덱스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워런 버핏도 자신의 사후에 유산 중 90%는 인덱스에, 10%는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했다. 레이달리오의 올웨더 투자법, 게리 안토나치의 듀얼 모멘텀 투자법도 흥미롭다.

올해 90세인 버핏의 가치투자 방식은 금융주과 소비재 중심의 보수적인 경향이 있고, 무형의 자산에 대한 기업분석에 약하며, 이전과는 달리 PER이 높은 성장주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고,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더이상 값싸고 좋은 기업이 숨어 있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버핏이 스승 벤자민 그레이엄의 어깨에 올라타서 자신만의 투자방법을 만들어 냈듯이, 버핏의 어깨에 올라타 나만의 투자 방법을 만들어낸다면 현재 실정에 맞는 좋은 기업을 고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초보 주식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투자 전에 공부부터 하라고 하는데, 무엇을 읽어야할 지 모르는 투자자들을 위해 필독서 리스트를 제공하고, 다양한 목적의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해 주고, 복잡한 공식 필요없이 엑셀 작업만으로 좋은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예시를 보여준다. 막막한 주식투자 초보자들에게 주의 사항을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직접 투자에 도움이 될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한 필독서다. 초보 주식투자자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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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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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릿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하준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학자다. 이 책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2010년에 씌여졌다. 영어로 쓰여진 이 책의 원제는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이다. 여기서 '그들'이란 '자유시장주의자들'을 말한다.

책은 Thing1부터 23까지로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말하는 것들과 그에 대한 반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말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말을 근거를 들어 밝힌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되면, 그들이 하는 말에 이상하다거나 거부감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몇 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들이 하는 말에 몇 가지 오류가 보이고, 드러내 말하지 않는 이유와 의도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자유시장주의들이 하는 말 23가지는 상식적인 사실로 보인다. 이를 테면, 기업은 주주를 위해 경영을 잘 해야한다거나, 우리는 탈산업화시대를 살고 있다거나, 교육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거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평등한 사회라는 말들이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왜 이러한 말들이 사실이 아닌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경제학자로서 전문 경제용어를 써가며 설명할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쉬운 말로 쓴다. 물론 그의 논리를 따라 가려면 읽으며 이리저리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그의 반박 하나를 살펴 보자.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영국이 주도가 되어 '신자유주의'를 내세웠고 이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개도국은 선진국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킬수 있으므로 개도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반대한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말이 옳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미국도 한 때 영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당했다. 그 때 미국의 대통령은 "200년 정도 보호무역으로 장점을 다 취한 후 미국도 자유무역을 하겠다"고 영국에 저항하였다. 미국에게 자유무역을 요구한 영국조차도 18세기 중엽 보호무역정책으로 모직산업을 성장시킨 후 산업혁명을 거치며 산업적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야 자유무역을 시작했다. 이렇게 선진국들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여 경쟁력을 키운 후에 자유무역을 시작했으나 과거를 잊은 것일까? 왜 개도국이 자신을 따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개도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자신들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한 남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는 이를 도입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에 비해 경제적으로 문제가 훨씬 많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힘과 권력을 가진 기업, 정부, 기관이 하는 말에 대해 그대로 받아 들이기보다 비판적인 시선으로 그들이 옳바르게 결정하는지 판단하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로 잡기 위해서 그들이 하는 말의 이면을 알아야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러한 책을 접함으로써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한다.

세계 역사는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혜안을 가진 스승에게 세상의 이치를 듣고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다. 현상을 보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럴까를 염두에 두고 깊숙히 파헤쳐간다면 그 현상에는 불순한 많은 이권이 개입되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압도적인 두괄식 글쓰기와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경제적 이론을 바탕으로 비판적 세상 보기를 원하는 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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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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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60세가 되어서야 자신의 머릿속 사이코패스를 발견한다.

서문은 우연히 자신이 경계 사이코패스임을 알게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특정부분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정상적인 도덕적 추론과 충동 억제력이 부족하다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뇌 스캔 사진도 그들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거짓말,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을 보이는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의 렉터와 윌 그레이엄이 그렇고, <덱스터>의 주인공이 그렇다. 사이코패스는 대인공감능력이 없어 상황에 맞는 표정을 연습해야하기도 하고, 말재주가 상당히 좋고, 매력적인 거짓말쟁이다. 철저하게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냉담하며,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사이코패스의 이러한 인격장애를 사이코패시(psychopathy)라 하는데, 주로 다음 7개 중 3개 이상이면 해당한다: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한다. 사기성이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 쉽게 흥분하며 공격적이다.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무책임하다. 자책할 줄 모른다.

