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 잔혹사편 - 벗겼다, 세상이 감춰온 비극의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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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낸 tvN제작팀은 코로나19로 여행을 갈 수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여행지의 숨겨진 역사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제작했고 이를 책으로 냈다고 밝힌다. 인간의 잔혹한 면을 파헤치는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역사사실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책은 10장으로 되어있다. 유럽의 마녀사냥, 미국 서부개척사, 아프리카의 블러드 다이아몬드, 독일의 홀로코스트, 베트남의 킬링필드, 이란의 히잡혁명, 체르노빌의 원전폭발, 인류멸망 시그널, 미국 총기사건이다. 제목만 봐도 역사에서 살벌하고 잔혹한 일들이 벌어졌음을 상상할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낯선 대륙인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이야기 초반에 보여주는 사진부터 섬짓하다. 뚝 잘린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있다. 그리고 '결혼하는 손을 위해 또 다른 손은 잘려 나가고 있다'는 알쏭달쏭한 광고문구를 던진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는 다이아몬드가 상당량 매장되어 있고, 이는 국민에게 부를 가져다 주는 자원이 아닌 영국의 약탈과 정부 지도층의 부정부패의 수단이다. 특히 시에라리온은 최상급의 다이아가 매장되어있는데 다이아몬드회사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로 20세기 시에라리온에서 나오는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독점한다. 영국의 착취와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반군 포데이 산코가 내전을 시작하지만 누구도 국민을 위하지 않는다. 반군은 국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방해하고 반군에 의지하도록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심각한 것은 손발을 자르는 자들이 마약에 취한 소년병(7-14세)들이라는 사실이 더 끔찍하다. UN의 안이한 개입으로 더욱 악화되지만 마침내 정치적 안정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전쟁에 투입된 소년병과 손발이 잘린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에라리온은 현재 문맹율도 높고 기반시설도 열악해서 최빈국의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처음 제시한 사진이 이렇게 끔찍한 역사를 통해 피묻은 다이아몬드 소비 금지 캠페인이었음을 알게 되니 아름답고 비싼 다이아몬드가 그리 아름답고 가치있어 보이지 않는다. 최상급 다이아몬드 매장국임에도 외세의 착취와 나라를 말아먹는 지도자들의 어리석고 잔혹한 역사다. 2000년에서야 이러한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다니 참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다.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동물과 인간사이를 오가는 인수공통 감염병에 대한 설명도 매우 흥미롭다. 원숭이 두창이 이미 1958년에 밝혀졌으나 1970년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사람에게 전파되었고 2022년 코로나가 끝날 무럽 영국에서 시작하여 여러 나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종간 장벽을 뛰어 넘는 인수 공통감염병은 시대를 따라 변이로 나타나고 이에 대항할 면역력이 없는 인간은 빠른 시간에 전파 감염되며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최근 코로나19역시 박쥐가 숙주인데, 박쥐를 욕할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으로 인해 살 곳을 잃은 박쥐가 인간마을에 접근하게 되고,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긴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인간의 욕심이다.

환경과 관련하여 산업혁명 이후 급속히 오르고 있는 지구의 평균기온 그래프는 가히 충격적이다. 기온이 수직으로 치솟고 있고 이상기온으로 2019년 발생한 호주의 산불을 예로 설명하는데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인도양의 동서는 기온차가 있지만, 2019년 2도의 기온차는 심각한 기상이변을 불러일으켰다. 인도양을 중심으로 동쪽의 호주에서는 고기압이 형성되어 가뭄과 대형 산불로 이어지며 6개월 이상 계속되다가 우박폭풍과 폭우로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홍수로 재난이 지속된다. 반면에 인도양 서쪽의 아프리카 동부에는 엄청난 비가 내려 이재민과 사망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지고 메뚜기떼로 작물이 사라진다. 동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중국에 홍수를, 일본 규슈에 폭우를 가져온 후 우리나라에 최장기간인 54일간의 장마를 가져왔다. 인도양뿐 아니라 앞으로 어느 대양의 어느 대륙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재난도 문제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북극이 녹으면서 바이러스가 봉인해제되어 전염병이 창궐하고, 태양열을 반사하던 얼음판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녹아내리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이 상승해 지구가 잠길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우리의 노력없이 재앙을 막을 수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또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댓가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되니 두렵다. 머리말도 에필로그도 없는 책이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밝히는 각 장의 충격적인 사실에 무엇을 더 보탤 것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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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 일본 속 한국의 흔적을 찾아서! 다채로운 일본 문화 세 번째 이야기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3
이경수.강상규.동아시아 사랑방 포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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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다르게 보이고, 알아야 다르게 볼 수 있다. 다르게 보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13)."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본문화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다르게 보면 숨어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문화 시리즈로 벌써 3권째다.

