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 편 - 지혜를 찾아 138억 년을 달리는 시간 여행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문에서 이 책의 등장인물은 위대한 스승들이고, 중심소재는 거대사상이며, 결론은 세계와 자아의 통합으로서의 일원론이라고 밝힌다.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7개의 주제인 우주, 인류, 베다, 도가, 불교, 철학, 기독교로 구성하여 설명한다. 138억년전 우주의 생성부터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시작에 관한 설명을 한 후에 기원전 5세기에 나온 위대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고찰한다. 베다, 도가, 불교는 동양의 관점에서, 철학과 기독교는 서양의 관점에서 세계와 자아를 어떻게 보았는지 설명한다.

무리지만, 요약해보자. 일원론을 믿던 동양인들은 근현대사에서 서양의 승리를 통해 서양의 이원론을 학습하게 되었다. 반대로 플라톤 이후 지속적으로 발달해온 서양의 이원론은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원론을 받아 들이는데 칸트의 관념론이 그 시작이다. 일원론에서 세계는 내가 의식하는 것이다. 세계는 내가 눈뜬 것과 동시에 생성되고 눈 감는 동시에 소멸한다.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 도가의 도와 덕의 일치, 불교의 일체 유심조, 칸트의 관념론, 기독교의 신비주의가 모두 일원론으로 같은 가르침이다.

왜 일원론을 이해하여야하는가? 저자가 제시한 여러 이유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서양의 이원론 교육을 받은 현대의 우리 한국인들은 이원론에 익숙해져있어서 세상의 목소리에 휘둘리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기원전 5세기 동양의 스승들이 가르쳐준 "세계는 자아의 마음이 그려내는 것이고 자기의 내면으로 깊이 침잠했을 때 비로소 세계의 실체와 조우할 수 있다(388-389)"는 가르침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남들에게 너그러워지자라는 말이 와 닿는다.

저자는 우주와 인간의 탄생부터 동서양의 사상과 종교를 아우르는 엄청나고 방대한 지식을 소개한다. 놀라운 것은 이를 쉽게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반 세 장인 '우주', '인류', '베다'에 관한 이야기는 생경하기도 하고 어려운데, 쉬운 비유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또한 잘 정리된 도식과 그림도 유머러스하고 정감있어서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과학자 이름도 많고, 이론도 많고, 용어도 낯선데, 가끔 몇 가지는 꼭 기억하라고 쪽집게 과외선생처럼 찍어 준다. 뒤에 가서 나올 것이라고. 용어의 홍수에 빠지지 않도록 중요 단어를 찝어주어 중요하고 그렇지 않음을 구분을 할 수 있도록 해서 마음에 든다. 또한 최소한 이것만 알고 지나가자고 위로한다.

독자에게 자꾸 질문을 던진다. 술술 읽다가 느닷없이 질문을 던지면 잠시 멈추고 답을 생각한다. 대답을 못하면 계속 읽어나가면 된다. 멋진 책이다.

"근현대사의 역사가 서양의 승리로 끝나면서 동양의 근현대는 서양을 배우고 모방하는 역사가 되었다. ..(중략)..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동양인으로 태어난 훌륭한 서양인이 되었다. 서양의 세계관 위에 당당히 발을 딛고 살아간다. 이원론과 실재론의 명칭은 낯설지만 그 내용은 매우 상식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략) 반대로 동양의 일원론적 세계관은 너무도 낯설게 느껴진다. (중략) 우리는 더이상 기억하지 않게 된 위대한 스승들을 다시 불러낸 것도 사실은 서양인이었다(438-439)."

이렇게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다했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어를 즐겁게 -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찾아서
박호순 지음 / 비엠케이(BMK)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중고교에서 교육에 힘쓰다 민속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머리말에서 학생들이 우리말에 관심과 흥미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밝힌다. 이 책은 우리말의 어원과 유래를 이야기식으로 설명한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말을 언어, 민속, 역사, 식물과 지명, 교훈에서 그 어원을 찾아 설명한다.