저자는 뇌 구조와 유전정보, 가족력, 주변인들의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음을 확인한다. 먼저, PET 촬영한 뇌의 번연피질, 전전두피질, 측두피질의 복합체 전체에 걸쳐 기능이 저하되는 패턴은 사이코패스의 뇌가 유일한데,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 사이코패스의 것과 일치한다. 가족력에는 저자의 먼 조상들 중에 살인자와 바람둥이 기질을 가진 조상들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MAOA라는 전사 유전자가 사이코패스의 뇌에 존재하는데, 이는 X염색체 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XY조합을 가진 남성에게 많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적인 이유 중 하나다. 가까운 친지들의 피드백에 의하면, 저자는 멋지고 재미있지만 '소시오패스'이거나 '사이코패스의 아류', '친사회적사이코패스'다.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진탕먹고 마시고 놀기와 도박과 인터넷 서핑과 TV보기와 같은 쾌락을 즐기며, 하루 네 시간만 자고도 깨어있는 시간에 많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러나, 저자가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세 가지 요인으로 '안와전두피질과 편도체를 포함한 전측두엽의 저기능', '전사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변이 유전자 여러개', '어린 시절 초기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학대(143)'가 있다. 이 중 하나만 없어도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형성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저자는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PCL-R기준으로 네가지 요인 중 세가지( 대인관계가 피상적, 정서적으로 냉담, 행동은 무책임)가 있고, 반사회적 성향이 없다. 이는 평소 저자가 인격과 행동은 DNA에 의해 80%정도 결정된다고 믿는 것과 상반되게 성장환경의 중요성(후성유전학)을 인정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뇌는 계속 성숙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분만시점에 가까울수록 아이의 뇌에 해롭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직후 몇 개월 동안은 분만 전에 끝났어야하는 뇌 발달이 연장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양육의 초기 환경과 스트레스가 성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이가 한두 살 때 겪은 학대나 유기는 여섯살이나 열살 때 겪은 것보다 훨씬 해롭다. 따라서, 산모가 출산일에 가까울수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써야하고, 출산 후 3년은 정성스레 양육해야하는 이유이겠다. 10대 전후반과 20대에 전전두피질이 발달하는 시기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조현병, 양극성장애, 강박장애, 인격장애 등이 발생한다. 10대 전후를 통해 흔히 사춘기에 급변하는 성격은 뇌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공인 중에 사이코패스를 구별해 내는 것도 흥미롭다. 사이코패스는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성격과 매력을 이용할 줄 안다. 남을 공감하는 것처럼 가장할 줄 안다. '빌 클린턴'의 고난도 연기를 보면서 저자는 그가 자기와 같은 사이코패스라고 단언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인도주의자들이 개인차원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고 언급한다. '간디'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잔인했고, '테레사 수녀'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차가웠던 것으로 전한다. 수 천을 구하는 공감이지만 개개인에게는 무관심이거나 학대로 귀결되는 비정한 공감이다.

사이코패스는 세계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며 문화권에서 약 2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들은 냉정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로서 활동할 수도 있고, 범죄자일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주변에 있다면 엮이지 말고 지나치라고 조언한다. 엮이면 당신을 조종하고 사기를 칠 것이다.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보복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신경과학자가 설명하는 사이코패스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소개하는 과학서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부터 자기 자신이 사이코패스로서 어린시절부터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압도적이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한 주위사람들이 이미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대놓고 불러도 본인이 타인의 말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전혀 귀담아 듣지 않다가 뇌 스캔사진으로 크게 깨닫는 것 자체가 이미 사이코패스의 모습이다.