5개의 주제인 교육과 일상, 역사와 정치, 문화와 정서, 강점, 관광대국의 매력, 일본 속 한국에 대해서 동아시아 사랑방 포럼의 53명이 쓴 글을 모았다. 한국인과 일본인 저자로 구성되어 있고,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느낌과 통찰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0대 대학생의 일본 대학 경험부터 탈아를 꿈꿨던 일본의 근대사 이야기까지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에세이를 담고 있다.

가장 통찰력있는 에세이 중 하나는 일본이 왜 과거사에 사죄하지 않는가에 관한 것이다. 영화 <밀양>을 빗대어 설명하는데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밀양>에서 아들을 납치해 살해한 범인을 면회하러간 준이 엄마는 범인이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고 준이 엄마도 하나님을 받아들여 기쁘다는 말에 아연실색한다. 피해자인 자신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범인은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으므로 더이상 사과하거나 미안해할 게 없다는 태도다. 2차세계대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으로 미국이 나서서 일부동남아 국가에 한해 배상하였고,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중국과 한국은 배제하였다. 미국이 다 알아서 했으므로 정작 가해자인 일본은 동아시아국가들에게 반성이나 화해의 제스처를 할 필요가 없다. 준이 엄마는 범인을 만나고 나와 기절했지만, 국가간의 사죄는 응당 받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응어리진 감정을 풀고 미래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화에 있어서 서양인을 대하던 조선과 일본의 차이는 일본의 급속한 발전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일본의 외교는 철저히 국익 중심인 반면 조선은 정통 한족에 대한 충성심이 일편단심이었다. 세상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본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었음을 파악한 순간 서양의 문물을 전해줄 네덜란드인을 세지마에 한정시켜 난학을 통해 근대화를 이루고, 중국인을 경쟁시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미 명이 청으로 바뀔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는데, 새로운 시류를 전혀 읽지 못했다. 지금도 자국위주의 외교가 아닌 타국의 눈치를 보는 외교가 자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다.

폭격을 피해 기차를 타고 소개지로 보내지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니 CS 루이스의 소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떠오른다. 도시에 사는 네 명의 아이들은 폭격을 피해 시골에 사는 먼 친척에게 보내져 전쟁이 끝날때까지 머무르게 된다. 같은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지만, 영국은 독일의 폭격이 한창이었고, 일본은 미국의 공습을 피할 수 없었다. 열악한 전시에 부모들이 아이들만은 살리겠다는 의지는 동서양이 동일해보인다.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는데, <이웃집 토토로>의 오래된 집에서 문을 열자 흩어지는 검댕이와 <센과 히치로의 행방불명>의 가마 할아범 아래서 일하는 손발 달린 검댕이가 같은 검댕이인줄 처음 알게 되었다. 미미여사의 <안주>에도 검은 덩어리 '구로스케'가 등장하는데, 사람의 손이 닿으면 몸이 상하는 존재다. 무사부부가 떠나고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집을 지킨다고 한다. 사실 검댕이는 '이로리'라는 마루 한가운데 있는 불을 지피는 곳에서 발생하는 재에서 왔다. 의인화해서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라 이로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게 만든다. 일본에 가면 검댕이 캐릭터를 이용한 소품을 찾아봐야겠다.

지난 시리즈에 비해 상당히 전문적이고 심도있는 글이 많아졌다. 그러나 유사한 주제는 묶어서 좀더 길고 깊이있게 쓴다면 <국화와 칼>이나 <일본의 굴레>가 부럽지 않은 책이 될 것이다. 제공된 사진 역시 크기를 키워서 사진이 주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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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나가사키의 인공섬인 데지마를 통하여 네덜란드와300년 가까이 꾸준히 거래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17~18세기 일본의지식 계층 사이에는 네덜란드어를 구사하고 유럽의 천문학과 지리학, 의학에 능통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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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시민불복종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8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황선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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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는 미국 사상가이자 문학가이다. 유명한 저서 <월든>을 통해 그의 개인주의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성향도 파악할 수 있지만, <시민불복종>으로 그가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1849년에 쓴 에세이다. 멕시코 전쟁(1846-1848)에 반대한 소로는 정부에 저항하는 뜻으로 인두세를 내지 않았고 투옥되었다가 하루만에 풀려났다. 인두세란 지금의 주민세처럼 성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노예제를 반대하였던 소로에게 멕시코 전쟁이란 노예제 확대를 의미했다. 따라서 인두세를 내면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에서 피를 흘릴 것이므로 이에 저항한 것이고 투옥된 경험을 기초로 쓴 글이다.