우리 민속의 '귀신과 붉은색'을 설명하는데 흥미롭다. 먼저, '귀'는 상대를 해치는 망령이고, '신'은 하늘에서 온갖 현상을 바라보고 인간에게 길흉을 알려주는 존재이다. 귀신은 인간에게 없는 능력이 있어 인간은 귀신을 공경하기도 하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를 지내 달래주는데, 귀신이 붉은색을 두려워하므로 붉은색 음식은 상에 올리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예를 들어 제사상에 고추가루를 넣지 않은 나박김치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붉은 과일인 사과,대추,감은 올리고, 붉은 팥으로 만든 시루떡으로 제사를 지낸다. 왜일까? 귀신이 붉은색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전해온 이야기가 잘못전해진 것으로 실은 귀신은 붉은색을 좋아한다. 붉은색은 귀신을 달래어 무사태평과 만사형통을 기원하고, 해코지를 하지 말아달라고 바라는 색이다. 제사를 모시면서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한자를 분리하여 뜻을 풀이해 주는데 흥미롭다. 예를 들어, 치매( 癡呆)는 어리석을 '치'와 어리석을 '매'를 써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치(癡)는 어리석을 치(痴)와 같이 쓰는데, 지식(知)이 병(病)들다는 뜻이고, 매(呆)는 나무 위에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나무 아래에서 입을 벌리고 있어야 열매가 떨어지면 먹을 수 있는데 나무 위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니 어리석다는 의미다. 그래서 "치매는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대뇌가 병들어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는 의미를 가진 질환(290)"이라고 해석한다. 한자에서 온 단어는 이렇게 풀어서 해석해주기 때문에 한자를 외우는데에도 도움이 되겠다.

아는 이야기도 있고 몰랐던 이야기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이야기도 있다. 식물과 지명에 얽힌 이야기는 거의 모르는 것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려면 어디서 부터 이야기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적 노인 - 나는 58년 개띠, '끝난 사람'이 아니다
이필재 지음 / 몽스북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보와 노인은 왠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인 듯하다. 보수 청년만큼.

2018년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연령대별 정치성향이 54세부터 보수성향이 진보를 역전한다고 한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보수성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지만 진보에 서는 사람은 이러한 성향을 거슬르는 사람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젊은 시절의 마음을 유지하며 공정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이상주의자와 같다.

저자는 중앙일보와 시사잡지에서 일했고, 정년퇴임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를 진보적 노인이라고 부르지만, 원칙주의자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이치를 따져 옳지 않은 것에 타협하지 않고, 옳은 것을 밀고 나간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몸에 베인 가부장적인 습관은 의식적으로 고치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몇 개의 원칙을 세우고 실천했다고 말한다. 기자로서 촌지를 받지 않겠다든가, 군대에서 부하를 구타하지 않겠다는가, 강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초심이다. 그래서 누구와 인터뷰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기사를 쓸 수 있고, 부대 내에서 이어지는 폭력을 끊겠다는 노력을 보여주었고, 누구보다 빡센 수업을 진행한다. 딱딱한 사람처럼 보이고 타협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한결같은 태도는 신뢰감을 줄 수 있겠다.

