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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고전은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소비하는 것이 낫습니다. 소장자보다는 소비자가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8)" 저자는 고전에 너무 매몰되어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지 말고, 내가 주인이 되어 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고할 수단으로 고전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멋진 말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당나라 초기의 장자 해석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자의 철학을 이은 장자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니 노장철학에 정통한 전문가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도덕경>에 관한 40문 40답을 구어체로 실었다. <도덕경>을 읽기 전에 알아 두어야할 배경지식, 도덕경 해설, 현재의 우리가 도덕경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는 혼자 읽을 수 있도록 도덕경 원문과 번역문을 두었다. 저자의 해설서가 먼저 나오고 도덕경의 원문을 뒤에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나는 원문해석을 먼저 읽고, 앞의 해설서를 읽었다.
노자는 춘추시대 말부터 전국시대 초에 살았던 사상가이다. 주나라의 사관이었는데, 나라가 망하자 살던 곳을 떠나며 관문을 지키던 자에게 5천자 책을 써준 것이 <도덕경>으로 전해온다. 81장으로 되어있다.
중국 고전은 문학과 철학이 공존하는 것 같다. 철학을 이해하며 동시에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챙길 수 있다. 논어를 읽으며 공자의 철학을, 도덕경을 읽으며 노자의 철학을 이해하고, 소리내어 음독하는 과정에서 운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도덕경은 대조되는 단어로 논리를 세워나가는데 흥미롭기도 하지만 깨달음이 있다. 이를테면, "군대도 견강하면 패하고, 나무도 강하면 부러진다. 강대한 것은 하위에 처하고 유약한 것이 상위에 처한다(76장)." 강한 것과 유약한 것을 대조하면서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강한 것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상식을 깬다.
동양철학의 대표 주자이자 동시대를 살았던 노자와 공자의 철학은 서로 대조된다. 저자는 그 차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가에 관한 지식을 확인하고 도가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쉽다. 노자와 공자는 성장배경이 다르고, 생활한 지역이 다르고, 승계한 시대정신이 다르다. 노자가 하를 계승하였는데 하는 모계중심사회로 여성숭배 사상이 있었고, 공자는 은을 계승하였는데, 남성중심적이고 군주와 지배권을 강조하였다. 이후 중국역사를 통해 왕권이 강화되는 시기에는 공자의 철학이, 혼란하고 분열되는 시기에는 노자의 철학이 번갈아 성행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마오쩌둥은 이념주의적인 공자에 가깝고 덩샤오핑은 실용주의적인 노자에 가깝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설득력있다.
논어는 문답식이라 설명이 명쾌하지만 도덕경은 운문이라 열려있는 해석으로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낼 수 있다. 원문해석을 읽으며 드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자.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이 금을 대하는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다. 3장에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 백성들이 도적이 되지 않는다. 귀하다고 여기면 누구나 소유하고 싶고 이로 인해 욕심과 약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우려한 듯하다. <유토피아>에서는 금을 어린애 머리삔과 같은 사소한 데에 사용할 정도로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도둑이 없다. 노자가 추구하는 나라가 유토피아와 유사하지 않았을까.
공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지시가 있었던 반면, 노자의 조언은 조금 애매하다. 무엇이 되려하지 말고 범위를 규정짓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를 중요시하라고 한다. 57장을 보면 성인은 '내가 무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교화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올바르게 되며, 내가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부유해지고, 내가 무욕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질박해진다(321-322)."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 자체에 애써 노력하지 않아야한다. 가능한 일일까?
<도덕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많은 규제와 규율이 정해져 있는 사회 속에서, 남들처럼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르게 살려면 용기가 필요하겠다. 책을 읽으며 경직되어 있던 생각을 말랑하게 해 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소 노장사상이 어렵다고 느껴졌다면 이 책으로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