소로는 멕시코 전쟁이 소수의 사람들이 정부를 악용해 벌인 전쟁이라고 보았다. 자세한 내용을 검색해보니, 이 전쟁은 목화재배 확대를 바라는 대농장주들의 요구로 멕시코 정부에 영토 매수교섭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양국의 국경에서 군대간 충돌이 일어나자 미국이 멕시코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전쟁의 승리로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멕시코시티를 얻고, 남부의 발언권이 확대되어 노예제가 강화되었다.

정부의 역할과 개인의 양심에 대한 소로의 생각은 책 초반에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가 가장 좋은 정부다(6)"로 시작해서 책 말미에 "정부가 완전하게 정의로워지려면 피통치자의 승인과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와 내 재산에 대해 그 어떤 완전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47)"며 단호해진다.

소로는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정부가 당장 나아지기를 요구한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데, 이웃집 사람이 당신에게 1달러를 사기쳤다면 그 돈을 받기 위해 천천히 행동할 것인가? 생각만 할 것인가? 아니다. 당장 달려가 어떻게 해서든 받아내려 행동할 것이다. 이와같이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옳지 않다면 당장 바꾸도록 행동해야한다. 그래야 정의가 서는 것이지 법이 정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월든>에서 만났던 소로는 생각보다 굉장히 행동주의자이고 과격한 편이다. 불의를 행하지 않으려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거대한 조직인 정부를 상대로 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군인들이 전쟁에 참가 해야하는 경우, 노예제를 지지하는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경우는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양심을 가진 개인들이 모여 국민이 된다면, 정부 정책은 각 개인의 양심대로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하는데 참으로 이상적인 주장이다.

책을 읽으며 유시민의 항소이유소가 연상된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법이 서로 위배될 수 없다. 유시민은 독재정권하에서 천부인권이 인간이 만든 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주장하였고, 소로 역시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의 노예제 옹호와 멕시코 전쟁과 같은 잘못된 정책에 시민은 불복종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둘다 명문으로 남겨진 것도 공통점이다.

소로가 주장하는 작은 정부와 양심을 가진 개인이 모인 국민의 개념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원칙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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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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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자살을 시도한 여고생과 그 엄마가 '딸 아이에게 모든 걸 바쳐 키운 이유'를 신부님에게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행복하기만 했던 엄마의 삶이 180도 바뀌게 된 것은 태풍으로 함께 자고 있던 외할머니가 숨지고 어린 딸만 간신히 구출해나온 이후다. 집이 불타버려 시부모댁으로 들어가 살게되면서, 아빠는 방관자가 되어버리고, 엄마는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하느라 고되기만 한데도 시어머니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친할머니의 구박으로부터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딸은 애를 쓰지만 어쩐 일인지 엄마는 딸에게 냉정하게 군다.

외할머니, 엄마, 딸의 이야기다. 외할머니는 언제나 온화하고 매사에 딸을 세심히 살펴 칭찬을 아끼지 않는, 누가 봐도 모성애가 가득한 인물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엄마는 결혼해 아이가 있는데도 아직 미숙하고 정서적으로 외할머니에게 많이 의지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딸은 엄마보다 외할머니에게 더 의지하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된 삶을 맞이한 엄마를 위해 일을 도우며 엄마의 사랑과 칭찬을 갈구하지만 늘 실패한다.

모정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외할머니와 어린 딸 중에서 선택해야하는 순간에 젊은 엄마는 아이는 또 낳아도 되므로 외할머니를 선택한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혀를 깨물고 죽자 하는 수 없이 딸을 구해내지만, 두고두고 외할머니를 잃은 것에 마음 아파하며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더 냉랭해 지다가 아이의 자살시도로 정신을 차리게 되는 엄마를 보니 모성은 원래부터 넘치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커가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가족의 문제는 서로의 아픔을 품어주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입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그 상처는 아내와 딸 아이에게 전도된다. 아빠가 자신의 얘기를 엄마와 공유하며 조금씩 아픔을 치유했다면, 엄마 역시 돌아가신 외할머니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받은 사랑을 딸아이에게 온전히 쏟을 수 있었다면, 오해로 점철된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점차 서로를 이해하면서 좋아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속을 모르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지레짐작하며 참아내야하는 관계가 안타깝다.

이야기가 후반에서 급격한 반전과 결말을 짓고 있어 당황스럽다. 분명 모녀의 이야기와 고등학교 선생들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후반에 선생들의 이야기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끝난다. 어찌된 일인가? 구성이 미흡한 것인가? 또한, 초반에 타도코로와의 결혼을 말린 히토미가 막판에 아빠가 바람피는 상대임이 밝혀지는 것은 좀 놀라운 구성인데, 딸아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외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불륜녀에게 들어야하는 상황이 잔인하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자살시도를 하는 일련의 상황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아니면 그만큼 가족간의 유대가 약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딸아이가 살아나면서 독립하며 꾸릴 가정은 과연 모성애 넘치는 가족이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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