책 초반에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영화의 캐릭터를 가져와 설명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좋다. 영화를 보면서 자기와 같은 캐릭터를 찾아내는 저자의 모습이 흥미롭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뇌의 구조, 유전자, 호르몬 관련 지식이 무수히 등장해서 책 중간에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는 책 말미에 제공하고 있는 참고할 만한 동영상 리스트에서 몇 개를 뽑아 보는 것도 좋겠다. 책 전체가 유머러스하고 생기발랄함이 있어 무서운 주제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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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문장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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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정치학 박사과정에 있던 저자는 경험삼아 노무현 대통령 선거과정에 연설비서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결국 5년을 함께 하며 대통령 퇴임과 함께 퇴직한다. 이렇게 '어쩌다 공무원(어공)'이 되었는데 계속해서 충남도청과 인천시에서 '늘 공무원(늘공)'처럼 별정직 공무원 생활을 이어간다. 이 책은 일산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며 도시의 일상을 글로 남기고자 매일 한편 한편 쓴 100편을 모은 것이다. 완성된 책을 봉하마을 대통령 묘소에 놓아드리고 싶다고 서문에서 밝히는데, 100편을 쓰고자 한 이유가 노무현 대통령 꿈을 꾸고 나서라고 에필로그에서 밝힌다. 뭉클하다.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생활의 풍경 생각의 발견, 2부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글쓰기 생각쓰기, 3부 사람을 만나는 건 세상을 만나는 것, 4부 어쩌다 공무원의 좌충우돌 공직 수첩, 5부 나는 여전히 잘 살고 싶다. 1부가 늘 반복되는 일상을 낯설게 보는 단상의 모음이라면, 2부는 글쓰는 법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3부에서 5부까지는 공무원으로서 살아가며 느끼는 이야기를 적는다.

정제되고 단정한 표현이 운율까지 맞는 듯 리듬이 느껴진다. 군더더기 말이 없으니 호흡으로 조절하며 글을 읽는다. 생각의 흐름도 딱딱 아귀가 맞는다. 아래 '글과 넋두리 사이(54쪽)'를 보자. 마치 광고 문구나 래퍼들의 랩과 같다.

출근길엔 생각이 많고

퇴근길에 고민이 많다.

생각을 표현하면 글이 되지만,

고민을 표현하면 넋두리가 된다.

글을 쓰면 마음이 정리되지만,

넋두리를 하면 마음이 곤궁해진다.

글은 쌓이면 책이 되나,

넋두리는 쌓이면 자책이 된다.

그래서일까...

출근길엔 일이 당기는데,

퇴근길엔 술이 당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사람은 어떻게 글을 쓰는 지 무척 궁금했는데, 2부에서 소상히 알려준다. 사실 위의 인용문을 보면 저자의 글쓰는 스타일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겠다. 짧은 문장으로 쓴다. 작가 김훈의 글쓰기 스타일처럼 말이다. 단문으로 쓰고, 부사어와 접속어를 절제한다.

어려운 말을 많이 사용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구어체로 써 보라고 조언한다. 얼마 전에 읽은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문장편)>에서 계속 강조한 '소리내어 읽으면서 교정'하는 것과 같은 조언이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공통분모인가 보다. 이를 테면, 저자는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해서 소리 내어 읽어 보라고 조언한다. 이해가 안되거나 과장이거나 비약이거나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고쳐 쓴다. 괜히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려 하지 말고, 보고를 받는 사람과 대화하듯 작성해보라고 조언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떻게 쓰는지보다 무엇을 쓸 것인지에 집중하라고 하지만, 사실 저자의 팔딱팔딱 뛰는 표현과 솔직한 생각이 함께 시너지를 낸다. 아무리 내용이 중요해도 표현이 진부하면 와닿지 않는 법이다. 표현이 독창적이고 생각이 논리적이다.

홍보맨은 PR전문가다.

P할 것은 피하고, R릴 것은 알려야 한다.

기자는 취재원이 피할 것을 알아내고

알리고 싶은 것을 의심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199)

나도 어느덧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되었다.

꼰대란 말을 싫어하지만 꼰대가 되었고,

아재로서 웃기고 싶지 않지만 아재개그를 한다.

젊은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 물을 흐리고,

눈치 없는 부지런함으로 주변을 불편하게도 한다.

내면 아이; 282

이 책은 짧은 글 속에서 여백을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제된 글쓰기 스타일 뿐 아니라 선후배의 따뜻한 추천사만큼 따뜻하고 통찰력이 있는 작가의 생각도 좋다.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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