간혹 저자에게는 실천하기 쉽지 않은 원칙도 있는데, 가정에서 딸과 아들에게 남녀 평등을 가르치면서도 가부장적 사고방식은 극복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남자는 담배를 펴도 되지만, 여자는 좀 그렇다라는 생각이다. 딱히 담배를 핀다는 이유로 여자들을 비난하지 않지만, 그저 그런 모습이 불편하다. 딱히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글은 필요없는 단어는 조사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깔끔하다.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한국사회를 꼬집고, 진보정당의 보수화, 기독교의 문제점, 당연시하지 말아야하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다각도에서 살핀다. 여성의 권익, 재벌총수와 언론, 교회와 동성애자, 한국 대통령과 기독교, 정치와 언론조작, 진보와 보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빵 터지는 반전 유머도 매력적이다. 예로, "선배들과 보신탕집을 향했다. 내키지 않는 음식을 먹으려니 맛이 안 느껴졌다. '얼마나 살겠다고 당기지 않는 음식을 먹나.' 더이상 먹지 않았다. 그 후로도 입에 대지 않았다. 나는 58년 개띠다(102)," "나도 현장에서 신발을 신은 채 눈감고 싶다. 직업적인 글쟁이에겐 현장이라고 해봤자 책상머리이다(137)," "기자와 형사, 세무서 직원 셋이서 밥을 먹으면 밥값은 누가 낼까? 정답은 식당주인이다(144)." 사뭇 진지한 톤의 글 끝에 가벼운 반전의 재미는 쿡쿡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에세이지만 강하게 주장하는 글이다. 뒷받침하는 역사적 사실과 인터뷰 기자로서 인터뷰한 사람들의 말의 인용이 설득력을 높인다. 톡톡 튀는 유머도 있어서 딱딱하기만 하지 않고 말랑말랑하다. 즐길 수 있는 에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적 삶은 이 시대의 대세인 신자유주의적 규범에 저항하는 것이다...(중략).. 무엇보다 나는 이런 양극화된 세상을 바라지 않았다. 이대로 자식들에게 물려줘서는 안 된다.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려면 지금의 기득권적 사고와 행동 원칙을 바궈야 한다. 세상은 절대 스스로 진화하지 않는다. 반드시 노력해야한다. (81~8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업성장단계 주식투자
김상정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성장단계를 파악하고 이 기업을 배당을 위해 선택해야할지, 성장성을 보고 장기 보유해야할지, 어떤 위험요소는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기업의 성장단계를 속시원히 알려주는 자료가 없어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줄 것 같다.

생물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성숙하고 쇠퇴하다가 죽는 것처럼 제품, 기업, 산업, 국가, 세계의 경기도 성장의 사이클을 밟는다. 기업의 성장 단계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기업입장에서는 성장의 방향을 알 수있고, 성장단계에 따라 대면하게 될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하여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해준다. 투자자입장에서는 기업성장에 따른 저평가/고평가를 분석하여 매매시점을 잡을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각 나라별 성장단계를 파악하고 추이를 알 수 있다.

저자의 "기업성장 6단계 분류법"은 기업의 주가와 이익을 통하여 성장단계를 구분한다. 분석하는 데에 PBR, ROE, EPS를 미래, 정상, 현재, 초과로 나누며, 서로의 상관관계에 따라 기업성장 6단계인 초기, 성장, 성숙, 쇠퇴, 말기, 재기로 나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업체들을 이 분류법에 의거해 분석하였는데 흥미롭다(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코스피 시장에는 재기단계와 말기 단계 기업의 비율이 높고, 코스닥 시장에는 초기단계와 재기단계가 높다. 예상하듯, 코스피는 기업 역사가 길고 철강, 중공업, 은행 등 자본 중심적인 산업이 많은 반면,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초기와 재기단계 기업은 작은 실패로 무너질 수 있으므로 예의 주시하여야 하고, 쇠퇴와 말기 단계인 경우 단기매매전략을 구사하라고 조언한다. 성장단계 역시 성장이 끝나는 시점에 주식이 하락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한다.


저자가 언급했듯이 기업 성장단계가 내 HTS에 표시되고 내가 투자한 기업의 지표의 괴리율을 표시해 준다면 저평가/고평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으나 실현되지 않아서 안타깝다.

일반 주식 투자자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이 전문적이고 상당히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논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게 현재까지 연구된 다양한 접근법을 소개한 이후 저자의 접근법을 소개하는 식이어서 원론적인 다양한 이론을 접할 수 있어 좋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어렵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놓치고 다른 이론을 이해하는데 바쁘다보니 정작 내가 얻고자하는 바를 놓치곤 한다. 다행스럽게 각 장마다 앞부분에 키워드를 정리해주고, 뒷부분에 핵심요약을 해 주고 있어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은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소비하는 것이 낫습니다. 소장자보다는 소비자가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8)" 저자는 고전에 너무 매몰되어 숭배하는 지경에 이르지 말고, 내가 주인이 되어 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고할 수단으로 고전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멋진 말이다.

