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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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평하면서 줄거리를 요약할 때 보면 상당히 섬세하지만 의외로 간결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정곡을 찌르지만 할 말은 다 한다.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어떤 것에 신경을 쓰며 읽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줄 것 같다.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작가가 글을 읽을 때 어떻게 분석적으로 읽는지 장르, 서사와 비서사, 구조, 인물구축, 시점, 설정, 장면, 언어와 같이 글쓰기의 기술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부록에는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작품들을 실었는데, 에세이, 소설, 시, 포토에세이, 그래픽노블처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시점과 시공간적 설정도 다양하다. 각 장의 설명이 끝나면 '토론질문과 쓰기 길잡이'코너를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을 써보라고 유도한다. 마치 수업을 듣고 그날 배운 것을 바로 작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서 독서법과 글쓰기법이 연결되어 있다.

예상했듯이 작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그리고 비판적으로 읽는다. 장르, 플롯, 구조, 중심갈등이나 이미지 또는 주제, 등장인물 구축, 시점, 설정, 언어와 목소리를 해석하며 읽는다. 빨리 읽기보다 곰곰히 생각하며 해부하듯 읽는다. 다 읽고 나서 반복해 읽으며 작가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썼는지 생각해보고 좋은 점이라면 내 작품을 구성할 때 모방해본다. 결국 글쓰는 기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데, 한 번만 읽어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므로 여러번 읽어서 작가를 이해한다.

저자는 이론을 설명하는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인용한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의 작품에서 작가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유익하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대사관>의 파투와 앤드루라는 인물을 구축할 때 외모뿐 아니라 성격, 정신적인 부분, 습관과 상호작용,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통합적인 인물이 완성되는지 알려준다. 평소 작품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니 명확해진다.

서사아크를 이용한 독서법이 마음에 든다. 이야기의 흐름을 반원형 선에 두고 해설-상승부-클라이맥스-하강부-해결의 과정을 간단히 적어 넣는다. 작가에 따라 그 배치를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역동적일 수도 있다. 클라이 맥스를 가운데 두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두면 충격의 여운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

미국소설을 보면 장면을 길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이나 한참 진행 중인데 거기서 벗어나 풍경이나 인물의 행동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장면의 묘사는 중요한 부분으로 작품의 속도를 늦추고 좁혀들어갈 때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느려지며 세부사항이 등장하는 것이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작가의 의도된 연출이라니 이해가 된다.

가장 흡입력있게 읽은 작품은 이창래의 <성게>이다. 저자가 부록에 실린 작품 중 어느 것이 가장 인상깊었는지, 왜 그런지 묻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이다. 1980년대의 데모가 한창인 서울의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재미교포 가족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예전 생각에 회를 먹고 싶어하고, 엄마는 위생상태가 나쁜 곳이므로 익힌 것을 먹기 바라고, 사춘기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성게에 관심이 간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외국인에게 낯선 곳의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엄청난 시간여행이자 매력일 것이다. 간결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게하는 책이다. 작가가 고려한 것들을 파악하며 분석적으로 읽는다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흥미롭게 기억할 수 있겠다. 독서법뿐 아니라 작법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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