저자는 중국에서 '당나라 초기의 장자 해석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노자의 철학을 이은 장자에 대한 연구를 하였으니 노장철학에 정통한 전문가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도덕경>에 관한 40문 40답을 구어체로 실었다. <도덕경>을 읽기 전에 알아 두어야할 배경지식, 도덕경 해설, 현재의 우리가 도덕경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는 혼자 읽을 수 있도록 도덕경 원문과 번역문을 두었다. 저자의 해설서가 먼저 나오고 도덕경의 원문을 뒤에 배치한 것이 특이하다. 나는 원문해석을 먼저 읽고, 앞의 해설서를 읽었다.

노자는 춘추시대 말부터 전국시대 초에 살았던 사상가이다. 주나라의 사관이었는데, 나라가 망하자 살던 곳을 떠나며 관문을 지키던 자에게 5천자 책을 써준 것이 <도덕경>으로 전해온다. 81장으로 되어있다.

중국 고전은 문학과 철학이 공존하는 것 같다. 철학을 이해하며 동시에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챙길 수 있다. 논어를 읽으며 공자의 철학을, 도덕경을 읽으며 노자의 철학을 이해하고, 소리내어 음독하는 과정에서 운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도덕경은 대조되는 단어로 논리를 세워나가는데 흥미롭기도 하지만 깨달음이 있다. 이를테면, "군대도 견강하면 패하고, 나무도 강하면 부러진다. 강대한 것은 하위에 처하고 유약한 것이 상위에 처한다(76장)." 강한 것과 유약한 것을 대조하면서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강한 것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상식을 깬다.

동양철학의 대표 주자이자 동시대를 살았던 노자와 공자의 철학은 서로 대조된다. 저자는 그 차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교 설명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가에 관한 지식을 확인하고 도가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쉽다. 노자와 공자는 성장배경이 다르고, 생활한 지역이 다르고, 승계한 시대정신이 다르다. 노자가 하를 계승하였는데 하는 모계중심사회로 여성숭배 사상이 있었고, 공자는 은을 계승하였는데, 남성중심적이고 군주와 지배권을 강조하였다. 이후 중국역사를 통해 왕권이 강화되는 시기에는 공자의 철학이, 혼란하고 분열되는 시기에는 노자의 철학이 번갈아 성행하는 특징을 보여왔다. 마오쩌둥은 이념주의적인 공자에 가깝고 덩샤오핑은 실용주의적인 노자에 가깝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설득력있다.

논어는 문답식이라 설명이 명쾌하지만 도덕경은 운문이라 열려있는 해석으로 읽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낼 수 있다. 원문해석을 읽으며 드는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보자.

<유토피아>에 사는 사람들이 금을 대하는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다. 3장에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아야 백성들이 도적이 되지 않는다. 귀하다고 여기면 누구나 소유하고 싶고 이로 인해 욕심과 약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우려한 듯하다. <유토피아>에서는 금을 어린애 머리삔과 같은 사소한 데에 사용할 정도로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도둑이 없다. 노자가 추구하는 나라가 유토피아와 유사하지 않았을까.

공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료한 지시가 있었던 반면, 노자의 조언은 조금 애매하다. 무엇이 되려하지 말고 범위를 규정짓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를 중요시하라고 한다. 57장을 보면 성인은 '내가 무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교화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올바르게 되며, 내가 일거리를 만들지 않으면 백성들은 저절로 부유해지고, 내가 무욕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질박해진다(321-322)." 백성을 다스린다는 것 자체에 애써 노력하지 않아야한다. 가능한 일일까?

<도덕경>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많은 규제와 규율이 정해져 있는 사회 속에서, 남들처럼 사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남들과 다르게 살려면 용기가 필요하겠다. 책을 읽으며 경직되어 있던 생각을 말랑하게 해 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소 노장사상이 어렵다고 느껴졌다면 이 책으로 접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